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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가 퍼온이야기 [뭐라구요? 5~6]

너구리 |2011.11.23 09:39
조회 10,958 |추천 25

웃대 게시판 하드론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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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와...학원 깔끔하고 좋구만."



민수는 마치 임대계약하러 온 사람마냥 이리저리 학원 내부를 들여다 봤다.



시간이 막 12시 5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원장님은 가셨나 보네."



"응"



"늦게 남아있는 거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친구 만날 일 있다고 여기서 기다렸다 간다고 했어."



민수는 여전히 여기저기를 훑어보면 말을 이었다.



"건물 구조가 참 특이하다. 모든 업체가 입구를 마주보고 있는 구조라니...."



나는 민수를 교무실로 안내했다.



민수는 등받이 의자에 몸을 길게 눕혔다.



"여기서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거냐?"



"1시 쯤이니까 잘 하면 지금도 뭔가 보고 들을 수 있지.


민수 니가 있으니까 확실히 무서운건 덜하다."




나의 말에 민수가 피식 웃음을 보냈다.



"민수, 너는 귀신 같은 거 본적 없냐?"



"귀신? 음.........그런 비슷한 현상은 경험해 봤지. 남자들은 흔히 군대에서 경험하잖아.


넌 특공대 출신이라 간이 배 밖으로 나올 줄 알았더니 의외로 무서움 많이 타는구나."




그렇다. 남들은 내가 특공대 나왔다고 하면 겁도 없고,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줄로 안다.

그러나 사실 나는 겁도 많고 혈액형으로 말하면 전형적인 A형 스타일이다.



"특공대가 귀신하고 싸우는데가 아니잖아. 게다가 내가 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는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 특공대라 너처럼 사람보기 힘든 곳도 아니거든."




"그러고 보니 너희 형제는 참 희한하다.


순둥이인 네 형은 특전사 나오고, 개미 한마리 못 죽이는 너는 수방사 특공대 나오고.."




"원래 형이 간 특전사는 지원해야 갈 수 있는데 일반 특기 사병들은 차출하거든.


첫타로 군대 간다고 한 아들이 베레모 쓰고 나타나니 우리 엄마가 얼마나 황당했겠냐?


게다가 형이 훈련 도중에 무릎을 다친 적이 있거든. 그래서 우리 엄마가 더 걱정을 많이 한거야.


형이 제대하고 내가 군대 갔는데 우리 엄마는 설마 했던거지.


내가 첫 휴가 나와서 집에 들어갔는데 내 야전상의의 공수마크 보고 우리 엄마가 자리에 털썩 주저 앉더라.


힘들긴 했지만 나름 군생활은 재미있었는데 말야.


그런데 민수 너는 최전방에 있었잖아."




"최전방은 훈련보다 생활이 힘들어.


낙후된 시설, 생지옥같은 추위, 지겹도록 내리는 눈, 그리고 사람에 대한 그리움...


이런 것들이 군생활을 힘들게 만들어.


그나마 철책 근무 연대가 아닌 사단 직할대 소속인 나도 그런데 GP나 GOP에 들어가 있는 애들은

어떻겠냐? 정말 죽을 맛일 거다.


최전방 산 속에 처박혀 있어봐.


이십 평생 인공적인 소리에 익숙한 탓인지 특히 밤에는 사회에서는 듣기 힘든 괴이한 소리를 많이 듣게 돼.


하얀 설원을 가로지르는 바람소리가 여자의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장마철에 쏟아지는 빗줄기가 나뭇잎을 때리는 소리는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


소리 뿐만이 아냐. 시각적인 효과도 무시못해.


워낙 볼거리가 없으니까 야간에 비닐봉지 하나만 떠다녀도 귀신처럼 보인다니까."



그러고 보니 민수하고는 군대 얘기를 잘 안한 것 같다.


제대하고나서 몇 년간 보질 못해서 그런걸까?


민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한번은 미스테리한 일을 겪은 적이 있어.


겨울에 야간 초소근무를 하는데 사방이 눈으로 덮여있는 숲을 끼고 있는 외곽초소였어.


너무나도 주변이 하얗다보니까 까만 형태의 무언가만 보여도 의심스럽게 생각되는거야.


