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술을 담그며...

풀내음 |2003.11.24 02:34
조회 477 |추천 0

수능 시험을 보는 날... 꺾어온 감국과 삼지구엽초로 오늘 술을 담갔다.

풀내음은 평소 술 담그는 습관이 있어서 젊은 시절 먹다가 남은 술이있으면 과일을 배합해서 술을 담가 두곤 했었다.

대학 4학년시절 가세가 조금 기울어서 2층집을 줄여서 단층집으로 옮겨 앉았을 때다.

그중 뽕오디를 구할 일이 있어서 됫병에 보드카를 넣고 오디를 차곡차곡 채워 놓은 것이 일년 이상 묵은 게 있었다.

하루는 친구놈들이 갑자기 몰려와서 집으로 들이닥쳤는데 술을 내오라는 것이였다.

할 수 없이 그 비장의 무기를 내 놓을 수 밖에...

 

워낙 술꾼들인지라.. 작은 병에 들은 것들을 모두 소비하고 난 후에야 내놓았던 그 됫병을 한시간도 못되어 모두 마셔 버렸다.

그러더니 술 더 없냐고 호기있게들 소리지르더군...

술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화장실 간다고 일어서던 놈들이...

어? 나 왜이라노?하더니 쿵하고 쓰러지는 것이였다.

또다시 옆엔놈도 쓰러지고...

 

그날 비로소 알았다.

도수를 짐작할 수 없는 담근 술의 위력을...

45도짜리 보드카가 숙성이 충분히 되었으니.... 돗수를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오디의 달콤하면서도 쌉싸롬한 그 맛이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는 보드카와 어우러 졌으니 넘기는 순간 얼마나 향기로웠겠는가?

그맛에 모두들 취하는줄 모르고 맛있다고 마셔댔으니...

 

참고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주 중에는 지금 쏟아져 나오는 아직 덜익은 새콤한 귤을 껍질채 넣고 술을 담그면 아주 향기롭고 맛좋은 술이 된다.

또 봄철에 나오는 딸기를 담그면 속성으로 아주 맛있는 술이 된다.

이 딸기주는 여성분들이 아주 좋아할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것은 술담그는 용기가 흔히 마늘 짱아찌를 담기에 좋아서 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술맛은 완전히 버린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또한 설탕을 넣지 말아야한다.

흔히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성들이 술을 담기 때문에 단맛이 나도록 설탕을 많이 넣는데..

설탕을 넣으면 재료 자체가 주는 향기로움이 사라져 버리고 또한 고유의 좋은 성질인 각종 산들이 파괴되어버린다.

또한 같은 맥락으로 완전히 농익은 과일은 피해야한다.

이 당도 때문에 술이 상하기 쉬워지며 또한 도수도 가늠하기 어렵거니와 완전히 숙성되지 않으면 나중에 숙취가 생기기 때문이다.

흔히 과일주를 마시면 골이 아프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술은 덜익은 신맛이나 떫은 맛이 나는 과일로 담가야만 재료 특유의 제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언젠가 항상 맛이나던 내가 담근 술이 갑자기 맛이 이상해졌었다.

다시 담가도 이상한 맛이 나고...

결국 원인이 그 병에 마늘짱아찌를 담갔던 기억이 나서 다시 한참을 우린 후에 술을 담갔더니 비로소 술맛이 좋아지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술은 알콜 발효를 하는 것인데.. 초산 발효를 했던 그릇에 담았으므로 유산균의 작용으로 술이 상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마늘은 그 맛이 워낙 강하기에 그 냄새가 용기에 배어 오랫동안 술맛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그래서 풀내음은 대형 슈퍼에서 파는 3.6L짜리 소주를 이용한다.

음 5.2L짜리도 있으므로 아주 편리하게 담을 수 있다.

물론 플라스틱이라 기분이 썩 좋은 술병은 아니지만...

그 병은 아구리가 넓으므로 웬만한 재료는 그냥 그 술병에 소주를 조금 덜어낸 후에 재료를 넣으면 되는 것이다.

또한 아무런 것도 담지 않았으므로 담기도 편하거니와 씻어낼 필요도 없기 때문에 아주 편리한 용기가 된다.

 

그 재료들이 오늘 비로소 완전히 건조가 되었기에 그 감국과 삼지구엽초로 술을 담근 것이다.

그런데...

건조를 돕기 위해 뒤적거려 놓은 탓에 말라비틀어진 감국들이 서로 엉겨붙어서 떨어지질 않는 것이다.

이놈들을 떼어 놓다보니 온통 꽃들이 다 부스러져서 병 속이며 주변이 온통 꽃잎과 꽃가루 투성이가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나중에 다시 술을 걸러서 마셔야 할 거 같다.

 

도중에 감기에 좋다고 국화차를 끓여 마시고...

또 삼지구엽초를 차로 우려 마셔보았다.

한국자생식물원에서 한잔에 5000원씩에 팔고 있기에 무얼 그리 비싸게 받을까하고 의아해 했었는데...

정말 맛이 좋더군...

처음엔 감잎차의 냄새가 나길래..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었는데...

다 우러난 후의 그 향이란 정말 환상이였다.

국화차만 향기가 좋은줄 생각했었는데...

앞으론 음양곽차를 더 좋아하기로 맘먹었다.

그런데 지금 그걸 먹고 발정이 나면 우짜지?

 

잘 아는 후배교사의 집엘 들렀더니 각종 약주들이 즐비하게 있는 것이였다.

이유를 물어 보니 어머님께서 약주 좋아하시는 아버님을 위해서..

기왕에 마실 바에는 몸에 좋은 술을 드시라고 일삼아 담가 놓으신 거라 더군...

당시 몹시 부럽기도 했거니와 참으로 훌륭하신 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사방 분들을 보니 남녀를 불문하고 주당분들이 많으신 거 같다.

오늘은 그 주당 분들을 위해서 술 담그는 이야길 주절거려 보았답니다.

참고로 풀내음은 그 향기 좋은 술을 뜨거운 물에 타서 안주 없이 마시는 타입이랍니다.

 

술마시고 참 위장이 좋지 않으신 분들을 위한 비방 하나 더 첨가!

봄에 나오는 매실을 사서 순 설탕으로 재워 놓으시면 액기스가 우러 나온답니다.

그 액기스가 위에 특히 과음후의 속풀이에 그만이라는 것은 다들 아시지요?

그리고 난 후의 쪼글쪼글해진 찌꺼기를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놈들을 그대로 그냥 술을 담그면 아주 맛좋은 매실주가 된답니다.

물론 위장에도 아주 좋은 약주이지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