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톡에서 눈톡하고 댓글만 달다가, 이렇게 처음 글을 써 봅니다.
많이 모자르지만, 잘 봐주세요. ;)
전, 미쿡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아.
미국 정부에서 장학금(학비)을 지원해주는, '미 국무성 교환학생' 이라는 남다른 타이틀도 지니고 말이죠. 외고에 떨어지고(설상가상으로 외고 불합격이라는 딥패닉에 일반고등학교 진학후에도 성적이 곤두막칠 치고 있었습니다.), 좌절하고 살길을 찾아 헤매 봤더니 여기에 도착해 있더라고요.
외고에 떨어지면, 인생이 지나? 왜 난리야? 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저도 제가 참 한심한 놈이었네요.) 전 엘리트 길을 가지런히 밟아오던, 그야말로 드라마에서만 나올법한 그런 놈이었거든요.
부모님이 원하시는데로. 정도(正道)를 벗어나지 않고, 늘 착한 아이였달까요. 경력<?>도 남들이 보기엔 '재수 똥'이라고 생각할 만큼 많이 쌓아뒀구요. 이대로만 가면 내 인생 장미꽃 멀지 않다, 자신해왔었죠. 그렇지만, 그만큼 부모님의 기대도 날이 가면 갈수록 높아지고, 남들의 시선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이나 늘어났습니다. 양 어깨가 당장이라도 탈골될 만큼 무거웠었죠.
그런데 그런 시점에, 화끈하게 외고에 떨어졌으니, 정말,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찾아오게 된 미국.
지금도 낯설은 미국이지만, 처음 한 두달간은 친구고 나발이고 인간관계는 고사하고, 적응하느라(저희 학교는...숙제도. 시험도. 모두 기막히게 많습니다.) 죽을것 같았답니다.
언어의 장벽 이라는게. 내가 아무리 10년동안 조기교육,주입식 교육을 통해 교육받았더라도 쉽게 뛰어 넘을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아무리 집중을 해도 '단어,단어'만 들리니...하하.(이 때 주입식 교육에 한계를 깨닳았더랬죠..단어 단어만 들리는 건 결코 유쾌하지 않습니다. 이어져서 해석이 안되거든요.),
말이 안통하니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원치 않던 오해도 알게 모르게 한가득 쌓였었답니다. 아직도. 그 오해를 미쳐 다 풀지 못한 사람들이 꽤 있어요.(네, 4개월이 조금 지난 지금. 아직도 전 스피킹이 미숙합니다.)
마지막 기회다, 정말 최선을 다해 잘 해보자.라는 다짐이도 하루에도 수십번 깨지고 굳혀지길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죽을똥 살똥 열심히 살았습니다. 때론 일주일 밤을 거짐 새햐얗게 태우기도 했습니다.
사실, 한국 고등학생들한테는 못 미치겠지만,(그래도 여기나 저기나 고등학생은 참 힘든 기간인 거 같네요.) 요즘도 잠을 마음놓고 자는 날은 없어요.
그렇게 살기를 4개월,
세상에 태어나서 최고로 감동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바로,
"I trust you.
난 널 믿는다."
제가 무지무지 힘들어하던 과목(끄억. 아직도 과거를 생각하면 울것 같아.)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답니다.
중요한 과제들중 한뭉터기(반 정도?)를 그만, 인간의 본성인 '망각'의 힘에 휩쓸려 기숙사에(학교와 떨어져 있습니다. 차로 무려20분 거리.)
놓고 온거죠. 점수도 많이 나가는 거여서... 참 속상했는데. 저에게 ,난 널 믿는다. 점수처리는 미리 해 놓을테니(저희는 매 주 성적마감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도가 있답니다.때마침 날잡아서 금요일이었더랬죠), 월요일 아침에 다시 검사 맡으러 오라. 고 하시더라구요.
순간 울뻔했습니다.(아...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하면, 뭔가 찡- 합니다.)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내가 외국인이라서 봐 준게 아니라, 날 진심으로 믿어주면서 해 주신 말씀이어서(사람과 사람간에 진심이 느껴질 때가 있잖습니까...) 더 감사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인생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솔직히, 한국에선 제게 그런 말을 해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 늘 미래에 부담감만 한가득 지고 다녔고, 그런 부담감을 주는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거야' 라고 말하던 어른들은 제게 '부담감과 불안정한 미래' 만 줬었거든요. 날 믿는다는 말은 기대하지도 못할 만큼. 나에 대해 늘 전전긍긍하면서, 기대만 잔뜩 하면서, 부담감만 한가득 지워주면서. 말이죠.
(진심으로 그랬겠지만, 지금도, 저는 그 사람들한테 하나도 고맙지 않아요.)
아직도 한국에서의 생활은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아직도 전 넘어야 할 산이 한가득이고.(얼마전에 부모님께서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는 한번도 정식응시 해보지 않았던, 1월달 토플에서 90점을 따라는 -현실적으로 제가 이정도는 아니거든요,게다가 저희는 1월달에 학기 기말이 있어요.- 특명이었답니다. 안그러면, 더이상 외국에서 공부하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덕분에 전화로 크게 한판 벌이고, 한동안 씩씩거렸습니다아.) 내 앞에 놓여진 장애물이 얼만큼인지도 캄캄해요.
하지만, 이렇게 진심이 담긴 한마디 덕분에, 저는 저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견디고, 내게 보이는 아주 조금한 빛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어요..
I trust you.
난 널 믿는다.
영어로도, 미국어라도 정말 짧지만서도, 불끈 힘이 되는 한마디 이더라구요.
여러분.
각자가 남들은 상상도 못할 무거운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잖아요, 주변에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힘들때, 진심을 다해,
난 널 믿어. 라고 말해주세요.
마치, 공익광고 돋는 말이긴 하지만, 그 말을 듣는 그 사람은, 그 순간, 세상이 참 예쁘게 보이고, 정말 살고 싶어진답니다.^^!
그럼 이만 줄일께요.
읽어주신 톡커분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