그런데 50여미터 떨어진 언덕 중턱에 흰소복을 입은 여자같은 형상이 우두커니 제자리에 서서


우리 근무자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거야.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그런 흰소복 입은 처녀귀신처럼 생겼더라니까.


총을 들고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총기를 사용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어.


그냥 계속 지켜만 봤지.


그런데 10분이 지나도록, 20분이 지나도록 꼼짝 않고 있는거야.


조금 소름이 끼치더라구.


부사수인 이등병 녀석은 영문도 모른 채 이미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고.


내가 그 때 상병 때였지...어떤 객기가 발동해서인지 모르는데, 아마 고참 행세를 하고 싶어서일거야.


너무 궁금해서 못참겠더라고. 그래서 뭔지 확인하러 올라가기로 결심했지.


나는 부사수에게 자리를 지키라고 하고, 총구를 앞으로 향한 채 언덕을 향해 천천히 걸어 올라갔어.


눈이 거의 무릎까지 올라와서 50여미터를 걷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구.


가까이 접근하면 수하를 하고 암구호를 외칠 생각이었지."



"그..그래서..그게 뭐였는데?"



나는 이미 민수의 얘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 것 있잖아. 가까이 접근하여 형태가 확실해지면 전혀 예상치 못한 물체가 되는거...."



"그래서 뭐였냐구?"



"몰라. 그냥 올라가는데 점점 그 귀신 형상은 흐트러지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작은 나뭇가지들,


미처 눈속에 다 묻히지 못한 바위들, 엄청난 무게의 눈을 지고 힘겹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무들.....


난 뭔가 있나 하고 수십미터를 계속해서 더 올라갔는데 그게 전부였어.


그것들이 합쳐져서 멀리서 그런 형상을 만든거야.


주변을 꼼꼼히 이리저리 살폈지만...


Never!! 아무 것도 없었어."



민수의 말에 나는 허탈감이 몰려왔다.



"에이..뭐야 그게? 장난하냐? 미스테리한 일이라며?"



나의 어이없다는 표정에도 불구하고 민수는 여전히 진지했다.



"그런데 젠장....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데, 부사수 녀석이 뜬금없이 수하를 하는거야.


아무리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미친 넘이지. 같이 근무서는 근무자한테 수하를 하다니...


난 순간 당황해서 그 녀석이 시키는대로 제자리에 서서 암구호를 댔지.


우린 근무자에게 실탄이 지급되기 때문에 아무리 쫄따구래도 순간 움찔하더라구.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싸대기나 한 대 올려줄까 하는 생각으로 그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갔는데

부사수 녀석이 나를 공포에 질린 듯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거야.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나보고 왜 그랬냐는거야.


이등병 주제에 갑자기 미친 놈처럼 그러니까 순간적으로 화가 나더라고.


고참인 내가 대신해서 주변을 수색해 줬는데 이등병이란 자식이 고참에게 근무 중에 수하나 하고 있고,


그런 말을 하니 열 안받냐?


그래서 개머리판으로 그 녀석 철모를 톡톡치면서 정신차리라고 했지.


그런데 그 자식이 하는 말은 그 뜻이 아니었던거야.


나보러 여자를 왜 업고 갔냐는거야.."




"뭐?"



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는 여자가 있던 자리까지 가서 아무 것도 없길래 좀 더 올라간 것 뿐이거든...


그런데 그 자식이 말하기를 내가 거기서부터 여자를 업고 시야에서 사라졌다는거야.


이건 뭐....반전 공포영화도 아니고...."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뭘 어떻게 돼? 그 녀석을 졸라 갈궜지.


정신차리라면서 달밤의 체조를 시켰지. 푸쉬업시키고, 쪼그려 뛰기시키고...


하하 웃기지?"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얘기를 마치려는 민수가 뭔가 하지 않은 말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다야?"



나의 물음에 민수가 정색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께름칙했지. 불쾌했고....그 자식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한 일이


주간 근무 중에 일어났어.


이틀 후 같은 초소에서 주간 근무를 서는데 야간 근무 중에 내가 순찰을 돌았던 흔적이 그대로 있더라고.


그런데 젠장 50여미터까지 나의 깊은 발자국이 흔적이 보였거든."



