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힘이 되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쓰고 있고 말이죠...앞으로도 재밌게 읽어주시고 지적사항있으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번 편은 사진이 없네요....빠때리도 없고 찍을 것도 없고...그래서 대신 인사말로 시작해보았습니다. 자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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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아가씨~!"
"예?~"
....대답을 한 곳을 보니 20대초반의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다지 이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못생겼다고 할 수 없는 아이였다. 61점.
흰 베레모와 만화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그 여자는 나한테 오더니 밝게 웃으면서 인사한다.
"엇~안녕하세요~한국분이시죠? 혼자 여행가신다고~저도 이 버스타고 돌아가거든요~"
그녀는 자기 이름을 "홍메이"라고 소개하면서 낭랑한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했다. 홍메이는 여기 궤이린에서 컴퓨터 전공을 하는 여대생이고, 이번에 졸업을 하면서 취업을 했는데 그때까지 시간이 있어서 본가인 스촨성 춍칭(重慶)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춍칭? 내가 가려는 청두(成都)가 아니잖아?'
난 같이 간다는 말과 그녀의 목적지에 혼돈을 느꼈는데, 눈치깠는지 청두로 가는길에 춍칭역에 들린다고 말해주었다. 흠.
..................잠깐만?! 춍칭역에 들린다고? 버,버스잖아.
"버슨데 역에 들려요?"
"......예?! 뭔 버스요?! 기차잖아요!!"
"아..그럼 다른거 타고 가나보네요. 전 버스거든요."
라고 자신있게 얘기하자 홍메이가 표를 줘보라고 한다. 훗. 내 버스표말인가. 옛다.
"............이거...기차표잖아요!!!-_-"
헉-_- 무무무무무무슨......그럴리가 없잖은가!!!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표를 꺼내서 보여준다.
어머나. 똑같이 생겼네-_-
"할머니!!! 저 버스라고 했잖아요!!!! 이거 기차표예요!!!"
"워매? 내가 언제 버스라고 했어?"
"....어제 제가 버스냐고 물어봤잖아요!!!(노망났냐!)"
"아..그때 버스라고 한건 여기서부터 리우죠우까지 가는거 얘기한거야."
...리우죠우. 여기서 청두로 직빵가는 버스는 없기 때문에 리우죠우라는 곳에 들려서 버스(사실은 기차)
를 갈아타기로 되어 있었다. 여기서 한 2시간쯤 걸리는 곳이였다. 젠장, 거기서부터는 2-30시간을 기차를 타고 있어야 하다니.
에라 모르겠다. 어쨌든 이래저래 꼬였지만 이렇게 된거, 그냥 이 여자애와 즐겁게 기차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홍메이와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방금전에 건물 하나 짓고 온듯한 꾀죄죄한 노가다 청년들이였다. 뭐 그런 사람들과 잘 어울려 노는 것도 재밌겠지만, 얘네는 아닌 거 같았다. 계속 힐끔힐끔 보는 눈이 왠지 밤에 잘때 아리랑치기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 뭐 나쁜 뜻으로 본게 아닐수도 있지만..어쨌든 혼자 다니는게 편하네 어쩌네 폼 잡고 있어도 이번엔 같이 가는 친구가 생겨서 마음이 좀 든든한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우리를 리우죠우까지 태워다줄 버스는 정말 지지리도 늦게 왔다. 6시까지 오라고 하고 2시간걸리는 리우죠우에서 11시 기차를 타는데도 늦을 뻔 했다. 무려 2시간 반을 늦게 온 것이다..씨발놈의 버스가. 게다가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온 것도 아니다. 첨엔 왔다고 하길래 신나게 올라탔는데 돈을 내란다. 뭔일인가 했더니 이 버스로 가는게 아니고 이 버스로 리우죠우행 버스가 있는 곳까지 간단다-_-
결국 어이없게 꾀죄죄청년들과 나와 홍메이는 여행짐들을 잔뜩 싸들고 일반시내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해서 겨우 그 망할놈의 리우죠우행 버스를 만날 수가 있었다. 기사는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반쯤 자다 나온 얼굴로 "올라타~올라타~"를 연발하고 있었다. 초반의 짜증을 넘어서 이제 오히려 좀 무덤덤해질 지경이였다. 난 로마의 법을 따르고 있었다.
버스에 올라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버스는 세로로 3등분되어 이층침대가 주욱 들어서 있었는데,
그 침대 하나하나에서 마치 열매라도 열려있듯이 시커먼 발들이 삐져나와 대롱거리고 있었다. 미리 탑승한 승객들이 지구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내밀고 있는 발들이였다. 버스 자체가 후줄근한 것은 아니였는데, 그 안의 광경은 참혹하리만큼 너저분했다.
