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완이가 쥐고 있는 마우스를 뺏아 쥐었다. 나에게 마
우스를 뺐긴 멍하니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주완을 한번 힐끔 바라본 후 마우스로 우리 눈앞에 있는
모니터의 화면을 밑으로 잡아 내렸다. 사진이 보였다. 1장
의 사진이었다.
목이 없는 사람의 사진...
손의 떨림은 금세 전신으로 퍼지고 있었다. 단지 목없는 시
체 사진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 사진의 등에 나 있는 흉터를 보고 있었다. 주완이
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른쪽 겨드랑이 밑 10cm 부분에
난 상처자국을. 꼭 칼로 그은 듯한 상처자국은 오른쪽 겨드
랑이 부분부터 등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이 상처..."
나와 똑같은 생각을 주완이도 하고 있었다. 나는 심하게 떨
리는 주완이의 목소리에서 그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상처..."
목욕탕에서 수십번은 본 상처였다. 화석이 등에 난 상처자
국.. 이런 상처를 가진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화석이 등
에난 수술자국과 이 사진의 등에 있는 상처자국은 너무나
도 일치했다. 나는 하마터면 다리가 후들거려 그자리에서
주저 앉을 뻔했다. 간신히 그것만은 버텼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이런..."
주완은 아주 천천히 떨리는 고개를 가로젖고 있었다. 아니
라고 머리속에서 부정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야. 아닐거야. 그냥 사진이잖아.. 이건..."
하지만 방금전 본 동영상과 이 시체사진은 뭐란 말인가?
불길한 상상은 현실이 되어 있었다. 혹시나 했던 생각이 사
실로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야.. 이거 그냥 모형이잖아.."
주완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세게 일어나는 바람에
앉아 있던 의자가 뒤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빠졌다.
"그냥 모형이라구.. 이딴게 화석이일리가 없잖아.. 그렇지
지혁아?"
"진정해.."
"아니야. 아니라구. 야 새끼야. 아니라고 말을 해보란 말
야!!!"
주완은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 질러댔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을 낼것 같았다. 내 머리도 혼란스러웠다.
"주완아!! 제발 진정해!!"
이 시체사이트에 등록을 한 화석은 그 다음날 사라졌다. 그
리고 새로 등록된 자료.. 새로 등록된 자료란 바로 화석을
가리켰던 거였다.
도데체 뭐란 말인가? 이 사진이 정말로 화석이라면.. 이 사
이트는 도데체?? 나는 손으로 머리를 쥐었다. 머리가 쪼개
지는 것 같았따. 이딴게 화석이 일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
만 거세게 뛰는 심장은 진정되지를 않았다.
"지혁아.. 뭐라고 말좀 해봐.. 아니라고 말을 해보란 말야
..."
그 순간이었다.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 모든 컴퓨터가 꺼
져 버렸다. 컴퓨터뿐만이 아니었다. pc방을 은은하게 비추
고 있던 삼파장 황색 전등도 순간적으로 모두 나가 버렸다.
어둠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동시에 공포가 밀려왔다.
"뭐야?"
순간적으로 컴퓨터에서 나오던 팬소리와 라디오소리들이 사
라진 정적의 공간에 주완이의 말이 울려 퍼졌다.
"정전인가?"
"아까 그 새끼 일꺼야.. 좀 전에 건물 현관문 잠근새끼..
그 새끼가 휴즈를 내린거라구.."
"야.. 잠깐만.."
주완이는 이성을 잃고 있었다. 방금 본 사진이 주완이의 이
성을 마비시켰다.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주완이는 내
옆을 스쳐 지나 카운터를 돌아 PC방의 문쪽으로 가고 있었
다. 어두워졌지만 매일 생활하던 장소라 익숙한 모양이었
다.
"야.. 기다려.. 가지마.."
불안한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메웠다. 석연치 않은 생각이
들었다. 이 어둠에 깔린 공포가 내 전신의 세포를 자극하
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가 본 사이트에 등록한 화석이 당했다면.. 주완도...
혹시.. 이 사이트에 등록한 주완도...
"야.. 기다려.."
나는 주완이를 뒤쫓았다. 하지만 카운터 모서리에 정확하게
골반뼈를 부딪히면서 앞으로 꼬꾸라 졌다. 매우 아팠다. 눈
물이 핑돌정도였다. 하지만 꾸물댈 시간이 없었다. 나는 더
듬거리며 문쪽으로 다가갔다. 조금이지만 어둠에 눈이 익숙
해지려 하고 있었다.
