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4살 평범한 흔녀 대학생입니다.
너무 답답해서 그동안 눈팅 열심히 하던 결시친 판에 글을 올려보자 싶어서 올립니다.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만이라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는데 잘 전달이 되었을지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제가 좀 언니바보 기질이 있어서 그 동안 언니 자랑을 많이 하고 다녔다보니,
이 글을 읽었을 때 누군지 알게 될까봐 두려운 맘이 있네요..
어쨌든 글이 많이 길으니 천천히 보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31살 언니가 하나 있습니다.
27살 여름부터 3년 반째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고 기간제 선생님을 병행한지는 올해로 2년차가 됩니다.
언니는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끄덕할만한 미국 명문 대학교를 졸업했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 역시 누구나 들으면 인정할만한 유명 대학교에서 교육대학원 석사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언니의 꿈은 교육부에 들어가서 바른 교육을 실천하는 교육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형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친척들에게 빚을 지며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언니를 유학시키셨던 부모님은
내심 언니가 사립 중고등학교에 편안하게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으면 하셨습니다.
친척 중에 어떤 사립학교 재단에 깊은 친분이 있으신 분들도 있고,
언니 학벌이나 경력이 꿀리는 것도 아니기에 막말로 그냥 걸어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언니의 꿈이 워낙 확고한데다, 단순히 좋은 직장을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보다
사명감을 가지고 임용고시에 도전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셔서 계속 임용고시에 도전하는 언니를 응원하고 계셨습니다.
형편이 넉넉해서 임용에 올인할 수 있게끔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정 때문에
언니는 계속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임용을 도전하고 있구요.
아, 물론 언니가 벌어서 집에 보태야 할만한 상황은 아니고,
기간제 선생님을 해서 그 월급으로 언니가 스스로 생활비와 교육비 등을 해결하고
더 필요한 부분은 부모님이 채워주십니다.
어찌 되었건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언니가 안쓰럽기도 하고 더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신 부모님은
언니가 연말마다 떨어졌다는 안좋은 소식을 가져오실 때마다 아무 말도 못하시고 언니를 달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물론 임용이 힘들었던 것은 일과 공부를 병행한 탓도 있지만,
저는 언니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도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니가 언니와 동갑내기인 31살 남자친구를 만난지는 이제 약 1년 반이 되었는데요.
작년 12월쯤 언니 남자친구가 언니에게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언니 남자친구는 대학원생 석사 1기이고 현재 장교로 군 복무 중입니다.
올 10월에 제대할 예정이고 내년 3월 대학원으로 복학한다고 합니다.
언니가 체력도 좋은 편도 아니고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보니,
남자친구가 생기고 연애를 하면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남자친구가 군인이라 주말에만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주말에만 데이트를 했고
평일에는 일 끝나고 7~8시쯤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남자친구와 두 세시간 정도 전화통화를 하다 잠들곤 했습니다.
언니가 욱하는 성격도 있고 화가 나면 말도 심하게 하다보니, 언니랑 언니 남자친구는 자주 다투는 편이었어요.
더군다나 언니가 원래 잔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다툴 때마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이 관계를 계속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했고,
이런 저런 고민들 때문에 며칠 동안 공부를 손에서 놓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본인도 답답해할 정도로요..
그치만 그 남자친구분은 제가 봤을 땐 형부감으로는 정말 너무나도 좋은 분입니다.
성격도 진중하시고 언니에게 항상 먼저 져주고, 사랑한다고 자주자주 표현해주고,
아무리 봐도 언니가 잘못해서 싸운건데도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항상 그 남자친구 쪽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언니가 언니랑 언니 남자친구랑 다툰 이야기를 하면 저도 부모님도 그 남자친구 편을 들어줄 정도였으니까요.
이 배경들을 다 설명드려야 이 결혼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서론이 이렇게 길어졌네요.
어쨌든 언니가 프로포즈를 받고 우리 가족은 많이 기뻐했습니다.
저도 언니가 예쁘게 결혼할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고,
부모님도 언니가 프로포즈 받았다고 하니까 걱정도 되시지만 역시 많이 기쁘기도 하셨던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학벌, 경제력, 외모 등등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사람됨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일단 다른 모든 것은 제쳐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셨어요.
그 후에도 가족들이 모두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했기에
언니도 언니 남자친구도 yes 싸인 이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점점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점점 결혼을 진행하면서 가족들에게 언니의 현실적인 부분들과 주변 상황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결혼할 때 드는 비용은 둘째치고서라도, 일단 집을 얻는 것도 걱정이었습니다.
