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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 모르겠습니다.

아이스라떼 |2012.02.17 16:56
조회 71,175 |추천 131

벌써 2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잎샘추위를 시작하는지 다시 추워지고 있네요.

 

오늘 제가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예전처럼 힘들어서가 아니라

 

잠시 지나가는 글로나마 제게 큰 힘을 주신 분들께 (기억을 못하신다 하더라도) 잘 지내고 있다

 

말씀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으니 지겨우신 분들은 스크롤을 쭉 내리셔도 됩니다.

 

 

그 글 이후, 많다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멋있는척, 쿨한척 톡커님들께 즈려밟고 오겠다 호언장담했지만

 

사실 그 친구와 생각보다 깨끗하고 고고하게(?) 헤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너무나 어이없는 말을 들었고, 그 말마저 참아 넘기기엔 제 아량이 태산처럼 높지 못했습니다.

 

 

저는 유치원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엄마는 모진 세월 속에서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세상 온갖 궂은 일을 하시며 강건하게 두 딸을 지켜내신 분입니다.

 

두 딸이 모두 올바르게 성장하여 사회적 지위와 안정된 삶을 보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돈 받기 싫다. 부담되기 싫다.

 

내가 가진 이 집 모기지론으로 쓰며 살테니 엄마 거둘 걱정 말아라.

 

유산이 없을 수 있을지언정, 빚 또한 없을 것이다. 하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너와의 결혼에 확신이 없는 이유 중에 다른 하나는

 

너와 결혼하고 난뒤, 혼자 계실 너희 어머니가 걸린다. 라구요.

 

정말 마음에 걸리는 것이냐, 혹여 우리 엄마가 부담되는 것이냐,

 

그래서 너가 모셔 줄 것이냐 물었습니다.

 

그건 본인 부모님께서 절대 허락 안하실거랍니다.

 

모셔달라 한 적 없습니다. 우리 엄마 신경 써달라 한 적도 없습니다.

 

옛기억이 떠오르더군요.

 

사귀기 전, 그 친구가 제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을 안 그 날 그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난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다. 이게 너 마음에 걸린다면 난 순순히 물러나겠다.

 

이런 것 숨겼다가 나중에 큰 일이 되길 원치 않는다.

 

그리고 미리 너에게 말해주는 것이 너에 대한 예의이다. 진지하게 고민해라. 라구요.

 

본인은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으며 우리 부모님도 그런 걸 신경쓰는 분들이 아니다 하더군요.

 

그리고 던진 그 폭탄같은 말.

 

제가 갖고 있는 유일한 상처이자 트라우마를 아주 대차게 건드리는 그 아이에게 대놓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부모님 두 분 다 살아계시거나 아예 없는 사람 만나라.

 

지금까지 우리 엄마 혼자 살 걱정까지 하느라 얼마나 고생 많았냐.

 

미안하다. 좋은 사람 만나라. 라고 했더니

 

기분 나쁘니 막말 하지 말라더군요.

 

대체 무엇이 막말이냐 물었습니다.

 

부모 없는 사람 만나라는게 막말이냐. 어찌 그것이 막말이 될 수 있느냐.

 

부모 없는 사람이 죄인이더냐. 부모 없는 것은 자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너의 그런 편견이 나 같은 혹은 홀로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을 멍들고 아프게 하는 것이다.

 

정말 그만두자. 라고.

 

이런 놈을 좋아했던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이 정도의 인격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자기도 지치니 그만두자더군요. 오해해서 듣는 제가 너무 힘들답니다.

 

자긴 정말 그저 우리 엄마가 걱정되서 한 말뿐이라더군요.

 

너와의 결혼을 생각해보니 성격도, 종교도, 정치적 성향도 맞지 않아 힘들다.

 

그리고 어머님이 혼자 계실 것도 걸린다 에서 그 말을 ' 아 이 친구가 우리 엄마를 이렇게 걱정하는구나'

 

라고 들을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디있겠습니까.

