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너무너무 춥네요. 감기조심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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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더하기 별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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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는 웃대 검은토끼님입니다.
시작!--------
EP 1. 예고도 없이 찾아온 불길한 통보 (1)
나는 어느 건축회사에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수입은 남들보다 낮은 편이지만 나름대로 이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노동하며
어떤 면으로는 모범적인 일꾼의 모태가 되기도 한다. 난 그런 사람이었다.
이 쪽지를 발견하기 전 까진 말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계기로 쪽지를 읽게 된 것도 아니었다.
단순한 우연. 아니, 지독히도 운 나쁜 우연. 그뿐이었다.
쪽지를 발견하게 된 날, 그날의 아침도 딱히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평범했다.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면, 온종일 비가 내렸던 날씨랄까?
가만히 방 안에 서서 조심스럽게 쪽지를 바지 뒷주머니에 넣으며 회상에 빠진다.
‘
‘
‘
잠에서 깨자마자 귓가에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침부터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진다.
나 같은 건축업자에게 있어서 비가 온다는 것은 작업의 수고가 배로 늘어난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날의 작업 의욕은 모두가 폭감한다.
오늘 작업은 하지 않는다는 문자나 오면 좋을 텐데.
그러나 불 꺼진 핸드폰은 깜깜무소식이다.
그럼 그렇지. 사업주들께서 그런 자비가 있으실 리가 없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씻기 위해 왼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침대에서 앞으로 두 다리를 뻗은 채 앉은 자세까지 천천히 일어선다.
“Music! I Can Feel The Groove!”
어디선가 갑자기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이 흠칫 떨린다.
나는 허둥지둥 음악 소리의 발원지를 찾기 시작한다.
핸드폰의 모닝 콜이었다. 필요할 때나 울릴 것이지.
나는 내 왼손에서 부르르 떨며 음악을 내지르는 핸드폰을 열고‘OK’버튼을 가볍게 누른다.
모닝 콜이 꺼진다. 그리고 뜨는 배경화면.
위에 떠있는 시간을 보니 여유 있게 준비하긴 틀린 듯싶다.
핸드폰을 닫고 침대 위로 던진 채 빠르게 일어나 보일러를 켜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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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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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계절은 겨울이다.
그 때문에 매일 아침 목욕을 끝내고 화장실 밖으로 나오면 온몸이 덜덜 떨리고 이가 달달거린다.
그런데 오늘은 비가 오는 탓인지 평소보다 훨씬 춥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속옷을 입고 그 위에 작업복을 입는다.
조금 헐렁한 바지에 벨트를 단단히 매고 작업복 상의에 달린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린다.
그러고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무게를 잡아보는데 영락없는 아저씨 꼴이다.
보일러를 끄고 거실로 나와 현관문을 연다.
내가 사는 곳은 4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빌라이고, 내가 바로 그 4층에 산다.
주민 간에 소통은 적지만 그런 점이 작업을 끝내고 힘든 몸을 추스르며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반겨주는 달콤한 정적을 자아낸다.
또 옥상이 하나 있는데, 빨래를 널거나 걷으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지 않는다.
현관문을 닫고 나와 열쇠로 잠근다. 확실히 잠긴 건지 손잡이를 두세 번 돌려보기도 한다.
나는 열쇠를 바지에 넣으며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본다.
오전 6시.
다들 잠들어 있을 시간이다.
한 칸씩 계단을 내려오는데, 너무도 고요했던 탓에 내 구두 소리가 유난히 울린다.
3층을 내려오고 있는데 201호 현관문 안에서 갑자기 개가 짖는다.
녀석도 내 구두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것이겠지.
이윽고 빌라를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귀를 꽁꽁 얼려버리는 매서운 바람이 불어온다.
또, 쏟아지는 비는 머리를 적셔온다.
나는 다시 한 번 작업복 상의를 추스르고,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꽃은 채 작업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작업장의 위치는 그다지 멀지 않다. 내가 사는 빌라에서 언덕 하나를 내려오기만 하면 보일 정도로 가깝다.
언덕을 내려오자 왼쪽 신호등의 초록 불이 깜빡이고 있다.
그 밑으로는 23초가 남았다는 숫자가 보인다. 나는 바지에서 두 손을 빼고 천천히 달린다.
신호등만 건너면 건설현장으로 들어가는 정문이다.
달리면서 현장을 바라보는데 4층 현장에 제법 사람들이 모여 있다. 뭔가 이상하다.
보통 같으면 1층에 모여 배부되는 재료들을 가지고 자신이 맡은 층에서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4층에 보이는 사람 중에 나와 함께 2층을 작업하는 동료의 얼굴도 드문드문 보인다.
회의라고 하기엔 분위기가 엉성하다. 발이 빨라진다.
허겁지겁 작업현장에 들어서는데 마당에서 시멘트를 섞고 있던 권태가 나와 눈이 마주친다.
녀석이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위아래로 훑어본다.
나는 권태 쪽으로 걸어가며 반갑게 인사를 던진다.
“좋은 아침! 이 젠장 맞을 비만 빼면 더 좋은 아침이고.”
“응. 좋은 아침. 근데 너 우산은 어디 있어? 혹시 빗방울 피하기 달인이야?”
권태가 씩 웃으며 말한다.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권태 말대로 몸이 기분 나쁘게 축축하다.
거리가 가까워 일부로 우산을 챙기지 않았는데
쏟아지는 비의 양이 예상을 뛰어넘은 탓에 작업복이 심하게 물을 먹었다. 몸이 무겁다.
나는 권태를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1층 작업 준비실에 들어선다.
우측 벽에 잘 정돈된 작업모들이 걸려 있다. 그 중 내 이름이 적힌 종이가 붙은 작업모를 들어 올린다.
“그거 알아?”
종이를 떼어내고 작업모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머리에 착용하고 있는데 뒤에서 권태가 내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되물었다.
“알다니?”
머릿속에 횡단보도에서 보았던 현장의 모습이 빠르게 스친다.
“지금 작업현장에 문제가 하나 생겼다는데? 상사들이 골치 아파해.”
“무슨 문제인데?”
“4층 작업현장, 너도 알다시피 모델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잖아?”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아까부터 계속 오작동한다나? 그러니까, 이상하게 꼭 4층만 지나치고 올라간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을 누르면 3층이나 5층에 멈춘다니까, 하여튼 상사들은 미칠 노릇이지.”
“참나, 머리 안 돌아가기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되잖아?”
내 말에 현수가 눈을 가느다랗게 늘린다.
“물론, 사람이야 계단으로 올라가면 되겠지. 근데 생각을 해봐.
넌 모델하우스 공사에 필요한 그 큰 재료들을 비좁은 계단으로 옮길 수가 있다고 생각해?
아니, 설령 들고 올라갔다 하더라도 그 좁은 정문으로는 절대 못 넣을걸!”
별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단순한 고장이겠지 싶다.
사실, 공사현장에서 엘리베이터의 오작동은 흔히 있는 현상이다.
더군다나,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씨에 덮개 하나 쓰이지 않은 시범용 엘리베이터라면
충분히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나는 멍하니 녀석이 섞고 있는 시멘트 통을 바라보다 권태에게 말했다.
“같이 올라가 보자.”
“잠시만, 시멘트좀 마저 섞고.”
권태가 두세 번 통을 더 휘젓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막대를 빼내고 뚜껑을 닫는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서 있다가 안전모를 쓰며 걸어오는 권태와 함께
4층 현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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