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펌]밖.에.나.가.지.마.시.오 (54화)

레몬굿 |2012.05.28 03:07
조회 1,428 |추천 5

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 글을 퍼온것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김모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얼마나 잤을까. 저절로 눈이 떠진다. 뚫린 밴의 천장을 통해 빛이 보이는걸 보면 해가 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모두 일어났는지 밴 안에는 아무도 없고 옆문이 열려있다. 천천히 옆 좌석으로 이동해 밴에서 나온다. 어제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밴의 차체 여기저기에 붉게 굳은 핏방울들이 눈에 보인다.

햇빛이 따갑다. 한쪽 손으로 눈을 가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모두가 소총을 들고 폐차 안을 수색하고 있었다. 천천히 그 쪽으로 걸어간다.

“윽..”

뭔가 썩은 내가 난다. 아, 어제 그 시체.. 동료에 의해 처참히 개죽음을 맞이한 시체에서는 앙상한 뼈만 남아 있었다. 주위로 검게 물든 피와 작은 살덩이 조각들.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제일 앞에서 차를 뒤적거리는 동생에게 다가갔다.

“쓸만한거 있냐?”
“아니.”

동생은 내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는 듯 몸을 빼지 않은 상태 그대로 말했다. 앞좌석과 뒷좌석을 샅샅히 둘러보던 동생은 이내 차 문을 닫고서 한숨을 쉬었다.

“어제만큼의 작은 수확도 없어.”
“시간낭비하는거 아니야?”
“그래도 기름은 챙길 수 있으니까 뭐..”

동생이 밴의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에는 여러개의 말통이 있었는데 투명한 액체를 반 정도 담고 있었다. 꽤 되는 양이다. 전부 기름이라는건가?

“전에 성당에서 녀석들 족칠때 기름을 너무 많이 썼나봐. 그래서 지금 이렇게 조금씩 모아서 보충하고 있지. 이미 밴 안은 만땅이고 저건 따로 모은거야.”
“아아. 은혜는?”
“저기.”

동생이 가리킨 곳을 보니 꽤 먼 곳에서 가만히 서있는 은혜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언제나처럼 남자가 그림자같이 서있었다. 저기서 뭐하는거지? 은혜의 속을 알 리가 없는 나는 다른 차를 뒤적거리는 우민이 형에게 다가갔다. 형은 내 발소리를 듣고는 차안에서 몸을 뺐다. 덜렁거리는 팔 소매가 낯설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바로 움직이다니.. 과연 체력적으로 남달랐다.

“형. 몸은 어때?”
“그냥 그렇지 뭐. 이거나 좀 들어줘.”

우민이 형은 운전석에서 커다란 검은 비닐 봉투를 힘겹게 오른손으로 들어올렸다. 꽤 묵직해 보인다. 양손으로 받아든 나는 무거운 봉투 안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자동차 부품들이나 각종 수리 도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걸 쓸데가 있나?

“이래 뵈도 정비 쪽 일도 조금 배워서 혹시 도움이 될까 하고 챙기는거야.”
“아..”

건네 받은 검은 봉투를 밴 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우민이 형은 아무 말이 없었다. 딱히 나도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여서 밴 안에 봉투를 잘 넣고 아침식사 준비를 하기로 했다. 구석진 곳에 비치된 배낭 하나를 우민이 형에게 내밀었다.

“먹고 싶은거 꺼내.”

우민이 형은 그 자리에 앉아 양다리로 가방을 지탱하고 오른 손을 이용해 배낭 자크를 열었다. 뒤적거리며 하나둘 꺼내기 시작하는 우민이 형. 나도 그 옆에서 앉아 배낭 안에서 여러 가지 배를 채울 만한 것들을 꺼냈다. 통조림 과일. 사탕. 이온음료. 물이 전부다.

그제서야 할 일을 마친 모두가 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손이 비어있다. 그래도 상관 없다. 오늘 내로 안성시에 도착할거고 필요한 것들을 거기서 충분히 보충하면 된다. 밴쪽으로 다가온 아저씨들은 말통을 밴 위에 비치된 여행용 밧줄로 단단히 묶고서 우리가 차려 놓은 여러 가지 식품들을 손으로 집었다. 식사를 하려는 도중에 은혜와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1시간 좀 넘어서 안성에 도착할 것 같군.”
“거기서 최대한 챙기고 바로 떠나는게 좋겠군요.”
“그래야지.”

어제처럼의 아침식사 분위기는 아니었다. 서둘러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밴에 올랐다.

부우웅.

이내 빠른 속도로 출발하는 밴. 딱히 할말도 없는 우리들은 멍하니 창문만 바라보았다. 휙. 휙. 빠른 속도로 지나쳐 가는 폐차들과 꺼져버린 가로등이 전부다. 문득 앞으로에 대한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부산까지의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어림잡아도 2~3일은 걸릴 것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무사히 살아있을 때의 얘기지만..

부아앙.

고속도로에 있는 장애물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막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밴의 속도를 마음껏 낼 수 있었다. 덕분에 1시간이 조금 안되어 안성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 입구에 걸린 커다란 표지판에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왜 하나도 반갑지 않은지..

