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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가 퍼온이야기 [거미인간 -上- ]

너구리 |2011.11.24 13:06
조회 14,699 |추천 24
웃대 게시판 hero창정 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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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동철아! 너 어제 그 뉴스 봤냐?"
"무슨 뉴스?? 아~ 그 옆동네 애완동물들이 대거로 유기되었다는 그거??"
"그래 그거!! 그거 우리동네 거미인간새끼 짓이 아닐까?"
"거미인간? 아~이상한 냄새나는 그...아 뭐랄까..그..그...쓉쌔뀌???"
"그래!! 확실해. 내 냉철한 머리로 볼때 그새끼가 범인이야"
"성기을 아주 채로 싸잡수는 소리하고 있네. 병신아 그 새끼가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어떻게 하룻밤 새에 온동네 애완동물들을 뒤지고 다니겠냐?신발 머리는 장식이지 아주"
"그거야 모르지만 그 거미인간새끼 생고기 즐겨먹고 인육도 먹는다잖냐. 이건 냄새가 나, 냄새가."
"냄새는 니 입에서 아주 진동을한다 병신아. 조까고 그럴시간있으면 공부나 해. 그렇게 큰머리는 장식용으로 부담스럽지 않냐?"
"미친새끼가 지 머리도 조카 모아이석상인게 어디서 지랄이야. 걍 거미인간새기한테 쳐먹혀라 병신아"
"오라고 해, 아주 다리를 뜯어버릴라니까. 신발 저기오네, 냄새나는 새끼."

동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위의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양 옆으로 흩어졌다.
모세의 기적처럼 벌어진 사람들 사이로 등이 굽은 한 남자가 어기적 어기적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는 구루병에 걸린 환자처럼 다리가 8자로 굽어졌으며 걸음걸이 또한 사람이라기엔
어딘가가 모자라 보였다. 그 남자의 눈은 흰자위만이 덩그라니 남아 있었기때문에
누가봐도 그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고, 옷은 추노를 연상시키는 거적떼기 두어개를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남자를 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체취에 있었는데,
후줄근한 외양에 걸맞게 그 남자의 체취는 가공할 만큼 고약해서 마치 10년 묵은 음식물 쓰레기 냄새를
맡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 동철과 그의 친구 성찬 역시 코를 싸쥐고는 얼른 그자리에서 벗어났다.
보기만해도 역겨운 면상도 도망치는 데 한 몫 했지만, 그 곳에 계속 있었다간 자신들의 몸에도
쓰레기 냄새가 배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침 등교부터 썩은 냄새를 맡고나니
동철도 그의 친구도 공부할 마음이 싹 가시는 듯 했다.

"신발 재수가 없으려니까 아침부터 저새끼를 만나네"
"뭐 하루이틀이냐. 이제는 귀엽게 보일 지경이다 젠장"
"그러고보니 니 취향이네"
"미친새끼"

가벼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교문으로 향하는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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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어디 사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혹은 어떤 것을 먹는지조차 이 동네에는 알려진 사실이
없었다. 그저 동네 뒤에 있는 작은 뒷산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점과 그 근처에 예전 곤충 박물관이었던
폐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아마 그 폐허에서 살지 않겠느냐는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었다.
또한 길을 가다 그 남자와 맞닥뜨린 몇몇 사람들은 그의 몸에서 비릿한 생고기 냄새, 썩은
음식물 냄새가 나고, 덥수룩한 머리가 귀를 가린 탓인지 아니면 정말 귀가 멀어버린 탓인지는 몰라도
말을 듣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여러 소문들이 겹치고 겹친 결과, 그 남자는 졸지에
생고기를 먹는 거미인간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의 얼굴에 박혀있는, 흰자위만 덩그라니 남은 눈은
그의 그런 별명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거미인간'은 이 동네에서 터부시되는 존재로 각인되어졌다.
하지만 그가 더욱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는 기본적인 생김새와 옷차림새는 변함이 없을 지 몰라도
항상 몸의 크기가 조금씩 변한다는 사실이었다. 어쩔 때는 키가 굉장히 커보이기도 했으며
또 어떤 때는 덩치가 산만할 때도 있었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에게는 그가 마치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
처럼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물론 몸의 크기가 변해도 지독한 냄새가 그대로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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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러저러한 욕을 나누며, 교실에 도착한 동철과 성찬은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하늘만 보고있는 창규를 발견하고 이내 입을 다물게 되었다. 평소에 유난히 활기차서
리틀 노홍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있었던 그가 풀이 죽은 채로 멍하니 있는 탓인지, 반 전체의 공기도
적막감을 품은 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동철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창규에게로 향했고,
그러한 동철 뒤로 성찬이 뒤따랐다. 반 전체 분위기가 썰렁해진 이유도 있었지만,
창규는 동철의 가장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동철로서는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야 임마 왜그래?? 무슨일 있어?"
“헐 이새끼 어제 울었나봐. 눈탱이가 완전 종기만해졌어!"
"야 너 울었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
"말을 해봐 말을 병신아! 조카 남자새끼가 뭐하는 짓이냐"
"...."

동철의 다그침과 성찬의 호들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창규의 반응에 그들은 적잖게 당황했으나,
더 다그쳐봐야 소용없을 것 같다는 성찬의 눈치에 둘은 자리로 돌아가 걱정스럽게 창규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창규가 말없이 있는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가 동철에게는 불길한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창규도 사람이기에 우울한 날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이내 꺼림직한 생각을 지워버리는 동철이었다.