"그 다음부터는 없었다구?"



"아니..그게 아니라 그 다음부터 내 발자국 위로 뭔가 쓸려있는 흔적이 보이더라구.


방한복은 무릎까지 내려오지 않기 때문에 눈을 쓸고 지나갈 일이 없어.


나는 놀라서 눈밭을 헤치고 허겁지겁 그 곳으로 뛰어 올라갔어.


눈을 쓸고 간 깊지 않은 흔적이 내 발자국 위에 있더라구.


그렇다고 귀신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솔직히 그 때는 소름이 돋더라구..."



"니 부사수가 장난질한 건 아닐까?"



"그럴수도 있지. 그런데 혼자 돌아다닐 수 없는 이등병이 그런 장난친다는 것도 우습고,


내가 확인하러 올라갔을 때 내 발자국 흔적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




"헐...대박 소름이군....귀신이 니 등에 업힌거야? 너 자신도 모른채?"



"야, 그런 얘기하지 마라. 내 동생한테 얘기했더니 아직도 업고 다니는거 아니냐고 놀리더라."



"귀신은 사람한테 붙으면 잘 안 떨어진다는데..."



"너까지 왜 그래? 난 아무 탈없이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분명 그 자식이 헛 것을 봤을거야."



나는 민수의 저 여유로움이 부럽다.


어떻게 아무 것도 아닌 일인냥 저렇게 넘어갈 수가 있을까?



"그런데 니가 말한 치기공 회사가 어디야?"



"따라와봐."



나는 민수를 치기공 회사의 출입문으로 안내했다.


민수는 엘리베이터 문 앞 홀에서 여기저기를 살폈다.



"왼쪽은 글쓰기 학원, 오른쪽은 치기공...이 회사는 간판도 없구나. 그리고 가운데가 니네 학원.


니네 학원만 불이 켜져 있으니 음산하긴 하다. 그리고 맨 오른쪽은 화장실과 비상계단....."



"너 뭐하는거냐?"



"구조를 잘 봐. 여기는 비상계단쪽으로만 창이 있어. 그래서 바람이 불고 나가기가 원활치 않아."



"그래서?"



"생각해 보라고. 창을 통해 바람이 들어오고 나갈때 새벽시간대 유일한 통로인


너희 학원문이 들썩거릴 수 있다구...


그것 때문에 방울소리가 날 수 있고, 일련의 일을 겪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던거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럼 그림자나 찬 기운은?"



"그림자야 나도 모르지. 몰래 담배피러 올라온 애들일 수도 있고, 노숙자일 수도 있고...


찬 기운이야 에어컨을 끈다고 강의실 온도가 바로 내려가지 않잖아.


공기의 흐름 때문에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럼....여자 소리는 뭐냐?"



"그게..제일 미스테리네...나도 뭐라 설명하기가 그래...그렇다고 설명 못할 이유는 없지.


여기가 5층이야. 너 아파트 7층에 살아봐서 알잖아.


5층 정도면 밑에 지나가는 사람소리가 들려.


게다가 새벽시간대라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들릴거란 말야.


어쩌면 우연히 건물 밖의 어떤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니가 겁을 먹었을 수도 있었단 말이지."



"젠장 이 모든게 우연일 수 있단 말야?"



"난 니 얘기를 듣고 난 후로 귀신보다는 여기 원장이라는 사람이 더 의심스러워...담배 하나만 줄래?"



민수는 내가 건낸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이내 길게 한 모금을 빨고 연기를 내뱉더니 말을 이었다.



"이 연기가 어디로 가나 잘 봐..."



민수가 내 뿜은 연기는 위로 올가는가 싶더니 진로를 바꿔 조금씩 학원 출입문 쪽을 향했다.



"니네 흡연실은 원래 비상계단 위층이라며? 그래서 평소엔 잘 몰랐던거 아냐?"



"그런데 왜 원장이 나한테 그런 귀신 얘기를 했을까? 못 믿기에는 너무 체계적이잖아.

진짜로 거짓말을 한 걸까?"



민수는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몇 모금의 담배를 계속 빨아댔다.



