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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못들어봤을 무서운이야기<19>

할로 |2011.07.29 13:05
조회 3,189 |추천 13

★한번도못들어봤을 무서운이야기 1~10
http://pann.nate.com/talk/312168939

 

 

 

RigmaRole

: n. 데데한 긴 이야기, 조리가 없는 글

 

 

 

 










4. 성냥팔이 소녀





여느 때보다도 몹시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어둠이 짙게 드리우기 시작한 거리에는 이미 흰 눈이 소복히 쌓였습니다.
지저분하고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며 신발도 신지 않은 한 소녀가
가련하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았습니다.

"성냥사세요_ 성냥 좀 사가세요"

사람들은 더러운 소녀의 손이 자신들의 비싼 옷에 닿는 것이
못내 불쾌한지 걸음을 재촉해 재빨리 소녀에게서 벗어났습니다.
소녀는 이른 새벽부터 길거리를 쏘다니며 사람들에게 성냥을 팔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기운에 들떠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전같으면 한 두 푼 동냥이라도 받았을텐데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동냥을 던져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소녀의 머리 위로는 계속해서 하얀 눈송이가 쌓이고 있었고,
얇은 옷자락 속의 하얀 살결은 빨갛게 얼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눈위를 걸었던 맨발은 이미 반쯤은 동상에 걸렸는지 푸르딩딩한 발가락들은
퉁퉁 부어 감각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걸어다니고 있는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냥을 팔지 못하고 집에 돌아간다면 아버지에게 매를 맞을 것이 분명하므로
소녀는 어떻게든지 성냥을 팔아보려 애썼습니다.
게다가 빈민촌 구석에 지어진 소녀의 판자집은 밖이나 안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추웠고, 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어린 동생들을 매일 울어댔습니다.
다리도 제대로 뻗을 수 없는 그런 집에서 아버지에게 구박을 들으며 보내느니
차라리 밖에 나와 성냥을 파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소녀는 이제 완연히 해가 진 거리를 쏘다녔습니다.

"성냥사세요! 화력 좋은 성냥입니다, 하나만 사세요"

거리에는 온통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가 반짝였고 좋은 옷을 입고 걷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매우 행복해 보였습니다.
소녀는 허기와 추위에 비틀대며 걷다가 어느 으리으리한 집을 발견하고는
그 집 대문앞에 주저앉았습니다.
부잣집 대문은 큰 도로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골목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한참을 대문앞에 쭈그리고 앉았던 소녀가 얼어있는 손에 쥐어진 성냥 묶음을 바라보았습니다.
손은 마치 죽어있는 나무 껍질처럼 보였고 소녀는 몸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볼
요량으로 손에 들렸던 성냥을 하나 그어 불을 붙였습니다.
불은 활활 잘 타올랐고, 소녀는 성냥의 주황색 불빛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이야, 그 성냥 정말 불이 잘 붙는구나!"

어두컴컴한 골목 저편에서 남자의 굵직한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녀는 깜짝 놀라 불을 끄고는 벌떡 일어섰습니다.
남자는 마침 골목을 지나던 폭죽장수였고,
그의 등에는 갖가지 모양의 폭죽을 실은 등짐이 지어져 있었습니다.

"폭죽 장수세요?"

"그래_ 이리저리 떠돌다가 이 도시에 왔지, 마침 크리스마스 이브라 장사가 잘 되겠는걸!"

폭죽 장수는 등짐을 내려놓고 소녀의 옆에 주저앉았습니다.

"폭죽을 사려는 손님들에게 성냥을 함께 팔아야해서 걱정이었는데
너를 만나 다행이구나, 나에게 성냥을 좀 팔려무나"

"네! 그럴게요! 이 성냥은 다른 성냥들보다 훨씬 화력이 좋아요!"

소녀에게서 성냥 세묶음을 받아든 남자는 빙긋 웃었습니다.

"아, 그런데 난 지금 돈이 없단다. 대신 이 폭죽으로 주면 안되겠니?"

소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싸악 가셨습니다.

"네에? 폭죽으로요?"

"그래_ 요즘 폭죽이 얼마나 비싼줄 알아? 네가 훨씬 이익이란다"

소녀는 폭죽의 가격이 얼마가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성냥을 팔지 않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나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또 집에서 매일 울기만 하는 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폭죽을 구경시켜 주는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마침내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자아, 그럼 골라보렴_ 마음에 드는 것으로 세개 주마!"