우선 생필품등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다른 쪽으로 새기 보다 바로 대형마트나 편의점으로 가는 것이 현명했다. 그것을 잘 아는 아저씨는 좌우로 갈라진 아파트 단지 보다는 커다란 시내가 있는 중앙길로 주욱 밴을 몰았다. 저번에 머물렀던 번화가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다. 고층 빌딩이 심심찮게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백화점이 여러 개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저기까지 가기엔 너무 멀다.

부르르.

이내 밴을 세우는 아저씨. 하나둘씩 밴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소총과 배낭을 소지한 채로 ‘D/C마트’ 라는 곳 문 앞에 선 우리들은 먼저 유리 너머로 보이는 마트 안을 들여다봤다. 40~50평은 되보일까 하는 커다란 마트다. 1층으로 되어 있고 뒤쪽에 또 다른 문이 있다.

“괜찮군.”

그렇게 판단한 아저씨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랫동안 사람의 흔적을 받지 않은 마트에서 퀘퀘한 냄새와 뭔가 썩어들어가는 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따라 우리들은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곧 냄새의 원인이 식품코너에 있는 말라비틀어진 과일들과 썩어가는 고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서로를 보며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비교적 유통기한이 긴 음식들을 택했다. 그 중 통조림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이여서 있는대로 챙겼다.

“참치. 햄. 또 뭐가 있더라..”

저번 통조림에 과일만 챙겨서 약간 입이 심심하던 차였다. 참치 캔의 종류별로 그대로 쓸어모아 배낭안에 두둑히 담고 평소 비싸서 먹지 못했던 비싼 햄 종류도 배낭 안에 쓸어 담았다. 꽤 묵직하다. 그러나 군 시절 어깨에 맸던 군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 콘 샐러드?”

이것도 먹어보고 싶었던거다. 배낭을 열고 5개 정도 챙긴다. 이제 뭘 챙길까..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다들 여기저기 먹을 것들과 마실 것들을 챙기기 바쁘다. 그 중에서도 은혜는 태평스럽게 과자 봉지를 뜯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과자를 꺼내 입에 가져가 오물오물 씹는 은혜. 자기만 먹는게 미안한지 뒤에 남자에게도 건넨다. 남자는 공손히 받아 들고는 과자를 입에 넣었다.

“쇼를 해요. 쇼를..”

물론 은혜에게 한 말은 아니다. 10분 정도 지나고 어느 정도 챙긴 우리들은 아침을 대충 해결한 것을 여기에서 마무리하자고 했다. 그러자 준우 아저씨가 방실방실 웃으며 한곳으로 뛰어갔다. 동생도 다른 곳으로 가서 가스버너와 부탄가스를 가져왔다.

“뭐에 쓰려고?”

내 물음에 동생은 씨익 웃기만 할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와 아저씨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준우 아저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양 손안에 들린 투명한 비닐 봉지에는 붉은 고기들이 담겨져 있다.

“어?”

내 말에 준우 아저씨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하고는 고기를 흔들어댔다.

“얼마만에 먹는 고기냐! 크하하핫!”
“아저씨 꽃등심이죠?”

동생의 은근한 어투에 준우 아저씨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듯 서로를 보며 씨익 웃고는 서둘러 세팅하기 시작했다. 불판은 따로 없어 생선을 굽는 그릴 같은 것으로 대신했다. 기름이 흐를 구멍을 대충 만들어 놓고 계산대 위에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치이익.

열이 바짝 가해진 그릴 위에 고기들을 얹자 빠르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그거 상한거 아니에요?”

준우 아저씨는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내가 직접 썰어온거야. 냉장고에 아직도 많더군.”
“아~”

오랜만에 먹는 고기라 그런지 다들 기대하는 눈치다. 계산대 근처에 있는 나무젓가락을 가져온 동생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아, 가위가 없네. 나는 아까 봐두었던 생필품 코너에서 새 가위와 집게를 꺼내 준우 아저씨에게 건넸다. 준우 아저씨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게 미소를 짓고는 고기를 구웠다.

치이익.

점차 맛있는 냄새가 마트 안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밖을 보며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딱히 걱정할 거리는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거 없으니까.. 서서히 붉은 빛을 잃어가며 갈색을 띄기 시작하는 고기들. 준우 아저씨는 요령 있게 가위와 집게를 이용해 고기들을 조각조각냈다.

서서히 익어가는 고기 냄새를 맡자 아까 먹었던 것들이 빠르게 소화가 되는 것 같다. 꼬르륵. 위장이 경련을 일으킨다. 어느 정도 고기가 구워지자 준우 아저씨는 고기 한 점을 들어 아저씨에게 먼저 권했다. 아저씨는 옅게 웃고는 고기를 받아 먹었다.

