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끝내긴 아쉽고, 솔직히 실감도 안나고.. 기록으로라도 남기고 싶어 올립니다.
님들도 다 보셨던 수능이라 재미는 없을 거에요. 웃긴 사건도 없고 그냥 평범한 수능 얘기에요.
음슴체로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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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문계 문과 여고생의 수능 후기임.
수능 전날엔, 내가 내일 수능을 본다는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음.
내가 내일 보는게 수능 맞아? 이런 기분..
시험 볼 학교에 도착해서 둘러보면서도 도저히 실감나지 않는 기분!
수시 1차가 올킬 상황이어서 정시도 고려해야되는데 이건 뭐 긴장도 안되고
아무튼 예비소집 갔다와서 다시 울 학교로 왔음.
마지막 야자라고 생각하고 학교에 남아서 언어 모의 하나 풀고, 사탐 좀 훑어봄.
그리고 집에가서 다 못 볼거 알면서도 사탐 교재 바리바리 싸들고 옴.
집에 와서는 좀 씁쓸했음. 9월 초에 내가 예상한 거랑 너무 달랐기 때문임..
난 내가 최저 없는 수시 1차에 합격해서 여유롭게 수능을 치른 후,
최저 등급이 있는 학교의 발표를 기다리며 재밌게 놀고 있을 줄 알았는데.
1년 동안 엄마아빠 등골 다 빼먹으면서 논술학원 다녔는데.. 다시 울컥했었음.
수능을 치렀던 분이라면 이 기분은 다들 아실 듯. 부모님 볼 낯이 없는 이 기분..
그치만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이 내일은 수능이었기에 저녁 시간에 잠시 수능특강을 훑어봄.
초조한 마음으로 본문보다는 주변 자료나 설명을 많이 봤음.
그리고 수능 전날이니만큼 오랜만에 엄마 옆에서 잠을 자는데 1시간 동안 시계소리만 들린다는 선배들 말과 다르게 5분만에 잠들었음. 꿈도 안 꾸고 푹 자고 일어나니 드디어 수능 D-Day.
아침에 오지랖 넓은 여고생들답게 친구들 다 기다려주고 다같이 모여서 교문 통과..
애들 얼굴보니 괜히 찡하고, 서로 안아주고 잘 보라고 난리치다가 드디어 고사장 입실.
우왕 내 자리는 복도 쪽 창가 옆 네번째 자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자리였음. 요샌 온풍기 빵빵하게 틀어줘서 더웠으면 더웠지, 복도 근처 자리라고 절대 춥지 않음.
언어 시간 전에는 파이널에서 예상 문제로 찢어온 시조 2개를 봤음. 물론 수능엔 안나왔음..
그리고 시험 시작.
뭐임? 진짜 하나도 안떨림. 이게 뭔지 모의고산지 뭔지. 평가원 모의때보다 더 안 떨림.
듣기도 그냥 풀었고 언어도 그냥 풀어나갔음. 난 문학에 약한 1人이었기에 시 부분을 꼼꼼히 봄.
그래도 나름 수능이라고 무의식중에 인식은 하고 있었는지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확인했던 것 같음.
답 확실한 거 보고도 다음 보기도 확인해보고.. 그래서 그런지 10분 남았는데 두 지문을 못 푼 상황.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서 평소에 언어만은 자신있었는데 헐 언어가 날 배신때리나 이런 생각 들고..
일단 마킹을 하고, 다음 지문을 보니까 웬 채권? 아 ㅅㅂ 경제 문제. 일단 넘어갔음.
마지막은 찍기 좋은 고전문학임. 게다가 처음 보는 부분이긴 했지만 대충 아는 내용인 <운영전>이었음.
대충 초반부만 읽다가 마킹하고 경제 지문은 다 읽었는데 도저히 그래프 문제는 풀 수 없을 것 같았음.
그래서 그래프문제를 안풀고 수험표에 답이나 옮겨적었음.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 인 듯... 내 답이 기억안나면 내 성격상 얼마나 불안해했을지 안 봐도 뻔하니깐.
그리고 쉬는 시간에는 그냥 아 그래도 언어 끝났다 이 기분으로 멍청하게 있다가 수리 영역 시작.
인문계 문과라면 다들 알 듯.. 수포자가 생각보다 엄청 많다는 거.
완전 백퍼 문과체질인 나 역시 수포자였음. 그러나 수능 때 자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서 그냥 2학년 때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풀었음. 하지만 1년 전 외운 공식따위 기억날리가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내 수리영역 점수는 연예인 김창렬씨와 똑같은 점수였음.
그동안 무시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점심시간. 유난히 수학을 좋아해 수리 영역 공부를 열심히 했던 친구가 울고 있었음.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웃기고 찡하고 그런데.. 달래주면서도 우린 밥을 꾸역꾸역 처먹었음.
왜냐면 점심시간이 50분 밖에 없어서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임. 그 친구도 먹다가 가끔 울컥하는 듯 했지만 밥은 참 잘 먹었음.. 양치질까지 완벽하게 끝내서 드디어 외국어 시작.