 

또한, 본인이 의도한 10마디 말의 의미 중 3마디 이상을 상대방이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면

 

무조건 상대방 문제가 아니라 " 내가 말하는, 표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되짚어 보는

 

것이 성숙한 인격체가 할 수 있는 행동 아닌가요..?

 

그 친구가 진정 우리 엄마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 한들, 내 자격지심에 곡해해서 들었다 한들

 

그 자리에서 상대의 아픈 곳을 그런 식으로 건드리는 것은 이해할 수도, 이해해 줄 가치도 없는 것이라 생

 

각이 들어 이젠 정말 그 친구에게 조그마한 미련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게 사과 얘기를 해주셨던 분과는 아쉽게도 인연이 오래 닿지 않았습니다.

 

좋은 분이셨지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분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고

 

그 분 또한 당장 연애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은 없으신듯하여 그저 언젠가 서로가 서로의 도움이 필요할

 

때 좋은 인맥이 되어주자. 라는 결론 하에 가끔 안부를 주고 받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 지금 연애 중입니다.

 

헤어진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른 사람을 만나느냐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와 다른 모습에 반하여 지금 이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저 또한 제 자신에게 의구심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분의 댓글처럼. 이렇게도 희노애락을 느끼는 부분이 같은 사람은 처음일뿐더러

 

사려깊고, 배려깊고, 존중할 줄 아는.. 하지만 대범하고 올곧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 그거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은 진정 신이 있다면 제게 주신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간 마음 고생 많았다고요. (속물이라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인간 본성일테니까요.)

 

그리고 그 친구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도 들더군요.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지도,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은 채

 

외향적인 조건 하나로 등을 돌렸을 것 같습니다. (혹시 오해하실까봐.. 단지 키가 좀 작을뿐..^^)

 

사람을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웠고,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 옆에 계신 분의 마음씨에 반해 제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던 사소한 순간을 말씀드리며

 

글을 맺고자 합니다.

 

 

밸런타인 데이에 그 분께 많이 어렵지 않은 레시피의 초코 쿠키와 초콜릿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제가 베이킹을 정말 좋아해서..유일한 취미입니다.^^)

 

바쁜데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정말 이런 걸 받기 위해 오늘 만나자고 한 것이 아니었다며

 

제게도 맛있는 초콜릿을 건네시기에 마음이 흐뭇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문자가 오더군요.

 

연구실 식구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었어요. 아껴두고 싶었는데 자랑하고 싶어서 가장 아끼는

 

후배들만 나누어주었다고. 다들 능력자라고 칭찬해주기에 조금 으쓱했다구요.

 

신나하시는 모습에 저도 몹시 뿌듯하여 다행이네요.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 00 씨가 좋은 사람이어서 라고 대답했어요. " 

 

라고.. 하시더군요.

 

순간 가슴이 설렜습니다. 이 말이 왜 그렇게 따뜻하게 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스스로 잃어가던 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본능이었을지도 모를테지요.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 별 말 아니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저에겐 그간 아팠던 마음이 왠지 모르게 다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것에 그런 말 한 마디 건넬 수 있는 그 분의 심성이 참으로 선해보였습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 사람도 사람으로 잊어야 한다지요.

 

톡커님들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예전 그 친구에게서 허덕이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모든 분들께서도 아픈 마음 다 잊으시고 무탈한 사랑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모두들 행복하세요.

 

진심으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__________^

 

ps. 아주 나중엔, 즐거운 결혼소식으로 찾아뵙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추천수131
반대수4
베플|2012.02.17 18:19
역시 똥차가면 벤츠가 오는군요,ㅋ
베플|2012.02.17 22:45
아정말 글쓴이언니글 처음부터끝까지 자세하게 읽었는데요 언니 정말 멋지신분 같아요 정말 소중한 인연만나셨다는 글 읽고 정말 제일인것처럼 기뻤습니다ㅋㅋ사과얘기가 데게 많은생각을 하게된계기가 되었는데요 항상 싱그러운사과들이 언니 곁에 있기를 바랄게요! 오래가세요ㅋㅋㅋㅋ요즘갑자기추워졌으니 감기조심하시구요! 잘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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