남자친구분이 군대 제대할 때 쯤 적금이 만기되어서 많이는 아니지만 몇천만원 정도가 나온다고 해서,
그 돈과 대출을 끼어서 서울 외곽 지역에 저렴한 전세를 구하거나 아니면 적당한 아파트의 월세로 집을 얻고자 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 남자친구분 대학원이 지방입니다.
언니는 현재 서울에서 기간제를 하고 있는데 계약이 1년이라서 올 연말에 끝나고,
어차피 남자친구분 제대도 10월이기에 내년 3월 대학원 복학 전까지는 서울에서 살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부대가 서울 바로 근처 경기도권입니다.)
결혼 날짜를 일단 6월 초로 잡았기에 4월이나 5월초에 집을 계약하면 약 10개월 정도 살게 되고,
그 이후에는 지방에 내려가서 집을 다시 구해야 합니다.
그 대학원이 있는 지방에는 남자친구분 가족들+조부모님이 함께 살고 계시구요.
(그래서 부모님은 만약 언니네가 적당한 집을 못 구하게 되면
아마 남자친구분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얻기 전까지는 시댁에 들어가서 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남자친구분이 아직 대학원생이기에
현실적으로는 언니가 돈을 벌고 남자친구분이 부업(과외나 여타 다른 아르바이트 정도) 등을 해서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형편입니다.
언니가 기간제 선생님을 하면서 돈을 벌고 살림도 하고 남편 뒷바라지도 하고(등록금도 벌어서 내야합니다),
무엇보다도 임용고시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런 상황이 되니 저희 가족은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언니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꼭 굳이 지금 해야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저희 집과 그 남자친구분 집안 사정이
언니와 언니 남자친구의 경제적 보탬을 해줄 만큼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고,
언니가 임용고시를 붙은 뒤, 혹은 남자친구가 대학원을 졸업해서 직장을 잡은 이후에 결혼을 생각해도 늦지 않지 않을까,
요즘 세상에 여자 나이 서른 셋에 결혼해도 흉도 아닐 뿐더러,
조금 더 안정된 여건에서 덜 고생할 수 있을 때에 시집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과 저는 언니가 결혼을 한 이후에 가정과 직장에 지쳐서 언니의 꿈(임용)을 포기하게 될까봐 그것이 제일 걱정되었습니다.
저번 주 일요일에는 그 남자친구분과 저희 가족 모두 만나서 이런 의견을 전달했고,
오늘은 집에 오니 언니와 부모님이 격하게 이야기 하고 있더라구요.
언니의 입장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왜 그렇게 결혼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면서 반대하냐는 것입니다.
임용이라는 것이 올인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이왕 그렇다면 차분하게 매년 도전하면서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싶다,
꼭 결혼한다고 임용을 못보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나는 꼭 남자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벌면 내가 내면 되지 않겠느냐.
여기까지였으면 그냥 그렇구나 싶었을 텐데,
그 다음 언니가 하는 말에 저희 가족은 뒤집어 졌습니다.
임용 하다못해 포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동안 임용 안 된 것도 돈 버느라 그런 것 아니냐,
내가 내 인생 살고 내가 고생한다는데 왜 말리느냐,
왜 결혼도 못하게 하고 임용도 못 본다고만 하고 왜 날 자꾸 흔드느냐,
오히려 그 사람(남자친구)이 가족들 볼 면목이 없다고 하는데 내가 그 사람한테 더 미안하더라,
2~3년 뒤로 미룬다고 뭐가 달라지느냐, 그렇게 조건 따지면 평생 결혼 못한다,
너(글쓴이)는 뭘 안다고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하느냐, 주제 넘고 말 막한다 (이건 저한테 한 소리에요, 제가 좀 더 안정될 때까지 2년 정도 미루는게 뭐 어때?라고 말했고, 제 뉘앙스는 2년이 별 게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라 언니가 나이를 염두에 자꾸 두는 것 같아서 요즘 세상에 서른 셋이라고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 없다, 라고 이야기 했던 건데, 언니 입장에서는 2년 동안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제가 철없이 생각 없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나봐요..)
위에까지는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구요..
저와 부모님 생각을 표현하자면... 너무 서운하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까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습니다.
특히 '임용 포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라고 하는 것에 가족들 모두 황당해 했습니다.
저희는 무엇보다도 언니가 임용을 계속 하고 싶어한다고, 그게 언니의 꿈이라고 생각했기에,
결혼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전제 하에 결혼을 미루자고 했던 거였거든요.
또 그동안 부모님은 언니가 3년 반동안 임용을 준비하면서 웬만하면 언니가 편한 대로 할 수 있게끔
배려도 해주시고, 부족하나마 경제적인 지원도 해주려고 노력하셨고...
