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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귀거래사 (新歸去來辭) 14

김명수 |2003.12.13 12:32
조회 253 |추천 0

 

신 귀거래사 (新歸去來辭)

 

 

                                                  14

 

 

집집의 추녀에 메주들이 매달리기 시작했다. 매달린 메주아래서 김장들 담그는 손길이 분주하지만 예전처럼 신명이 나지 않는 모습들이 완연하다. 예전의 김장하기는 품앗이를 할 정도로 양도 많았고 겨울나기위한 대사였기에 김장하는 날은 잔치 집처럼 떠들썩하고 분주하였지만 이제는 주부 혼자서 몇 포기 정도로 끝내는 모양이다.


 

매달린 메주도 옛날처럼 추녀가 부러질 정도의 많은 양이 아니라 눈으로 숫자를 헤아릴 정도로 적은 양들이다. 하기야 시절 좋은 세상인지라 굳이 힘들게 가정에서 겨울나기 양식을 만들 필요도 없어졌고 그만한 노동력도 없다. 노인들만 옛집들을 지키고 사는 시골로 변한지 오래지 않는가. 장류와 김치가 입맛에 골라 먹을 만큼 다양한 제품들이 공장에서 대량생산 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귀찮고 힘든 일을 누가 하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대가족도 아니다.


 

서울 사는 아내의 친구가 우리 집에 다니러 왔다. 가끔 시간이 나면 다니러 와서 며칠 쉬다가곤 한다. 갑자기 온 손님인지라 아내는 밥부터 준비하는 데 마당 텃밭에 제멋대로 자란 겨울 초를 뜯어다 시래기로 삶아서 된장을 지져낸다. 아무런 조미도 없이 굵은 다시 멸치 몇 마리 넣고 지져낸 시래기 된장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사실 시래기 된장은 생멸치를 넣고 지져야 한 맛이 더하지만 손가는 대로 대충 끓여내나보다. 서울 손님은 시래기 된장 맛에 혹하여 밥을 두 공기나 비우며 연신 된장 맛에 혀를 내두르니 아내의 눈가엔 웃음이 시종 맴 돌고 있다.


 

장 담그기의 시작이 어느 때부터인지는 모르나 문헌상 나타나는 것은, 삼국사기 신문왕 삼년에 왕비를 맞이할 때의 납폐 품목에 간장, 된장이 있다. 왕비 납폐 품목에 장류가 있다는 것은 당시 이를 귀하게 알았음을 알 수 있으며 그 당시에도 장류는 일상적인 반찬이었나 보다.


 

장담그기는 가정에서 했으며, 집집마다 다른 장맛이 오늘날 까지도 전승되어 왔지만 이제는 노인들만 장담그는 방법을 알고 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면 우리 집 된장의 맛도 풍화된 세월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 집 장맛은 친지들 지간에 소문이 났을 정도다. ‘보수 표 된장’ 부산에 있는 우리 집이 보수동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집 된장 맛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면 된장 조금만 달라고 때를 쓸 정도로 소문나 있다.


 

나는 시골로 이사를 온 후 텃밭에 이것저것 남이 하는 대로 채소류를 심었다. 콩도 몇 십주 심어서 풋콩 삶아 마당에 앉아서 심심풀이로 잘 먹었다. 노란 달빛 냄새를 풍기며 씹어서 꿀꺽 삼킬 때마다 산뜻한 바람 냄새가 나는 맛은 진정으로 촌스런 맛이다. 어릴 적 아슴한 콩살이 기억의 맛을 살리고자 검불을 모아 불을 지피고는 아직 풋기가 덜 가신 콩을 뽑아다 콩살이도 해본다. 불기가 너무 세면 콩살이 하기에는 좋지 않다. 검불 불을 후후 불어내며 노릇하게 익은 걸 주워 먹는다. 그 맛이 어찌 콩밭에 마음을 둘 만큼 어른아이 다르겠는가.


 

콩은 농약을 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병충해가 없는 편이기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무럭무럭 잘 자란다. 푸른 콩 잎은 된장독에 박아 장아찌로 만들면 겨울나기 훌륭한 반찬이 된다. 콩잎국도 끓이고 된장찌개에도 넣는다. 누런 단풍콩잎도 삭혀 젓국에 무치거나 갖은 양념으로 조미하면 하얀 쌀밥과 잘 어울리는 맛깔이 밥도둑이 되기도 한다. 여름 오뉴월에 푸른 콩잎을 물김치로 담아서 한잎 한잎 걷어 밥을 싸 먹으면 밥알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메주는 보통 음력 시월에 끓인다. 메주 맛이 바로 장맛이기에 메주 쑤는 날은 손 없는 날을 택일하여 정성을 다 들였고, 장담그는 날은 어떤 집은 금줄까지 치고 장을 담구었다. 어머니는 밤새 불린 메주콩을 가마솥에 붓고 새벽부터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 메주를 쑨다. 아랫목 장판이 눌어 검게 변할 때 까지 불을 때고 나면 가마솥에서 콩 익는 냄새가 마당까지 폴폴 풍겨 나오고, 그 구수한 냄새에 온 집안이 들썩인다.


