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예요.
끔찍이 아끼는 막내 딸이요 ^^
오늘 논술 수업을 하는데, 어버이날 편지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어요.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고사리같은 손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는 편지를 보니문득 저도 어릴 때 아빠한테 쓰던 편지가 생각났어요.
아빠, 제가 7살때 기억나요? 천식으로 병원신세를 졌을때 말이에요.아빠가 매일 병원에 왔었죠. 기억하죠?생각해보면 참 먼거리였어요. 피곤할텐데도 퇴근 길에는 꼭 병원에 왔어요.그것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미미인형을 사들고서요.어린 저는 아빠보다 그 인형이 좋아, 아빠 언제오냐고 엄마한테 투정을 부리고 그랬어요.링겔 꽂은 손으로 먼저 찾는 건 아빠 손이 아니라 그 인형이었죠.섭섭하실만도 한데, 아빠는 늘 우리 딸 오늘은 좀 괜찮냐며 늘 내 건강을 묻곤 했죠.
아빠가 실직하시고 나서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쯤일거에요.금요일마다 학교 통장에 만원씩 저금을 했었죠.그날만큼은 일찍 일어나서 아빠께 "아빠, 나 저금요."라고 하면 까만 지갑에서 만원을 건내주셨어요. 전 그럼 학교가서 자랑을 했어요. 그 만원이 꼭 아빠같았어요.그러다가 점점 오천원, 삼천원으로 나중엔 천원을 꺼내주시던 아빠가 참 섭섭했어요."다음엔 더 줄게. 오늘은 이것만 해라." 며 꺼낸 천원이 꼭 어깨 쳐진 아빠같아 싫었어요.만원을 꺼내며 웃어주던 아빠가 아닌, 천원을 건내며 미안해하던 아빠가 싫었어요.그래서 어느 날부터 금요일이 제일 싫어졌어요.뭐, 나중에는 그 천원마저도 못내게 되었지만 말이에요.
대학교 1학년 때에요. 처음으로 낯선 곳에서 자립아닌 자립에 두려움만 가득했어요.아빠한테는 걱정하지마시라고 당당한척했지만 참 무섭고 두려웠죠.제법 무거운 가방때문에 아빠가 직접 정류소까지 데려다 주셨죠.택시비가 부담스러워 우린 지하철을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갔어요.계단에서 툭툭 소리를 내던 캐리어 가방이 싫었어요.버스에 올라타면서도 아빠는 내 걱정이었어요. 이젠 어린애도 아닌데 말이에요.그리고 간다고 아빠한테 인사도 안했는데 갑자기 사라지셨죠.그러고 잠시 후 검은 봉지를 들고서 다시 나타났어요.김밥 한줄과 구운계란 3개묶음과 음료수를 든 검은 봉지."가다가 배고플텐데 가면서 먹어라."그리고 걸어가던 아빠의 뒷모습.절뚝절뚝.불편한 다리로 어떻게 내 무거운 짐을 들고 오셨을까 싶을 정도로 아빠가 참 위태로워 보여서제마음도 위태로웠답니다.
결국 버스에서 어찌나 울었던지.아빠는 모르실거에요. 아빠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해졌을 때, 제가 얼마나 울었는지.첫 월급으로 번듯한 패딩하나 장만해드렸을 때, 제가 얼마나 울었는지.아빠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마나 우는지.아빠는 정말 모를거에요.제가 얼마나 아빠를 사랑하는지.
편지를 써도 어디로 부쳐야할지 몰라이곳에 글을 남깁니다.
철없던 막내 딸이 이제 벌써 26살이랍니다.늘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시던 아빠.만원짜리 구두에 물집이 생겨도 몇년을 그 구두 하나만을 신으시던 아빠.첫 월급으로 드린 용돈에 성을 내시던 아빠.오늘 따라 너무너무 그립네요.아빠. 아빠. 보고싶어요.보고싶어요.
오늘은 아버지라고 부를게요.사랑해요 사랑해요.부디 그 곳에서는 행복하길 바래요.아버지, 누가 뭐래도 당신은 제게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아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