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재수생활을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거짓말에 속아보기도하고 배신도 당해보고. 좌절도 해보고 성취감에 희망도 가져보고. 마음맞는 사람들도 생기고 그 사람들에게 상처도 받아봤다. 그렇게 정신도 마음도 몸도 뭔가 성숙해진 느낌이었다. 재수하면 다들 느낀다는 그 느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때 가장 많은 경험을 했고.. 후회스러우 면서도 후회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냥저냥 받은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왔다. 지방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서울은 나에게 정말.. 정신없고 아무것도 모르겠고.. 더군다나 내가 다니는 과에는 재수생이 날 포함해 2명이 고작이었다. 재수때 집안 경제사정을 알게되고 철이 들고.. 공부에 대한 압박감과 '현실'이란걸 깨달아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1살 더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되도않는 허세를 부리고 있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든게.. 지루했다.
좋은 대학간판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는 좀 더 높은 곳에 갔어야했어- 따위 생각 할정도로 수능을 못본것도 아니었다. 재수하면서 현실의 벽을 지나치게 인식해서인지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과는 순수학문이다. 그래 소위말해지는 취직하기 힘든 과. 그래서 애초에 고시공부나 다른 시험으로 과나 학교를 바꾸는 쪽으로 생각하고 학교에 들어왔다.
... 그게 결국 내 자기변명일지는 모르겠는데, 그래서 난 동아리며 학생회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아니 안한게 맞는걸지도.. 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이것저것 학원도 다녀야하고 빡시게 공부해야 미래에 희망이 보이니까.. 영어도 공부해야하고 학점도 잘 받아야하고. 그래서 과생활을 접었다. 처음엔 독한 마음 품고 비싼 등록금에 집세에 타지생활비까지 등골휠 부모님 생각하며 버텼다. 굳이 그래야만했는가..라고 생각하실지는 몰라도 나는 적어도 그게 맞는 선택이라 생각했다.
OT를 갔다. 아무런 재미도 새내기의 가슴벅참도 설렘도 느끼지 못했다.. MT는 아예 안갔다. 과잠이고 학잠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든걸 삐뚤어지게 쳐다보게되고 학교에 대한 애착도 없고 그러다보니 하루하루 견디기가 힘들다. 의무적으로 말을 하고 지낼 친구들은 있다. 아니.. 감히 친구라 부르기에도 미안한 아이들..
수업을 들을때도 혼자 맨뒤에 앉거나 사이드쪽 1인석에 앉는다. 고3때까지 아침 안먹은적 없었는데 매번 밥맛이 없어 거른다. 점심.. 연이은 수업에 치이면 굶거나 기숙사식당에서 혼자 먹는다. 아니면 편의점 김밥한줄.. 저녁은.. 기숙사식당에서 혼자 먹거나 방에 들어와서 굶거나 간단한 간식류.. 컵라면먹으면서 펑펑 울어봤던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학교앞에 줄지어 있는 식당들이나 분식집들에 가는건 생각도 안해봤다. 난 지금껏 나름대로 혼자 먹거나 다니는 등 혼자 생활하는 데에 익숙하고 거리낌없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완전히 혼자란건 의외로 많이 쓸쓸하고 힘든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과생활 학교애착 뭐 다 접고 그토록 원했던 고시공부는 잘되가느냐? 그것도 아니네.. 어딘가 텅 빈 것 같은 마음에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고 의욕저하..
내가 스스로 자초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 어릴때부터의 부모님 기대를 저버리고 이곳에 온 것이 너무 죄스럽고.. 이곳에 가겠다고 말씀드린 이유도 나름대로 공부로 다시한번 성공해 부모님께 효도하고픈 마음이었고. 학교 특성상 애착을 갖기도 힘들뿐더러 나의 성격과는 정말 도저히 안맞는다 랄까... 먼 타지생활에 쓸쓸함이나 외로움도 크고.. 변명처럼 보일 수도 있다. 왜 그럼 굳이 이 애착가지도 않는 대학에 일부러 멀리서 왔냐고 물으면... 고시 등 다른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여건이 잘 갖추어져서..이다. 정말 말그대로 그 하나만을 바라보고 학교에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이런 생활이 당연한건데도 너무 외롭고 쓸쓸하다. ..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난 21살이고 고시나 시험을 쳐서 한번에 성공한다쳐도 최소 2~3년인데 또래 아이들 하하호호 신나게 대학생활 즐기는데 나는 도대체 이게 무슨짓인가 싶기도 하다... 3반수, 3수, 4수... 하려고도 생각해봤지만 지금 내가 결심한 길이 차라리 더 나은 것 같아 선택했다.
익숙해질거야, 익숙해지겠지.. 하고는 있는데 .. 언제쯤 무덤덤하게 내 생활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수이전의 친구들만 붙잡고 재수이전의 생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싫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꼭 성공하고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 지긋지긋한 하루들을 보내면서 주말만을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대학교 아싸, 본인에게 가장 큰 책임과 이유가 있다는거 스스로도 잘 알아요. 제 스스로 멀어지고 거리를 두는거니까요. 다만 그게 너무너무 힘들고 지치는데 어디다 하소연할 곳은 없고... 익명성을 빌어 이렇게 푸념해봅니다..
대한민국 모든 대학교 아싸들, 그리고 고시생들, N수생들, 자격증준비생들, MDP준비생들.. 모두 힘내세요..^^ 부모님 늘 죄송하고 사랑해요.
그리고 이 글을 혹시나 보게될 내 가장 친한 친구야 너 생각 많이 난다. 미안하다 연락 자주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