엄마는 언니 말을 들으시고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언니를 지원했던 노력에 대해서) 배신 당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저도 그 심정에다가 그동안 언니를 믿고 멋지다고 생각했던 그 모습이
사실은 언니도 내심 이게 아니면 다른 걸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충격을 받았고...
그리고 어느 가족이 언니가, 딸이 고생한다는데 가만히 놔두겠어요..
언니한테 결혼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더 좋은 상황에서 더 편하게 갈 수 있는데,
왜 굳이 지금 가야겠다고만 하는 건지..
저도 이상적인 결혼을 꿈꾸는 사람이고, 조건보다도 사랑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현실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요..?
그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집안일 없이 일과 연애, 공부를 하면서도 임용이 힘들었는데,
결혼을 해서 집안일을 하면서 남편 공부하는 것 뒷바라지를 하고,
또 언니가 밖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와서 경제적으로도 가정을 지탱해야 하는 상황인데
임용이 힘들거라고 보는 것은 당연한 판단 아닌가요..?
또 부모님은, 남자친구가 제대하고 복학하면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결혼까지 하고 경제적인 것도 넉넉치 못한데다가 공부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면
아무리 금술이 좋은 부부도 다투기 마련이고 고생하고 힘들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구요..
그런데도 언니가 왜 자꾸 부정적으로만 이야기하냐고 하니까,
저도 부모님도 우리가 너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나 하고 오히려 되묻게 될 정도입니다.
저와 부모님이 정말 언니를 사랑하고 걱정한다는 명분으로 언니 결혼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걸까요?
더군다나 내가 내 고생하겠다는데 뭔 상관이냐, 라고 말하니까
저와 부모님은 한동안 말문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다가 제가 울컥해서 눈물이 터졌고,
제가 방으로 들어와서 화장실에 간 사이에 대화는 대충 끝이 났습니다.
아직 상견례를 안한 상태이고 다음주 토요일에 다같이 뵙기로 했으니,
그 때 다시 한 번 다같이 이야기를 해보자고, 그렇게 대충 마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새벽 두시가 넘었고 다들 침대에 누웠지만 뒤척이는 소리만 나고 아빠 코고는 소리도 안들리는거 보니 다들 잠 못이루고 있는가봐요.
이제는 어떤 것이 맞는지도 헷갈릴 정도로 머릿 속이 복잡해집니다.
두서 없이 막 풀어쓴 긴 글인데도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하구요..
좀 더 고민해보고 필요하다면 이 글 가족들에게도 보여줄 생각이에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솔직하게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언니야, 나는 언니가 너무너무 좋고,
언니가 힘든 결혼 안하고 예쁘게 알콩달콩 살았으면 좋겠다.
더 편한 길도 많은데 왜 굳이 힘든 길로 가려고만 하는지 너무 답답해.
언니한테 말은 안했지만 엄마 정말 몇날 며칠 잠도 못 주무시고 그랬어.
언니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언니를 정말 사랑하고,
우리는 언니 앞길을 막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언니가 잘못됐으면 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서로 더 좋은 방법이 있을텐데 언니가 너무 배타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솔직히 아무도 미래를 모르는 것이니까 무조건 언니가 결혼을 미루면 더 잘될거라고 말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사실 지금의 상황은 최선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이것도 어린 동생이 괜히 참견한다고 그럴까봐 속상하다.
무엇보다도 엄마 아빠가 너무 많이 속상해하시는게 나는 너무 안타까워.
언니 유학 그렇게 힘들게 다 보내놓고, 남들이 언니 왜 좋은데 취직 안하냐고 물어볼 때
엄마는 사람들이나 친척들한테 꿋꿋하게 언니는 언니 소신대로 가서 성공할 사람이라고 꼭 이야기하셨어.
부모님이 언니 힘들어 하는거 보고 임용 그만하고 사립쪽 가면 안되냐고 이야기 했던 것들이,
그동안 내심 언니한테는 섭섭하게 들렸겠지만 그것도 다 언니 잘되라고 하는 소린거 알거라고 믿어.
그렇게 부모님은 언니가 잘 되기를 바라시고 귀하게 키웠는데,
어느 부모가 자식이 고생하는거 내버려두라는 말에 속이 안상하겠어.. 언니도 꼭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저번에 이야기 했던 대로, 내가 정말 언니랑 같은 상황에서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언니는 정말 날 내버려 둘건지도 다시 물어보고 싶고...
말리지 않는건 남남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고생하든 말든 상관 안하면 말리지도 않겠지..
다 언니 걱정하고 사랑해서 하는 소리니까, 언니가 좀 더 마음을 열고 우리 의견 들어줬으면 좋겠어.
어떻게 되건 나는 언니를 정말정말 사랑하고, 언니가 진짜 예쁜 결혼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