"주완아!! 기다려!!"
나는 문의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유리도 되어 있는
PC방의 문에는 게임 포스터가 붙어 있어 밖은 잘 보이지 않
았다. 설사 게임 포스터가 붙어 있지 않다 해도 어둠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흥분한 주완이를 쫓아 가기 위해 PC방에서 복도로 나
왔다. 어둠속에서 아래로 펼쳐진 계단을 무작정내려가기란
보통일이 아니었다.
"주완아!! 잠깐만!!"
나는 순간 내 뒤편에서 섬뜻한 느낌을 받았다. 등 뒤로부터
발생한 공포는 순식간에 온 몸으로 퍼졌다. 나는 그 공포에
반응하기 위해 몸을 돌려 내 등뒤를 보려고 했다.
[퍼어억~~~]
하지만 이미 공포의 대상은 나를 덮치고 있었다. 그것이 노
린 뒷통수는 아니지만 나는 왼쪽 옆머리를 강하게 가격당했
다. 동시에 고막이 윙소리를 내는 듯 하더니 다리가 주저
앉아 버렸다.
[허억~~~~]
나의 몸은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멀어지는 의식속에 나
의 손은 그것을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도데체??'
생각도 이어지지 못했다. 눈만 치켜 뜬다면 볼수도 있을지
모르는 공포의 정체는 멀어지는 의식으로 사라져 버렸다.
[으~~~~]
머리가 쪼개지는 느낌이다. 무의식적으로 나의 왼손이 머리
로 갔다. 따뜻한 액체의 느낌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피~~"
그 액체가 피라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나에게 그리고 주완
이에게 무슨일이 벌어진 것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나는 몸
을 일으켰다. 오른편에는 소화기가 떨어져 있었다. 저것으
로 머리를 가격당한 것 같았다. 저런 것으로 얻어맞고 살아
있다는게 의아할 뿐이었다. 여전히 귀에서는 윙하는 소리가
나는 듯 했다.
뒷통수를 얻어맞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수가 없었다.
여전히 정적과 어둠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주완아~~~"
입으로 피가 배어 들어왔다. 짭쪼름이라는 단어를 어떤 공
포소설책에서 읽어본 적이 있다. 그 소설의 주인공도 이런
맛을 느낀 것일까? 머리에서 배어난 피는 땅으로 주르르 흘
러 내렸다.
'이러다 죽는게 아닐까?'
나는 계단의 손잡이를 잡고 뛰어 내려갔다. 1층까지의 20
여개의 계단이 이렇게 한없이 길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
다.
"주완아!!'
주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건물밖으로 뛰어 나
왔다.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도 지
나가지 않고 있었다.
"제길..."
순간 항상 주완이의 자동차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비틀거
리며 큰길로 힘든 발걸음을 옮겼다. 다가오는 차는 한대도
없었다. 50여 미터 떨어진 사거리에서 한대의 검은 자동차
가 우회전을 하여 나의 시야에서 바로 사라지고 있었다.
뿌연 안개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검은 자동
차가 주완이의 자동차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열쇠가 만져졌다.
나는 내 스쿠터로 뛰어 갔다. 스쿠터에 타려던 나는 바로
앞에 있는 에서 셔터를 올리고 내릴때 쓰는 쇠막대
기를 발견했다. 나는 빠르게 그것을 왼손에 집어 들고 스쿠
터의 시동을 걸었다.
'제길.. 이럴줄 알았으면 오토바이를 사는건데..'
때 늦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스쿠터로 자동차를 따라 잡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만 나는 빠른 속도로 180도를
회전해 보도에서 큰길로 튕겨지듯 나왔다. 왼손으로 쇠파이
를 꼭 쥐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악셀을 최대한 당겼다.
'그때 이후로 이런 짓은 안 할라고 했는데..'
나는 문득 왼손에 쥐어진 쇠막대기를 보며 고등학교때의 일
을 잠깐 떠올렸다. 쓴 웃음이 지어졌다.
스쿠터는 순간적으로 가속했지만 70km이상은 나지 않았다.
따라 잡아야 했다. 나는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은채 사거리
의 모퉁이를 돌았다. 저만치 자동차가 보였다. 유령자동차
처럼 뿌연 안개 속으로 스르르 미끄러지 듯이 사라지고 있
었다.
'조금만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