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 글을 퍼온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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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사는 악귀들처럼 팔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녀석들은 손에 남은 살덩이까지 삭삭 핥으며 아쉬운 얼굴을 했다. 그 중에서도 불행히 살점 한입을 못 먹어본 녀석이 씩씩 대면서 다른 녀석들을 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연스럽게 다시 거리를 누비기 시작하는 녀석들.
“크아아!”
이내 녀석은 자기 성질을 못 이기고 앞에서 걷고 있는 녀석의 목을 강하게 물었다. 피가 사방으로 튀며 물린 녀석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상대방의 머리를 강하게 두드려댔다. 하지만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녀석은 그대로 목을 물어 뜯어버리고는 동료들을 보며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아!”
길고 긴 포효 속에 녀석의 절박한 심정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괴물이라고는 하지만 녀석들도 나름대로 살아가려고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괴물이 되었다면 분명 저런식으로 살아가려고 발버둥을 쳤겠지.. 움직이지 않는 동료를 멍하니 보는 다른 괴물들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크르르.”
곧 무슨 상황인지 깨달은 녀석들은 동료를 죽인 녀석을 처단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숫자로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녀석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얼씨구..”
“정말 돈 주고도 못 볼 구경거리네요.”
이럴때일수록 준우 아저씨와 동생은 죽이 잘 맞는 것 같다. 그러나 틀린 말도 아니다. 인간의 본성 중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파괴의 욕구가 꿈틀거리며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더, 더 죽이라고 괴물에게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게 안타까웠다. 왜 UFC나 프라이드를 보며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녀석의 허기가 공포보다 큰 탓이다. 입에 물린 동료의 살덩이를 질겅질겅 씹으며 주욱 뒤로 물러나는 녀석. 가만! 이대로 주욱 이어지면 우리 밴과 부딪히게 된다.
“아저씨..”
“알고 있네.”
최악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고작 저 한 놈 때문에 모든 걸 망칠 순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하지..? 밴을 두리번거리며 녀석들의 주의를 끌만한 것을 찾아본다. 그러다 문득 우민이 형의 런닝에 눈이 갔다. 아직 마르지도 않은 피로 인해 새빨갛게 염색된것 같은 착각을 주는 런닝.. 어쩌면 녀석들의 주의를 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혼절한 우민이 형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일단 상황을 좋게 흐르게 해야 한다. 부욱. 런닝을 손으로 찢어 초코바에 감싸고 묶는다. 멀리 던지기 위해서다. 아직 촉촉이 젖은 런닝.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찌른다.
“조심해..”
지금 던져서는 안된다. 녀석들이 조금 더 다가온 후에.. 그 후에 던져야 한다.
“크르르.”
낮게 이를 갈기만 할뿐 공격을 섣불리 못하는 녀석과. 가소로운 미생물을 대하듯 여유를 부리며 압박해 가는 녀석들.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제발 성공해야 할텐데.. 10미터.. 9미터.. 8미터. 지금이다! 작은 소리를 내는 순간 게임오버다. 수동으로 밴의 창문을 서서히 연다. 어설프게 창문을 여는 것보다 확실하게 연 뒤, 멀리 던지는 것이 가장 낳은 선택일 것 같다.
“크르르르.”
‘애초에 저 남자한테 부탁을 하면 일이 더 쉽게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여지껏 봐온 남자의 태도를 보면 은혜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입히지 않는한, 나서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타개해 나가야한다는 소리다.
“크르르.”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손에 들린 런닝 조각을 단단히 쥐고 그대로 창문 밖으로 휙 던졌다. 빠르고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런닝 조각. 산뜻한 피 냄새 때문인지 녀석들의 고개가 순간적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는 런닝 쪽으로 휙 돌아갔다.
“좋아..”
왼손으로 창문을 올리며 녀석들의 행동을 주시한다.
“크아아!”
효과가 있었다. 소리를 내며 떨어진 런닝 조각을 먹이로 인식한 녀석들이 거기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홀로 남은 녀석은 그러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맹렬한 속도로 뛰어오는 녀석. 설마.. 우리를 눈치챈건 아니겠지?
타다다닥.
빠른 속도로 밴 옆을 지나치는 녀석. 그러나 서서히 닫히는 문틈 사이로 녀석의 붉은 눈빛이 내 눈과 마주친다.
“!!”
“크르르.”
그 찰나의 순간에 몸이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일이 꼬이는게 아닌가 하고 심히 걱정을 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녀석은 그대로 우리를 지나쳐갔다. 후우.. 서둘러 창문을 닦고 몸을 기댔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다. 십년.. 이십년을 족히 감수한 것 같다.
“최소한의 도리일지도 몰라.”
그것을 뻔히 지켜보던 준우 아저씨가 말했다. 과연 그럴까? 본능으로 움직이는 녀석이 그 짧은 순간에 우리를 배려할 여유가 있던건가? 몹시 배고픈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크아아아!”
이내 그것이 미끼였다는 것을 눈치챈 녀석들이 도로로 다시 뛰어와 거의 없어진 배신자를 보며 분노의 포효를 질러댔다. 씩씩거리며 동료들의 시체로 다가가는 녀석들. 그대로 쭈구려 앉아 동료의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한다. 아까 화를 내며 동료를 쫓던 녀석들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 모두 인상을 구겼다.
“쓰레기들이구만.. 정말.”
“그래도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겠죠. 뭐..”
10분정도가 지나 야식을 마친 녀석들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미련 없이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밴 쪽으로 오지 않고 주욱 이어진 고속도로를 누볐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다.
“후아..”
저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긴장감이 한순간 풀려서인지 스르르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고맙다라는 표시였습니다.”