듣기는 솔직히 쉬웠던 거 같음. 듣기 문제집에 적응되서 그런지 좀 느린 거 같기도 했고. 근데 내가 ㅄ같은 게 듣기 시간엔 비행기도 안 띄운다는 소리 어디서 듣고 순간 흐트러져서 바깥 소리에 집중해봄. 우왕 진짜 아무소리도 안들리네 이 생각 하는 순간 한 문제 중간이 넘어가있음. 결국 그 문제 틀렸음. -_-
그리고 독해부터 헬파이어가 시작됨. 일단 꼼수를 써서, 틀릴 확률이 조낸 높은 빈칸은 넘어감.
내가 유난히 약한 유형들도 그냥 넘기면서 뒤쪽까지 다 풀고 다시 넘어오니 빈칸느님이 기다리고 계심.
읽어봤자 답이 보일리가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 네이트 댓글보고 진짜 공감했던게 빈칸추론이 아니라 빈칸 상상이라고.. 그 말이 레알인 듯.
유난히 외국어 시간에 집중이 안되서 중간에 기도하고 명상하고 별짓다함. 계속 꼼지락 거려서 감독관이 의심스럽게 쳐다보길래 진짜 선한 눈빛으로 감독관이랑 눈 마주치면서 선량하고 성실한 학생인 티 내려고 노력했음.. 외국어 영역 끝나고 나니 서서히 애들이 지쳐가는게 눈에 보였음. 나도 점점 지쳐갔기에 다크초콜릿을 진짜 입에 와구와구 처넣고 씹어 넘겼음.. 제발 체력 떨어지지 않길.
그리고 탐구 영역 시작. 난 최저등급이 중요했기에 탐구 시간에 급 예민해졌음.
내 1선택과목은 윤리. 수능날 통틀어서 윤리시험지 열기 전이 제일 떨리는 순간이었음..
다행히 헷갈리는 문제가 거의 없었음. 그리고 오답률 1~2위를 다투던 13번 문제.
지문이 순자인지, 한비자인지 헷갈렸지만 올해 예상 문제는 순자였고, 그 전 날 내가 수능 특강 주변 설명 볼 때 나왔던 지문이었음. 정말 운이 좋게도 난 그 문제를 아주 쉽게 맞췄음. 정말 끝까지 노력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돌아오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음.. 만점이라는 직감이 와서 어느정도는 안심하고, 다음 선택과목은 세계사. 2학년 때 정치, 세계사, 세계지리 중 고르라고 했던 사탐 과목 중 내가 스스로 고른 과목이었고, 배우는 동안 가장 재밌었기에 힘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과목이었음. 근데 내가 다른 사탐도 공부해봤지만 암기량이 정말 압도적으로 많아서.. 외우는 거 잘하거나, 역사 덕후 아닌 이상 추천하지 않음. 6월 9월 평가원 때 3등급이어서 점수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포기 하지 않았음. 근데 이게 웬 일임. 진짜 누구나 하는 기도 있지 않음. '내가 아는 것만 나오게 해주세요.' 이 기도가 이루어졌음. 물론 세계사 이번에 쉽기도 했지만, 정말 내가 유난히 잘 기억하고 잘 아는 부분에서만 쏙쏙 나왔음. 결국 한 문제 틀리긴 했지만 그건 몰라서 틀린 게 맞으니까 억울하진 않음. 다음 시간은 경제였는데 이건 버린 과목이었음. 대충 풀다가 그냥 찍었는데.. 그 때 쯤 슬슬 내 체력이 끝나가고 있는게 느껴졌음. 사회문화시간 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잘 수도 없었음. 사문 시간에 졸면 끝이니까.. 사회문화 시간인데 정말 체력이 급 저하되고 그 전 사탐 시간까지와는 다르게 집중력이 흐트러짐. 이래서 사문이 배신하는 사탐과목 1위구나.. 절실히 느끼면서 문제를 풀긴 풀었지만 감이 안 좋았음.
수능이 끝나고 나니 OMR카드 확인하느라고 방송으로 애들 부르고, 선생님 부르고 하는 시간이 무려 한 시간 동안 계속 됨.. 진짜 지루하고 짜증나 죽는 줄 알았음. 나와보니 이미 어둑어둑하고, 교문앞에서 같이 들어갔던 친구들을 만났음. 1년 동안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친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교문앞에서 부모님이 초조하게 기다리는 모습, 이미 나온 아들 딸을 끌어안는 모습. 전부 기억에 남음. 나도 우리 부모님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음.. 지금 나보다 더 초조하실거라고 생각하면서 가채점하러 친구들과 피시방을 갔음. 별 깨방정 다 떨면서 채점하고나니 다행히 최저등급은 맞췄길래 안심하고 엄마 아빠한테 전화드렸음. 좋아하시는 목소리 들으니 맘이 짠했음.. 물론 최저 맞췄다고 수시 합격 보장은 아니지만 확률이 많이 올라갔고.. 정시로도 운이 좋으면 인서울.. 혹은 수도권을 노릴 수 있는 성적이었음. 솔직히 어디가서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성적은 아니고, 많이 아쉬움이 남음. 그래도 모의에 비해 조금 더 잘 나오고, 선방은 한 거 같아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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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지루한 이야기를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해요.
참 쓸데없는 얘기가 많이 들어간 것 같지만, 저에겐 한 순간 한 순간 의미있는 내용이라서 다 썼습니다.
나중에는 다 좋은 추억으로 남겠죠.. 이제 남은 수시와 6교시 원서영역에 집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