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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백혈병환자와 방황

조백혈병 |2012.05.13 21:47
조회 76,245 |추천 190

 

 

보통 자신이 뽑은 히크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고 해요

제 히크만을 뽑아주시던 레지던트 선생님도

히크만을 달라는 환자는 처음 본다고 하더라구요

이놈이 고름도 내뿜고, 감염도 되서 

뽑을 뻔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항암이 끝날 때까지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뽑힐 때는

아무 탈 없이 쑤욱 잘 뽑혀주더라구요

어머니가 제가 어렸을 때 그러시더라구요

너는 인복을 타고난 것 같다고

생각해보니까 히크만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 인복에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 점상출혈 덕분에 혈소판이 4만이라는 걸 알고

군의관님한테 이게 나쁜겁니까. 라고 물어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가 벌써 1년 전 

참 나는 초롱초롱 했었는데 부끄

급히 후송되던 것부터 시작해서 톡커님들과 수다를 떨던 것을

생각해보면 진짜 인복이 타고난거 같아요.

히크만의 자국을 보면서

자국이 남았지만 아직 장애가 남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요 처음 응급실에 누워 있으면서

피가 밖으로 나가는게(출혈) 아니라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에(수혈)

따뜻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해요

 

 

 

안녕하세요. 히크만을 보고 사색에 잠겼던

23살 조사색, 조히크만 오늘도 등장했습니다.

 

 

늦봄이긴 하지만 아직도 봄인데 낮이 너무 더워요

더운 날에는 계곡이나 하천이 최고지 않나요?

옛날에 계곡에서 개헤엄치기도 하고 작은 폭포에서

도인 놀이도 했었는데 이젠 호랑이 담배피던 과거통곡

계곡 물에 발 담그는 것도 주의해야 하고

사람도 많겠죠. 그래 밤이다. 밤에 청계천을 걷기로 해요

 

 

흐른다. 물이! 와 도인처럼 저기 앉아서

산은 산이로다 물은 물이로구나 하고 싶다

우와 좋다 색이 너무 예뻐

이 산책은 즐거울 것 같지 않아요?

폭포 하니까 생각나는게 예전 계곡에

미니 폭포에서 동생이 물장구 치다가

떨어지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도 다행히

다치지 않았었다는. 잔병을 많이 겪는데

이상하게 크게 다칠 일에는 강한거 같아요

우리 집안 사람들은 부끄

 

 

잠깐!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눈 앞에 펼쳐진 풍경

 

 

 

모자이크 머겅

 

두 번 머겅

 

청계천 산책 안함 안감 안해버럭

 

커플들이 돌다리인가 뭐 이리 띄엄 띄엄

 

규칙적으로 있어! 버럭

 

 

 

 

 

문득 성곽길의 밤거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급 성곽길로 이동! 저번에 흥인지문을 볼 떄는

보수중이었는데 지금은 보수가 끝났네요

 

 

천막에 가려져 있던 웅장한 모습이 이렇게 들어나니

얼마나 시원스러운지, 외래를 가면 병동에 꼭 들리는데

이제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하니까 간호사 선생님들이

놀라더군요. 마치 곰을 본 듯, 그래요 곰은 털이 있는

동물입니다. 그걸 아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놀래!

오랜만에 가니까. 제가 처음 항암을 시작할 때

마지막 항암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재입원을 하셨더라구요

항암이 끝나고 6개월만에 재발을 했다고, 원래

입원하고 싶지 않았는데 잇몸에서 출혈이 나면

멈출 생각을 하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입원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도 마지막 항암이 끝난지 이제 6개월정도 되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보호자 할머니와 같이 있었던

환자들 이야기를 하는데 저도 모르게 돌아가신 분들도 많더라구요

천막이 걷히면 다시 단단해진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시겠죠

 

 

 

 

 

 

