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 게시판 hero창정 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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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쯤 뛰었을까,
말없이 걸음을 멈춘 창규와 동철 앞에는 폐허와 다름없는 박물관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다 떨어져가는 팻말과 삐걱대는 정문이 마치 그들을 삼키려는 거대한 괴물같아보여서 둘은 잠시 움찔했지만,
그런 생각을 떨쳐내려는 듯 짐짓 성큼성큼 걸음을 걷는 창규를 보고 동철 역시 뒤를 따랐다.
잠시 뒤 눈물 범벅이 되어서 뛰어온 성찬 역시 알 수없는 주문을 외우면서 그들을 뒤따랐고,
박물관 본관 앞에서 셋은 걸음을 멈추었다.
"휴..이제부턴 정말 조심해. 우린 그새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특히 성찬이 너임마."
"오 할렐루야..나미아무타불...알라셩얄라셩 알라신...아 몰라...무기라도 좀 줘 제발..."
"넌 무교 아니었냐? 그리고 나무아미타불이야 병신아"
이미 거미인간을 수백번 때려죽인 듯한 얼굴표정으로 땀을 흘리는 성찬에게
창규는 망치를 손에 쥐어주었다.
"자 들어가자"
성찬에게 망치를 쥐어준 창규는 곧바로 본관 현관에 쳐져있는 거미줄을 헤치며 안으로 나아갔고,
그 뒤를 동철과 성찬이 따라갔다.
박물관 내부의 모습은 폐허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벽 곳곳은 이미 금이가서 시멘트가루가 날리고 있었고, 사방 팔방에 거미줄이 엉겨붙어서 커튼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오히려 헐대로 헐어있던 박물관 외벽이 고급 아파트로 보일만큼 괴기스러운 모습에 셋은 얼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퀴퀴한 내부의 공기에서 거미인간 특유의 냄새를 잡아낸 창규는 이내 분노로 판단력이 마비된 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와 이 강아지야!!내동생 어쨌어!! 이신발새끼야 나오라고!!"
창규의 외침에 놀라기라도 한 듯 시멘트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가뜩이나 어두운 내부에 시멘트 가루까지 흩날리자 마치 전설의 고향에 출연한 듯한 을씨년스러움이 감돌기 시작했다.
동철은 이러한 박물관의 을씨년스러움에 움츠려들었으나 이내 이상한 점을 포착해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정도의 폐허라면 바퀴벌레따위의 곤충들이 서식할만도 한데,
이곳에는 바퀴벌레는 커녕 그 흔한 개미새끼 한마리도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었다.
"야 성찬아. 너 여기 올 때, 다람쥐나 산새 같은거 봤냐?"
"몰라 하도 정신없이 뛰어서...조카 무서웟다고 강아지야..."
"분명 한마리도 안보였어...이상하지 않냐? 거기다가 지금 여기는 벌레새끼 한마리도 안보여..
이정도의 폐허면 벌레들이 우글거려야하지 않느냔말야."
"몰라 신발..아근데 이 망치 너무 작은거 같지 않아??나랑 그거 바꾸면 안되냐?"
-스스슥
"잠깐"
주위를 둘러보던 창규가 별안간 손을 입에 가져다대며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동철과 성찬은 대화를 중단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규는 조용히 공구통에서 전동드릴과 스패너를 꺼내들었고, 동철은 야구배트를 두손으로 꼭 쥐었으며
성찬이는 못미덥다는 눈초리로 자신의 망치를 쳐다보고 있었다.
-스스슥
창규는 소리가 난 듯한 쪽으로 못을 던졌다.
그러나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들려온 소리는 못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와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뿐이었다.
동철과 성찬, 그리고 창규는 서로를 등지고 박물관 내부 중앙에 대치한 상태로 주위를 경계하고있었다.
-끼이이익..철컥
"야..이거 무슨소린지 알겠냐.."
"몰라 신발 이제 우린 도망갈 곳도 없어...성기됐네.."
"제..제발 문닫히는 소리라고는 말하지 말아줘...나 망치 너무 작다고...너무 작아.."
-스스스슥 끼긱끼긱
"신발.......이거 어디서 나는 소린지 들었지...?"
"응....성기됐네"
셋은 동시에 앞쪽으로 뛰기 시작했고, 방금 전까지 세명이 위치한 곳의 천장에서 알 수 없는 괴형체가 땅으로 떨어졌다.
네 발로 땅을 기어대며 주위를 두리번 대던 그 괴형체는 이내 자신의 뒤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곳에는 거미줄을 뜯어내며 이층으로 올라가는 성찬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비치고 있었다.
"신발..내가 뭐랬어..저렇게 큰걸 이 조그만 걸로 어떻게 잡냐고!!"
성찬의 외침에 부응이라도 하듯 괴형체는 네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그 뒤를 쫒았고,
동철이와 창규가 제정신을 차렸을 땐 괴형체와 성찬이의 모습은 이미 이층으로 사라진 뒤였다.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이층으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워낙 겁이 많은 성찬이였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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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이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도 겁이 많았다.
특히나 곤충, 어둠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했는데 어렸을 적 거미와 어둠에 대한 트라우마로 생긴 반사적인 두려움때문이었다.
성찬이는 경상북도 대구의 산골에서 살던 아이였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울에서 일하시느라 바쁜 탓에 성찬이를 돌봐 줄 여유가 없었고,
그런 이유로 성찬이를 대구의 친가에 맡겨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성격이 쾌활한 아이였기에 성찬이는 산골 친구들과 무리없이 어울려 놀았고,
오히려 친구들보다 더 산골소년같이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과 뒷산에 놀러갔던 성찬은 다람쥐를 쫒아 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고,
결국 무리와 떨어진 채 혼자 산에 남겨지게 되었다.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고 워낙 산골인지라 산짐승들의 울음소리로 분위기는 더욱 살벌해져갔다.
이제겨우 초등학교를 입학한 성찬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시련이었다.
이윽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네 어른들이 성찬이를 발견한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성찬이는 어린아이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동굴속에 들어가 있었는데, 거미줄을 헤집고 들어간 탓인지, 거미가 성찬이를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둘러 놓았는지 온 몸이 거미줄로 칭칭 감겨져 있었으며 주위에는 100마리 남짓한 호랑거미들이 성찬이의 몸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어른들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겨진 성찬이는 그후 일년간을 실어증과 우울증, 과대망상에 찌들어 살게 되었다.
어린나이의 그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었음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성찬이는 산, 어둠, 벌레 특히나 거미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고, 겁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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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신발..여기가 어디야..."
한참을 뛰던 성찬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온통 새까만 어둠만 보일 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성찬이는 망치를 손에 꼭 쥔 채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물컹
앞으로 나아가던 성찬이의 발에 무엇인가가 밟혔고, 놀란 성찬이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바닥에 망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뼈가 부서지는 느낌, 살이 짓이겨지고 피가 튀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지만 살기위한 몸부림으로 망치질을 계속하는 성찬이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성찬이의 발에 밟힌 무언가는 이미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져있었고
지칠대로 지친 성찬이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눈높이가 낮아지고 눈이 어둠에 적응된 탓이었을까, 성찬의 시야에 조금씩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서 성찬은 차라리 눈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눈 앞에는 수백마리의 개가 목만 잘린 채 널부러져 있었고, 그 중에 반은 거미줄에 꽁꽁묶여있었다.
그런 동물들 위로 사람 손만한 호랑거미들이 빠른 몸놀림으로 기어다니고 있었다.
"아...아...엄마..."
성찬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고, 그러한 성찬의 뒤로 검은 형체가 기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