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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자씨 결혼식

오시나타아 |2010.12.03 18:01
조회 488 |추천 2

71세 춤꾼 홍신자・70세 한국학자 베르너 삿세의 결혼식
Love is Play 나이, 인물, 장소, 날짜, 예식, 날씨, 옆에서 도운 전문가들. 단연코 <마이웨딩>이 올해 취재한 수많은 결혼식 중 최고의 독특한 결혼식으로 손꼽겠다. 신부 71세 신랑 70세, 한국인 홍신자 독일인 베르너 삿세, 제주돌문화공원, 한국학자 신랑이 선택한 10월 9일 한글날, 한글날 노래로 시작한다. 하늘연못을 걸어서 만나는 신랑 신부와 꽃을 뿌리며 춤추는 들러리들, 말 타고 꽃가마 타는 평양식 전통 혼례. 한국무용 현대무용. 서도 명창, 제주에서도 보기드문 청명한 가을 날씨. <마이웨딩>은 이 나이든 철없는 결혼식에 흥분했다.
하늘과 땅이 맛닿은 하늘연못 한가운데서 그들은 하나가 된다. 차이 김영진의 한복은 동서양의 만남. 자연과의 일치다. 신부는 전통 한지로 만든 소색 한복에 조바위를 쓰고, 신랑은 16세기 안동 김씨 가문의 저고리와 쓰개를 재현해 입었다.

비 온 다음 날이라 마치 파스텔로 그림을 그려놓은 듯 청명한 가을 하늘이다. 하늘과 땅이 만난 곳, 제주돌문화공원 하늘연못. ‘홍신자 시집가는 날’이란 이름으로 이곳에서 열린 결혼식은 공연과 예식이 어우러진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하객들이 연꽃차茶를 나누며 시작된 결혼식에서 홍신자 선생이 만들고 이끄는 ‘웃는돌 무용단’의 신부 들러리 줄리엣과 권영임이 꽃잎을 뿌리며 춤을 췄다. 제주대학교 금관 5중주단의 ‘그대가 있는 곳까지’ 연주곡에 맞춰 소국, 쑥부쟁이, 으아리 꽃잎들을 뿌렸다. “와~” 하객들의 환호와 함께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차이김영진 대표)이 지은 소색 한복에 조바위를 쓴 신부와 한지로 만든 한복을 입은 신랑이 양쪽에서 하늘연못을 건너와 만났다. 사회를 본 송순현 정신세계원 대표는 “동과 서, 남과 북, 자연과 예술, 사랑이 아주 조화롭게 꽃핀 환상적인 공연” 이라며 오늘이 한글날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고 귀뜸했다. 하객들은 미리 나눠 준 ‘한글날 노래’ 악보를 보고 한목소리로 부른다.“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노래를 따라부르던 하객들도 신이 났다. 신랑 베르너 삿세 교수는 독일인 최초의 한국학자로 유럽한국학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월인천강지곡’을 독일어로 처음 번역한 학자다. 결혼식에 한글날 노래를 부르자는 생각은 그에게서 나온 것이 아닐까. 이 결혼의 중매자인 노은님 화가, 디자이너 진태옥ㆍ한혜자ㆍ권형민, 사진작가 베르나르 크루거ㆍ김보하, <삶과 꿈> 발행인 신갑순, 쇳대박물관 관장 최홍규와 수많은 하객들. 그녀의 명성은 국제적이어서 하객들 중에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일주일 전부터 비를 걱정했던 홍신자는 “하늘마저도 우리를 축복하는 것 같다”며 천진하고도 귀여운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은 어머니 같으면서 또 항상 애기 같으세요.” 결혼식 의상 준비를 함께하면서 무심코 건넨 말이었는데, 소색 한복에 조바위를 쓴 신부를 보니 만혼의 신부인데도 수줍은 소녀 같고, 천사 같았다. 신부가 신랑을 향해 서서히 물길을 따라 걸어 나온다. 처음에 이는 잔물결. 신랑을 향해 다가갈수록 물결은 서서히 커졌다. 잔물결을 일으키며 천천히 다가서는 신부와 달리 성큼성큼 큰 물결을 일으키며 신부를 맞으러 가는 신랑. ‘청년의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구나.’ 바닷물처럼 밀려오는 청년의 사랑이, 자신이 큰 바다 위의 잔물결임을 깨달은 신부의 사랑과 만나 큰 바다를 이루며 하나로 출렁인다.

(왼쪽) 전국에서 모여든 하객들이 1300m2 규모의 하늘 연못가에 둘러 서서 꽃잎을 뿌리며 춤추는 들러리들과 신랑 신부가 만나는 퍼포먼스의 절정을 본다.

