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살인게임7

왕보리 |2012.05.19 10:45
조회 1,870 |추천 5

출처 : http://www.humoruniv.com/
< 웃대 : hirurika님 >

 


[연작] 살인게임 (7)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난 태어나자

마자 부모에게 버려졌다.

쓰레기더미에서 청소부들에게 발견되었고,

뉴스 사회면의 작은 귀퉁이 기사로 실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동정을 샀다.

 

 

희망원이라는 열악한 환경의 고아원에서 12살까지

살다가 원장의 폭력과 변태적 가학행위를 견디다 못해

손목을 끊고 자살을 시도했다.

세상엔 내가 살아갈만한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연히 들른 자원봉사들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사건을 계기로 난 희망원을

떠나 아동보호소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만났다.

 

 

"너 이런거 할 수 있어?"

 

 

나보다 2살 많았던 그는 모든 물체를 공중에 띄울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염력이라는 거다. 대단하지?"

 

 

하지만 그런 능력을 사용하고 나면 그는 종종 코피를

쏟아내며 며칠 밤낮을 앓아 누워야 했다.

 

 

"누구한테 말하면 죽을 줄 알어."

 

 

물론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이었다.

그가 나에게 그런 비밀을 드러냈다는 것은 날 별다른

위협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뜻이리라.

 

 

"형은 어쩌다 여기까지 왔어?"

"묻지마라. 생각하기도 싫으니까."

"그래도 나보단 나았을거야. 난 태어날때부터 버려졌거든.

쓰레기 더미에..."

 

 

내 말에 형이 코웃음을 쳤다.

 

 

"차라리 날때부터 버려졌다면 훨씬 나았을걸..."

 

 

형은 한마디로 부잣집 외동아들이었다.

그러나 형이 7살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모든 재산을 친척들이 교묘히 빼돌렸고,

형은 순식간에 빈털털이에 천애고아가 되었다고 한다.

 

 

친척집을 전전하며 온갖 천대를 받다 못해

겨우 11살에 가출을 하였고,

설상가상으로 인신매매범들에게 납치를 당해 3년동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경험을 하다가 한 경찰에게

발견되어 이곳까지 오게되었다고 했다.

 

 

형은 냉기가 흐르는 골방에 같혀 한겨울 내내

엄청난 혹한을 견디고 나니 어느날 부턴가 생각만으로도

물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며 자랑스러워 했지만 그의

머리에 길게 난 끔찍한 수술 자국은 당시 그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 짐작으로나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아무도... 날 해치지 못해."

 

 

형은 자신의 능력에 엄청난 자부심과 신뢰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형보단 내가 더 불쌍했어."

"아냐 임마. 내가 더 불쌍했어."

"웃기시네... 태어날 땐 부잣집 외동아들이었던 주제에."

"자식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만. 너 생각해봐 왕이

어느날 갑자기 거지가 된거야. 니가 그때의 심정을 알아?

원래부터 거지는 그런 마음고생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아."

"지랄하네."

"뭐? 이 자식이..."

 

 

형도 나도 표현하진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함께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에게 정이 들어갔다.

난 예전에 비해 많이 밝아졌고,

행복이란게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아주 우연히 보호소 선생님들이 나누는 얘기를 얼핏

듣게 되었다.

 

 

"민수... 좀 이상하지 않아?"

 

 

이곳에 민수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건 나뿐이다.

내가 이상하다는 사실은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비밀스럽게 속닥거릴 필요는 없는데.

 

 

"그러게요. 기현이하고 꼭 얘기를 나누는 것 같다니까요."

 

 

형의 이름도 거론되었다.

형과 이야기를 하는게 뭐 어떻다는 거지?

 

 

"어머 미, 민수야... 언제부터... 여기 있었니?"

"방금요."

 

 

이야기를 나누던 선생님이 나를 발견하고는 필요이상으로

놀라며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잠 안자고 뭐해. 얼른 들어가서 자..."

"네."

"무슨 애가 기척도 없이 다가오지?"

"죄송합니다."

