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현재 2년 남짓 사귄 또래 남자친구가 있구요.
궁금한 게 생겨서 질문 좀 하려고 글 올려 봅니다.
남자친구가 제가 하는 행동이나 말을 너무 꼬아서 듣는 것 같아서요..
평소엔 착하고 저한테 정말 잘하고 더 바랄 게 없는 좋은 남친인데,
이상한 자격지심이 있는지 무슨 말만 하면 꼬투리를 자꾸 잡네요.
솔직히 결혼까지 생각하고 진지하게 사귀고 있는데,
계속 저런 식이면 행복한 결혼 생활 gg 치고 나올 게 눈에 훤히 보여서요..
예를 들면,
저는 이름 대면 왠만하면 알만한 큰 기업에 들어가게 되어 현재 직장인 초년생이예요.
월급은 적지도 않고 그렇다고 엄청 많지는 않은, 보통 수준이구요.
그에 비해 남친은 저보다 연상인데 아직 학생이예요. 대학원생.
그래서 아직 고정적인 수입이 없고, 그렇다고 용돈을 받기엔 좀 뭐한 나이다 보니,
아마 수중에 돈이 많지 않을 거예요, 그게 당연한 거구요. 저도 이해합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데이트 하는 비용에서 저도 많이 보태려고 노력해요.
남친도 저랑 데이트 하면서 안 내려고 하는 편은 아니고, 저한텐 잘 쓰는 편이예요.
저도 데이트 비용 많이 내려고 노력하고, 선물 같은 것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구요.
근데 제가 결혼 적령기 맞춰서 결혼 자금 모으느라, 월급 중 절반을 적금으로 붓고 있다 보니,
솔직히 데이트 좀 하고 집에 생활비도 좀 보태고 그러다 보면.. 금방 금방 돈이 나갑니다.
그렇다고 없는 티 내는 건 아닌데, 이럴 돈 더 모으면 결혼할 때 더 좋은 데서 시작할 수 있겠다,
예단은 못하더라도 (집과 혼수 반반하자고 늘 얘기했거든요.) 서로 부모님과 동생에게
좋은 옷 한 벌씩 더 해주고 결혼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그래서 데이트 하고 제가 식사 계산했던 날, 별 생각 없이 "아, 진짜 돈 좀 애껴써야지.." 했습니다.
이게 문제였습니다. 평소에 돈 가지고 남친한테 부담 준 적 한 번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요새 결혼 자금이랑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서 별 생각 없이 얘기한 건데..
여기다 제가 그 뒤로 몇 번인가 생각을 좀 하다가, 남친도 저랑 데이트 하면서 데이트 비용 부담될 것
같아서 (돈 없단 얘기 많이 하거든요, 자기도;;;) "우리 다음부터 동네 운동하고 그럴까?" 하고
좋은 뜻으로 얘기한 건데, 그 것도 담아두고 있었나 봐요.
저번에 다른 일로 싸우다 저에게 그러더군요. "넌 꼭 니가 돈 쓰면 생색 내잖아."
그 까짓 밥 좀 샀다고 생색 낸답니다, 저한테.
이 얘기 듣고 잉?????? 내가?????? 하고 한참을 멍하게 있었습니다.
내가 생색을 낸다고????? 이런 거 부담 안 주려고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는데???
정말 짐작이 가는 곳이 한 군데도 없어서 한참 고민하다 뒤늦게 남친이
- 돈 좀 애껴써야지 - 다음부터 동네 운동하자
저 두 가지 말이 생색 내는 거라고 하길래 엄청 당황했네요......
그리고 오늘,
어제 네이트 톡에 올라와 있던 [사랑하는 사람이 불임이라면?] 톡 내용이 생각나서
남친에게 물어봤어요. "내가 불임이라면 어떡할 거야?" 하구요.
평소엔 바로 에이, 상관 안하지~~ 라고 할 사람이 그런 건 왜 묻냐고 되묻더라구요.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그냥 게시판 글 보다 생각나서 물어봤다.. 했더니
그러냐고 하면서 자기는 상관없다고, 둘이 살아도 되고 입양해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여기까진 착하고 천사 같은 평소의 남친이었습니다. 저도 역시, 하고 흡족하게 웃었구요.
근데 그 뒤에 그러더군요. 너는 자꾸 결혼을 재고 조건을 따지려고 든다, 라고.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어려움이 와도 극복하고 서로 헤쳐나가려고 해야 하는데,
자꾸 이런 걸 물어보면서 결혼하는 걸 재고 조건을 따진다 라고 하더라구요.
전 별 생각 없이 게시판 글 보다 생각나서 물어본 거고, 남친 말대로 어려움이 와도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엔 이견이 없는데, 뜬금없는 남친의 말에 벙 쪘네요.
(제 질문 직후에 너는 내가 불임이면 어쩔 건데? 라고 묻길래 저도 상관없다고 했어요.)
남친이 말하는 결혼을 재고 조건을 따진다, 라는 저의 어록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가족 병력을 물어봤다
: 이건 저번에 그냥 걸어가면서 결혼 얘기 하다, 요샌 가족 병력도 다 물어봐야 한다더라!
하면서 반 농담으로 물어봤는데.. 그땐 웃으며 말 받아쳐놓고 담아놨을 줄 몰랐네요;
2. 대머리 될 수 있다고 결혼 안하겠다고 했다
: 남친 아버님이 머리숱이 없으신가 봐요, 할아버님도 그러셨다고 하고.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어, 남친도 대머리 되겠다! 나 그럼 결혼 안해! 하고 장난 쳤고, 그때엔 요새 시술도 좋다,
관리하는 방법도 많다, 걱정마라, 하면서 장난 받아주더니.. 이것도 담아놨었네요;
근데 솔직히 이건 듣는 입장에선 기분 나빴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제가 좀 경솔했던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말하는 게 신중하거나 진중한 타입이 아니라,
듣는 사람 입장에선 기분 나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을 그냥 있는 그대로 듣지 않고 자꾸만 꼬아서 듣는 남친을 보니,
저도 마음이 답답해서요..
정말 제가 저런 말을 한 게 나쁜 건지 싶기도 하네요.
솔직히 밥 좀 사고 생색낸다, 라는 말을 들은 날에는 억울해서 잠이 다 안 오더라구요...
데이트 비용 만큼은 부담 안 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남친이 화장실 간 동안 몰래 카드 계산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혼자 절약하잔 것도 아니구, 진지하게 결혼 생각하고 있으니 서로 저축하자는 뜻으로 한 얘기를
계속 혼자 곱씹으면서 담아두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잘못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