홍신자를 변화시킨 거대한 능력, 사랑. 신부를 맞는 환한 신랑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주르륵, 가슴을 소용돌이치게 만드는 순간. 권형민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신랑이 하늘연못 무대 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신부를 맞는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왔어요.”그러자 나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저도 바로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한 사람은 무대에서 먼 단상 끝에서 하늘연못을 보았고, 또 한 사람은 무대 바로 앞쪽에서 보았다. 비록 한 공간에서 본다 해도 무대와 떨어진 거리가 다르고 각도가 다르면 사람마다 눈으로 받아들이는 그림, 영상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눈으로 다른 것을 보았는데 같은 순간에 같은 것을 느꼈다. 말없는 단순한 몸짓이 사람을 울게 할 수 있다는 것도 감동이었지만, 이 결혼이 단지 시각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알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사랑. 홍신자는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설화가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에서 결혼하기로 한다. 설문대할망은 굶주린 아들 오백 명의 배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몸을 끓는 죽 솥에 던졌다. 이것은 비워내고 채워내는 끝나지 않는 헌신과 이해로 순환되고 연속되는 어머니의 사랑. 제주돌문화공원의 백운철 원장은 지난 9월 9일 오백장군갤러리 개관 특별 공연으로 홍신자 선생의 무대를 올렸다. 그 인연으로 이곳에서의 결혼식을 제안하게 됐다. 지금 보니 이 하늘 연못을 홍신자 선생의 결혼식을 위해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 속에 묻혀 하늘연못을 걷는 곱게 화장을 한 신부 홍신자는 마치 설문대할망의 부드러운 속눈썹을 사뿐히 밟고 있는 기분이었을까.

잔디밭으로 옮겨 서도소리 명창 박정욱(국악예술원 가례헌 대표)의 주례로 5시 30분부터 전통 평양식 혼례가 펼쳐졌다. 무용가 홍성림의 ‘태평무’, 남정호의 ‘현대무용’, 주례를 맡은 박정욱 대표의 ‘서도소리’로 축하 무대를 열었다. “신랑 출出” 소리와 함께 신랑과 신부는 ‘태풍이라 불리는 말과 가마꾼들이 이끄는 가마를 타고 등장. 곱디고운 꽃가마에 오른 신부 홍신자. 전통 평양식 혼례복 원삼을 입고 비단으로 감싼 4인교에 타고 입장했다. 특히 백발의 신랑이 춘향가의 그 대목처럼 끙끙대면서 신부를 업고 한바퀴를 돌자 하객들은 박장대소로 흥을 돋웠다. 신부는 “이왕 결혼하는 것이니까 멋있게 성의 있게 하고 싶었어요. 특히 비워내고 채워내도 끝나지 않는 설물대할망의 헌신과 이해 그리고 순환과 연속된 사랑을 뜻하는 하늘연못에서 결혼하게 되어 몹시 행복합니다.

“신랑은 “두 달 전 독일 헤센의 옛 성 부르크 슈타우펜베르크에서 가족끼리 상견례 모임을 했는데 오늘 제주도에서 전통 평양식으로 결혼하니까 더 의미가 새롭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기쁘지만 남과 북의 만남이자 동과 서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국토 남단 제주에서의 10월 9일 한글날 올리는 평양식 전통 혼례라 더 뜻깊지요. ” 또 신부는 “우리 존재의 본질은 바로 사랑. 어머니의 사랑이 아닐까요.”한다. 잔칫집에 국수가 없어서는 안 된다. 전통 혼례가 끝나고 피로연이 이어지고 300여 명의 하객들은 하늘연못 이곳저곳에 자유롭게 앉아 국수와 순대를 곁들인 막걸리를 먹고 마시며 즐거워진다. 즐거워지면 자신과 남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까 더 행복해진다.



1 남과 여, 동양과 서양의 만남, 예술과 자연 그리고 사랑과 결혼의 신성함이 조화된 환상적인 공연에 하객들은 환호를 그치지 않았다.
2 결혼식 퍼포먼스의 사회를 맡은 정신세계원 송순현 대표. 그를 홍신자 선생은 ‘봄날’로 부른다.
3 하늘연못에 걸린 청사초롱.음과 양, 남과 여를 뜻하는 청사초롱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안내할 때 주로 쓰던 것이다. 청색은 음, 홍색은 양을 뜻한다.
4,5 신부 들러리인 ‘웃는돌 무용단’ 권영임의 춤추는 모습. 왼쪽 페이지 퍼포먼스를 마친 후 하객들에게 신랑 신부가 인사를 올린다.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 그녀의 결혼식에는 수많은 하객들이 몰렸다.

Love Story
첫째는 잘생기고 박식한 신랑이 무용가인 한 여인에게 구혼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2년 전 처음 재독 화가 노은님의 서울 전시에서 삿세 교수를 보고 홍신자는 노은님 화백에게 대뜸 “저 사람이 내 남편”이라고 말했다는데 정작 이 일을 홍신자는 그 순간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합니다. 작년 11월 두 사람이 노은님 화백을 통해 담양에서 다시 만나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남자는 점차 여인의 마음을 얻어갑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결혼하기로 합니다.
둘째는 담양에 사는 남자를 깊게 사랑하는 순결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자가 그녀의 마을을 지나면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그녀의 특별한 아름다움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훔치려고 합니다. 사랑이 그 안에 있고 그녀도 그 사랑 안에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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