 

아이들은 힐끗힐끗 어른들의 눈치를 살피며 슬쩍 건져낸 삶은 콩을 호호 불어 식혀서 동무들에게 쪼끔 나누어주고는 또래들에게 우쭐거린다. 너무 많이 먹으면 똥 싼다는 지청구를 먹으면서도 한줌 두줌 주어먹다 보니 어느새 배는 콩 배로 불러 물 한 사발 마시면 그 밤부터 숫제 뒷간서 살아야 한다.


 

푹 삶아 더운 김을 날린 후 절구에 넣고 공이로 짓찧는다. 너무 보드라우면 잘 뜨지 않으므로 듬성듬성 대충 찧은 콩을 모양을 잡아 잘 다독여 그늘에 한번 말린 후 짚으로 돌려 맨다. 안방 시렁이나 추녀에 매달리면 짚에 메주를 띄우는 황국균이라는 하얀 곰팡이가 메주를 띄우는 것이다. 짚은 메주를 띄우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내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시래기 된장 맛에 혹한 모습이 흥겨웠는지 읍내에 가서 비지를 얻어오라 채근한다. 읍내 시장에서 두부공장을 하는 친구가 있다. 잘 불린 콩에 물을 넣어 가며 맷돌에 간 다음 가마솥에다 끓이고는 무명 자루에 넣고 짠다. 이 때 흘러내리는 유백색 액을 콩젖이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두유다.


 

자루에 남은 찌꺼기로는 비지를 만든다. 예전에는 이 비지를 띄워 멸치를 넣거나 돼지 뼈와 신 김치를 넣어 끓여낸 비지찌개는 별미였지만 친구네 두부공장에서 나오는 비지는 모두 사료로 가져간단다. 비지도 잊혀져가는 중이다. 아내의 맛 솜씨중 하나가 된장 한 술 풀고 시래기 넣어 끓인 비지찌개이기에 그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인가보다. 비지찌개는 쌀쌀한 찬바람이 불어올 때 먹어야 별미로 어울리는 겨울 맛이다.


 

흔히 말하기를 김장은 겨울 농사, 장은 일년 농사라고 했다. 우리 속담에 “집안이 망하려면 장맛부터 변한다.”는 말이 있으며 예로부터 명가의 규수가 되려면 서른세 가지 장 담그기, 서른세 가지 김치 담그기, 서른세 가지 두부를 만드는 솜씨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집집마다 매달린 메주아래 김장 담그는 모습들이 정겹기는 하지만 흥이 나지 않는 것은 보는 내게도 안쓰럽긴 마찬가지다.


 

아내도 어머니의 장담그는 것을 굳이 배우려 하지도 않지만, 어머니도 애써 전수할 생각도 없으시다. 서로가 필요성을 느끼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만 어머니의 장맛에 길들어진 나는 그 맛을 잊을까 두렵기만 하다. 메주를 띄우고, 장을 담그고, 김장을 하는 풍경도 앞으로는 보기 힘든 귀한 풍경이 될 날도 멀지 않은 것만 같다.

 

 

                                                          2003, 12, 13

 

                                                  김 명 수

 

.. 연속듣기 따로 듣기는 제목 클릭 하세요 얼굴 신 영옥 1.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2.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 나래 구름 속에 나비처럼 날으던 지난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 * 아직도 못 다한 사랑 * 김 란영 1. 오늘도 갈대밭에 저 홀로 우는 새는 내 마음을 알았나 봐, 쓸쓸한 바람에 아득히 밀려오는 또렷한 그 소리는 잃어버린 그 옛날의 행복이 젖어 있네 외로움에 지쳐버린 내 마음을 어떻게 말로 다 하나요 난 몰라요 이 가슴엔 아직도 못 다한 사랑 2. 지난밤 꿈속에서 저 홀로 우는 여인 내 마음을 알았나 봐, 쓸쓸한 바람에 아득히 밀려오는 또렷한 그 소리는 잃어버린 그 옛날의 행복이 젖어 있네 외로움에 지쳐버린 내 마음을 어떻게 말로 다 하나요 난 싫어요 돌아와요, 아직도 못 다한 사랑 난 싫어요 돌아와요, 아직도 못 다한 사랑 ************************************************** 이별 노래 이 동원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 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나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 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 ************************************************ 희나리 구 창모 사랑함에 세심 했던 나의 마음이 그렇게도 그대에게 구속이였소 믿지 못해 그런것이 아니 였는데.... 어쩌다가 헤어지는 이유가 됐소 R내게 무슨 마음에 병 있는 것처럼 느낄만큼 알수 없는 사람이 되어 그대 외려 나를 점점 믿지 못하고 왠지 그런쪽에 가깝게 했소 나의 잘못이라면 그대를 위한 내마음에 전부를 준것 뿐인데 죄인처럼 그대 곁에 가지 못하고 남이 아닌 남이 되어 버린 지금에 기다릴수 밖에 없는 나에 마음은 퇴색하기 싫어 하는 희나리 같소 ****************************************** 천년 바위 박 정식 동녘저편에 먼동이 트면 철새처럼 떠나리라 세상 어딘가 마음줄곳을 집시되어 찾으리라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부질없는 욕심으로 살아야만 하나 서산 저 넘어 새벽이우면 접으리라 날개를 내가 숨쉬고 네가 있는곳 기쁨으로 밝히리라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부질없는 욕심으로 살아야만 하나 이제는 아무것도 그리워말자 생각을 하지말자 세월이 흐르는 길목에서서 천년바위 되리라 천년바위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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