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 글을 퍼온것입니다~
[나눈천재] 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주인공이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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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후우.”
모두 가뿐 숨을 쉬며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심난한 심정이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괴물들이 아닌 멀쩡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비록 홀린 상태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정상인이었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준우 아저씨는 답답한 표정으로 바로 옆 창문을 내렸다.
휘이잉.
밴의 가속도에 비례해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준우 아저씨는 노인들에게 한 행동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그대로 바람을 묵묵히 맞기 시작한다.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우린 정당한 일을 한거야.”
묵묵히 밴을 몰던 아저씨가 말했다. 알고 있지만 노인들을 죽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아니지.. 지켜보는 내 심정이 이런데 아저씨들은 오죽할까. 민정 누나의 일이 있고난 후 독하게 먹었던 다짐들이 점점 무뎌져간다. 안된다.. 이래서는 안된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 빌어먹을 영감탱이.. 모든걸 포기한 눈이었어.”
나직이 중얼거리는 동생의 말. 그 마지막 순간에 어르신의 얼굴을 살핀 것일까.. 아직도 귀에는 어르신의 마지막 발악에 가까이 포효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곧 해가 지겠군.”
아저씨 말에 앞 좌석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 전자시계를 본다. 16시가 훌쩍 넘긴 시각. 17시가 다 되어간다. 1~2시간 뒷면 어두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은혜야.”
응? 조수석에 앉아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은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놀란 눈으로 아저씨를 바라보자 트렁크 쪽을 가리켰다.
“아..”
그럼 그렇지. 아저씨는 은혜를 두고 갈 사람이 아니다. 트렁크 뒤 남자 어깨에 기대어 있는 은혜의 뒷모습이 보인다. 다른 옷으로 입혀주자고 마음 먹은 것과는 다르게 여전히 남자와 같은 후드를 입고 있다. 그럴 여유도 없었지.. 은혜의 작은 어깨가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걸 보니 아마 잠들어 있는 것 같다.
“저 남자가 은혜를 확실하게 지켜주고 있었어. 조금 안심이 되더군.”
“그래요?”
“보지 못했겠지만 은혜에게 접근하는 노인들에게 가차없이 공격을 하더군. 물론, 괴물때처럼 피가 튀기지는 않았지만.”
괴물.. 피. 당구장에서 사신처럼 서있던 남자.. 그랬구나.. 은혜를 지켜주고 있었구나. 새삼 남자가 다르게 보인다. 물론 후드에 가려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는 없지만 아저씨들을 볼 때와 같이 듬직함이 느껴진다. 옆에 앉은 동생이 조수석의 윗부분을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세상 일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더니..”
“그렇지.. 자네들보다 오래 살아온 나도 당장 오분. 십분의 일을 장담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내일이나 모레의 일은 오죽하겠는가.”
하아.. 다시 의자에 기대 창문을 살짝 연다. 낮과는 달리 제법 차가워진 바람과 붉은 빛의 노을이 시야에 가득 찬다. 낮에 그 맹렬한 기세로 눈을 따갑게 하던 태양이 서서히 저물어가는 모양이다.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노을의 색이 유독 붉다.
“거리가 꽤 되는군. 오늘은 길에서 보내야겠어.”
아저씨 말대로 앞에 보이는 거라고는 끝이 없는 고속도로와 넓게 펼쳐진 풀들이 전부다. 가끔 보이는 주인을 잃은 폐차와 안성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제외하고는 황량하다. 50키로.. 1~2시간만에 갈 수 있는 거리일까. 만약 간다고 쳐도 무사히 밤을 지낼 곳을 찾을 수 있을까. 19시를 넘어서 돌아다니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
“그럼 간단히 요기할 것만 하고 일찍 자는게 좋겠습니다. 형님.”
준우 아저씨의 말에 모두 동의하는 눈치다. 아저씨는 마지막 밴의 속도를 높였다. 나와 동생. 준우 아저씨는 밴 안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과자 봉지나 초코바, 빵 등을 주섬주섬 챙겼다. 게다가 구석에 처박힌 우리들의 배낭을 열면 먹을거리가 꽤 될 것이다.
부우웅.
어느 정도 먹을 거리가 손에 잡히자 서서히 밴이 속도를 줄이더니 이내 멈췄다. 곧 19시가 되어간다. 어설프게 움직여서 들키는 것보다 이런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그 자리에서 대충 허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낮에 비하면 변변찮은 저녁 식사지만 아까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은 정말 불행중 다행이다.
“밤에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할거야. 지금 차안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 없으니 그제처럼 불침번을 서야 할 것 같군. 다들 동의하는가?”
“그러죠.”
우리는 빠르게 허기를 채우고 의자에 편히 기댔다. 아직 잠을 자기에는 이른 시각이다.
