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 게시판 hero창정 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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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아!! 야 백성찬!!! 어디에 있는거야!! 들리면 대답해!!!"
동철과 창규는 이층 계단을 오르며 줄곧 성찬의 이름을 불렀지만 들려오는건 을씨년스러운 시멘트 소리와
흩날리는 메아리 뿐이었다. 동철과 창규는 은연중에 앞을 가로막는 거미줄을 걷어내면서 앞으로 향했지만
박물관 내부는 뫼비우스의 띠로 연결된 것 처럼 끝을 알 수 없이 나아가게 되어있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돌연 동철이가 자리에 멈춰섰다.
"이 망치...이거 니가 성찬이한테 준거 아니지? 그냥 여기 떨어져 있는거지??"
"이거...내가 준거 맞아..."
"신발 그럴리가 없어..하하 그럴리가 없지 생각해봐 이게 왜 여기 떨어져있어? 그 겁많은 애가 여기다가
망치를 두고 도망갔을 거라고 생각해? 아니야 이거 성찬이 꺼 아니야"
"동철아..."
"신발 세상에 똑같은 망치가 얼마나 많은데!!!야 백성찬 이병신같은 새끼야!!!들리면 대답해!!!이 강아지
야!! 그러니까 내뒤에 딱 붙어있으랬잖아!!!신발...신발...미안하다 강아지야...미안하다..미안해..."
성찬이의 망치를 들고 오열하는 동철이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창규가 별안간 그의 목덜미를 잡고
벽 쪽으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창규는 손으로 동철이의 입을 막고 자신도 곧 숨을 멈추었다.
잠시후 아까 보았던 그 괴형체가 천장에서 내려왔고 누에고치처럼 생긴 거미줄더미를 입에 물고 어디론가
기어가기 시작했다.
-살..살려줘..
그때였다. 괴형체가 들고가던 거미줄더미에서 성찬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동철이는 그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는 창규를 뿌리치고 방망이를 휘두르며
괴형체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이 더러운 새끼야 내 친구 내놔!!!!!"
"저 미친새끼가! 죽으려고 환장했어?!!!"
괴형체에게 달려가던 동철은 이내 몸을 던진 창규와 부딪혀서 땅에 고꾸라졌고, 그 괴형체는
성찬이로 보이는 거미줄더미를 들고 유유히 천장으로 올라갔다. 괴물체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던
동철이 별안간 몸을 일으켰다
- 퍽
"이 신발새끼야. 내 친구야. 니가 그 강아지새끼 아끼는 것 만큼 나도 내 친구가 소중해.
니가 뭔데 성찬이를 그냥 죽게 버려둬?"
"똑바로 정신차려. 여기서 니가 덤벼서 이길 것 같아? 지금은 성찬이가 살아있다는 것만 확인하면 됐어.
다음 기회를 노리자"
"조까고있네 씹새끼. 여기서 갈라지자. 난 성찬이 찾아서 갈라니까 니 강아지는 니가 찾아."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건 거대한 거미야."
"뭐..?"
"잘들어. 거미가 거미줄더미로 먹이를 감싼다는건 아직 먹을 생각이 없다는 거야. 즉, 앞으로 몇시간동안
성찬이는 살 수 있어. 그리고 중요한건 성찬이가 살아있는 동안 우리도 살아있어야 한다는거야. 여기는
그의 아지트야. 온통 거미줄로 가득 차있고, 그걸 건드린다는건 우리의 위치를 노출시킨다는 거나 다름없다고"
"아.."
"잘 생각해봐. 왜 저 거미자식이 우리가 여기에 들어왔는지 알게 되었을까. 왜 하필 우리 둘이 아니고
자신의 뒤에있던 성찬이를 따라갔을까."
"거미줄...거미줄을 건드렸어.."
"그래. 거미줄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움직여야해.
그리고 내생각엔 저 거대한 거미는 눈이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아."
"어째서지?거미가 원래 그래서?하지만 저런 거대한 거미라면 상식을 뒤엎을수도..."
"그 새끼야 저거"
"뭐?"
"거미인간! 그새끼라고.확실해. 처음부터 냄새가 났고 방금전에 확신했어."
"아..."
"그리고 마지막 하나. 우리는 지금 여기서 벗어나야해."
"어째서...?아! 우리도 올라올 때 거미줄을..."
"이해했으면 최대한 거미줄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이 곳을 뜨자"
창규는 곧바로 몸을 일으킨 후 거대거미가 사라진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뒤이어 동철 역시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최대한 거미줄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걸었고,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올라갔다. 윗층은 아랫층과는 다르게 거미줄도 거의 없었고 벽의 상태도 꽤나 양호했다.
벽은 마치 새로운 벽지를 바른 것처럼 깨끗했다.
"뭐지...아까 2층과는 분위기가 너무 다른데?"
"이상해..분명 여기서 그새끼의 냄새가 진동하는데...왜 거미줄하나 없이 깨끗한거지..?"
동철은 벽을 따라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벽에는 금간 자국 하나 없었으며 오히려 새집처럼
깨끗했다. 새하얀 벽지를 본 동철은 자신도 모르게 벽을 쓸어내렸다
-후두둑
"응?"
"아...신발 튀어!"
"왜??!!!"
"그거 거미줄더미야 병신새끼야!!"
"아...."
-스스슥 스스슥 스스슥
동철이 뒤돌아본 그곳에서는 아까 사라졌던 거대거미가 침을 흘리며 그들에게로 기어오고있었고,
흰자위만 보이는 희멀건 눈과 눈을 마주친 동철은 정말 그 거미가 동네의 거미인간이 기어오는 것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동철과 창규는 최대한 빨리 달려서 계단을 내려갔고 성찬의 망치를 발견했던 그자리까지 돌아오게 되었다.
