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어머니 정말 저와 남편의 사이를 못 갈라 놓아 안달나신 분 같습니다
시어머니께서 편찮으실 떄 저희 집에 와 계셨는데
진짜 하루 여섯 끼 식사 챙겨드리는 거며 ( 편찮으셔서 조금씩 자주 드셔야 했습니다. 반찬 투정은 어찌나 또 심하신지. ) 하루에도 몇 번씩 씻겨 드리는 거며
며느리의 도리라는 걸 알기에 하긴 하면서도 힘들고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 보다 더 힘든 건
제가 잠깐이라도 볼일이 생겨 집을 비우면 그렇게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애미가 밥을 안 챙겨준다' '애미가 나 귀찮아서 나 두고 집에 안들어온다. 무서워 죽겠다.'
아니 저도 핸드폰 있.. 어요 어머님!!!!!!!!!! 저한테 전화를 하시면 되잖아요!!............ㅠ_ㅠ!!
남편한테 전화한다고 일하고 있는 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남편이 합리적인 남자라고 해도 계속 당신 엄마한테 며느리 험담이 담긴 전화가 오면 제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겠죠
처음엔 '편찮으실 동안만 계실 거고, 집에 오면 내가 모실테니 나 일 하는 동안만이라도 당신이 신경 좀 써 달라' 라고 좋게좋게 얘기하던게 반복되니까 일이 커져 싸움이 되는 일도 한 두번 생기게 됐어요
정말 시어머니가 그렇게 싫고 미울 수 없었죠
그렇게 한 달 쯤 지내는데 일이 터졌어요
아직 철이 덜 든 딸 아이가 할머니 외출하신 틈을 타서 울고 불며 지 아빠한테 할머니랑 같이 살기 싫다고 매달리더라고요
처음에는 당황하고 또 도덕적으로 그러면 안될 거 같아서 딸을 꾸짖었는데
딸 아이가 아빠를 앉혀놓고 숨도 못 쉬고 울면서 하나하나 말을 하더라고요
'할머니랑 같이 살기 전엔 엄마랑 아빠랑 안 싸우지 않았냐'
'할머니가 맨날 어려운거 물어봐놓고 내가 대답 못하면 니 애미가 뭘 가르쳤길래 그 것도 모르냐고 묻는다. 나 학교에서 똑똑하다고 칭찬 많이 받는다. 우리 엄마는 잘 가르쳤다. 할머니가 뭘 모르면서 엄마 흉 보는거 싫다.'
'아빠가 퇴근하고 와서 일 하는 것도 문제다. 아빠 있을 땐 아무 말도 안하다가 아빠 출근 하고 나면 엄마한테 집에서 놀면서 남편한테 집안 일도 떠맡긴다고 또 욕한다. 난 도대체 엄마가 뭘 잘 못 한 지 모르겠다. 할머니 아빠 엄마지 않냐. 엄마는 할머니 한테 받은 거 하나 없으면서 이정도면 도리껏 했다.'
골자는 저래요.
처음엔 애 아빠도 저도 버릇없다고, 그러면 안되는 거라고 혼을 냈는데
애가 물러서질 않고 할머니가 병원만 가면 발작을 하니까 혼을 내다내다 안되서 애 아빠가 결국 백기를 들고 장남인 시아주버님 댁으로 시어머니를 모셨어요
그 댁은 애들이 다 컸으니까 적어도 정서 불안을 가져오진 않을거라고 하면서요.
정말 그대로 뒀다간 딸이 정신병이라도 걸릴 것 같았어요
사실 애를 혼내기야 혼냈지만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예뻤는 지 몰라요
마음같아선 안고 뽀뽀하고 용돈이라도 잔뜩 쥐어주고 싶었는데
교육상 쓴 소리만 했네요
진짜 여기니까 적는 말이지만
하늘에서 천사라도 강림한 줄 알았음 ㅠ_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형님네에서 모시고 계시는데
병이 다 나으셨는데도 가실 생각을 안 해서 그 집도 말이 아닌가 보더라고요
.. 우리집에서 그러셨다고 생각하면 생각만해도 정말.. 하아..
딸 아이가 저희 친정 부모님을 정말 좋아해요
뭐 별건 없고 맛있는거 잘 사주시고 하니까 어린 마음에 좋은 거겠지만
요즘은 아빠를 졸라서 주말마다 저희 친정에 가려고 하네요
애 아빠도 몇 번은 그냥 가다가 너무 자주 드나들기 민망했는지
장모님께 죄송하니까 용돈이라도 좀 올려드리는게 어떻겠냐며 넌지시 제게 말을 하네요
우리 엄마 아빠 자주 보는 것도 신나 죽겠는데
용돈까지 올려 드리자고 하니 /_/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늘 둥둥 나는 기분이에요
이 맛에 딸 낳는 건가요 ㅠ_ㅠ 하아
남편이 이렇게 나오니 미안하고 고마워서라도 형님댁에 자주 들려 일 거들고 시어머니 잔소리 들어들이고 하게 되네요
마음도 관대해져서 그런가 나이드신 분이 심심하셔서 하시는 말씀인데 뭐 신경쓸거 있냐 스트레스 받지 말자, 라고 생각하고 자주 상대해 드리게 되고
그리고 조금 영악을 떨어서 남편이 옆에 있을 떈 더 호들갑 떨며 시어머니께 전화하고 하니
남편도 더 저희 부모님께 신경쓰려고 하고
정말 딸 덕분에 만사가 잘 풀렸습니다
너무 행복하네요 요즘은
혹시 시어머니로 너무 힘드신 분들 계신다면
내가 남편과 싸우는 건 너무 감정 소모도 심하고 또 결과도 뻔하니까
그래도 남편이 딸자식은 못 이기더라고요
따님께 넌지시 도움을 청하는 건 어떠신가 하면서
이만 글 마무리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