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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밖.에.나.가.지.마.시.오 (49화)

레몬굿 |2012.05.26 15:29
조회 2,427 |추천 5

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 글을 퍼온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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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리] 님이 도와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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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서서히 눈이 떠지며 사물을 분간해내기 시작한다. 앞에는 조금 뒤로 젖혀진 의자가 보이고 그 옆으로 마찬가지 상태인 조수석.. 그리고 내 옆에 곤히 잠들어 있는 동생이 보인다. 그제서야 몸에 조금씩 활력이 돌았다. 온 몸을 빨아들일 듯한 편안 의자에서 살짝 상체를 일으켜 창문 밖을 가만히 바라본다. 여전히 같은 풍경. 창문을 내린다.

휘이잉.

반갑다고 인사하는 듯 기분 좋은 바람이 얼굴을 지나쳐 밴에 가득 맴돈다.

“흐읍.”

크게 심호흡을 하며 그 신선한 공기를 가득 폐와 배에 담아둔다. 왠지 몸이 상쾌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후우.”

다시 내쉬며 밴 아래 쪽에 있는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치직. 서서히 타들어가는 담배를 입에 대지 않고 멍하니 바라본다. 곧 꺼질 듯한 불에 서서히 타기 시작하는 담배. 너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있구나. 그래서 그렇게 가만히 있는거니.

서서히.. 느리지만 확실하게 타들어가는 담배. 어느새 꽁초가 되어버린 담배에서 더 이상 불씨가 일어나지 않는다. 멀리 식어버린 꽁초를 던져버리고 다시 하나를 꺼내 물었다. 이번에는 내가 피기 위해서다.

“후우.”

자고 일어나 피는 담배 맛이 유독 맛이 좋다. 이건 무슨 담배지..? 에이, 무슨 상관이랴. 지금 당장 내 기분을 풀어주고 잠시나마 모든걸 잊게 해주는 담배의 이름을 알아서 뭐에 쓰겠는가. 이내 한 개비를 완전히 태우고 창문을 닫는다. 모두 곤히 잠들어 있다.

꼴이 다들 말이 아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해 얼굴 여기저기 검붉은 피가 딱지처럼 붙어 있고 옷에 묻은 피들이나 작은 살점 조각이 아무렇게나 붙어있다. 제대로 뗄 여유조차 없었던거다. 밖으로 나가 동태를 살피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잠들어 있는 동생을 넘어가야 한다. 괜히 동생을 깨우고 싶지 않다. 다시 의자에 편하게 기댄다.

“은혜..”

그러고보니 은혜. 저번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밖에 나가있었지. 걱정되는 마음에 몸을 다시 일으켜 고개를 내밀어 조수석을 본다.

“역시..”

없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은혜가 없다. 그렇다면 남자도? 살짝 몸을 돌려 트렁크에 죽은 듯이 누워 있었던 남자를 찾기 위해 눈매를 모았다. 역시나.. 없다. 은혜를 따라 나간 것인가? 이렇게 되면 동생의 몸을 넘어서라도 은혜가 어디 있는지 찾아야한다. 어제 봤던 남자의 능력이 거짓은 아니지만 그 본능은 괴물들과 하등 다를 것 없을 것이다.

“읏..차.”

조심스럽게 동생 몸을 넘어 옆문을 열었다. 특유의 소리가 나며 옆으로 활짝 열리는 문.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하늘에 떠있는 태양이 내 눈을 따갑게 비춘다. 그 거센 빛이 곤히 잠들어 있는 얼굴을 그대로 공격해 동생도 눈을 찌푸리며 자리에 일어났다. 눈을 비비며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동생.

“미안. 깼냐.”
“아냐. 나가게?”
“은혜가 없어서..”
“남자도?”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도 소총을 정비하고 나를 따라나섰다. 그나마 뒤에 앉아 있는 준우 아저씨와 우민이 형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다. 아저씨는 말할 것도 없다.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닫고서 주변을 둘러본다. 주욱 이어진 고속도로 위에 안성이라고 적힌 표지판과 남은 키로수.. 그리고 심심찮게 흩어져 있는 빈 자동차들.

“어디로 가야 하나..”

따가운 햇빛에 눈을 찌푸리며 동생이 중얼거린다. 좌우로는 넓은 들판 뿐이다. 햇빛을 받아 노랗게 변해버린 풀들만이 눈에 들어온다.

“설마 저런 데로 가지는 않았겠지?”
“모르지.. 은혜 마음을 알 수가 있나. 그래도 그 사이코 자식이 갔으니까 위험하지는 않겠네.”

동생도 남자의 능력을 익히 봐서 인지 특별히 걱정하는 투는 아니었다. 남자의 능력.. 이따 아저씨가 일어나면 물어봐야겠다. 아저씨도 모르는 눈치지만 그래도 연구를 했던 사람이기에 뭔가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대충 앞에 차들이나 뒤져보자. 쓸만한거라도 있으면 좀 챙기고.”

