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여러분
찾아보고는 있다는데, 둘 다 별 소득이 없네요..
그 이가 절 처음 봤다는 그 날 말이에요.
그 이가 딱히 완벽함을 추구하는 타입은 아닌데.. 역시 쓰는 것은 또 다른 거겠죠.
오늘은 몇 년전, 그 이와 제가 처음 헤어졌던 날을 쓰려해요.
이번에도 그 이와 함께 쓰려합니다.
오늘은 조금 칙칙한 얘기일 것 같으니.. 주의바래요.
*
몇 해전, 그 이와 제가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 였을 거에요.
둘 다 어렸고, 서툴었겠죠.
그 때 저희는 흔히 말하는 수위짙은 행위도 해 보지 않은 사이였어요.
키스도 몇 번 해보지 않은 사이였달까.
사실, 제목과 같이, 저희는 한 두번 헤어졌던 사이가 아니에요.
헤어지는 방식도 가지가색, 헤어지고 난 후도 가지각색.
헤어지는 게 일상이라면, 하나의 일상으로 취급해도 되었죠.
첫번째 헤어짐은 서로에게 무슨 의미였을지, 저도 모르겠네요.
-아, '그 이' 입니다.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 지금 헤어졌던 때를 회상하니 기분이 상쾌하군요.
약골과 제가 처음 헤어졌던 때는 몇 해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던 시기.
약골에게 첫번째 헤어짐은 뭐였을 지 몰라도, 저에게는 나름의 충격이었어요.
그다지 크진 않았던 충격.
서로가 잘 몰랐던 것도 사실이고, 그럼에도 서로의 존재가 너무 편했던 그 때.
평소처럼 만나고, 평소처럼 차 마시고, 평소처럼 영화보고.
그냥 딱 평소였을 거에요.. 아마.
그러다가 헤어질 때 쯤 말하더라고요. 헤어지자고.
전에 한번 말씀 드렸던 그 표정으로.
살짝 입꼬리를 올린 듯 하면서, 살짝 경직된 듯한.
부드럽게 눈을 접고 온화하게 웃고 있지만, 조금만 주의해서 살펴봐도 알 수 있는..
경계어린 예의와 무심하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풀어진 눈빛.
뭔가, 실제로 보면 느껴지실거에요. 이런 느낌.
자주 보지만, 뭔가 무섭습니다. 이 표정.
그런 표정으로 말했거든요, 헤어지자고.
그 때, 제가 당황했던 건, 헤어지자는 그 말보다, 그 후의 말이었어요.
가끔 이별할 때 하는 행동이지만, 얘, 이상하게 이별을 고해요.
예를 들어서,
'미안해, 이제 그만 헤어지자. 우리, 이제 무슨 사이인지 나도 모르겠어.'
이런 말을 헤어질 때 하면, 누구라도 이 말을 적어놓고 보면서 말하는 사람은 없을거에요.
근데, 얘는 그렇게 해요.
갑자기 헤어질 쯤 되니까, 그런 눈빛으로 살며시 웃더니.
종이를 꺼내들고 헤어지자고 말하고.
더 이상한건, 그래놓고 이별주마시러 가자고 말했던 것.
저도 써놓고 이해가 안되네요.
(그냥 이 사람 표현력이 떨어지는 거에요.
그럴 리가, 저 글 잘씁니다.
여러분 연인이, 여러분과 평소처럼 데이트 잘 하다가, 헤어질 쯤 되니까.
"야, 잠시만. 우리 이제 해어지자. 헤어질 때 된 것도 같고. 미지근한 사이로 남을 바에야, 조금 멀어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냥 사귀기 전으로 돌아가는 거잖아."
라고 말해놓고, 갑자기 팔장 끼면서 이별주 마시러 가자고 한다면, 어떨 것 같으십니까..?
근데, 얘 눈빛이 묘하게 단호해서, 그냥 마시러 갔어요.
아, 그러고 보니.. 이 때 얘 미성년자였네요.
(불량 청소년 아니었어요. 술이야, 고등학생들 몇 번 마셔보잖아요. 수학여행 때 술 가지고 가는 거 다 알고 있어요! 저도 그랬으니까.. 음.. 몇 년 지났다고 해서 바뀐 건 없겠죠...하하..)
약골이 술 마시고 한 얘기도 기억나네요.
취해서 다시 고백하거나, 매달리거나, 욕하는 것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색다르다고 해야하나..
(제가 색다른거 아니에요. 얘가 더 이상하죠.
저희 그 이는, 술에 잘 취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한 번 취하면 사람 손을 물어요.
물 때도 있고, 햝을 때도 있고.
꼭 손이 아니라도 목, 팔, 손등.. 다양한 곳을 물거나 햝아요.
그 이 친구들도 당해본 사람이 있다고 들었어요. 잘 취하지 않는 다는 것에 감사해야죠.)
어찌되었든, 약골은 상당히 침착했어요.
침차하게 얘기를 풀어놓았는데.. 납득이 가더라고요.
줄이자면,
우린 사귀는 사이다. 난 아직 미성년자고, 당신은 성인이다. 그리고 우린 동성이다. 동성이라서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사이를 쉽게 보고, 장난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사랑도 아니다. 하지만 잠시 헤어져있자. 그냥, 나 자신이 좀 불안해져서 이러는 거다. 혹시, 헤어지는 중에 당신의 마음이 변한다면, 난 당신의 뜻에 따르겠다. 하지만 난 당신과 보통 연인처럼 헤어질 생각은 없다. 당신 곁을 떠난다면, 당신은 모르겠지만 난 아플거다. 그러니까 잠시만 친구처럼 지내자. 사귀기 전처럼.
이러다고나 할까요.. 술 마시면서 주구장창 얘기하는데, 심각성을 못느꼈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말하자면, 말 자체가 웃겼던 것일지도요.
헤어지자고 먼저 말해놓고, 차인 사람이 연인을 사귀면 뜻에 따르겠다니..
얘랑 헤어지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약골과 하는 이별은.. 뭔가 심각성이 없어요.
다시 만날 거라는, 다시 사랑할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가.
그래서 그냥 허락했어요.
아, 허락하는 것도 이상한가.. 헤어질 땐, 어느 한쪽이 말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 헤어지고, 헤어져 놓고도 잘 지내고.
하지만 연인끼리 할 법한 행동은 하지 않고.
그런 행동을 할 끼미가 보이면... 피했던 것 같네요.
선을 넘지 말자는. 그런 의미였다네요. 스스로에게.
그러다가 다시 사귀게 된 건..
아, 스크롤이 너무 길어졌네요. 다음에 뵙죠.
(............... 손 아프다고 그만 쓴다네요. 스크롤 핑계는 무슨)
계속 헤어지고 만나길 반복하다 보니, 얘가 언제 헤어지자고 말할 지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듯해요.
심신이 피폐해져서, 사람만나기를 꺼려할 때.
식사량이 줄고, 토하는 일이 늘어날 때.
불안한 기색을 표하지 않으려 하고, 눈을 자주 마주치면서, '그'표정을 짓는 횟수가 늘어날 때..
곧 헤어지자고 말하죠.
그냥, 불안해지고 피폐해졌을 때.. 그렇게 말해요. 약골은.
*
저희의 이별방법이 생소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가끔씩 헤어지는 사이. 헤어져놓고서, 별 거 아니라는 듯 친하게 지내는 사이..
다음에, 어떻게 다시 만났는지. 그 얘기를 들고 돌아올게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