“무사히 부산까지 갈 수나 있으려나..”
한 숨 섞인 준우 아저씨의 목소리. 이제 겨우 안성에 도착한 상태다. 밤 낮으로 교대를 해가며 밴을 몰면 비교적 빠르게 도착할 수 있겠지만 밤은 우리들의 영역이 아니다. 게다가 이 정도의 인원이 전부 가려면 충분한 먹을 거리도 있어야 하고 기름도 충분해야 한다. 게다가 은혜라는 변수 때문에 한치도 방심할 수가 없다.
“크윽..”
우민이 형의 신음소리. 우리는 일제히 우민이 형 안색을 살폈다. 땀을 뻘뻘흘리며 안색이 창백하다. 준우 아저씨는 우민이 형이 입고 있는 군복 상의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상체가 드러날수록 우리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정신없이 달려온 터라 우민군의 상태를 잊고 있었어..”
“준우 아저씨의 도움을 받으며 상의를 완전히 벗은 우민이 형의 상태가 꽤 심각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으스러진 팔의 색이 점차 바래가고 있었다. 세포들이 죽어 부패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아픈 소리 내지 않고 참아온 것일까.. 보고 있기만 해도 그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괜..찮습니다..”
“장난해? 이게 괜찮은거냐?”
괜히 준우 아저씨가 역정을 냈다. 왜 더 화를 내는지 알 것 같았다. 준우 아저씨에게 김 대위와 민정 누나의 죽음이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와 마음을 초조하게 한 것이다. 우민이 형을 걱정하고 있지만 그 초조한 마음이 더 커서 이런 식으로 화를 내는 것이다.
“형님..”
준우 아저씨가 아저씨를 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아저씨는 잠시 주저했다.
“흐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토하는 아저씨. 그렇다고 해서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당장 병원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만약 찾았다고 해도 의사들이 과연 살아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괴물들의 습격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답은 하나다. 하지만 은혜의 몸은 점점 야위어가고 있다. 커다란 후드 때문에 완전히 보이지는 않지만 전보다 은혜의 얼굴이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후우.”
어려운 결정임은 틀림 없다. 괴로워하는 우민이 형과 멍한 표정으로 창문 밖을 응시하는 은혜. 아저씨는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모르는 우민이 형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삼켜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든지 준우 아저씨는 서둘러 은혜를 불렀다.
“....”
역시 반응이 없는 은혜. 준우 아저씨는 손을 뻗어 은혜를 부르려고 했지만 그림자처럼 은혜 곁에 있는 남자가 그것을 저지했다. 검은 털이 아닌 검은 색의 손이다. 흑인과는 다른.. 아주 짙은 검은 색이다. 준우 아저씨는 놀란 얼굴로 남자와 손을 번갈아 보았다. 적색의 눈을 조용히 빛내며 남자가 말했다.
“메시아께서 힘들어 하십니다.”
“이거 안놔?”
준우 아저씨는 당황한 기색으로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남자의 악력은 상상이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다. 은혜를 지키는 남자의 범위가 우리에게까지 미칠줄은 몰랐다.
“그럼 쟤는 어떡하라고!”
힘으로 되지 않자 준우 아저씨는 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노려봤다. 남자는 예의 무표정으로 돌아가 괴로워하는 우민이 형을 보며 말했다.
“팔을 자르면 됩니다.”
“..뭐라고?”
우민이 형도 예상한 일인지 크게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해결책을 알고 있는 우리들은 속이 탈 수 밖에 없었다. 멍한 우리들을 보며 남자는 반복해서 말했다.
“팔을 절단하십시오.”
“미친놈아! 쟤 저 상태로 팔을 자르면 누가 봉합하고 치료해줄건데? 여기에 어디 의료도구라도 있는 줄 알아?”
잔뜩 흥분한 준우 아저씨가 침까지 튀겨가며 남자에게 대들었다. 하지만 남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제가 멈추게 합니다.”
“뭐..?”
그 말은 우리들을 멍하게 하기 충분했다. 의료기술을 따로 익히기라도 한건가? 우민이 형도 몸을 슬슬 움직이며 말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에요. 저 남자가 해준다는데.. 뭐가 문제에요.. 해가 지고 있어요.. 서둘러야 해요..”
한 글자. 한 글자를 고통스러운 것을 억지로 삼켜내며 말하는 우민이 형. 준우 아저씨는 그런 우민이 형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옆문을 열었다.
드르륵.
밴의 문이 열리자 거의 저물어가고 있는 태양의 꼬리가 보인다. 시간이 없다. 우리 모두 밖으로 나와 소총을 들고 주위를 경계를 했다. 곧 우민이 형이 밖으로 나왔는데 왼쪽 팔 전체가 종잇장처럼 너덜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내 따라나온 남자는 자신의 옷 소매를 꽤 큰 면적으로 찢고는 동생에게 소매를 내밀었다.