난 부비트랩처럼 떠있는 적갈색 발들을 피해서 겨우 자리를 잡고 누웠다. 홍메이가 옆에 있어 정말 다행이였고, 이 씨발버스로 청두까지 안가길 정말 다행이였다. 아마 이곳에서 2-30시간을 버텼다면 장담하는데 대가리로 창문깨고 뛰어내렸을 것이다.
우리는 두명 자리가 안되서 같이 자리를 잡고 누웠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해 뒤를 돌아보니 2-30cm쯤 뒤에 시한폭탄처럼 시커먼 발이 우릴 보고 미소짓고 있었다. 뻑!!! 최대한 발이 안닿는 자세로 하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다시 말하는데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그 불편한 자세로 기다리는데 이 기사새끼, 노가리나 까고 출발할 생각을 안한다. 2-30분쯤 되니 도저히 참지 못한 홍메이가 가서 늦으면 어쩔꺼냐고 빨리가자고 따졌다. 만만디 만만디....기사는 알았다면서 귀찮은 듯이 대꾸하고 또 노가리를 까다가 몇분이 지나서야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차는 다행히 늦지 않을 시간 정도에 출발했고, 난 그제서야 좀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차내에는 VCD를 틀어 놓고 있었는데, 언제 나온건진 모르겠지만 그해의 워스트 무비5에 분명 들어갔을 법한 쓰레기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할로윈분장보다 구린 분장을 한 귀신이 교도소에 나와서 놀래키는 내용이였는데, 영화보다도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체가 더 무서웠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걸 포기하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조금 얘기하다보니 홍메이는 내가 자기 생각보다 중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빨리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간간히 튀어나오는 스촨사투리는 나를 가끔 코마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내 친구가 갑자기 그러는거야~야 너 왜 @#$%$%@#$@#$!@$니?! 정말$#^^#$%라니까~"
이렇게 들렸다. 그렇지만
"잠깐. 방금 말한 부분은 알아듣기가 힘든걸. 다시 한번 느린 속도로 끊어서 말해주겠어?"
라고 말을 끊기도 그랬고, 끊을 타이밍도 없었다. 그냥 난 알아들은 척, "진짜?" "그렇구나~" "응" "아니" 정도의 말을 적당히 눈치봐서 답하는 수 밖에 없었다. 가끔은 "너~~맞아?" 라고 물어보는데 "진짜?"라는 식의 동문서답을 날려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도 했지만 대체로 잘 꿰맞춰 대답했던 것 같다.
그녀는 보기보다 상당히 수다스러운 편으로, 내가 말할 기회도 거의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학교얘기부터 친구얘기까지 줄줄이 쏟아놓았다. 그녀는 스촨 사람이지만 청두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단다. 그래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같이 청두에 가서 놀까?"라는 말도 했다.그러고 다시 막 떠들더니 어느 순간 피곤하다면서 안겨서 잠들고 말았다. 뭐 대단히 친해져서 안은 것은 아니고 자리가 비좁아서 그게 편해서 그런 것이긴 한데, 뭔가 이렇게 안고 있으려니까 어제 했던 결심이 코코블럭 무너지듯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거에는 둘이 밤에 심심하니까 같이 놀자고 했던 것 때문도 있다. 난 침대칸이란 말이다!!! 뭐...거기서 만지고 떡치고 이럴 분위기가 아니란건 나중에 알았지만.
칠흑같은 고속도로를 쓰레기귀신영화와 함께 내달려서 10시 반이 다되서야 우리는 리우죠우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곳은 공업도시로 공기청정도가 절대로 국제기준에 못미칠꺼같은 곳이였다. 어둑어둑할때봐서 그런지 슬럼가같은 느낌도 났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기차역에서 꽤 멀어서 우리는 택시를 타야만 했다. 그녀를 만난건 정말 다행이였다. 만약 만나지 않고 아직까지도 내 표가 버스표인 줄 알고 있었다면 아마 내일까지도 이곳에서 개삽질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넉넉하지 못했다. 홍메이는 아직 기차표를 안샀기 때문에 지금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도 없지만 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없다면 홍메이와는 여기서 안녕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잠시후 웃으면서 표를 들고 왔다. 자리는 잉쭈오(硬座)로 침대칸이 아닌 일반 좌석이다.침대칸이 비싸기도 하고, 어짜피 내 쪽에서 같이 있을꺼기 때문에 굳이 안샀다고 한다.
표를 끊고 들어가니 벌써 기차는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묻어서 그냥 침대칸에 타려고 했으나, 사스 때문에 검사가 철저해져서 사또우 선생같이 생긴 여자가 그앞에서 검문을 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나중에 몰래 찾아오기로 하고 일단 헤어져 각자의 열차칸에 올라탔다.
