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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대 : hirurika님 >
[연작] 살인게임 (6)
사람들은 누구나 평등하다.
물론 나도 그 말에 동의하지만 반드시 그런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강자가 약자위에 군림하게 될 수도 있고,
가진자가 없는자 위에 설수도 있는것이 인생이고 삶의
한단면이니까.
"혜미야, 어제 미안해. 나 일찍 가려고 했는데..."
"신경쓰지마. 5분밖에 안기다렸으니까."
또한 모든사람에겐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것이 사람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중 하나이다.
나에게 5분이란 시간은 평범한 사람들의 2시간과도 같다.
감히 그 따위짓을 하고도 천연덕스럽게 미안하다고?
"혜미야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신경쓸거 없다니까?"
"흑흑, 혜미야..."
상종못할 계집애, 넌 오늘부로 절교다.
늘 이렇다.
조금만 잘 대해줘도 자기가 대단한 뭔가라도 된 것처럼
한껏 기어오르다가 인생의 쓴맛을 보고나서야 정신을
차리는 것들.
그저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혜미야. 너 이 잡지 봤니?"
"응? 뭔데?"
"여기 봐. 세계20대 재벌에..."
"어디?"
"여기 말야. 이분 너희 아버지 맞으시지?"
"응... 그렇네."
"진짜 좋겠다. 엄청난 재벌 아버지를 둔 미모의 여고생이라니."
"됐어. 창피하게."
윤정이가 너무 부럽다는 듯 내 손을 잡고 놓질 않았기
때문에 난 어쩔 수 없이 한동안 잡지를 보고 있어야 했는데
미국의 유명한 잡지에 소개된 아빠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윤정아 너 오늘 우리집에 올래?"
"뭐? 정말?"
"응, 어제 엄마가 유럽출장 갔다오면서 옷을 몇벌 사왔거든.
와서 맘에 드는거 있음 가져가."
"유, 유럽에서 옷을? 그런걸 내가 가져도 돼?"
"상관없어. 옷이야 많으니까."
학교수업이 끝나고 윤정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난
그녀의 호들갑떠는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머? 집이 이렇게 넓어?"
"150평밖에 안돼."
"역시 재벌이라 다르긴 다르구나. 나 이런집 처음봐."
"뭐라도 좀 마실래?"
"응 고마워. 근데 여기 혹시 뉴스에 소개됐던 그 H.B?"
"맞아, H.B 타워."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텔레비전에서만 보는 건 줄
알았는데 내가 직접 와볼 날이 있다니 정말 꿈만같다."
한동안 쉬지않고 재잘거리던 혜미가 화장실을 간 사이
난 아주 우연히 그녀의 가방안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우.연.히. 보게 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내가 혜미같은 아이의 가방을
들여다 볼 일이 뭐가 있겠냐만은 말이다.
"일기?"
또 아주 우연히 그녀의 일기를 보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내 말은 혜미같은 미친년을 그냥 방관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그런 썩어빠진 정신을 가지고 있는 년은
철저히 사회에서 격리를 시켜야 한다. 웃기지도 않게 그년이
'신경쓰지마'라는 한마디만 지껄이면 아무리 잘나가는 아이
라도 학교에서 순식간에 왕따가 되어버리고, 수천만원짜리
옷을 사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얼마밖에 안돼'라고 지껄
일 수 있는 년이 내가 아는 사람중에 있다는 사실이 수치스
럽다... 일단은 그년과 친해져서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이미 내 의견에 동조한 아이들도 있으니... 혜미년을 학교에서
아예 매장시킬 생각이다...]
겁대가리 없는년...
난 모르는 척 그녀의 일기장을 다시 가방에 넣어두고
화장실에서 나오면서도 쉴새없이 지껄이는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거 꿀발라 재운 산삼을 갈아서 만든 건데 마셔."
"어머 역시 먹는것도 재벌이라 다르구나."
그런 천진한 얼굴로 나에게 대항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말이지?
오냐 넌 내가 직접 아주 심혈을 기울여서 철저히 망가뜨려주마.
죽고 싶을 정도로... 제발 죽여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늘 정말 고마웠어 혜미야. 내일 봐."
"응 잘 가고 내일보자."
아마도 오늘이 네가 누리는 마지막 행복이 될 것이다.
그녀를 배웅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멀리서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듯 달려오는 것을 본
난 열림 버튼을 눌렀고,
모자를 꾹 눌러쓴 그 사람이 헉헉 거리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헉헉... 고마워요."
빌어먹을 이자식은 몸에서 무슨 냄새가 이렇게 나지?
괜히 열어줬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왕 탄거 얼른 7층으로
올라가길 기다리며 난 코를 매만졌다.
우리 아파트에도 이런 사람이 사나?
"저... 7층에 살죠?"
그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는데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차리고 고개만 끄덕이자
그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전 5층에 살거든요. 그쪽 학교 가면서 종종 봤었는데..."
제발 입좀 닥쳤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그는 실실
쪼개며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순간 다행히도 엘리베이터는 5층에서 섰고,
그리고 그 다음에 기억나는건 온몸이 찌릿하는가
싶더니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눈앞이 흐릿해졌다는
사실뿐이었다.
"그 동안 얼마나 참았는지 모를거야. 흐흐...
근데 너 생각보다 가슴이 작구나? 많이 만져줘야
겠어. 흐흐흐..."
정신을 차렸을 땐 온몸이 꼼짝달싹 할 수도 없을
만큼 꽁꽁 묶여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입에는 구슬이 물려져 있었으며 안대 같은걸로 눈을
가려놓았는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냄새나는 그가 내 가슴을 쥐어짜듯 거칠게 만져댔지만
난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고,
정말이지... 난 죽고 싶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내일을 기대해. 친구 데려올거야."
한참동안이나 지옥같은 시간을 견뎌냈을 즈음 그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역겨운 냄새를 남기고 문을 잠구며 방에서 나가버렸다.
토하고 싶었다.
제발 좀 씻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그는 어떤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
"무... 뭐... 무슨 짓을 한거야?"
"보는건 이제 질릴때도 됐잖아? 니가 직접해봐."
콰직.
낮선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둔탁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뭔가가 풀썩 쓰러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즈음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가 벗겨졌다.
"안녕? 오늘은 좀 색다른 것에 도전하고 싶어서 말야."
몸에서 나는 냄새 만큼이나 역겹게 생긴 돼지새끼 한마리가
추접스럽게 웃으며 쓰러진 남자를 침대위에 올려놓았다.
정신을 잃었지만 여자인 내가봐도 정말 예쁘게 생긴 남자였다.
그 돼지는 그의 옷을 천천히 벗기더니 밧줄을 가지고 와
나처럼 그의 몸을 기하학 적으로 묶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2탄을 시작해 볼까?"
돼지가 말했다.
난 소름이 끼쳐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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