“불을.”
동생은 얼결에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찢은 소매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슨 소재로 된건지 쉽게 불이 붙지가 않았다. 끈기있게 바람을 피해 한 곳에 오랫동안 열을 가하자 서서히 불이 붙기 시작하는 소매. 남자는 완전히 소매가 불에 휩싸일 때까지 소매를 들고 서 있었다. 찢어진 옷 사이로 튀어나온 검은 손이 자연과 동화가 되어 거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뜨겁지도 않나.. 괴물놈.”
준우 아저씨 말대로 뜨거운 화염이 이내 남자의 손을 집어 삼켰지만 남자의 표정은 여전히 편안해보였다. 이내 우민이 형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우민이 형은 인상을 찡그리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빌어..먹을 놈. 날 이렇게 만들더니.. 치료를 해..주겠다? 병주고 약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크윽.”
“아플겁니다.”
남자의 말에 우민이 형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의 다른 손이 보이지도 않는 빠르기로 허공을 갈랐다.
피익.
깔끔하게 자로 잰 듯한 솜씨. 우민이 형의 몸이 허전해 보인다. 그제서야 몸을 떠나 바닥에 굴러 떨어진 팔이 눈에 들어온다. 취이익. 잘린 부분 사이로 피가 사방으로 튀며 우민이 형의 비명소리가 널리 퍼진다.
“끄아아악!”
그러나 남들과 다른 정신력을 가진 우민이 형은 두 눈을 빛내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를 분수처럼 피를 뿜어대고 있는 살갗에 가져다대었다.
“끄아아아악!”
엄청난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떠는 우민이 형. 보는 우리들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고기가 타는 냄새와 특유의 비릿한 피냄새가 어우러져 후각을 자극한다. 계속되는 격통에 우민이 형의 다리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스르르 무너지려는 우민이 형의 신형을 강하게 잡은 남자의 손에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끄아아악!”
입에 하얀 거품을 물며 부들부들 몸을 떠는 우민이 형의 고개가 아래로 꺾였다. 혼절한 것이다. 그럼에도 남자는 계속 일정 부위를 불로 지져댔다. 5분 정도가 흐르자 남자는 허공을 빠르게 손으로 저어 불덩이를 꺼버리고는 우민이 형을 들어 밴안에 눕혔다. 아직도 고기가 타는 냄새와 특유의 향이 고속도로에 가득하다. 짧다면 짧은 시술이었지만 어느덧 해가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일단 여기를 떠야겠어. 너무 소음이 컸어.”
아저씨 말에 우리는 재빨리 밴에 올랐다.
“크아아아!”
빌어먹을 타미밍하고는.. 괴물들의 소리다. 분명 우민이 형이 내는 소음과 특유의 냄새를 맡고 근처까지 온 것이 확실하다. 동생이 서둘러 문을 닫자 아저씨는 밴을 빠르게 후진시켰다. 아직 고속도로에 녀석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크아아아!”
꽤 가깝다. 아저씨는 바로 밴을 멈추고는 시동을 껐다. 20~30미터 왔을까? 고속도로에는 드문드문 빛나는 가로등 말고는 보이는게 없다. 곧 녀석들이 이리로 올 것이다. 숨을 최대한 죽이고 앞을 주시했다.
“크르르.”
바로 옆에서 놈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제발 지나가라.. 제발. 밴의 바로 옆에 다가온 두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밴 창문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붉은 색의 눈동자와 괴물 특유의 검은 털이 하나하나 온 몸의 세포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낮이라면 희미하게 우리들의 실루엣이 보였겠지만 다행히 지금은 밤이었다.
“크르르르.”
날카로운 이빨을 빛내며 기다란 혀로 여기저기 밴 차체를 핥기 시작하는 녀석들. 아까 전, 우민이 형 몸에서 사방으로 튀던 피를 핥는 것 같다.
“크아아!”
그 때 앞에서 나타난 녀석들이 잘린 팔뚝 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소리에 차체를 핥던 녀석들도 팔을 차지하기 위해 앞으로 뛰쳐나갔다.
“크아아!”
우민이 형의 팔 하나를 두고 서로 먹어보겠다며 몸싸움을 벌이느 녀석들. 그런 녀석들의 악력을 견딜만큼 인간의 팔은 강하지 않다. 두둑. 거리며 부러진 팔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살덩이를 씹어대는 녀석들과 그런 녀석들을 잡기 위해 괴성을 지르는 다른 녀석들.
“생지옥이 따로 없구만.. 제길.”
모두 마른침을 삼키며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런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제발 이대로 녀석들이 밴을 지나쳐가기를..’ 하고 간절히 기도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