"거짓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거짓말이 아니라면 원장이 뜬소문을 진실로 믿고 있거나, 자신이 겪은 걸 너처럼 과대해석했을 것이고.....


거짓말이라면........뭔가 너에게 숨기고자 하는게 있을거야."



민수는 잠시 창밖에 고정시켰던 시선을 나에게 보내더니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마저 말을 이었다.




"그게 뭘까?"







-계속-

 

[6]

 

 

"넌 정말 우리 원장님이 의심스럽냐?"



나는 진지하게 민수에게 물었다.


민수의 대답이 없자 나는 계속해서 물었다.



"원장님이 거짓말을 했다면 그렇게 치밀하게 말할 수가 있을까?


게다가 주변 사람들을 통해 금방 들통날 수도 있을텐데 말야."



내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지만, 민수는 조금 전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진 것 같았다.


느긋하게 담배를 빨던 민수가 다시 한번 나에게 그 음산한 미소를 보내더니 입을 열었다.



"분명히 겪은 일인데 거기에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는거지."



"그럼.....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걸까?"



"그건 니가 알아내야 할 일이다. 옆의 글쓰기 학원이나 치기공 사람들을 이용해 봐."



칠흑 속에 묻힌 창밖을 배경으로 우리의 모습이 유리창에 비춰졌다.


우리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주고받지 않은 채 유리창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비친 민수의 모습에선 조금 전의 여유로움이 묻어나지 않았다.


이런 잠시 동안의 적막을 깬 건 민수의 나즈막한 목소리였다.



"지금 유리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진짜일까?"



"뭐?"



"난 거울을 볼 때마다 항상 그런 생각이 들어."



"공포영화 찍냐? 거울 속에 귀신이라도 있단 말야? 너 답지 않게 왜 그래?"



"귀신이 아니라..잘 생각해봐.

사물에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와. 시세포가 그것에 자극을 받지.

그 자극을 시신경을 통해 뇌로 보내는 거야.

그럼 뇌의 시각중추가 그것을 인식해서 사물이 보인다고 인지하는거지."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거야?"



"만일 뇌가 그것을 왜곡한다면 어떨까?

보이지 않아도 보이거나, 보여도 보이지 않을 수가 있는거지.

보통 머리에 심한 타격을 받으면 눈 앞에 파란색 섬광이 번쩍거려.

이건 빛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신경이나 뇌에 오류가 생긴거래.


착시현상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우리의 뇌가 지멋대로 사물을 해석한다는 것.

배경만 다르게 주면 두 물체의 길이나 색, 심지어 모양까지 왜곡시켜버리잖아.


가위 눌려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과 섞여서 보이기도 하잖아.

그런 것 생각하면 참 신기해.

얼마든지 그 반대도 일어날 수 있는거지.

보고싶지 않은 걸 지워버릴 수도 있어."



창밖을 보며 말을 잇는 민수의 모습이 섬찟하게 느껴졌다.



"영화 식스센스에 보면 그런 대사 나오잖아.

귀신들이 자기가 보고 싶은거만 본다고.......그래서 자기가 죽은지도 모르고..."



"야...민수야. 소름끼치게 왜 그래?"



민수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미소를 짓지 않는 그 모습이 조금 전보다 더 음산해 보였다.



"지금 나의 뇌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게 아닐까?"



"............."



필터까지 담뱃불이 타들어감을 모르는 채, 민수는 시선을 나에게 고정하며 말을 이었다.



"군대에서 있었던 부사수 얘기 말야.


난 아직도 께름칙한게 뭐냐면......


그 여자가 나한테 업혔다고 했을 때......


그 때 나의 뇌가 보고 싶은 건만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뭐야? 아까 그 당당했던 모습은 어디로 간거야?

아직도 귀신이 니 등에 업혀있다고 생각하는거야?"



"그 정도는 아냐. 그런데 말야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두려운게 있다."



"뭐가?"



"무언가에 내 모습이 비춰지는게 무서울 때가 있어.

특히 거울.....카메라로 찍지 않는 한 내가 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잖아.

나의 뇌가 내가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거울 속에서 보게 될까봐 두려운거지.

그래서 싫어.


가짜가 아닌 진짜를 보여줄까봐."




