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晩秋 有感(만추 유감),,,

패랭이 |2003.11.19 10:35
조회 325 |추천 0

 

 

**쌀쌀한 늦가을 저녁 어스름.

가설(假設) 전선에 줄줄이 매달려 빛을 뿜는 알전구 밑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퇴근길 직장인, 학생, 벙거지를 쓴 중노인, 배낭을 맨 이방인(異邦人)까지 가세해 책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이웃나라 일본의 가을에 빼놓을 수 없는 풍물시(風物詩)가 된 도쿄의 '간다 헌책 축제' 풍경이다.

올해로 44회를 맞은 이 축제가 10월 말에 시작돼 이달 초까지 이어졌다.

 

축제의 장인 도쿄 한복판 간다 진보초에는 헌책방 150, 새책방 30, 모두 180곳의 책방이 500m 정도의

거리에 밀집해 있고 책도매상 25곳과 출판사 500곳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고서점들의 매장 면적을 합하면 약 5000평, 장서는 1000만권을 웃돈다.

고서촌(古書村)으로는 세계 제일의 규모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서점들이 싼 값으로 점두에 내놓는 100만권 가량의 책더미를

뒤지는 '책 캐기'행사다.

마음에 드는 책을 집는데 값은 100~ 300엔이 보통이요, 비싸도 500엔을 넘지 않으니

우리 돈으로 5000원 이하다.

그래도 진본(珍本)이 심심찮게 낚이는 것은 이들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을 위해

짐짓 풀어놓는 서점 주인들의

선심(善心)때문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며, 파주출판단지의 어린이책한마당이며, 나라 안에서건 밖에서건

책잔치는 꼭 가을에 열리지만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말은 무색해진

기마족(驥馬族)의 후예들이 이 좋은날의 경색(景色)을  놓칠 리 없다.

오히려 놀기 좋은 행락의 계절로 굳어졌다.

 

굳이 밖으로 돌지 않더라도 책이 필요없는 나만의 세상은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은 책보다 훨씬 재미있고 화려한 세계로 쉽게 인도해 준다.

영화는 독서가 따라올 수 없는 강한 자극으로 사람들의 눈과 혼을 사로잡는다.

 

하기야 가을이면 늘 따라다니는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말도 당(唐)나라의 문장가 한유(韓愈)가

책 안읽는 자식에게 독서를 권면(勸勉)한 싯귀이니 굳이 가을의 책읽기를 고집할 것은 아니다.

옛사람들은 그보다 독서삼여(讀書三餘)라 하여 겨울과 밤,

그리고 비내릴 때를 책읽기에 좋은 시간으로 삼았다.

 

가을이면 여기저기서 열리는 책잔치도 기나긴 겨울의 밤을 기다리며 읽을거리를 비축하려 했던

옛사람들의 전심(傳心)이 아닐지,,,,,,

 

** 패랭이 옮김 (국민일보에서 발췌했습니다) **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