동생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는 꽤 빠른 걸음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차로 다가갔다. 밖에서도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차 내부가 자세히 보인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먹다 남은 과자 봉지들이나 아직 반 정도 남아 있는 생수병이 전부다. 그리고 시트에 묻은 소량의 피가 당시 상황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해줬다.

“없네.”

딱히 문을 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서 우린 바로 다음 차로 다가갔다. 꽤 커다란 중형차다. 앞의 차와는 다르게 모든 창문들이 검게 코팅이 되어 있다. 바짝 다가가 고개를 창문에 깊게 들이밀고 안을 살펴보려고 기웃거린다. 동생이 신경질적으로 내뱉으며 차 문을 발로 강하게 찬다.

“에이 썩을. 얼마나 돈을 쳐발랐길래 이렇게 보이지도 않어?”
“열어보지 뭐.”

내가 앞문 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려고 하자 동생이 소총을 들며 내게 손짓했다. 동생의 사격술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라면 아무리 동생이라도 실수할 확률이 적다. 그것을 믿고 앞문을 서서히 열었다.

끼이익.

서서히 문을 연다. 어두운 공간이 서서히 햇빛으로 인해 밝아져간다. 동생의 표정을 살핀다. 화악. 인상이 굳어진 동생은 고개를 저었다. 궁금해진 나는 문을 완전히 열어제꼈다.

“으음..”

거기에는 죽은지 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성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는 이미 굳을 대로 굳어진 피가 이마와 얼굴을 가득 덮고 있었고 입안에서는 꾸물거리는 구더기가 가득했다.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위위잉.

차안에 가득한 윙윙대는 파리떼들이 나를 먹이로 인식하고 달라 붙는다. 동생이 빨리 문을 닫으라고 하며 나를 재촉한다.

“에이 신발.”

나는 역한 냄새와 짜증나는 파리 소리를 이기지 못하고 바로 문을 강하게 닫았다.

콰앙.

그 닫히는 소리가 넓은 고속도로에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하아. 제길. 자기 집을 잃은 파리 여러 마리가 맹렬한 속도로 날아다니며 나에게 달려든다. 손으로 대충 휘저은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갈 곳을 잃은 파리들의 소리가 귀에 생생하게 들린다. 너희 같은 미생물 사정 봐줄 시간 없다. 우리도 급하거든 망할 놈들아.

검게 코팅된 창문. 하지만 안에서는 파리들과 구더기들의 움직임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빌어먹을. 다음 차는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다. 역시 마찬가지로 검게 코팅이 되어 있다. 하지만 전 차와는 다르게 그 정도가 약한 편이어서 충분히 밖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도다.

“흐음..”

고개를 가까이 들이대고 안을 살핀다. 앞 쪽에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젊은 부부로 보이는 시체가 눈에 들어온다. 한 손에 들린 권총이 대충 상황을 얘기해 주는 것 같다. 어디서 구한거지? 일반인은 구하기도 힘든 무기인데.. 뒷좌석을 살피는 동생에게 물었다.

“뭐 있냐?”

동생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 어린 애들이 죽어 있는거 빼고는 없어.”
“그래..”

차문을 연다. 동생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지만 지금 우리가 필요한건 저 시체 손에 있는 권총 한 자루다.

위위잉.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파리떼들이 내 손과 목에 다닥다닥 붙는다. 따끔거리는 것을 억지로 참아내며 파리들을 쳐낸다. 역한 고기의 냄새가 금방이라도 구토를 유발할 것 같다. 미안합니다.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꼬마야. 딱딱하게 굳은 손에서 권총을 빼내 다시 문을 닫는다. 길을 잃은 파리들이 밝은 햇빛을 피해 여기저기로 날아 다닌다. 먹을 것을 잃었다는 초조함인가. 곧 죽을거라는 초조함인가.

“총알 있어?”

권총 탄알집을 뺀다. 어림잡아 3~4발이 보인다. 쓸만하다. 동생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드르륵.

그 때 뒤에서 밴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하품을 하며 나오는 준우 아저씨와 우민이 형. 그리고 아저씨. 세 사람은 우리를 보고는 손짓을 했다. 그 중 준우 아저씨가 꽤 큰 목소리로 말했다.

“굿모닝! 아침은 뭐로 할래?”
“초코바나 빵이 전부잖아요.”

동생의 말에 준우 아저씨가 검지 손가락을 양옆으로 저었다.

“틀렸어! 라면이다! 크하하하하!”

라면? 그 소리에 두 눈이 확 트인 우리 형제는 그대로 밴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준우 아저씨는 콧노래를 부르며 밴으로 다시 들어가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우민이 형은 햇빛을 받으면서 멍하니 서있었고 아저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일어나보니 은혜랑 그 남자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찾아다닐겸.. 차도 둘러보고.”
“그래..? 먹을 때가 되면 오겠지.”

아저씨는 당황한 기색 없이 담배를 빼물었다.

