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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 원혼은 말하지 않는다 5

윰서뽀잉 |2011.12.07 21:11
조회 661 |추천 1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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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물.서울에서 부산까지(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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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는 웃대 검은토끼님입니다.

 

시작!--------

 

 

 

 

 

 

 

 

EP 2. 이상한 공사장 (1)

 

 

 


내가 이 빌딩에 배정받은 지도 어느덧 2년 하고 1개월이 다 되어간다.

 

보통 순조롭게 건축과정이 이루어졌다면 건물이 완공되고

 

더불어 보조건축까지 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기간이다.

 

그러나 어떠한 연유로 그러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생긴 파업은 두 번째가 되는 것이다.

 

 

 

 

 

 


한 번이 더 있었다.

 


과거에, 이 빌딩의 구조를 모두 세우고 본격적으로 각 층마다 인부들이 서로 역할을 나누어

 

내부건설을 시작할 즈음이었다. 인부들은 부지런했고, 공사는 문제 하나 없이 척척 진행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는 좋지 못한 날씨였다.

 

출근한 공사장의 인부들은 늘 그래 왔듯 배부되는 재료를 챙기고 자기 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작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4층에서 갑자기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공사장의 시계가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방 안에 멍하게 서 있다가 왼팔을 들고 손목시계를 덮고 있던 소매를 들춰본다.

 

오전 8시 50분이다. 순간 머릿속에 흐릿한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좌우로 여러 차례 세게 흔든다.

 

 

 

 

 

 


그 뒤, 뒤로 돌아 방을 빠져나온다.

 

현장은 여전히 어둠에 싸여 있고 아직 벽이 세워지지 않아 네모나게 뚫려 있는 왼쪽 벽으로

 

셀 수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와 그 속에 흐릿한 도로, 주택가들이 보인다.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진다. 방금 그 방에서 보았던 여자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바지 뒷주머니를 손바닥으로 툭 쳐본다. 얇게 접은 종이가 느껴진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문득, 2년 전 그 일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런데 그 일을 생각하면 여자아이의 생각이 기다렸다는 듯 머릿속을 헤집는다.

 

피곤함이 몸 전체에 퍼진다.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멍하니 초점 없는 눈으로 바깥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려 계단을 타고 어둠에 휩싸인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3층에 도착했다. 이어서 내려간다.

 

2층에 도착했다.

 

1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페인트 상태를 점검해봐야겠다. 나는 현장에 들어선다.

 

그리고 왼쪽 구석에 판자에 덮인 채 세워져 있는 페인트통이 보인다.

그런데 그때,

 

 

 

 

 

 

 

 

 

 

 

 

 

 

 

 


“터벅. 터벅. 터벅.”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점차 커졌던 걸로 봐서 내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뒤로 돌린다. 예민한 탓인지 어느새 내 몸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발소리는 나지 않았다.

 

 

 

 

 



“누구세요?”

 

 



나는 계단을 향해 묻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나는 다시 현장을 나와 계단으로 돌아가서 위층과 아래층을 살핀다. 아무도 없다.

 

 



‘내가 미친 건가? 헛것에 이번엔 환청인가?’

 

 


나는 다시 2층 현장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페인트통으로 다가가 장판을 들춘다.

 

페인트의 상태는 제법 호전적이다. 나는 다시 장판을 덮고 현장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간다.

 

이어서 1층 마당으로 나온다. 비가 머리부터 시작해서 말라있던 몸을 다시금 적시기 시작한다.

 

 

 


이번엔 차가움이 제법 고맙다. 덕분에 복잡했던 마음이 제법 진정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공사 현장을 나온다. 눈앞에 보이는 신호등은 아직 빨간 불이다.

 

나는 멍하게 서서 그 불빛을 바라본다. 빨간색, 무엇과 비슷한 색깔.

나는 몽롱한 기분으로 다시금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인부들 모두가 후다닥 4층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 또한 옆에 있던 영우와 함께 사람들 무리에 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인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일어나고 있었다.

 

 

 

 

 

 



4층 담당의 한 인부가 손에 쥐어진 망치로 주변의 인부들을 거세게 내려치고 있었다.

 

두 눈엔 광기가 어려 있었고, 입가엔 침이 쏟아지고 있었다. 정상이 아니었다.

 

목격자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나와 영우 또한 말을 잃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그에게 몰려가서 망치를 빼았아들고 그를 붙잡았다.