소녀는 남은 성냥을 팔아야 했기 때문에 너무 큰 폭죽을 가지고 다닐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몸에 지닐 수 있는 멋없이 생긴 작은 폭죽 세개를 골랐습니다.

"그 폭죽은 화려하진 않지만 하늘 높이 쏜살같이 날아가서
멀리에서도 빨간 불꽃이 보이는 폭죽이지,
생긴건 작지만 위력이 굉장하기 때문에 불을 붙이고 꼭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해!"

남자는 다시 폭죽을 등에 진 다음 다시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소녀는 손가락만한 작은 폭죽 세개를 옷 속에 잘 감추어 두었습니다.
눈은 아까보다 더욱 거세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체온을 뺏길세라 소녀는 웅크리고 앉았다가 다시 손에 들었던 성냥 한묶음을
지익 그어 불을 붙였습니다.
따뜻해 보이는 주황색의 불길이 성냥 위에서 넘실거렸고,
성냥이 타들어가는 것을 한참 바라보고 있던 소녀는 따뜻한 기분을 느끼며
입가에 방긋 미소를 그렸습니다.
















"일어나! 이 더러운 년!"

누군가의 욕설과 발길질에 소녀는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힘겹게 눈을 떴습니다.
어제 그렇게 성냥으로 몸을 녹이려 하다가 깜빡 대문 앞에서 잠이 든 모양이었습니다.
해는 어느새 머리위로 내려쬐고 있었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자신의 주위로
둘러서 있었습니다.

"바로 이 년이야? 어린게 악독하기도 하지!"

둘러선 사람들 중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차며 소녀를 쏘아보았습니다.
소녀는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곧 경찰복을 입은 남자 두명이 양 옆에서 소녀를 붙잡아 밧줄로 꽁꽁 묶었습니다.

"악!! 왜 이러시는 거에요!!!"

"너를 마을 방화 용의자로 체포한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당황한 소녀의 눈에 그제서야 골목 안쪽 집들의 정경이 보였습니다.
경찰이 가리키는 그곳은 시커먼 자국의 집터 위로 타다남은 잔해들이 끔찍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에요?"

몸부림치며 반항하는 소녀를 붙잡으며 경찰들이 소녀의 발 아래 떨어져 있던
타다 남은 성냥조각들을 들어올렸습니다.

"방화의 흔적까지 있는데 이래도 발뺌을 할 셈이야?"

"아니에요, 그건 몸을 녹이려는.."

"끌고가!! 변명은 재판장에서나 해라!"













소녀는 결국 밧줄에 꽁꽁 묶인 채 재판관 앞에 섰습니다.

"저는 다만 몸을 녹이려고 성냥에 불을 붙였을 뿐입니다."

"성냥불에 몸이 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재판관의 말에 구경꾼들이 와_ 하고 웃었습니다.

"타다만 성냥 조각들이 이렇게 네 발치에서 발견되었는데도 자꾸 변명을 하다니!"

"아닙니다, 전 억울해요!!"

"그렇다면 왜 하필 네가 잠든 그 곳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느냐?
증거까지 충분하니 이것은 확실한 유죄다!"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나에게만 덮어씌우려 하다니!!"

졸지에 방화범으로 몰린 소녀가 화가나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구경꾼들은 다시 한번 웅성댔고, 재판관은 화가 난 말투로 말했습니다.

"행복해야할 크리스마스에 방화 범죄에 재판 모독까지, 이것은 심각한 범죄이다.
용의자를 사형에 처한다. 오늘 저녁 9시, 사거리 중앙에서 화형에 처하겠다."

소녀는 길게 비명을 지르며 끌려나갔고, 사람들은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며 좋아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저녁 9시경이였습니다.
소녀의 화형 장소로 사용되어질 사거리에는 이미 발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사람들이 둘러서 있었습니다.

"난 억울해요! 전 정말 하지 않았습니다!! 믿어주세요!"

소녀는 화형대에 묶이는 그 순간에도 악을 쓰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사람들은 두툼한 장갑을 낀 손으로 돌멩이며 달걀을 소녀에게 던졌습니다.

