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전경...
나에겐 생소하지 않은 기억이 몇가지 있다.
가장 먼 기억부터 정리하면...
내가 어릴 적에... 초딩시절이었다.
우리 집으로 의경이 뛰어들어와선 숨겨달라고 엄마를 붙들고는 통사정을 했다.
우리 집은 여관을 하고 있어서 여러 손님들을 보곤 했지만 군복을 입고 얼굴이며 머리에서 피가 나는 손님은 처음 봤다.
엄마는 의경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치료를 해주고 밥까지 해서 내줬다.
난 엄마 뒤에 숨어 의경의 모습을 훔쳐보고만 있었다.
엄마는 밥을 다 먹은 뒤에야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물어보셨다.
"전경차에서 고참들한테 맞았어요... 잘못도 없는데... 발로 가슴이며 머리며 사정없이..."
다큰 형이 엄마를 어머니라 부르며 이야기를 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경찰서에 연락해서 단단히 혼을 내줘야겠다고 화를 내셨지만 의경은 그러면 자길 죽일지도 모른다고 겁이 단단히 났다.
엄마는 걱정말라고 하고선 삼촌한테 전화했다.
삼촌이 군에 연락하겠다고 했다며 걱정말라고 한 뒤 조금있다 헌병차가 왔다.
삼촌도 함께 와서는 의경에게 걱정말라고 했다.
그 뒤로 가끔씩 그 형으로부터 군건빵이 소포로 오곤 했었다.
중딩 때... 동대문 야구장에 갈 참이면 그 곳엔 전경차가 즐비했다.
그리고 그 뒤에선 전경들이 도시락을 까먹기도 했고 땅에 머리를 박고 얼차레를 받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가장 심하게 기억하는 건 한 여름에 나는 썩은 냄새였다.
여름에도 데모를 하는 대학생을 때문에 두꺼운 전경복에선 역겨운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고딩 때... 하교를 하고 큰길로 나가는 곳에 전경차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
무심코 그 안을 보자 한 명이 서있는데 다른 전경이 버스의 손잡이를 잡더니 날라차기로 서있던 전경의 가슴을 차서 날려버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랐지만 옆에 있던 친구는 저게 놀이라는 거였다.
자기 형도 전경인데 따분한 시간에는 저렇게 돌아가며 가슴을 발로 차며 논다고 그랬다고 했다.
나는 그런 줄만 알았다.
대학 때... 동창이 군대에 간다고 가더니 전경이 되어 울 학교 교문에서 만나게 되었다.
말을 붙이려 했지만 저리가라는 눈치를 줘서 별말 않고 지나쳤다.
매일 보면서도 아무말 못했다.
너무 더운 여름이라 콜라를 사서 갖다 줬다.
그리고 그 다음날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친구를 보았다.
나는 열받아 방방 뛰었지만 그게 어쩔 수 없는 거랬다.
여튼...
시간은 수십년 지난 오늘까지도 그 더러운 가혹행위는 역겨운 냄새처럼 지워지지도 않은 채...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
그들은 친구고 가족이다.
쫌 사랑하며 살아갔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