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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B.N.Q4

농구왕김타자 |2011.03.17 13:38
조회 919 |추천 8

그로부터 얼마 후 영민은 마침내 공포의 4호실 문이 열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날은 영민의 전투장구를 수령받는 날이었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얼마 후, 주임원사와 보급반 상병 한 명과 함께 영민은 B N Q 4호실 앞으로 갔다.
철커덕.
상병이 열쇠로 문을 열고 고리를 돌리자 삐거덕, 하는 소리가 났다. 마치 오래된 고성(古城)의 대문을 열었을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조금 긴장이 되는 영민. 그러나 상병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문을 확 열어버린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 아... 이 시체 냄새. "

상병이 장난스런 목소리로 혼자 지껄이자 대번에 주임원사의 주먹이 상병의 뒤통수를 갈긴다.

" 시끄러 임마. 너희들 여기 청소 안하지? "

" 예? 합니다. 해도 이렇습니다. "

" 이 자식들 똑바로 안하니까 그런 거지 "

상병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전투장구가 쌓인 곳으로 갔다.

B N Q 4호실. 그 곳은 영민이 생각해왔던 것만큼 그렇게 무시무시한 곳이 아니었다. 아니 전혀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벽 구석에는 시커먼 거미줄이 좌악 쳐 있고 바닥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엉뚱한 상상까지 해봤던 영민으로선 그저 싱거울 따름이었다.
정말로 사방으로 침구와 매트리스가 천장까지 쌓여 있고 한쪽에는 전투 장구류가 수북할 뿐이었다. 그렇게 용도만 다를 뿐, 내부는 여느 1, 2, 3호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 이하사! 너 군번이 어떻게 되지? "

" 예? "

" 군번........ "

" 예. 01-500332입니다. "

" 음...... "

주임원사와 상병은 전투장구 관리기록부에다가 뭔가를 마구 쓰더니 이윽고 한아름의 전투장구를 영민에게 건넨다.

" 가자. "

그렇게 아무 일(?) 없이 금방 4호실을 빠져 나오는 영민. 그러나 4호실은 확실히 다른 호실에 비해 꼭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4호실 어디에도 거울이 없었던 것이다. 하긴 창고로 사용되니 무슨 거울이 필요하나마는, 그래도 영민은 그 사실에서 뭔가 의도적이고, 심상찮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거울을 치워버린 듯한 그런 느낌......
전투장구를 가지고 1호실로 들어오자 뜻밖에 전빈영 하사가 침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영민으로선 그다지 대면하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물론 그런다고 곱게 사라져줄 얼굴이 아니었다.

" 필승! "

영민은 즉시 전투장구들을 내려놓고 큰소리로 경례를 붙였다. 그러나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대는 전빈영 하사. 올린 손을 내리지도 못하고 계속 전빈영 하사만 주시하고 있는 영민. 이윽고 전빈영 하사가 담배를 끄더니 문득 영민에게로 다가온다.

" 너 요즘은 귀신 안보이냐? "

" 예? "

" 귀신 본 적 있잖아? "

" ......! "

또다시 느닷 없는 소리다. 불안해지는 영민.

" 조심해라. 너 주위에 지금 하나가 맴돌고 있다. 삼촌은 아냐. "

순간 전율을 느끼며 뒤돌아보는 영민. 그 곳엔 거울이 있었다. 그 거울 속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전빈영의 눈초리! 등골이 오싹해지는 영민. 도대체 이자의 정체는 뭔가?
자신이 예전에 귀신을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짝 긴장해 서있는 영민을 스치듯 지나쳐나가는 전빈영. 싸늘한 냉기가 전해진다. 이윽고 혼자 남게 된 영민. 거울 속에는 이제 분명히 자기 얼굴밖에 없으리라......

그 날 저녁.
시끌벅적한 B N Q 1호실.
모두들 모여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영민은 이제 B N Q 대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막내로서의 수많은 일들을 하기 시작했었다. 청소, 고참 심부름, B N Q 정리정돈......
지금은 바로 윗기수인 박기우 하사와 함께 저녁 간식용 감자를 삶고 있었다. 감자를 삶고 있는 쿠커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자 영민은 군침이 돌았다. 군대 오기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감자였는데......

" 감자 드십시오. 감자 다 됐습니다. "

이윽고 감자가 다 삶아지고, 박기우 하사가 고참들을 향해 외치면 영민은 그릇에다가 열심히 감자를 담아냈다.
그러는데 누군가의 볼멘 소리가 들려왔다.

" 야! 기우! 또 감자야? "

Q장 동기인 송준성 하사였다. BNQ 최고참 하사중의 하나다.

" 난 라면 끓여 줘 임마. "

" 예? 주임원사님께서 감자 다 먹기 전에는 절대 라면 먹지 말라고 해서 말입니다. "

" 임마, 그렇다고 맨날 감자마 삶아주냐? 응? "

" ...... "

" 내가 북한 사람이냐? 감자만 먹게? "

할말을 잃고 그저 겸연쩍은 웃음만 지어 보이는 박기우 하사. 그 때 Q장인 배승환 하사가 상황을 종료시킨다.

" 야, 준성아 그냥 먹어. 감자 맛있어. 라면은 안돼. 끓이면 금방 냄새 풍기고 병들 알게되면 안좋아. 야 빨리 이쪽으로 좀 가져와라. "

그러자 얼른 제일 큼직한 놈으로 골라 담아서 배승환 하사 앞으로 가져다주는 영민.

" 야! "

다시 볼멘 소리의 송준성 하사.

" 예? "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영민. 그러자 영민을 잠시 빤히 바라보는 송준성 하사. 그 눈빛은 그대로 맹수의 그것처럼 느껴졋다.

" 난 설탕도 갖다 줘! "

" 예. 알겟습니다. "

진땀을 훔치며 급히 달려가 설탕을 꺼내는 영민.

" 야! 애들 다 불러서 감자 먹으라고 해. 응? "

" 알겠습니다. "

Q장의 지시에 얼른 밖으로 튀어나가는 박기우 하사.
B N Q 안은 잠시 감자 먹는 소리와 TV소리 뿐이다. 영민도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약간 들 익었거나 탄 감자들을 허겁지겁 먹어댄다.
꿀맛이다.

" 야, 기우. "

" 예? "

한참 감자를 맛나게 먹고 있던 박기우 하사가 Q장의 부름에 움찔 놀라며 바라본다.

" 빈영이는 왜 안와? 안 먹는데? "

" 예. 안 드신다고 해서 말입니다. "

" 그래? "

" 글마 아까 저녁도 안뭇따 아이가? "

옆에서 끼어드는 이는 부산에서 온 박 원 하사다. 첫 날 영민에게 앉으라고 윽박을 질러댔던 박하사, 박 원, 송준성, 전빈영, 그리고 Q장 배승환 하사. 이렇게 네 명이 BNQ 최고참 하사들이다. 그야말로 B N Q 내 절대강자 4인방인 것이다. 그들 모두는 이제 영외 거주를 3개월 앞두고 있었다.

" 야, 쪼매 가따 주봐라. 어? "

" 아이, 놔 둬. 안 먹겠다는데 뭐하러 억지로 주냐? "

Q장이 박하사의 말을 저지시킨다. 일어났던 영민이 다시 슬그머니 앉으며 박하사의 눈치를 살폈다.

" 놔뚜라. 그럼. "

박하사도 더이상 말을 않고 묵묵히 감자만 먹는다.
영민은 별안간 낮에 전빈영 하사가 했던 말이 다시금 상기되었다.

" 조심해라 너 주위에 하나가 맴돌고 있다. "

추천수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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