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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귀거래사 (新歸去來辭) 2

김명수 |2003.11.30 07:16
조회 236 |추천 0

신 귀거래사 (新歸去來辭)

 

2


막연한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을 무렵, 가을바람 소슬히 불고 단풍소식 숨 가쁘게 들려오는 가을 익어 가던 어느 날 우연하게 친구 아버님을 부산의 길거리에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운 찻집에서 아버님을 모시고 차 한 잔을 대접하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는 중에 사는 곳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간 시골로 내려갈까 한다고 말씀을 드리니, 하시는 말씀이 기왕 시골살이가 하고 싶다면 감포에 내 살던 집이 비어 있으니 들어와서 살 생각 없나 하고 의중을 물었다. 이삼년 집을 비워두었지만 깨끗한 집이니 평생 내 집으로 알고 살아라 하신다. 일간 제가 한번 다녀와서 결정 드리겠습니다. 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침 감포로 갈 일이 생겨 그 집을 한번 살펴보러 갔다.


처음 그 집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아! 이 집은 내 집이다! 이곳은 내가 살아야 할 곳이다! 하는 소리가 내 귀청을 때렸다. 그것은 환청이 아니었다. 내 눈이 황홀할 정도로 너무도 마음에 와 닿는 집이었다. 우선 너른 마당과 소박한 기와집이 나를 매료시켰다.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반듯한 모습이 아내와 두 사람 살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아래채는 원룸 형태로 족히 일곱 여덟 평 정도는 되기에 맞춤한 내 서재였고 주정뱅이 친구들 눈치 없이 어울릴 수 있는 독립된 사랑방이었다.

 

더욱 나를 매료시킨 것은 다양한 종류의 과수와 정원수들이었다. 감나무가 일곱 그루이고 배나무 세 그루에 자랄 대로 자란 앵두나무와 수확해보니 한 말은 족히 나오는 자두나무, 설탕처럼 달콤한 전혀 신맛이 없는 보석 같은 석류나무 한 그루와 우람한 무화과, 튼실한 모과나무, 늘씬한 백목련, 아름드리 벚나무가 네 그루, 사철나무가 또 다른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집 뒤로 우람한 뽕나무가 햇살막이 그늘이 되며 오디열매를 주워 먹는 즐거움도 있었다. 닥나무와 산초나무에 동백나무, 향이 천리만리나 간다는 목백일홍이 두 그루,  잘생긴 단풍은 수돗가에 그늘 드리워 있고 지금도 이름을 몰라 열거하지 못하는 정원수들과 보기 좋을 만큼 반허리 자란 철쭉들이 보랏빛 곱게 피는 붓꽃을 품에 안고 사이사이 상사화가 무더기 솟아나고 선비 꽃이라고도 불리는 능소화에 덩굴장미, 개나리가 살찌고 있는 넓은 마당에 나는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실 평수가 230평인 정 사각형의 아주 반듯한 마당을 가진 집이었다. 그리고 산자락 타고 있는 왕대 숲과 뒤란 울타리는 가는 시누대 숲이 여름이면 바람을 만들어 주고 앞마당을 가리고 있는 왕대 숲도 비록 남의 집 울타리이지만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큰 마을을 끼고 있지만 뒤 산자락을 끼고 앉은 집은 불과 세 가구뿐이라 새소리만 지저귀는 조용한 집이다. 마당에서 푸른 바다도 바라보인다. 포구까지는 걸어서 1.2km 산책코스로는 피로하지 않는 거리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보면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 중에 한나절 거리에 즐길 수 있는 문화 유적이나 풍광 수려한 곳이 있어서 정신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나절이 아니라 자동차로 10~40분 거리에 불국사, 석굴암, 장항사지, 기림사, 골굴암, 감은사지, 대왕암과 이견대, 깨끗한 백사장 훑어가는 파도머리와 훌륭한 해수욕장 흔하고……. 어디 이만한 곳이 있으랴 싶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친구 아버님을 뵈러 갔다. 당장 이사하겠다고 통보를 하고 불과 열흘도 안 되어 주민등록증까지 바꾸었다. 번개 같은 이사였다. 그만큼 그 마당 너른 집에  매료 되어 있었던 조급함의 표출이었다. 진정 시골 사람으로 태어남과 동시에 꿈에도 그려왔던 전원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허전하고 피로해진 영혼이 희망의 그리움 그 주변에서 서성이던 지금까지의 방황이 밀물처럼 밀려오던 그리워했던 삶이 따뜻하고 편안한 젖내 나는 어머니의 품을 찾은 것이다.


김 명 수

 




1. Green Green - New Christy Minstrels
2. 언덕에 올라 - 강촌 사람들

모던 포크송 그룹인 New Christy Minstrels이 불러 1963년에 여름에 대히트했다.
이 노래는 현대의 호브송(방랑자의 노래)이라고 할만한 것인데,
푸른 땅을 찾아서 방랑한다는 점에서 평화를 갈구한다는 현대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투코리언즈가 "언덕에 올라"라는 제목으로 번안하어 대히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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