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 집에만 있으니 감각이 날카로워 진다.
인기척이나 소리에 민감해져서 하루하루가 스트레스다.
문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아줌마들 무리는 정말 최악.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102호실 남녀 커플은 밤마다 너무 시끄럽고,
203호실 녀석은 문 닫는 소리가 너무 거슬린다.
1703호는 왜 밤마다 세탁기를 돌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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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아는거지?
2
어느 초등학교에 2학기 첫 날, 여학생이 전학 왔다.
하지만 여학생은 오지 않았고, 담임선생님이 말해서 알았다.
전학생이 아파서 아직 학교에 올 수 없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새 친구에게 격려편지를 쓰자고 했다.
하지만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아이여서 다들 '빨리 나아~', '빨리 같이 놀자'
라는 평범한 내용 밖에 쓸 수밖에 없었다.
다음 주말, 편지와 선물을 모아 같은 여학생인 부반장이 대표로 병원에 갔다.
부반장이 만난 전학생이 매우 활발한 아이였다.
남자아이들과 축구도 잘 할 수 있을 정도로 활발한 아이여서 안타까웠다.
"**야 어서 같이 놀자~"
이렇게 말하면서 편지들과 하얀 곰 인형을 전했다.
전학생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만 말했다.
그리고 2학기가 끝날 무렵,
전학생은 결국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고 죽었다.
다음 주, 병원에서 편지와 선물이 돌려져 왔다.
부모님은 아이의 바람이었다며 학교로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상자를 열어보니 편지와 함께 검은 곰 인형 이 있었다.
한 아이가 손으로 만지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던졌다.
자세히 보니 전학생에게 선물한 인형이었다.
검게 보인 건 볼펜으로 찌른 것 같은 작은 함몰이
인형의 전신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에.
3.
얼마 전에 자취방을 아파트로 이사했다.
시세보다 싼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전에 살던 사람이 행방불명되어 싸게 나왔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내 생각에는 통풍이 잘 안되는 구조라서 싸게 나온 것 같다.
초여름인데도 무척이나 덥다.
샤워하고 5분 후면 땀이 절로 난다.
그래서 최신형 에어컨을 샀다.
최신형이라 그런지 사람을 감지하여 바람 방향을 조절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내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바람이 먼저 간다.
불량인가 싶어 대리점에 갔지만, 상담원은 소소한 인식 미스는 있다고 한다.
그 날 밤.
아파트로 돌아가 에어컨을 키자 이번엔 제대로 나한테 바람이 온다.
기분 탓일까, 뒤에 누군가 있는거 같지만 돌아보면 없다……. //>
4
몇 년 만에 대학 동기의 집에 찾아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안색이 그리 좋지 못했다.
"밤마다 잠을 제대로 못 자. 신경 쓰이는 게 있어."
잠들려고 하면 옆집에서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서 잠을 설친다고 한다.
베란다에 아기 옷이 걸려 있기 때문에 아기가 있다고 짐작하지만, 시간이 어긋나는지 마주친 적은 없다고 한다.
"원래 애들은 잘 울지 않아?"
"응, 그렇지."
"혹시 아동학대 같아서 신경 쓰여?"
"아냐, 누나네 애를 봐서 알아. 갓난아기는 많이 울더라고."
"그럼 뭐가 신경 쓰이는데?"
"처음부터 신경 쓰인 건 아냐. 그게 뭐냐면, 아 잠깐. 지금 들린다."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바로 옆집에서 들리는 것처럼 생생하다.
하지만 그렇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까 뭐냐면……. 내가 이사 온 지 5년 됐거든.
근데 계속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나는 거야. 5년이 넘었는데 말이지." //>
5 이상하게 요새 들어 콧노래가 들려온다.밤낮을 불문하고 낮은 목소리의 여자가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음~……. 음~ 음~……."
당연한 이야기지만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남자친구나 룸메이트의 콧노래는 아니다.
옆집 역시 남자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옆집 소리도 아니다.
"음~……. 음~ 음~……."
처음에는 귀를 기울이고 듣지 않으면 눈치재지 못할 만큼 멀리서 들려온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계속 소리가 가까워진다.
"음~……. 음~ 음~……."
여기서 정줄 놓고 계속 듣다보면 어느 새인가 집중하지 않아도 들릴 정도로 크게 들린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기도를 드리다보면 소리는 점점 멀어져간다.
이 때문에 드라마에도 집중할 수 없다.
소리는 불규칙적으로 들리고 빨리 소리를 눈치 채서 기도하지 않으면 방에까지 들려온다.
오늘은 즐겨보던 드라마의 마지막 회!
오늘만큼은 괴이한 소리에 절대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낮에 회사 동료에게 헤드폰까지 빌려왔다.
이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이윽고 드라마가 시작한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헤드폰을 켰는데,
소리가 들린다.
"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