"갈라지자!"
"뭐?"
"일단 갈라져! 우리가 이렇게 일직선으로 같이 뛰면 거미줄을 건드릴 확률도 더 높아지고,
우리 위치를 모두 알려주는 꼴이야. 그리고 우리 둘다 잡히게 되면 누가 성찬이를 구해줄건데?!
얼른 반대로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규는 돌아오던 방향에서 직각으로 꺾었다.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동철의 눈에는
강아지들의 시체가 보였지만 창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이 그 위를 밟아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철은 문득 자신이 쫒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창규와 반대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저 앞에 보이는 기둥 뒤에 몸을 숨기자. 라는 생각으로 죽을힘을 다해 뛰어간 동철은 기둥뒤에
몸을 숨긴 채 창규가 사라진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거대거미는 동철과 창규가 갈라진 자리에 와서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듯 하더니 이내 천장위로 올라갔다.
동철은 창규가 사라졌던 방향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괜찮냐 창규야?"
"그래! 넌 어때? 거미는 어디로 갔어?"
"난 기둥뒤에 숨어있어. 여기엔 거미줄 없는것같아! 거미는 천장으로 올라갔고! 거기는 어때?"
“여기는 거미줄 고치때문인지 사방에 거미줄 천지야. 몸을 움직일수가 없....."
"뭐야? 무슨일이야?"
-왈왈!!끼잉끼잉
"세..세바스티엥?"
-멍멍!!!멍멍!!
"세바스티엥!!!!"
"이 병신아!! 거미줄!!!!!"
창규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동철 역시 창규가 있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지만,
동철이 말릴 틈도 없을만큼의 찰나였고, 그가 세바스티엥에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의 몸이
거대 거미의 이빨에 의해 반으로 잘려진 후였다.
"세...세바스티엥....이 아니잖아...하하...동생 목소리도 구별못하다니..죽어도 싸네..신발"
"죽지마 강아지야!!!!성찬이랑 세바스티엥 구해서 나가야할 거 아니야!!!"
창규를 반으로 가른 거대 거미는 창규의 옆에 무언가를 뱉어내기 시작했고, 그 작업이 끝나자
이내 살아있는 강아지를 둘둘 말아서 천장으로 올라갔다.
동철이 도착했을 땐 이미 창규는 숨을 쉬지 않는 듯 했다.
창규의 옆에는 염산에 닿은 듯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시체가 놓여져있었는데,
동철은 그 시체를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려왔다.
"뭐야...성찬아 넌 또 왜 거기 누워있는데...신발진짜 다들 뭔데!!!!얼른 일어나서 나가야 할거 아니야!!!"
동철은 잠시 정신이 나간 듯 멍하게 있다가 조용히 방망이를 집어들었다. 그때였다.
"도..도망가 동철아..여기서 나가.."
"창..창규야!!들려? 내목소리 들려??"
"씨...신발 뭐래니...잘 안들리니까 그냥 내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서 경찰을 불러. 니가 여기 있어봤자 셋 다 개죽음 당하는거야. 일단 나가. 무조건 나가. 복수고 뭐고 필요없으니까, 일단 나가서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려. 그래야 시체라도 건져서 부모님 곁에 갈 거 아니냐. 제발 부탁이다..얼른 여기..."
"말을 끝까지해 병신아...임마...끝까지 하라고....강아지야!!!"
동철은 반 밖에 남지 않은 창규의 몸을 안은 채로 몇 십분을 울었다.
나중에는 더이상 흘릴 눈물도 없는지 마른 침 넘어가는 소리만 꾸역꾸역 날 뿐이었다.
얼마간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던 동철은 결심했는지 방망이를 성찬의 손에 꼭 쥐어 주었다.
"신발...그 성기만한 망치들고 설치니까 그렇게 되잖아 임마.. 빨리 안바꿔줘서 미안하다..
앞으로는 이거 꼭쥐고 있어 병신아...하하. 야~너 머리에 구멍 뚫렸으니까 이제 무거운 머리 장식으로
들고다닐 일 없겠네?? 머리도 작아졌어! 부럽다 임마!!큭큭....조금만 기다려!
!내가 너 데리러 다시 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임마 !! 나믿지? 엉아 금방 갔다올게!!
옘병 아직도 눈물이 남았나.."
동철은 다시금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1층 계단으로 뛰어갔다.
거대거미는 아까 3층으로 올라갔기때문에 자신이 빠르게 뛰어나가면 설사 거미줄을 건드려도
따라잡히지 않을 거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신발 도대체 뭐부터가 잘못된거지??어떤 실수때문에 이지경이 된거냐고!!!
옘병할 거미줄을 건드려서 그런거야? 응?신발!!!"
동철은 자신의 살갗에 거미줄이 닿는 느낌이 수어번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단으로 뛰어갔다.
그의 머릿속에는 얼른 이곳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과 경찰을 불러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계단에 도착하자마자 동철은 그자리에서 얼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뭐야...신발 이게 뭐 어떻게 된거야...."
동철의 눈앞에는 수백개의 흰자위가 네 다리를 뒤뚱거리면서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덮치는 수백개의 가느다란 다리를 보면서 동철은 자신들의 실수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그들의 실수는 3명이서 박물관을 들어온 것도, 거미줄을 건드리면서 그들과 대적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는 걸..
그들의 실수는 그저 거미'인간'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거미인간'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뿐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