민수는 다 타들어간 담배를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나는 물끄러미 민수를 바라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진짜로 귀신을 믿는건 내가 아니라 너구나...

너는 단지 귀신이 아니기를 바라며 과학적으로 해석하려 했던거야. 그렇지"



"난 과학의 힘을 믿어. 단지 과학이 이런 것을 완벽하게 설명할만큼 발전하지 못했다는게 문제지."




"그런데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그 부사수 얘기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가 뭐냐?

이제 한 때 해프닝으로 잊어버릴 때도 됐는데..."



민수는 나에게 향했던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걔가 죽었거든. 그 일이 있은 며칠 뒤에....."



"왜?"



"트럭이 눈 덮인 언덕을 올라가다가 지반이 함몰되어 전복되었는데 깔려 죽었어."



"그 일이 그 친구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냐?"



"굳이 가져다 붙이고 싶진 않은데.....그 녀석만 죽었어.


운전병, 선탑자 게다가 트럭 뒤에는 여섯명이나 타고 있었는데....


귀신은 심약한 사람에게 잘 붙는다고 하잖아.

그 때 근무지에서 그 녀석의 공포에 질린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




난 갑자기 허탈한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하하하...별 미친....이런 녀석한테 내가 귀신 상담을 했다니....참나.. 정신 차려라. 민수야."



나의 웃음소리에 정신이 들었는지 민수는 심각한 표정을 누그려뜨렸다.



"그냥 너무 찝찝하다 이거야......꼭 귀신이라는건 아니고...그 때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나를 쫓아다녀."



어느 덧 시간이 1시 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민수는 학원으로 들어가 다시 한번 이리저리 살피더니 나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은 귀신들 계모임하는 날인가 보다. 아무 일도 없네"



민수와 귀신과의 맞대면은 성사되지 못한 채 그 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업무를 보는 와중에도 나는 원장의 시선이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나를 가끔씩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업을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그것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느껴졌다.


내가 너무 예민해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가슴이 너무 답답해짐을 느껴 바람도 쏘일겸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학원 밖으로 나섰다.


앞을 가로막는 건물의 창문도 싫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건물 밖으로 나가버렸다.


건물 1층의 주차장으로 내려와 나는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꽁초 잘 버려요."



입구 관리실에 앉아있던 건물 관리인이 나에게 말했다.



"요즘 학생들이 밤마다 거기서 담배 피우고 얼마나 꽁초를 버려 대는지....

또 그 놈의 침은 왜 그렇게 뱉는거야?"



"예...아저씨..."



그 때 마침 내 옆에 누군가가 다가와 나와 같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치기공 회사 직원이었다.


반쯤 벗겨진 머리에 통통한 얼굴, 실내 작업자라는 것을 금방 알아볼만큼 하얀 얼굴...

그리고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 알 수없는 실처럼 가는 눈매...


그의 표정에서는 아무런 호의적인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모습은 '나는 순둥이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나는 머쓱한 인사를 먼저 건넸다.


그는 대답도 없이 고개를 숙이는 둥 마는 둥 하며 답례를 했다.


정말 숫기가 없는건지 싸가지가 없는건지 도통 구분하기 힘들었지만

나는 그에게 말을 걸어야 할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저....며칠 전에 회사에서 숙직하신 분이 있었나 봐요?"



"예?"



나의 진지한 물음에 그제서야 그가 말로써 반응을 했다.



"새벽 1시가 되었는데 불이 켜져 있고, 사람 인기척이 느껴지더라구요."



경상도 사투리인데 꼭집어 말할 수가 없는 지역의 억양으로 그가 대답했다.



"아....그 날예? 사장님이 서류작성 때문에 늦게까지 계셨슴더."



젠장...그럼 나 혼자 쇼를 했단 말인가?


나는 다음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 지 고민이 되었다.



"새벽에 혼자 있으면 무서우실텐데...."



나의 말에 그가 바로 받아쳤다.



"어휴....그 쪽이 교회 자린데 훨씬 더 무섭지예."



"예?"



나의 물음에 그가 갑자가 얼굴 표정을 정색하더니 갑자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입을 손으로 막았다.


나는 대어를 놓칠 수 없었다.





"뭐라구요? 우리 학원이 교회 자리였다구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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