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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너를 사랑해

네이버에v... |2011.12.13 23:53
조회 140 |추천 0

 

 

징가(좌), 보리(우)

 

 

두 아이, 징가와 보리는 소설 속 '왕자와 거지'처럼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징가는 집에서 거리로, 보리는 거리에서 집으로.

보리를 데려온 것을 후회했어요. 보리를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다리가 아파 수술을 해야 했던 보리를 원망했습니다. 보리에게 모진 말을 하기도 했어요.

수술 날짜로 그 날을 택한 저를 원망했습니다.

(보리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 날짜를 앞당겼어요.)

이름표를 풀어준 제가 미웠습니다. 옷을 벗겨주고, 문을 열어준 제가 미웠습니다.

그 새벽에 대문을 열어둔 옆집도, 대문을 닫은 아랫집도 미웠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 한꺼번에 일어나 징가를 밖으로 내몰았을까.

왜 하필 우리에게, 왜 하필 지금일까. 왜.

 

  

거리에 있는 배설물만 봐도, 빌라촌 앞 파헤쳐진 음식물 쓰레기를 봐도

눈물을 훔쳐야 했습니다.

차도에 뭔가 있는 것을 보면 심장이 멎는 것 같았지만

생물이 아닌 것을 확인한 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어요.

허기가 느껴져 숟가락을 들면서, 졸음이 쏟아져 참다가 참다가 이불을 파고 들면서,

날씨가 쌀쌀해져 두꺼운 옷을 꺼내 입으며

생존본능이란 참 이렇게 징그러울 수도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징가는 어디서 춥고 배고프고 외로울 지 모르는데.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습니다.

한때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었던.

 

 

징가를 찾아다니며 틈틈이

징가에 대한 미안함으로, 꼭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보이는 대로 징가가 입을 옷이며 장난감을 사모았어요.

저에게는 작은 위안거리였습니다.

그렇게 모은 것이 벌써 커다란 상자에 한가득이지만 징가는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중단한 지 2개월이 훌쩍 넘었어요.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을까요.

 

 

징가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우연히 국내에도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답답하고 막막한 마음에.. 아이의 안부나 알아보자, 미안하다고,

그리고 내가 죽을 힘을 다해 찾고 있으니 좀 더 힘을 내서 버텨달라 전하고 싶었어요.

각각 다른 시기에 각기 다른 사람에게 의뢰를 했어요.

결과를 듣고 밤새 엉엉 울었습니다. 징가 사진을 들여다보며 내 탓이다. 내 탓이다.

징가가 아픈 것도, 춥고 배고픈 것도 전부 내 탓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둘 다 사이비였습니다.

이 내용은 너무 길어서 이곳에 옮기지 못합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 있다면 제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제발 더 이상 다른 분들이 속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지금도 반려동물과 대화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아이와의 대화를 의뢰하고 있어요.

경찰은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을 '굿'에 비유를 합니다.)

지금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길지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한번 끄집어내기 시작하면 끝도 없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요.

'이제는 한계다' 느낄 만큼 힘든 일도 있었습니다.

 

 

금방 떨어져나갈 벽보를 붙이고,

어쩌면 누군가의 눈에 담기기도 전에 폐지가 될 전단을 넣으며

늦은 시각에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어요. 카페, 관련 기관, 트위터..

11/9 새벽 컴퓨터 앞에 앉아서 졸다가 갑자기 징가 얼굴이 스쳐 깜짝 놀라서 깼습니다.

징가는 철장 안에 엎드려 있었고, 고개를 약간 돌려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표정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옆에는 밥그릇이랑 물병이 연결된 (기둥처럼 생긴) 노란색 식기가 보였어요.
그보다 몇 주 전 빨간 후드티를 입은 징가가 언뜻 보였던 적도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제가 징가의 옷을 사모으고 있었기 때문에

무의식이 그 옷을 징가에게 입혀줬던 거라 생각해요.

꿈에도 한번 보이지 않던 아이인데 이렇게 잠깐씩이라도 얼굴을 보니 반갑기는 했지만

야속할 정도로 '찰나'였어요.

 

 

처음 한 달은 이틀에 한 번씩 잠을 자고, 밥은 전혀 입에 대지 않았어요.

물론 허기는 채워야 했기에 소포장된 크래커와 물이 저에게는 '동력'의 전부였습니다.

늦은 새벽까지 낯선 동네를 돌아다녔습니다.

지금은 밥도 먹고, 잠도 잡니다.

해가 떨어지면 추워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이렇게 차츰 무뎌지다가 잊혀지는 걸까요..

울다 지치다를 반복하다보면 다시 감정이 제자리를 찾게 되겠지만.

언젠가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징가는 항상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미워했고, 모진 말을 하기도 했던 보리에게 지금은 두 배의 사랑을 주고 있습니다.

보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그 다음엔 징가를 쓰다듬어줘요.

보리의 눈을 닦아주고, 그 다음엔 징가의 눈을 닦아줘요.

보리를 안아주고, 그 다음엔 징가를 안아줍니다.

 

제가 원하는 건 징가가 떠날 때 내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고, 내 품에서 떠났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징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크셔테리어 / 수컷 (미중성화) / 9년 5개월생 / 이름: 징가

대구 서구 중리동 중리경로당 주변 (꽃동네A건너, 퀸스로드, 중리체육공원)

2011년 9월 30일 새벽 4시경 행방불명

 

체구 큰 편 (당시 4kg, 등길이만 약 30cm)

모색: 갈회 (얼굴 갈색, 등 회색, 꼬리끝검정) / 털 길이 5cm 정도 (얼굴 털이 몸의 털보다 약간 긺)

큰 귀 쫑긋 / 까맣고 큰 코 (100원 동전 크기) / 혀 네롱

똥꼬 통통하고 검은 반점 있음 / 심장사상충 양성 (치/료/시/급)

 

http://blog.naver.com/monbonchien

http://twitter.com/monamizingga

 

네이버 검색창에 대구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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