사람이 없는 성곽길에 들어서니

무서움, 사람을 피해서 왔는데

사람이 없는 곳에 있으려니까

너무 무섭더라구요. 아프다 보면

주변에 아무도 없길 바라면서도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어찌 그렇게

서러운지. 앞에서 누가 먹을 걸 먹으면

먹고 싶은데 막상 먹으려 들면 입맛이 없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밤거리도 그래

절대 제가 겁쟁이라서 그런게 아니에요

조명이 성곽을 비추는 코스까지 걸어갈까 했는데

길가다 4885를 만날꺼 같은 느낌이었음

밤에 병원에선 잘 돌아 댕겼는데

만약 귀신이 있다면 여기 있는 귀신은

나랑 통할거 같지가 않아. 그.. 그러니까 포기,

 

 

 

 

그래서 다음 날

동네 뒷산인 북한산을 가기로 했어요

군대와 치료를 끝내고 약 이년 만에 놀러간

뭐 이렇게 바뀐건지, 내가 그렇게 늙었나

 

 

좋아요. 뭐가요? 젊은 커플이 없고

꼬꼬마 아이들의 양팔을 부모님이 잡아서

산책을 다니는 모습이 말이에요 음흉

여기서 별표 칠 곳은 젊은 커플입니다.

그런데 둘레길은 완만한 코스도 있는 반면에

험난한 코스도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그래서

웃음소리가 귀여운 꼬마아이의 부모님을

미행(?) 뒤돌아보면 아무렇지 않게 풍경 찍음

 

 

 

 

 

 

 

둘레길이 좋지만 그래요.

가장 최근에 돌아가신 친했던 아저씨가

줄기세포와 조혈모이식에 대해 물어봤을 때도

저는 이 곳을 산책하고 있었거든요

그때는 이렇게 녹색풍경이 아니었어요

초봄이었거든요 추웠잖아요 초봄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의료기관 전화번호를

알려주던 기억이 생생한데, 소리라는 건 참

신기한거 같아요. 아저씨를 호명하는 순간

다시 귓가에서 맴돌아요. 바람소리 대신

아저씨소리를 더듬으며 걸어가는데 이럴수가!

 

안보여 어디갔지 미행이 실패

주변을 돌아보니 공터가 뙇!

 

 

사진에서 곰을 찾아보세요 두마리가 있습니다.

그림자부터 곰이다. 아직 다 돋아나지 않은 공터 주변에는

돗자리를 깔아놓고 과일도시락을 먹는 가족들이 많아요.

가족과 소풍을 간 적이 언제였는지, 어렸을 때

어린이대공원에 가서 길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울면서 어린이 대공원 입구에 혼자 걸어가

울면서 음료수를 먹고, 울면서 빵을 먹으며,

울면서 동네 근처에 사는 자원봉사자 형과

동네를 같이 가자고 합의하던 기억이 나네요.

울면서 할거 다했던 유년이었죠. 그 이후

가족과 어디 놀러간 기억이 없어요.

바이킹만 타도 졸도함. 통곡

 

 

 

 

미행은 실패했으니 모든걸 포기하고 둘레길을 걸을까 했는데

자락길이라고 해서 신기한 코스가 보이더라구요. 인상 깊었던게

휠체어나 유모차도 움직일 수 있도록 계단이 없다는 것

 

  

 

손잡이만 보면 거꾸로 타서 내려가던

그런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러면 가랑이 다 쓸려가지고

팔자걸음을 하던 생각. 병원에 있다보면 이상하게

운동을 잘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걷는 것의 묘미는

뭔가 다른 풍경을 마주하는 것에 있지 않나 싶은데

병동을 걷는 것은 시계추처럼 반복되니까 답답하더라구요

진짜 살기위한 운동이란 느낌도 너무 강하고, 그래서

바깥에 나와서 산책을 더 많이 하는 것 같구요 부끄

원래 거북이였는데 집과 나는 한 몸부끄

 

 

 

잠시 멈춰 산림욕도 하고, 보통 몸이 아픈 사람들은

자신이 몸이 아프다는 걸 잘 말하지 않으시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식당에 가면 당당하게 제가 백혈병 투병중이라

젓갈이 들어간 김치는 못 먹으니 주지 마세요 라고 해요.