고요한 남자의 목소리.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본다. 어두운 밴 안에서 빛나는 남자의 붉은 눈.. 영락없는 녀석들과 같은 그것이다. 남자의 입이 고요히 움직였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겁니다.”
“저 녀석의 말을 알아 듣나?”
“느낌일 뿐입니다.”
“..괴물들도 그런 지성을 가졌나?”
준우 아저씨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서서히 진화합니다. 처음에는 본능으로 움직이다가 나중에는 생각을하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움직이게 됩니다. 물론 인간의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혀 하지 못하게 됩니다.”
“개처럼 으르렁거리거나 짖는다는 식으로 대처하는건가?”
“그렇습니다.”
“그럼 당신도 그렇게 된건가? 시간이 오래 지나서 그런 지성을 갖고 유창하게 말을 하게 된거 말이야.”
남자는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일어나보니 모든 괴물들을 통제하고 있었고, 인간인 상태와 다를바 없었습니다. 다만 신체적인 능력이 인간의 기준을 훨씬 넘어서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인간인 상태와 다를게 없다.. 괴물이 점점 진화한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위험해질지도 몰랐다. 소름이 돋는다. 모든 생물은 진화하기 마련이지만 그게 이토록 빠를 줄은 몰랐다. 인간의 몸이기 때문인건가?
“그러고 보니.. 당신은 괴물일 때의 힘을 그대로 갖고 있더군?”
아저씨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우 아저씨가 그 말을 받았다.
“어떻게 된거지?”
“그저.. 그렇게 원했기 때문입니다.”
“뭘..?”
“메시아를 지키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랬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준우 아저씨는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뭐야. 농담하지말라고. 그럼 괴물이 되고 안되고의 차이는 본인 의사와 관련이 있다는거냐?”
“그럴지도.”
준우 아저씨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의자에 몸을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시덥지도 않은 말에 우리 모두 준우 아저씨와 같은 생각이었지만 과학자의 입장이었던 아저씨만은 달랐다.
“컨트롤을 할 수만 있다면..”
“....”
“이건 진보.. 진화라고 할 수 있어.”
“..진화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밴 안에서 아저씨의 두 눈이 반짝이는 것은 착각이었을까.
“저 남자 말마따나 본인 의지로 그것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면 진화라고 볼 수 있겠지.”
“형님.. 진화론을 두고 얘기하는거에요?”
“그게 얘기가 빠르겠군. 지금 같은 환경에서 살아 남으려면 괴물이 되는 입장이 더 편할지도 모르지. 먹이사슬이 깨지면서 괴물이 최상위로 올라갔다는 점을 보면 이해가 쉽게 되겠지.“
“‘환경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진 생명체만이 살아남는다라..’ 흐음.”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던 인간마저 닥치는 대로 살육을 하는 녀석들. 저런 추한 모습이 과연 인류의 진화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환경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거라면 괴물들의 상태가 딱 들어맞는다. 낮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다가 밤에는 괴물의 모습으로 돌아다닌다. 먹이감을 구하러 다니며 개체수를 서서히 늘린다.. 자연스레 인간들의 수는 줄어든다.
“그럼 우리 인간은 이대로 멸종하는건가요?”
“원래 약육강식의 세계야. 뚜렷한 대책이 없으면 그렇게 되겠지.”
“백신.. 한창 만들던 도중아니었나요?”
내 말에 아저씨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지.. 은혜를 통해 서서히 대량 생산에 들어가려는 찰나였어. 그러나 내가 그것을 막았지. 연구소에서 은혜를 빼낸 거야. 사실.. 은혜같은 케이스는 수많은 기간 동안 일하면서 단 한건이었어. 물론 이전의 데이터가 있긴 하지만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하늘에서 별따기지. 더군다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임상실험이 제대로 되겠나? 어려운 일이지.”
해결책이 거의 없다. 우린 지금 인류의 희망을 밴에 태우고 다니는 건지도 몰랐다. 은혜만 무사히 연구실로 갈 수 있다면.. 어쩌면 이 빌어먹을 상황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은혜는 이미 우리들의 마음 속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남도 아니고 우리의 가족 같은 일원이다. 대를 버리고 소를 선택하는가? 그게 정녕 옳은 선택인가? 마음 속에서 같은 질문을 해온다. 물어볼 것도 없이 대를 선택한다. 그러나.. 은혜는.. 은혜만은 안된다.
“다들 무슨 심정인지 이해해.”
아저씨 말에 우리 모두 침묵을 지켰다. 모두 나와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분명 무엇이 옳은 일이고 맞는 건지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선뜻 은혜를 다시 데려가고 싶지는 않다. 은혜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것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가 않다.
“메시아께서는 분명 악마를 구원해줄 구세주입니다.”
“알고 있어..”
“그러나 메시아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알고 있어.. 빌어먹을.”
남자는 곤히 잠든 은혜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 듬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조심스럽고 섬세해서 우리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어쩌면 남자의 말대로 은혜는 정말 메시아가 맞는 건지도 몰랐다. 백신..이라고도 불리겠지만 괴물 녀석들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신적인 능력.. 메시아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왜 저 남자와 다른 신도들이 은혜를 그토록 떠받드는지 알 것 같다.
“일단 고비를 넘겼으니 쉬도록 하지. 녀석들이 올 것 같지는 않군..”
아저씨 말에 우리 모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머리가 심난하다. 열어서는 안될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만 같다.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어린아이의 심정이 이런걸까. 하아.. 마음 속의 망설임이 점차 커져간다. 점차 지능을 갖고 진화를 한다면 녀석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걸까. 평화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마음이 점차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