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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코흘리게였던 녀석이 시집을 간다네요)

들국화 |2003.11.18 13:31
조회 39,248 |추천 0

 

 

 

     

                  

                                 흐르는곡: 신부에게

 

 

~~~~~~~~~~~~~~~~~~~~

 

녀석이 12월13일에 시집을 간다네요.

그녀석 나이 지금 스물하고도 여덟살...용띠...


그 녀석을 처음 만난건 내가 13살 겨울방학때..

중학교 보내준다는 이모의 손을 잡고 서울 이모집에 왔을때지요.

녀석은 이모의 딸이고 그때 세살의 아주 조그마한  꼬맹이였지요.


그녀석과 난  따지자면 이종사촌지간..

하지만 우린 나이차이 많이나는 친형제와 같았지요.

아니 ...난 녀석에게 나이어린 꼬마엄마였지요.


언제나 긴 머리도 곱게 땋아서 빗겨 주었고...

그녀석이 유치원 다닐때는 머리카락을  조금씩 찝어서 땋는 디스코 머리가

한참 유행이었지요..


난 그녀석을 한참 붙들어 앉혀놓고 절반으로 가르마를

가르고 양쪽으로 디스코 머리란걸 쫑쫑 땋아 주었지요.

녀석은 이뿐걸 좋아해서 한참을 걸려 땋아도 꾹 참고

가만히 앉아 다 땋을때까지 기다렸답니다.


그렇게 한번 쫑쫑 땋아 놓으면 그 머리가

이틀 혹은 사흘도 갔지요.

 


난 맞벌이를 하는 이모대신 녀석에게 그렇게 꼬마엄마였습니다.

유치원에서 부모님 오시라고 할때도 내가 갔었고

목욕탕도 데리고 다니고....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할때도 내가 봐주고

시험때가 되면 붙들어 놓고 공부도 시키고..

녀석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하는 연년생 제오빠와는

다르게 머리가 좀 딸렸지요.

하지만 녀석은 노력을 많이하는 노력형이라서

가르치는데로 꾸준히 잘 따라 왔지요.


난 그런 녀석에게 가끔은 회초리까지 들면서

남들 엄마가 하는것처럼 그렇게 녀석을 가르쳤지요.

나 자신도 자라면서 녀석도 키우면서..

그렇게 한이불 덮고 내가 시집가던 날까지

13년을 살았네요.


일만하고 남자같은 성격의 이모는 자식들에게

정을 안주고 자신을 먼저 챙기는 그런 사람이었지요.

그러했기에 녀석은 언니인 내게 더 엄마의 정을 느꼈으리라..


녀석이 국민학교 6학년때 이모 내외가 하던 가게가

부도가 났지요.


이모 내외는 두아이들을 내게 맡겨두고 몸을 감추었지요.

그때 내나이 스물셋...녀석나이 열셋...


그러던 어느날 녀석이 자는데 속옷에 묻어있는

초경의 흔적을 보았지요.

난 놀랬습니다. 벌써 녀석이 이렇게 컸다니...

그런데 이 녀석은 덩치만 컸지 초경이 무언지도 몰랐었나 봅니다.


난 녀석에게 생리대를 챙겨주고 하는 방법을 일러주며

속옷을  자주 갈아입고 깨끗하게 씻으라고 말을 해주고

이젠 속옷은 네가 스스로 빨아 입으라고 가르쳤지요.


그렇게 녀석은 초경을 엄마아닌 언니인 내게 경험하게 했고

내 가슴을 두근거리며 놀라게 했었지요.

 


이모 내외가 그렇게 일년여를  숨어지내서

난 녀석의 국민학교 졸업식에도 꽃다발을 사들고

엄마를 대신해서 갔지요..


그렇게 녀석은 중학교에 들어가고 ..

사춘기지만 나의 바램대로 반듯하고 바르게 자라더군요.


녀석이 열여섯 가을...

난 결혼을 했습니다. 내나이 스물 여섯에...

결혼식장에서 웨딩드레스 입은 내 모습을 보더니

형부~~형부~~하며 지금의 제 남편을 숨 넘어갈 듯

부르며 신부 대기실에 있는 내게 데리고 와서는...


형부~~

언니 너무 이뿌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노력은 했지만 녀석은 전문대를 가야했지요.

점수가 모자르니..


전문대를 졸업하고 지금 남편의 회사에

6개월간의 교육생으로 들어와서

열심히 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IMF가 터지고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교육생 전부를 다 내보내야 했지요.

녀석도 예외는 아니였구요.


그래도 회사에서 컴퓨터 교육을 6개월간 받은 덕에

녀석의 취직은 쉽게 되더군요.

그때만 해도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으니까요.


녀석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내게

달려와서 조카들을 돌보며 이뻐해주는

내 아이들이 끔찍히 사랑하는 이모가 되었지요.

 



내 아이들한테 이모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사람이었지요.

친구를 만나러 나가면서도 귀찮을만도 할텐데