워낙 활발한 성격인 녀석이라 몇 시간 뒤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창규는 학교가 끝날 때까지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세상이 끝난 듯한 힘없는 표정을 짓다가도
금새 누군가를 죽일 것 처럼 살기를 내뿜는 그의 모습에 동철은 말없이 한숨만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창규가 입을 떼기 시작한 것은 하교길에서 거미인간을 보고나서였다.

"신발....저 강아지야...우리집 강아지 훔쳐간 새끼 저새끼야.."
"뭐? 지금 뭐랬어? 니네 집 개??"
"창규네 집 개라면..그...라..라...라흐마니노프 세바스티엥 주니어 13세 말하는거야??"
"그래..어제 신발 저 새끼가 우리 집 담벼락 넘어서 개 목줄 끊고 데려가는 거 내가 봤어.."
"그러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지 왜 가만히 입만 닫고 있어 병신아. 빨리 경찰서 가자"
"조까...그 개가 어떤 갠데...시발...용서 못해...내가 직접 할 거야.."
"미친 새끼야. 니가 뭘 어떻게 할건데? 경찰에 연락하면..."

"닥쳐 신발새꺄. 너도 그 강아지가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거아냐!
저새끼 경찰에 신고하면 그냥 절도범으로 가볍게 살다 나올껄? 아니지 신발.
내가 보기에도 저새끼 장애인같은데 그냥 유예로 풀려날거야. 뻔해. 내가 그렇게 못놔둬.
나한테는 가족만큼 소중한 강아지야. 내 동생이야. 도와주지 않을거면 방해하지나 마.
경찰에 신고하면 그 날로 나 너안봐 강아지야."

창규는 그 남자를 죽일것 처럼 쏘아보더니 이내 반대편에 위치한 자신의 집 방향으로 뛰어갔다.
동철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내 그의 뒤를 따랐고, 성찬은 덩그라니 남아
동철의 뒤만 바라볼 따름이었다.

"그 라흐마니...세바스티....주니어 12...아니 13인가...에라이 신발. 그 강아지새끼가
어떤 의미인지는 말해주고 가야 내가 도와주던지 할거아니야 강아지들...신발 강아지 이름은
또 왜이렇게 어려워 젠장. 아 같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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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창규는 유난히 몸집도 작고 내성적이라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더군다나 집조차 가난해서 일년에 한두번씩 월셋방을 옮기던 탓에 그는 친구하나 가지고있지 못하였다.
그렇게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생활을 외톨이인 채로 지냈으며, 그러한 생활은 그를 은둔형 외톨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창규는 점점 세상과 담을 쌓아갔으며 종래에는 자살시도에 이르렀고,
그러한 창규를 보는 부모님의 가슴은 찢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라면을 사러 집 앞 가게로 향하던
창규는 길에 버려진 유기견 한마리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개는 몸집이 유난히도 작았고,
작은 박스 사이로 눈만 내민 채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이 다가올 때마다
박스안으로 숨어들어가던 그 개는 우연히도 창규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고 왠일인지 그 둘은 몇분동안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기를 몇 십분......먼저 발은 뗀 것은 강아지였다.
그 강아지는 마치 창규가 제 주인인 양 그의 발치에서 꼬리를 흔들어대었고, 처음 볼 때부터
어렸을 때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까웠던 창규 역시 그런 강아지의 행동이
여간 살갑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강아지를 한손에 안아 들었다.

"귀엽게 생겼네. 너는 나보다 더 용기가 있구나? 처음보는 사람한테 이렇게 친근하게 대할 수도 있고..
너를 이렇게 버린 주인도 참 못났다.어떻게 이런 강아지를 버릴 생각을 했지?
너 나랑 같이 우리집에 갈래?"

강아지는 창규의 품에서 말없이 두 눈망울을 껌벅거렸다. 그렇게 창규는 생전 처음으로
유대감을 손에 넣게 되었고, 소중한 친구를 얻게 되었으며, 하나뿐인 동생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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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뛰어간 창규와 그 뒤를 쫒던 동철, 성찬이 다시 만난 곳은 동네 뒷산 근처였다.
이미 해는 산 너머로 져버린지 오래였고, 바람는 마치 겨울인 양 셋의 볼을 베어내듯
차갑게 몰아치고있었다. 창규의 손에는 커다란 공구상자가 들려있었고, 동철은 야구방망이를
손에 쥔 채 말없이 창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친새끼...결국 여기까지 와버렸잖냐...정말 니말대로 죽일거냐?"
"당연하지..이 공구통...세바스티앙이 제일 좋아하던 집을 만들어줄 때 내가 썼던거야.
이것만큼 좋은 무기도 없지. 그 더러운 새끼한테는 과분할 정도로...너도 야구방망이 들고온거 보면 대충 예상했던거 아니냐?"
"휴..책임질 각오는 하고있지?이거 위험한 일이야.아무리 거미인간새끼지만 그 새끼도 사람이잖냐.
우린 사람을 죽이려는 거야"
"알고있어"
"야야 잠깐만...신발 뭐 가져올거면 미리 말좀해달라고 강아지들아!! 나만 무기 없잖아 이거 어떡해?
나 그냥 거미인간 앞에서 나잡아 드셔~하고 목욕재개해야하는거야??나도 뭐좀 나눠 주던가..
야..야..그냥 가면 어떡하냐..야..여기 무섭다고..같이 가자고.."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는 성찬이를 뒤로한 채, 창규와 동철이는 뒷산에 위치한 옛 곤충 박물관을 향해
걸어가고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걸어가는 듯 했으나,
고동치는 심장박동에 맞추듯 박물관을 향해 뛰어가는 세사람이었다.
그러한 세사람의 뒤로는 기분나쁜 어둠이 그들의 자취를 조금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上편 끝-

추천수24
반대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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