 

그는 마치 밧줄에 붙들린 멧돼지처럼 발을 허공을 향해 마구 걷어차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초점 없는 그 눈을 수많은 사람과 마주쳤다.

사건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결과적으로 두 인부가 죽고 나머지 다섯 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사건을 일으킨 그 인부는 경찰에 넘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사장엔 그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목을 매달고 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별 감흥은 없었다. 그러려니 했다.

 

 

 

 

 

 

사람 두 명을 죽여놓고 자살이라니?

 

어렸던 나는 오히려 그의 자살이 형벌치고는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더 흘러갔다.

 

어느새 그 사건은 모두가 기억하고 있어도 입으로는 꺼내지 않는 꺼림칙한 사건이 되었고,

 

공사현장은 과거와 달리 냉소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 사건 하나가 인부들에게 불신을 심은 것이었다.

 

인부들은 서로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가까이 가지 않았고 도우려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서로가 멀어지던 때, 운 나쁘게도 결국 파업을 일으키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터져버렸다.

 

 

 

 

 

 

 

 





 

 

 

 

 



눈앞으로 차들이 지나가기 시작한다. 신호를 놓쳐버린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생각 속에 푹 빠지던 버릇이 있었다.

 

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다음 신호까지 비를 맞으며 기다리게 생겼다.

그나저나, 과거를 회상하고 나니 문득 머릿속에

 

그날의 내가 강하게 품고 있던 의구심이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한다.

 

대체 그는 왜 그렇게 미쳐버린 것이었을까?

 

 

 

 

 


그는 내게 지나가다 가끔 기술이나 노하우를 알려주던 사려 깊은 형이었다.

 

그러니까 생각해 보면 적어도 공사장에서 인간성 나쁜 사람은 아니었단 소리다.

 

그런데 그런 형이 대체 왜? 내 생각엔 아마도 원인이 있었을 듯싶다.

 

 

 

 

 


너무도 끔찍해서 차라리 정신 줄을 놓는 게 편한, 그런 원인 말이다.

 

그때 신호가 초록 불로 바뀌었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다.

 

하늘이 다시 한 번 번쩍하고 섬광을 흩뿌린다.

 

 

 


그리고 이어서 하늘을 찢는 천둥소리가 온 세상을 울린다.

 

마치 누군가의 비명처럼. 나는 보도를 건너 얼마 걷다가 오른쪽으로 돌아 언덕을 오른다.

추적추적 쏟아지는 빗줄기가 언덕을 타고 다시 쓸려 내려온다.

 

언덕의 중간까지 올라가자 빌라가 보인다. 빨리 가서 씻고 휴식을 취해야겠다. 심신이 모두 힘들다.

 

 

 


머릿속엔 그 형과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르고 가슴은 아래에 무언가 꽉 막힌 듯 답답하다.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다리가 무너져 내릴 것 같다. 결국, 공사장은 2년 전과 같은 파업이 일어나버렸다.

그리고 내일부터 인부들은 출근하지 않을 것이다.

 

상부에서는 압력이 내려올 것이고, 인부들은 쟁의를 일으키고 맞붙겠지.

 

과거 2년 전의 파업은 감정격화라고 쳐도, 이번 파업은 오작동이라는 분명한 구실이 있다.

 

 


안 그래도 과거 일 때문에 이 빌딩 현장에서 일하기 싫어하던 인부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잘 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나는 빌라 정문에 들어서고 무거운 몸으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 계단을 내려온 것도 불과 3시간 전의 일이다.

 

이윽고 나는 4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오른쪽 바지에서 허겁지겁 열쇠를 꺼내고 문을 딴다.

 

현관에 들어선다. 그러나 안도 바깥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온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일러를 켜고 나갈 걸 그랬다.

 

나는 신발을 벗고 거실에 들어선다.

 

그리고 우측에 비스듬히 열려 있는 문을 가볍게 밀고 방으로 들어간다.

 

눈앞에 보이는 침대가 굉장히 포근해 보인다.

 

나는 침대에 앉아 멍하게 정면을 바라보다 뒤로 고꾸라진다.

 

 

 

 


푹신함과 적당히 남아 있던 온기가 몸을 감싸온다. 졸음이 퍼진다.

 

조금씩 눈이 감긴다.

 

아주 미세하게 열린 반원모양의 틈 사이로 보이는 내 방의 천장 무늬를 마지막으로,

 

결국 나는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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