조카들을 데리고 나가고..

녀석은 그렇게 조카들을 이뻐했고

올때마다 선물 챙기는것도 잊지 않았지요.


그러던 녀석에게 삼년전부터 애인이 생기고

애인과 가까워질수록 조카들에게

오는 횟수는 자연히 줄어들고...


그런 녀석의 변해가는 모습에 처음엔 나도 아이들도 서운했지만...

이젠 아이들도 많이커서 이모를 별로 안 찾고 차라리

몸 부딪히며 놀아주는 삼촌을 더 좋아하더군요.


하기사...

녀석이 한달에 한두번 찾아와도

마음은 다른곳에 있으니...

매일 휴대폰만 붙들고 애인과 소곤거리느라고

조카들은 뒷전이니...


아이들은 말을 안해도  이모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낌으로 아는가 봅니다.




녀석은 B형이라서 그런지 애인에게

목숨을 건 듯이 보였지요.

너무 좋아하는 티가 나니까요.


난 그녀석에게

너 너무 그렇게 남자 앞에서 좋아하는 티 내지마라..

남자가 너를 더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때로는 튕기기도하고..

좋아해도 속으로 좋아해야지 겉으로 너무 많이 표현하지마라..

라고 타일러도 녀석은 이미 콩깍지가 씌었더군요.

 

 


작년여름쯤인가..

녀석은 내게 애인을 데리고 와도 되냐고 묻더군요.

확실하지 않으면 안되는 내 성격...


난 녀석이 서운하겠지만..

네가 결혼할 사람이라고 확신이 서고

두 집안에서 다 모든걸 허락할때까지는

내게 데리고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직 녀석의 부모님도  안 봤는데

언니인 내게 먼저 데리고 온다는 녀석의 태도도

맘에 안들고...


남녀사이는 결혼전날까지 모르는거다...라는 내말에

둘은 꼭 결혼을 할거라며  녀석은 확신을 하고..

내가 허락을 안하니

며칠후에 아무것도 모르는 내남편( 형부)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는

기어이 허락을 받더군요.

그렇게 녀석은 애인을 내게 보이고 싶었나 봅니다.


그 전에 언젠가 처음에 둘이와서 집에는 내가 허락을 안해서

애들만 데리고 나가서 놀다가 녀석의 애인은

아파트 마당에서 기다리고 녀석만 애들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그사이 복도에서 내려다보니 녀석의 애인은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더군요..

가만히 내려다 보고있는데..

꽁초를 화단에 그냥 휙~~던져 버리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상했지요.


어찌보면 별거 아니지만...

난 그래도 꽁초를 휴지통 찾아서 버릴만큼 반듯한 사람이길 바랬던거지요.

 


그래서 녀석의 애인을 처음부터 좀 나쁘게 보게 되었는데..

한번보고 두 번보고..볼수록 괜찮은 것 같네요.

인사성도 바르고...

뭐만주면 잘 먹겠습니다~~잘 먹었습니다...가

늘 입에 붙어 다니고...


벌써 네댓번 다녀가고

술 좋아하는 남편과 맘이 맞아 술마시고 당구도 치고...

세 번이나  거실에서 자고 갔네요.


저번 11월 1일 토요일날..

녀석은 애인을 데리고 왔었지요.

저녁은 둘이서 먹고 온다기에

넷이 같이 앉아  결혼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얼큰한 동태찌게에 술한잔을 했지요.


녀석은 언니가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며 결혼후에

요리하다가 모르는 것 있으면 전화로 물어 보면서

배울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곤 남편과 녀석의 애인은 밖에 나가서 둘이서 할 얘기가 있다며

호프집을 간다더군요.


그러고는 얼마후에 들어와서

거실에 이불펴고 두남자가 같이 잘테니 여자들은 침대에서

둘이 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 모처럼 녀석하고 한이불 덮고 오랜만에 잠을 잤네요.

예전을 떠올리면서...

녀석이 내게 말을하더군요..

언니~~~

기억나?

내가 예전에 언니 시집가기 전에 언니와 같이잘 때

잠버릇이 험해서 밤마다 언니한테 발길질을 했는데....

어느날 밤 언니가 자다가 화가나서 나한테 마구 세게

발로 찼었잖아...

 


그래...기억나지...

난 누운채로 얌전히 자는 편이었는데

넌 어찌나 잠을 험하게 자던지...

자다가 눈에 불이 번쩍 나도록 네 발길질에 맞고는 놀래서

자다가 누운채로 나도 네게

마구 발로 몇 번 차주었었지...

녀석...

아직도 기억하는구나...^^ 

네 잠버릇이 너무 험해서 이불도 각각 덮고 잤었지..


녀석은 말합니다..

언니~~

나 지금은 그렇게 안자...

나도 이젠 얌전하게 잔다.....라고....


난 그렇게 녀석과 녀석의 애인을 일요일 아침을