그러면 뭔가 이상한 건강식품을 권하시는 분들도 있고

재밌는 일이 많은거 같아요. 겉으로 봐서는 절대 환자같아

보이지 않지만 그게 더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데 다르지 않다고 우격다짐으로 밀고나간다는 것

당장도 중요하지만 먼 풍경을 생각하며 걷는 것도

분명 중요한건데 우리는 멈춰서서 자신을 들어내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차별이 나쁘기만 한건지

 

 

어딜가든 저렇게 놓여 있는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더라구요 쓰레기면 버려야지 하면서

확인해보니까. 플라스틱 수통!

주인이 저때문에 당황해서 안가져가실까봐

급히 사진만 찍고 피했는데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수통이 없더라구요부끄 

주인분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산림욕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는 것 만큼 좋은게 어딨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책을 열권 가량 가져갔는데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었네요. 친한 형님이 이식을 받고

심심하다고 책을 빌려달라고 하셔서 기행문을 빌려드렸는데

땅을 밟고 여행하는 건 저 혼자밖에 없네요

 

 

산의 매력은 약수물이죠

저는 저 물도 끓여먹어야 하겠지만

과거에 미처 생각치 못하고 누리던 것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할 때 상실감은

뭐라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자락길 산책길은 1km가 미처 안되는 코스지만

생각외로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았어요. 좋다.

몸에도 그렇게 무리가 가지 않고.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에 삼십분 가량은

걷는게 좋다고 하더라구요(헬스는 언제부턴가 먼 나라의 이야기...)

 

자락길의 코스가 계단도 없고 경사도 완만하다보니까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도 잘 걸어다니더라구요

뜀박질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빠들을 보면서 참 유쾌하더라구요

그 가족에게는 빈자리가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 만큼

참 어려운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못 미더운 검사라고도 생각하실 수 있을테고요

그래도 어딘가에서 자신이 빈자리로 남는다는 것

하나의 목소리로 남는다는 건 참 아픈일이라고 생각해요

최소한 건강검진은 안한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안겨줄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더 온몸으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톡커님들 건강검진 꼭 받으세요.

 

추천수190
반대수5
베플소심한O형女|2012.05.13 22:38
안녕하세요! 저는 2009년 12월에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받고 2010년 6월에 이식받아서 이제 2년이 되길 기다리는 18살 학생?입니다!! 저는 병원에서 너무 누워있었더니 체력이 점점 안좋아져서 이제 운동을 시작할까! 하고 있어요!ㅎㅎ 저도 많은데 다니고 싶지만 주변에 혼자 갈만한데는 없어서 집에서만 움직이고있어요! 흐흐 음...뭐라고 불러야지요???? 조백혈병님?흐흐 쨌든! 글 쓰신거 많이 봤는데 정말 공감가는 글이 많더라고요!! 좀 홀가분해진 느낌이랄까! 저는 나이는 아직 어렸지만 키도크고 했는데 그걸 모르고 애기히크만을 심어서 두번이나 터졌어요!! 그래서 히크만 소독할때나 피뽑을때가 정말 무섭더군요!! 뽑을때는 얼마나 좋던지.. 저도 히크만 달라고 할랬나봐요!! 그럼 3개나 됐을라나? 히히.. M2는 이식을 안해도 된다고 들었는데 이식 안했나요? 저는 국내에 없어서 외국에서 찾을랬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엄마랑 맞아서 엄마꺼를 받았답니다!! 그래서 눈이랑 머리가 자라는게 엄마랑 똑같애졌어요..*^^* 그냥 제생각 일 수도 있지만요! 공부도 해야하고 운동도 해야는데 참 혼자하기가 싫어서 잘 안하고 있어요ㅠㅠ 열심히 해야겠죠? 우리 5년이 지나서 꼭 완치판정받읍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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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십년전에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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