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방앗간에 세들어 사는 고양이 미령이 이야기8
도도한 도시 냥 메리는
서울에서 울 언니와 사는데
연애무경험 출산무경험의 모태솔로 냥이다
(중성화 수술했음)
도도하고 까칠하고 히스테릭하고 예민하고 폐쇄적이고 변덕쟁이에 사교성 제로...
지가 사람인 줄 아는지
잘 땐 이불덥고 베개를 베고 자거나 팔을 베고 잔다.
먹을 것에 집착하지 않고 소식하고 우아한 척 깔끔떨고 자기 몸 만지는 것 싫어하고
높은 곳에서 우릴 굽어 보는 것을 좋아라 하는..
암튼 종자가 터키시 앙고라인데
다루기 힘든 냥이인 건 사실이다.
그에 반해
시크한 시골 냥 미령이는
물좋고 공기 맑은 산청의 떡방앗간에 딸린 창고에서 산다.
대략 20 여 회의 출산에
50 여 마리의 새끼를 낳은 다산의 노묘로 한국 토종묘 코리앗숏헤어다.
늘 무심한 표정, 멍때리고 먼 곳 응시하기, 불러도 무시하기,
눈 앞에서 쥐가 곡식을 파먹어도 신경도 안쓰는
초절정 시크함을 자랑한다...;;;
늘 I don't care..
우린 그녈보곤 너렁너렁하다고 표현한다..
그저 많이 먹고 많이 싸고 많은 새끼를 낳고..
다른 일엔 관심이 없다.
이렇게 종자도 성격도 사는 방식도 다른
두 마리 고양이의 짧고도 강렬한 만남이 있었으니....
구정연휴를 맞아 큰 언닌 오랫동안 혼자 둘 메리가 걱정돼
시골 떡방앗간으로 데려왔다.
오랜시간 차를 타고 온 탓에,
주거환경이 바뀐 탓에
히스테리가 하늘을 찌른다.
미간의 깊어진 주름은 깊은 계곡처럼 보일정도....
책상 밑 구석에 들어가 꿈쩍도 않는다..
밥도 안먹고 물도 안먹고..
밤새 경계태세..
다음 날 아침에
미령인 아침밥 달라고
방으로 이어지는 미닫이 문을 틈을 내어
대가리를 쑥 밀어 넣고..
(늘 그렇듯..)
메리에게 줬던 캣통조림 하나..
입도 안댄..따져 있던 그것을 발견하다.
평소 개밥같은 식사를 해 오던 미령이..
미각신경이 꿈틀~
눈치볼 것도 없이 통조림에 돌진....쳐묵쳐묵..
그 꼬라지를 저 멀리서 응시하고 있던 메리의
앙칼진 외마디 바이브레이션!!!
니아아아~~~~~~옹!!
심기불편타고 쳐다보지도 않아놓고는
자기 것에 입 댔다고
초면에 융단폭격을 해댄다.
그 긴 털은 쭈뼛 선 상태로
양손으로 미령이 대가리를 쥐뜯고
네 발로 라이트 훅 레프트 훅 니킥까지
현란한 킥을 남발..;;
식사에 정신이 팔렸던 미령이는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웬 처음보는 흰고양이한테 당한 것..
어쩜 고양이인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워낙 풍성하고 긴털을 자랑하는 메리는 미령이 덩치의 두 배에 달하므로..
가까스로 둘을 떼놓고 보니.....,
아직까지 씩씩대며 털이 쭈뼛 선 메리!
평소 반만 뜨고 다니던 눈이 동공확장된 채
뒤늦게 경계태세를 갖추던 미령이!
미령이는 미닫이 문 밖으로 훈방조치되고
메리는 언니 품에서 안정을 취하고..
허름한 창고에서 거주하는 비루한 모습의 미령이는
자신의 금묘구역이라 맘것 들락이지 못하는
미닫이 문 안에서..
별안간 나타나
첨 맛본 캣통조림을 사수하던
여우같은 냥이 메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새삼
그들의 상반된 운명이
울 자매들의 최근 화제로 떠올라
에피소드를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