해 먹이고 보낸후....

며칠이 지난 7일날..

난 녀석이 다녀간 날인 1일날이 녀석의 생일인 것을

뒤늦게 달력을 보고 알게 되었지요.


해마다 주방에 있는 달력에 행사를 다 기록해 두었는데

올해는 거실 테이블에 놓는 달력에 기록을 해 두었더니

다른곳에도 달력이 많아서 정작 그 달력은 잘 안 넘기게 되더군요.

 


7일날 아침  뒤늦게야 달력을 넘겼는데 1일에 동그라미와

그 밑에 녀석의 생일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마구 화가 났습니다.

내 자신에게 보다는 그녀석과 또 녀석의 애인한테

더 큰 화가 났습니다.


왜 녀석의 생일은 하필 달력을 넘겨야 하는

1일이었을까...

해마다 중순쯤이었는데

올해는 왜 이렇게 빠를까...


해마다 녀석의 생일을 챙겨주었는데..

엄마는 기억을 못하는 녀석의 생일을 언니인 나는

미역국도 챙겨주고 케익도 사서 촛불도 켜주고

언니가 해주는 먹고 싶다는 떡볶이와 오뎅도

해 주었는데....


올해는 왜 이렇지?

나도 나이를 먹는걸까....


난 너무 화가나서 열흘이 넘도록 녀석에게

전화를 안했습니다.


요즘 녀석은 웨딩 촬영하느라고 바쁘고

피부관리 다니느라고 바쁘고...

매일 바쁘더군요.


사흘전쯤 녀석에게 전화를 했지요.

난 그 두녀석의 답답함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전화에다가 마구 퍼부었습니다.


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둘이서 똑같니?

요즘은 자기 PR시대인데  언니가 잊어 먹었으면

옆구리라도  찔러 주어야 케익이라도 사다가 축하해줄 것 아니니?

왜 그렇게 둘 다 똑 같이 답답하니?

젊은 애들이 왜 그렇게 답답하게 구니?

가뜩이나 결혼전 마지막 생일인데  왜 그렇게 모른채

보내야하니?

하고 전화기를 붙들고 마구 퍼부어 댔습니다.


녀석은 태연하게 말합니다.

언니~괜찮아..

그날 생일이라서 간거 아니야...

엄마도 기억 못했는걸 뭐....

참내....

자랑이라고 말하는건지...답답한 맹꽁이 같은 두녀석들..

 



그래 아니지 내가 그날 오라고 했으니까..

난 생일인줄도 모르고 시간이 맞으니까 오라고 한건데...


녀석보다도 그 녀석의 애인이 더 답답했습니다.

남편과 같이 호프집에도 다녀와 놓고 왜 귀뜸을 안해주었는지..

너무 미웠습니다.


남편과 붙들고 통화하는 녀석에게 난 말했습니다.

결혼식에도 안간다고 말해...

왜 그렇게 답답하게 사냐고...

생일 해주는데 몇푼든다고 그러냐고..

왜 결혼전 마지막 생일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야 하냐구..

녀석은 바보입니다...착한 바보...


나 자신한테 화가 납니다.

녀석의 처녀시절 마지막 생일을 못 챙겨준 내 자신이

너무 미웠습니다.

녀석도... 그녀석의 애인도... 녀석의 엄마인 내 이모도...

모두 다 미웠습니다.

 


기억했더라면 더 멋있고 행복한 생일을 해주었을텐데...

지금껏 한번도 안해준 녀석이 좋아하는 후리지아 꽃을 한아름 선물해 주었을텐데...

왜  녀석은 내 가슴을 이렇게 아프게 하는지..

내가 바보인가 봅니다.


처음 날 만났을때 코흘리게 세살박이였던 녀석은

이제 스물여덟 해를 넘기기전 12월 13일

두 녀석들의 인연이 닿은 성당에서 결혼을 합니다.

그날은 하얀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얀 함박눈과.....

녀석의 눈부신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은  썩 잘 어울릴테니까요.


난 그날

그 바보같은 두 녀석에게 가서 많이 많이 축하를

해 줄 것입니다.

둘은 너무 닮아서 분명 행복하게 잘 살 것입니다.

 

녀석은 누구에게나 곱상이라서 더더욱

시댁  식구들의 사랑받으며 잘 살거라 믿는답니다.


결혼식날  웨딩 드레스 입은 녀석을 보는 내눈에

눈물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녀석이 이런 내 마음을 알까요..

난 녀석이 결혼을 한 후에도 녀석의 언니가 아닌

녀석의 마음에 언제나 엄마로 남고 싶습니다.....

 



 

※난 녀석에게 새하얀 백합을 주고 싶지만 ....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꽃은 노란 '후리지아'랍니다.

 

ps:녀석이 학교 다니던 그 당시엔 지금의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워졌었기에  그냥 그때의 추억으로

국민학교로 표현을 했습니다.

이해해 주시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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