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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게임3

왕보리 |2012.05.19 10:42
조회 1,733 |추천 6

출처 : http://www.humoruniv.com/
< 웃대 : hirurika님 >

 


[연작] 살인게임 (3)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비록 남들은 어리다고 하지만 며칠전엔 생리라는 걸

처음으로 했고, 가슴도 조금씩 나오는 걸 보면

난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서 너무 기쁘다.

 

 

"호호, 누굴 닮아 이렇게 예쁜거야?"

 

 

거울을 볼때면 잡티하나 없는 피부에 큰눈과

오똑한 코, 그리고 도톰한 입술까지 두루 갖춘 내

얼굴에 스스로도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엄마, 아빠. 정말 감사합니다.

 

 

"한경아 왔어? 이거 먹어."

"저기 학교 앞에서 샀는데 되게 따셔. 이거 가져."

"한경아 우리 삼촌이 외국 갔다가 사온건데..."

"모두들 정말 고마워."

 


학교에서도 난 남자애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퀸이다.

남자애들은 그저 내 환심을 사기위해 부모님한테 받은

용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내 마음을

가져가진 못했다.

 

 

"오늘 새로 제주도에서 친구가 왔어요. 멀리서 온 친구니까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요."

"네."

"강한석이라고 합니다.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다.

13살짜리 답지않게 키도 컸고, 남자이면서 웬만한 여자들

보다 더 예쁘게 생긴 얼굴과 새하얀 피부를 가진 그를

처음 본 순간 난 난생처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멋진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

 

 

"한석이는 저기 남는자리에 가서 앉으렴."

"네."

 

 

그 순간만큼은 반아이들 모두가 따돌리는 바람에

밥도 혼자먹고, 화장실도 혼자가고, 하루종일 교실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은진이 계집애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다음시간은 과학이죠? 오늘은 과학실에서 수업할거니까

교과서 챙겨서 다들 과학실로 내려가세요."

"네."

"은진이는 한석이가 오늘 처음이라 잘 모르니까 따라다니면서

잘 알려주렴."

"네, 선생님."

 

 

은진이 계집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얼굴에 온통

웃음꽃이 피었다.

정말 눈뜨고는 못봐주겠군.

저렇게 남자가 좋은가?

같은 여자로써 부끄러울 따름이다. 돼지같은 년.

 

 

"여러분 책상위에 여러가지 준비물이 있죠?

함부로 만지면 위험하니까 선생님 말 잘 들은 다음에

해... 야이 쌍노무새끼들아 만지지 말랬지?"

"성철이가 먼저 만졌는데요."

"미친놈아 니도 했잖아."

 

 

성철이와 재호가 불려나와 교실 바닥에 머리를 밖는 사이

난 은근슬쩍 전학생을 바라보며 로맨틱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니가 좋아. 내 목숨보다도 더.]

[날 사랑하지 마... 불행해 질거야...]

[네가 없는 행복은 이미 불행이야.]

"이 새끼들아 또 그럴거야?"

 

 

선생님의 호통같은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난

짐짓 새초롬한 표정으로 교과서를 펼쳤다.

글자들이 꼬불꼬불 움직이더니 강한석이라는 이름을

저절로 써 나갔다.

깜짝놀라 눈을 몇번 깜빡거리니 어느새 무의식 중에

난 한석이의 이름을 교과서에 써내려가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다시는 안그러겠습니다."

"저도 잘못했습니다."

"그래요. 이번 만큼은 처음이니까 자리로 들어가세요."

 

 

성철이와 재호는 까불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고,

선생님은 다시 말을 이어가셨다.

그 때 뒷쪽에서 은진이의 혼잣말 같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거 뚜껑 열려있어."

"어라..."

 

 

한석이의 목소리도 들려왔기 때문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던

난 얼굴에 물벼락을 맞고 말았다.

순간 열이 확 받았지만, 애들 앞이라 표정관리가 필요했기에

난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끼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웃어야 겠다고 생각한 순간 내 입에선 나조차도

예상치 못한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그것은 아마 평생, 죽을때까지 두번다신 내지 못할 정도로

처절한 비명소리였으리라.

 

 

"끄아아악, 끄악... 으아아악. 카아아아아..."

 

 

눈이 떠지지 않았다.

얼굴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말초신경을 유린하고 있었다.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던 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혼절을 하고야 말았다.

 

 

~ ~ ~

 

 

"허업..."

 

 

지독한 악몽을 꾸고 말았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그래도 그것이 악몽이라는 사실을 신에게 감사드리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끔찍한 꿈이었다.

 

 

"목말라..."

 

 

아직 동도 트지 않아 방안은 어두컴컴했다.

난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와 더듬거리며 전등불 스위치를

찾아 켰다.

그러나 난 여전히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손으로 얼굴을 더듬어보니 감각없는 얼굴을 붕대가 빈틈없이

휘감고 있었다.

 

 

"아아..."

 

 

꿈이 아니었다.

난 미친듯이 붕대를 풀렀다.

살갖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부분까지 모두

떼어낸 후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한쪽눈은 아예 떠지지도 않았고,

나머지 한쪽눈은 반쯤 뜰 수 있었다.

병실안의 차갑고 이질적인 풍경이 눈에 띄었다.

 

 

"아흐흑..."

 

 

거울을 보기가 두려웠다.

괜히 눈물부터 나왔다.

난 두려움을 억누르며 병실벽에 걸린 거울로 걸음을

옮겼다.

 


"아아아아악."

 


내가 비명을 지르자 거울속의 괴물도 함께

비명을 질러댔다.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추잡스런 몰골의

괴물이 나와 동시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난 괴물이 되어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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