"악독한 년_ 천벌이나 받아라!"

어둠이 내려진 사거리 위 장작더미에 소녀가 팔을 십자로 벌리고 묶여졌습니다.
마치 중세의 마녀처형을 연상시키는 광경이었습니다.
소녀가 팔다남은 성냥으로 사형 집행관들이 나무에 불을 붙이는 동안
소녀는 둘러선 구경꾼들과 멀리 서서 지켜보고 있는 재판관에게 크게 소리쳤습니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되는지 너희들에게 똑똑히 알려주마!
내가 죽더라도 너희들을 모조리 데리고 갈 것이니_ 그때 되어 후회하지 말아라!"

소녀의 섬짓한 말은 곧 사람들의 욕설에 묻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화형대에 불이 붙어 올라가면서 소녀는 곧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소녀가 뜨거운 불길속에서 타들어가는 동안
둘러선 사람들은 재밌는 광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더욱 앞으로 모여들어 웃어댔습니다.
그때, 소녀의 몸에서 피융_ 하는 작은 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 쏜살같이 모여선 사람들 사이로 파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무척이나 빨랐고, 순식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커, .. 커헉_"

잠시 시간이 흐른 후에, 소녀의 왼쪽 가장 앞에 있던 사람이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뒤에 섰던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 바닥으로 넘어졌습니다.
가슴을 시커멓게 관통당한 그들에게서는 비릿한 화약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멀리 뒤에서 눈이 부실만큼 빨간 불꽃이 번쩍 하고 터져올랐고,
폭죽의 파편조각은 사람들의 두툼한 솜털 옷에 달라붙어 바짝바짝 타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아아악!!!"

그때, 또다시 나무토막같이 뻣뻣하게 타들어가는 소녀의 몸에서 다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미처 피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의 몸을 통과하고 저 뒷편까지 날아가 펑_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빨간 불꽃을 피워냈습니다.
둘러서 있던 많은 사람들은 이제 울며 밀치고, 넘어지고, 몸에 붙은 불을 끄는 등
아비규환을 이루며 그 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때, 소녀가 지니고 있던 마지막 폭죽에 불이 붙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폭죽은 소녀의 옷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던지 불타고 있던 소녀의 화형대가
폭죽의 반작용으로 인해 뒷편으로 주루룩 밀려나갔습니다.
화형대 뒷편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화려한 장식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자리잡고 있었고, 곧 커다란 트리에도 이곳저곳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소녀의 몸에서 터져나간 마지막 폭죽 역시 사람들 속으로 날아들었고,
멀리 앉아있던 재판관에게까지 날아가 붉은 빛을 내며 사그러들었습니다.
그나마 살아있던 사람들이 넘어지고, 비명을 지르며 살길을 찾아가는 동안
커다란 트리의 밑둥은 활활 타올라 끊어져
사거리의 중앙에 살아남았던 많은 사람들의 위로 넘어져 내렸습니다.
사방에서 살 타들어가는 냄새, 폭죽의 화약냄새가 진동을 했고,
눈길위로는 붉은 피와 살점들이 흘러넘쳤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녀의 화형대는 여전히 밝고 찬란하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우와! 엄마, 저것 좀 봐!"

멀리서 빨간 폭죽이 세 차례나 터지고, 무언가 큰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본 아이는
소리쳐 엄마를 부르며 창밖을 가리켰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저 마을에서는 되게 큰 파티하나 보다, 그지?"

"그러게_ 저렇게 큰 폭죽도 터트리고 말이야,"

"왜 우리마을에서는 저런거 안해?"

"저쪽 동네 사람들은 모두 부유하기 때문에 그렇단다, 아가_ 그래도 행복한 크리스마스잖니?
멋진 불꽃놀이와 큰 캠프파이어도 구경하고 말이야."

"응, 맞아_ 저쪽 마을 사람들은 행복하겠다.."

빈민촌에 사는 아이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커다란 불을 보며 중얼거렸습니다.

















 

 

 

 

 

 

 

 

『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 퍼가실 때에는 적월매혹 이라는 제 필명과

제 홈피 주소를 함께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

 

 

 

 

 

 

 

 

 

 

 

 

 

 

 

 

written by_赤月魅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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