"응? 뭐가?"

"기척도 없이 다가와서요."

"어머 얘 누, 누가 너보고 뭐랬니?"

"네?"

"역시 이상한 애야..."

 

 

날 보며 빙긋 웃는 여자 선생님의 눈을 잠시 바라보던

난 이내 침실로 돌아왔다.

 

 

"어디갔다오냐?"

"화장실... 근데 형. 나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

"뭔데?"

"내가 형이랑 말하는게 이상한거야?"

"왜 또?"

"아니 그냥..."

"피곤하다. 잠이나 자라."

"예전부터 궁금하던 건데 형은..."

"몰라 임마 잠이나 자."

"아 진짜 미친놈아 말도 못해?"

"뭐?"

"아냐 됐어. 내가 참지 뭐."

 

 

형과 궁시렁 거리다가 까무룩 잠이든 난 새벽녘에

엄청나게 큰 싸이렌 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다.

매캐한 연기가 침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콜록콜록.. 기현이 형. 일어나. 불났어."

"으응? 뭐?"

"불났다고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 콜록콜록..."

 

 

우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이미 시뻘건 불길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민수야 창문으로."

"미쳤어? 여긴 4층이라고."

"내가 내려줄게."

"아..."

 

 

그제서야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형은 모든 물체를 하늘로 띄울줄 아는 능력자였지.

 

 

"너 먼저 내려가."

"형은?"

"니가 나가야 나도 맘편히 내려갈 거 아냐."

"아, 알았어."

 

 

형은 정신을 집중하더니 날 염력으로 들어올렸다.

무려 10미터도 넘는 높이에서 무사히 내려온 난 형의

경이적인 능력에 새삼스럽게 소름이 끼쳐왔다.

 

 

"기현이형 형도 빨리 와."

 

 

흥분되 목소리로 내가 말했지만 창문으로 날 내려다보던

형은 내가 무사히 내려가자 곧바로 휘청거리며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형!"

[따지고 보면 그렇게 꿀꿀한 인생만은 아니었어.]

"형 왜그래? 갑자기 애늙은이 같이. 빨리 내려와."

[괜찮아 임마. 어차피 형은 후두암 말기라서 곧 죽어.]

"...그럴리가... 장난하지 마."

[어제 니가 그랬지? 나랑 얘기하는게 이상한 거냐고...

그럼 임마. 벙어리랑 이야기 하는게 당연히 이상한거지.]

"무슨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니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말이다.]

"미친놈아 헛소리 그만하고 빨랑 내려와."

[덕분에... 그동안 즐거웠다.]

 

 

그렇게 형은 갔다.

형체를 알아볼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새카맣게 타버린 형의

시체를 부여잡고 난 미친놈처럼 울다가 기절했다.

형은 죽었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은 쉬지않고 흘러갔다.

 

 

"여기 유민수라는 아이가 있습니까?"

"네? 있긴 한데... 무슨일로?"

"그 아이를 입양하고 싶습니다. 제 명함입니다."

"아... 의사시네요?"

 

 

난 몇개월쯤 지난 후 한 성형외과 의사에게 입양되었다.

형에 대한 기억들도 아른해질 무렵 어느새 훌쩍 커버려

스물한살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은 지방의 한 사범대학교에 합격하고 오티를

가는날이었다.

 


"자 이제 10분후에 출발할 건데요, 선배들도 탈거라 자리가

부족하니까 혼자 앉은 사람들은 어색하더라도 둘씩 좀 앉아

주세요."

"네."

 

 

버스 안에서 난 모르는 척 MP3를 듣고 있었지만 내 심장은

무섭게 뛰기 시작했다.

지독한 살의였다... 오늘밤 누군가가 죽는다.

 

 

[계속]

 

 

 

- 다음 이야기

http://pann.nate.com/b315806213

 

- 다른 이야기
http://pann.nate.com/b315723228
http://pann.nate.com/b315737692
http://pann.nate.com/b315738286
http://pann.nate.com/b315775792
http://pann.nate.com/b315775938

 

추천수5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