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자. 요즘은 1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이라면 모두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4대보험을 가입한 회사에서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 다니는 근로자로서는 전혀 그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왜냐하면 월급에서 원천공제를 하기 때문에 근로자로서는 당연히 납부를 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즉 납부의무자는 사용주이며 근로자가 보험료를 직접 납부하는 경우는 아주 특수한 한 가지 경우에 국한된다.
예를 들어,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5월분 보험료를 6월 10일까지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자. 공단은 사용자에게 5월분이 체납되었음을 알리고 독촉고지를 하는데 납기일은 7월 10일이다. 그런데, 만약 7월 10일까지도 납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사용주에 대해서는 복건복지가족부로부터 ‘체납처분(압류)의 승인’이 떨어지고 공단은 근로자에게는 보험료가 체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게 된다. 후자 즉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취해지는 것이 ‘체납사실통지’ 라는 것인데 오늘 하루 종일 작업한 것이 바로 이 작업이었다.
쉽게 말하면 귀하가 다니는 직장에서 국민연금을 체납하고 있다는 것과 근로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이를 기여금이라 한다)를 근로자 스스로 납부할 수 있다는 내용, 그리고 근로자의 급여에서 체납한 달(위의 예에서 5월)의 보험료가 원천공제 되었다면 그 한 달에 대해서는 가입기간으로 인정한다(쉽게 말해 체납한 보험료를 공단이 부담한다는 것)는 내용을 알리는 것이다.
참고로 국민연금을 10년 이상을 불입하면 일단은 연금수급이 가능하다. 10년 미만일 경우에는 일시불로 받거나 나머지를 채워 10년을 불입한 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10년 이상을 불입하였는가의 기준시점은 연금을 받을 시점이고 69년생 이후에 태어난 경우에는 65세가 된다.
회사에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게 되면 그곳에서 근무한 모든 직원(국민연금가입자)이 국민연금을 체납한 상태가 된다. 즉,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하라고 월급에서 공제했음에도 사용주가 납부하지 않아 버리면 근로자로서는 원치 않은 체납으로 무척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보험료의 반은 사용주가 부담하는 것은 맞지만 4대보험 가입한 사업장이라면 당연한 의무이고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체납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국민연금 사업장 징수파트에서 하는 일은 근로자의 입장에서 체납한 보험료를 받아내는 일이다. 물론, ‘법대로’ 적용하여 사용자의 재산을 압류하면 거의 100%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는 최선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직장의 보험료는 한 두푼 하는 것도 아니며 회사의 사정을 무시하면서 무작정 압류하여 만에 하나라도 회사가 위기에 처한다면 근로자는 직장을 잃게 될 것이고, 결국 근로자를 위한다는 일이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결과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법에 나와 있다고 무조건 법대로 할 순 없는 일이다. 징수업무 담당자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이런 것이다.
보험료는 물론 임금까지 체불하는 악덕 사용주가 있는가 하면 정말 여건이 어려워 몇 개월 보험료를 체납하는 직장도 있다. 이를 구별하고 선별하여 처분을 내려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국민연금 담당자는 각각에 대해 전화로 상담하고 출장으로 확인하여 적의조치를 내려야 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한 달에 470여개나 되는 사업장을 모두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각자의 사정이 어떠한 지, 납부약속은 할 것이며 그것이 언제인지, 정말 돈이 없어서 안 내는 것인지 등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압류를 해버리기도 했다. 공단이 국민을 고객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집행의 대상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들이 일어났고 안티사태는 이런 배경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징수 담당자는 아무리 마감에 쫒기고 업무량에 눌리더라도 근로자의 복리와 사업장의 영속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여 최선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특히 은행 예금을 압류할 경우 금융거래의 단절을 의미하여 사업장은 바로 타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항상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자진납부가 최선이다. 이를 위해서 담당자는 하루 수 십번 수백번이라도 상담하여 설득하여야 한다. 사체업자처럼 협박한다거나 시중의 은행예금을 그것도 아홉게씩이나 한꺼번에 압류하는 등으로 효율성만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당장 납부하지 않는다고 하여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요,납부한다고 하여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경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연금에 대한 이런 인식의 전환을 위해 먼저 노력해야 한다. 징수는 그 다음의 이야기다.
비단 징수업무 담당자뿐만 아니다. 안티사태 이후 공단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섬기며 ‘고객만족’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할 일이 많다. 진정으로 국민의 행복한 노후를 책임지겠다면 ‘하라’ 는 요구와 강제보다는 ‘해드리겠습니다’ 라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날이 갈수록 수요가 늘어가는 '노후설계서비스'를 왜 국가에서 제공하지 않아 민간업체에서만 받아야 하는가? 은행이나 보험사가 제공하는 노후설계는 영업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것이므로 고객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무료라고는 하더라도 상담을 받을 때 상품가입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공단의 재무설계사 합격률이 85%나 된다는데 전 국민이 부담 없이 노후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일개 말단 직원이 스스로 속한 조직을 나무란다 하여 지금과 같은 변화를 위한 노력들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보다는 적어도 30%이상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국민은 공단이 달라졌다고 체감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고객인 국민의 국민연금에 요구하는 기대치는 매년 상승하기 마련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