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umoruniv.com/
< 웃대 : hirurika님 >
[연작] 살인게임 (4)
한경이와 난 둘도없는 단짝친구였다.
우린 점심시간에도 함께 밥을 먹었고,
화장실을 갈 때나 선생님의 심부름을 갈 때에도 언제나
함께였었다.
한경이 말로는 내가 우리반에서 자기 다음으로
예쁘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었다고 했다.
"너 우리반에 좋아하는 사람있어?"
"응? 아니 없는데..."
"거짓말, 있지?"
"응?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에이 그러지 말고 말해봐 우리끼린 비밀이 없어야 돼."
"음... 사실은..."
한경이의 집요한 질문에 난 조심스럽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난 사실 우리반 반장인 석재를 좋아한다.
잘 씻지도 않아 꼬질꼬질하고, 여자애들 고무줄이나
끊기위해 혈안이 된 우리반 여느 남자애들과는 달리
석재는 키도 크고 이목구비도 뚜렷한데다가 여자애들에게
친절한 그는 말 그대로 신사같았으니까.
"뭐? 정말로? 호호 어쩜 나랑 남자보는 눈이 그렇게 다르니?"
"넌 석재같은 스타일 맘에 안들어?"
"그래, 난 저렇게 기생오라비 같은 애는 딱 질색이야."
내성적이고 소심한 나와는 달리 한경이는 언제나
적극적인데다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tv에 아역배우로도 몇번 출연한 경험이 있어서
인지 우리반에서도 남자애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는 몇몇
여자애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다행이다."
"석재를 좋아했구나."
그날 이후로 한경이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정은진 너 내가 몇번 말했어?"
"응? 내가 뭘...?"
"너 냄새나니까 좀 씻고 다니랬지? 아휴 짜증나."
"무슨 냄새..."
"야, 쟤 몸에서 냄새나지?"
그녀의 의도적인 인신공격은 그런데로 버틸만 했지만
반 친구들까지 선동해서 집단적으로 따돌리는 것은 정말이지
참기힘든 일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친해지기 위해 편지를 보내고
친절하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싸늘한 얼굴로 날 따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경아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뭐?"
"내가 잘못한거 있음 고칠게 제발 이러지 마."
"호호, 제발 이러지 마... 깔깔깔."
그녀는 아예 날 상대하려 하지도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난 우리 반뿐 아니라 학교 전체의 공식적인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난 밥도 혼자서 먹고, 화장실도 혼자서 가고,
하루종일 학교내에선 말 한마디 조차 하지 못했다.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
"오늘 새로 제주도에서 친구가 왔어요. 멀리서 온 친구니까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요."
"네."
"강한석이라고 합니다.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전학생이 왔다.
너무 순진하고 순수하게 생긴 남자아이였다.
치마만 입혀 놓으면 예쁜 여자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귀엽고 예쁘게 생긴 그가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다음시간은 과학이죠? 오늘은 과학실에서 수업할거니까
교과서 챙겨서 다들 과학실로 내려가세요."
"네."
"은진이는 한석이가 오늘 처음이라 잘 모르니까 따라다니면서
잘 알려주렴."
"네, 선생님."
한석이는 낮선 환경이라 모든게 어색한 듯 약간 움츠러들어
있었는데 그런 그 아이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학교에서 웃어 본 것도 정말 오래만인 것 같았다.
"그거 만지지 말래잖아..."
"괜찮아. 어차피 좀 있다가 실험 할건데 뭐."
"여러분 책상위에 여러가지 준비물이 있죠?
함부로 만지면 위험하니까 선생님 말 잘 들은 다음에
해... 야이 쌍노무새끼들아 만지지 말랬지?"
깜짝놀란 한석이는 재빨리 유리병을 내려놓고 선생님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히 다른 곳에서 대답이 들렸다.
"성철이가 먼저 만졌는데요."
"미친놈아 니도 했잖아."
한번 들키지 않고 넘어가자 전학생은 점점 대담해져서는
유리병 뚜껑을 열어서 내용물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는 유리병 속의 액채를 책상에 조금 부어보더니
책상이 순식간에 녹아버리자 굉장히 놀라며 신기해했다.
"하지마 선생님한테 혼나고 싶어?"
"신경꺼 이년아."
전학생의 입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말이 튀어나왔다.
난 너무 놀라고 겁이나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새끼들아 또 그럴거야?"
"다시는 안그러겠습니다."
"저도 잘못했습니다."
"그래요. 이번 만큼은 처음이니까 자리로 들어가세요."
전학생은 이제 앞자리에 앉은 한경이의 머리카락에
유리병 속의 액체를 몇 방울 정도 떨어뜨렸다.
액체에 닿은 한경이의 긴머리카락 부분은 순식간에
녹아버렸지만 그녀는 뒷쪽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큭큭..."
"아, 안돼 그거 뚜껑 열려있어."
"응?"
"어라."
치이이익
무심코 고개를 돌린 한경이는 유리병 속의 끔찍한 액체에
얼굴을 정면으로 맞았고,
내가 본 어떤 공포영화속의 비명소리보다도 처절하게
괴성을 질러대며 쓰러져 발광하다가 책상 다리에 머리를
부딪히고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으아아아악."
"꺄악..."
과학실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선생님도 몹시 당황한 듯 어쩔줄 모르며 우왕좌왕 거렸다.
한경이의 예쁜 얼굴은 끔찍하게 녹아버렸다.
아비규환의 난장판 속에서 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전학생을 보았다.
"......"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러 버린 전학생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킥킥 거리며 웃고 있었다.
저 아이는... 악마다...
[계속]
- 다른 이야기
http://pann.nate.com/b315723228
http://pann.nate.com/b315737692
http://pann.nate.com/b315738286
http://pann.nate.com/b315775792
http://pann.nate.com/b315775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