사또우 선생이 누구냐면, 내가 어릴 적 일본에 살때 날 죽도록 괴롭히던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다. 50줄이 된 할망구였는데 일본어를 못하던 나에게(일본인학교였다)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팔을 잡고 질질끌면서 두들겨 팼었다. 내가 알던 몇마디 말중에 '칸코쿠진(한국인)'이 있었는데 그 말을 내뱉으면서 어쩌구 저쩌구 욕지꺼리를 하면서 개패듯이 팼는데 보통 담임한테 맞아도 나중이 되면 다 뭐 그러려니하고 학창시절 추억으로 넘김에도 불구하고 저 씨발년은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는다.
어쨌든...그렇게 엿같이 생긴 검사원에게 검사를 받고 차량에 올라탔는데, 보니까 그 년도 감시원으로 같은 칸에 올라타 있는게 아닌가. 썅. 홍메이가 오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열차안은 비싼 침대칸 답지 않게 후즐근했다. 깔끔하고 칸막이가 쳐진 침대를 예상했던 나는 기숙사식 3층 침대를 보고 쓸데없는 환상을 가졌음을 느꼈다. 게다가 침대는 상당히 좁아서 옆에 강수지가 누워도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홍메이는 의외로 10분쯤 뒤에 나타났는데, 지금 특별히 부탁해서 잠깐 짐받으러 온거라고 한다.(내가 그녀 짐을 맡아주었었다.) 아무래도 이쪽으로 오기가 쉽지는 않을테니 나중에 분위기봐서 오겠고, 혹시 모르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였다. 그녀는 진심으로 청두에 갈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정해지면 말해줄테니까 가게 되면 재밌게 놀자는 말을 남기고 다시 자기 자리로 떠났다.
그리고 나서 어지러운 자리를 정리하고 누우니 불현듯 전화번호를 잘못 적어줬나는 생각이 들었다. 말했듯이 핸드폰은 내께 아니다. 그래서 한두자리 잘못적어준 듯한 느낌이 들어 확인해보니 얼씨구 잘못적었었다. 젠장.
어쩌지..하다가 그냥 홍메이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일반석에서 침대칸으로 오는건 철저히 막았으나 침대칸에서 잉쭈오석으로 가는거에 대해서는 별 터치가 없었다. 그래서 편하게 사또우를 통과하여 잉쭈오석에 들어섰는데.....이건 정말 처참했다.
참고로 말하면 난 깔끔떨고 뭐 그런거 가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였다. 60년대 영화나 사진으로만 보던 피난열차가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보따리와 짐짝과 꾀죄죄한 얼굴에 누더기가 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맨발로 널부러져 있고, 흙뭉치같은 아이를 안은 엄마들은 유일하게 빛나는 흰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엄마들 뿐만 아니였다. 내가 들어서는 순간 모든 사람의 이목이 내게 집중되어 있었다!
노랗게 머리를 염색하고 귀걸이를 하고 깔끔하게(그렇진않지만 그들에 비해) 차려입은 외국인을 보는 그들의 눈빛은 여느때 길거리에서 쳐다보던 중국인들과는 달랐다. 돈많은 빌어먹을 졸부새끼를 보는 듯한 한이 서린 눈빛이였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심한 반감을 가지고 보지는 않았겠지만, 그 눈빛은 단순한 호기심의 눈빛은 아니였다. 나는 마치 그들의 돈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옷을 사서 갈아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중국의 새로운 모습이다. 베이징이나 샹하이에서만 보던 세련되고 밝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새로운 중국이 아니다. 아직도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빈민들의 모습을 정면으로 맞딱드린 것이다. 핸드폰을 들고 인터넷을 하는 중국인들만 보던 내게, 아니 나뿐 아닌 세계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숨은 중국의 모습이다.
난 그 찝찝한 눈빛을 애써 피하며 홍메이를 찾아냈다. 사교성의 여왕인 홍메이는 벌써 사람들과 친해져 또 그 수다를 풀어놓고 있었다. 내가 온 것에 놀라는 홍메이에게 새로운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밤에 내쪽으로 오라고 말하고 돌아갔다. 아무리 좁아도 그냥 이런 의자에서 부대껴서 자는 것보다는 내쪽이 편할 것이다.......딴 생각 없다니까!!! 떡 못친다니까 거긴!!!-_-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씨발 여행을 갔으면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부대끼면서 지내야지! 혼자 씨발 깔끔떠냐!!!개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엿이나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금다발과 핸드폰, 기타 귀중품을 갖고 '서민적인 경험'을 위해 그런 짓을 하는건 여자가 가슴을 내놓고 군부대 내무실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괜한 만용이 멋진게 아니다. 멋진 여행을 위해서는 자신을 지키면서 최대한 경험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리로 돌아와 누워서 창밖을 보니 참 신기했다.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긴 했지만, 난 지금 엄청나게 큰 땅덩어리의 한가운데를 가로 질러서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정도 거리를 간다고 하면 아마 W자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 단지 한 지방에서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넓은 땅덩이리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난 하늘에서 12억이 사는 땅덩어리를 가로지르는 기차속의 내 모습을 이미지해보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6일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