“오! 찾았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꽤 커다란 냄비와 가스버너. 부탄가스 등을 우리들에게 내미는 준우 아저씨. 동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언제 이런거 챙겼어요? 못봤는데..”
“하하하. 다 나의 실력이지. 라면이~ 어딨더라 라면이~”
“이 밴은 여행용이라 따로 있는 수납공간이 꽤 되네. 내가 낚시를 즐겨 했었는데 그때 마다 라면을 두둑히 차 속에 챙기곤 했었거든. 아마 그걸 말하는걸거야.”
“아..”
다시 비닐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찾은 모양이다. 곧 준우 아저씨가 득이양양한 표정으로 5개가 들어 있는 라면 뭉치를 꺼냈다. 그 모습에 아저씨는 물론 우리가 희미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웃어보는 것 같다. 다만 우민이 형은 무엇을 그리도 생각하는지 멍하니 서있기만 하다.

딱. 딱. 치직.

가스버너에 부탄가스를 넣고 요령있게 불을 피운다. 밴에 아무렇게나 뒹굴거리는 생수병 중에 하나를 집어 그대로 냄비에 콸콸 붓는다. 어느 정도 물에 찬 냄비를 버너 위에 올리고 라면 봉지를 뜯어 셋팅하기 시작한다. 스프만 뜯었을 뿐인데 라면 특유의 향이 나서 저도 모르게 침이 삼켜졌다.

“아 벌써부터 군침이 도네.”

양손을 싹싹 비벼가며 물이 끓기만을 기다리는 준우 아저씨의 모습이 흡사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았다.

펄. 펄. 펄.

서서히 끓기 시작하는 냄비 위로 수증기가 솟아 오른다. 준우 아저씨와 우리들은 기다렸다는 듯 라면들을 모조리 투하했다. 하얀 라면 덩어리들이 서로 얽히면서 뜨거운 물에 가라 앉는다. 라면 특유의 냄새가 후각을 찔러 위장을 자극한다.

바스락. 바스락.

풀들이 걷히는 소리..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밴의 바로 옆. 은혜와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여행을 하고 다니는 부녀지간으로 보겠지만 우리의 눈에는 같은 종교 사람으로 보인다. 짙은 갈색의 후드를 맞춰서 입은 두 사람.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천천히 걸어와 아저씨를 지나쳐 끓는 냄비 주변에 털썩 앉은 은혜. 그리고 그 뒤에 조용히 서있는 남자.

“어디갔다 왔어?”
“....”

역시나 아무말이 없다. 그저 끓는 냄비만을 바라보는 은혜. 아저씨가 그런 은혜의 행동을 설명해준다.

“먹을때가 되면 항상 알아서 온다네.”
“아..”

어느정도 익은 면발을 체크한 준우 아저씨는 다시 밴으로 들어갔다. 나와 동생은 스프와 기타 조미료를 그 위에 붓기 시작했다. 빨갛게 변하면서 펄펄 끓기 시작하는 국물과 라면.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곧 준우 아저씨가 나무 젓가락 뭉치를 가져와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2분정도가 더 끓고 나자 냄비 불을 완전히 끄고 부탄가스를 흔들어 보았다. 남아 있는 양을 대강 체크하기 위해서다. 꽤 남아 있다. 쓴지 별로 안된 것 같다.

“먹자~”

준우 아저씨가 제일 먼저 달려 들어 젓가락으로 면발을 집어 올린다. 뜨거운 김이 나며 붉은 면발들이 주루룩 딸려 나온다. ‘호’하고 불것도 없이 그대로 입어 넣는 준우 아저씨. 상당히 뜨겁겠지만 배고픔이 더 큰 것 같다.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도 두런두런 모여 젓가락을 움직인다.

“호~”

아저씨가 은혜에게 면발을 내밀며 말하자 은혜도 같이 ‘호’하고는 그대로 받아 먹었다. 후루룩. 그대로 면발을 빨아대자 은혜의 고운 얼굴에 국물들이 튄다. 그러자 뒤에 서있던 남자가 후드 소매로 은혜의 얼굴을 닦아 준다. 아저씨와 남자는 나중에 먹으려나.. 나는 냄비에 적당히 라면을 덜어 남자에게 먼저 내밀었다.

남자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젓가락을 들고 라면을 먹기 시작한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이지만 특유의 저 붉은 눈동자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직도 괴물인 상태로 우리들을 갖고 놀았을 때가 기억에 생생하다. 아저씨의 말대로 저 남자를 멀리 해야 하는 것일까.

“....”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저 남자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시 젓가락을 들어 면발을 입에 가져간다. 생에 먹어본 라면 중에 가장 맛있는 순간을 뽑는다면 당연 지금 이 순간을 뽑을 것 같다.

후루룩. 후룩.

고요한 고속도로 위에 펼쳐지는 늦은 아침 식사가 그렇게 주욱 이어진다.
추천수5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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