“맛있네.”
“먹자~”

그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정신없이 고기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따로 쌈장이나 상추 그런 것들은 필요가 없었다. 혀를 마비시킬 듯한 부드러운 육질과 맛이 오감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우리가 열심히 고기를 먹을 동안에도 아저씨는 전처럼 은혜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고기를 비워낸 우리들은 다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뱃속에서는 아직 더 달라고 아우성을 쳐댄다. 콧노래를 부르며 고기를 굽는 준우 아저씨.

“그래도 이런 상황속에서 소소한 행복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게 좋은 것 같네요.”

동생의 말에 아저씨가 말했다.

“그렇지.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린 영원히 모르고 지냈을지도 몰라.”
“그게 다 남자라서 아쉽긴 하지만요.”
“하하하하하.”

준우 아저씨의 말에 마트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런 기분을 언제까지나 느끼고 싶다. 비록 괴물들에 쫓겨 다니며 사는 신세에 지나지 않지만 살아 있는 순간을 감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도우며 새롭게 시작을 하고 싶다. 과연 그게 순조롭게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딸랑. 딸랑.

마트 출입문을 열 때 나는 방울 소리에 우리들은 먹던 것을 멈추고 경직된 상태로 소총을 손에 들었다. 우민이 형은 계산대 아래로 기어들어가 바로 총을 쏠 자세를 취하고 나머지 우리들은 크게 놓여 있는 선반들 뒤에 적당히 은신했다. 냄새가 너무 퍼진 탓일까. 누군가가 마트로 들어왔다는 것은 우리들의 흔적을 발견했다는거다.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가라앉히게 위해 심호흡을 크게 한다. 나와 눈이 마주친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와 준우 아저씨는 우리들에게 수신호로 자신들이 먼저 나가겠다고 했다.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3.. 2.. 1. 아저씨들은 동시에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에 맞춰 우리 형제도 뒤를 따랐다.

“쏘.. 쏘지 마시오!”

거기에는 40대로 보이는 남자와 그의 딸로 보이는 소녀가 두려운 기색으로 우리를 보며 서있었다. 저 정도의 얼굴과 교복을 입고 있는거로 봐서 고등학생 같았다. 두 사람 겉으로는 감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은혜에게서도 특별한 말이 없는걸 보니 정상인인것 같다. 우리는 부녀가 안심할 수 있도록 총을 내려 놓았다.

“어떻게 된겁니까?”

아저씨의 물음에 40대 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그.. 그저 고기 냄새가 나길래 배고파서 나도 모르게 와봤소. 녀석들이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소리는 한 번도 본적도 들은 적이 없거든.. 분명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딸과 온 것이오.”
“..실례가 많았소.”

아저씨가 사과의 뜻으로 손을 내밀었다. 40대 남자도 그 손을 맞잡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간단한 통성명을 한 우리들은 아저씨와 딸에게 잘 익은 고기들을 내주었다. 한 점. 한 점. 제대로 씹지 않고 넘기는 것 같아서 괜히 마음이 안쓰러워졌다. 부녀의 이름은 이봉수와 이해인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 왔소?”

아저씨의 물음에 봉수 아저씨는 급하게 먹느라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저씨와 우리들은 차분히 그것을 기다려주었다. 이내 우리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느낀 봉수 아저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뭐라고 하셨지요?”
“그간 어디서 지내왔소?”

그제서야 알아들은 봉수 아저씨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저는 지하 물류 창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꽤 잘되는 편은 아니지만..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되지요. 그 일만 아니었어도..”

그 일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따로 부연 설명을 부탁하지 않았다. 봉수 아저씨는 계속 말을 이었다.

“밖은 정말 아수라장이였죠. 세상에 그런 괴물 놈들이 존재한다는게 믿기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무작정 하교하는 딸을 차에 태우고 지하 물류 창고로 무작정 숨었죠. 마누라 생사는 아직까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며칠을 전전긍긍 하면서 물류 창고로 통해 반입 반출되는 음식들로 하루하루를 버텼어요. 라디오를 통해 미약하게나마 세상 일에 대해 듣게 되었죠. 처참했어요.. 그러다 먹을 거리가 점점 떨어지자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온 겁니다.”
“..그러셨군요.”
“당신들은 어디로 가는 중이었습니까? 밴이 보이던데..”

봉수 아저씨의 말에 우리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쉽게 꺼내기 힘든 말인가? 나는 봉수 아저씨에게 있는 그대로 말했다.

“부산에 생존자를 태우러 오는 유람선이 온다고 해서 그리로 가고 있어요.”
“생존자요?”

그 말에 부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우리의 표정에서 한치의 거짓도 읽을 수 없자 봉수 아저씨는 두 눈을 글썽거리며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뜻밖의 태도에 우리들은 더 당혹스러워졌다.

“제발 데려가주십시오. 여기서 하루하루를 공포에 쩔어 사는 것보다 여러분들과 동행하는게 백배 천배는 나을 것 같아요. 제발 데려가주십시오.”

아저씨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예상 밖의 인원이 합류하게 된다면 여러모로 고려할 것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멀쩡한 두 사람을 두고 우리끼리만 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같은 생존자끼리 돕고 도와야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저씨.. 밴 뒷좌석에 두 자리가 남긴 하잖아요.”

내 말에 아저씨는 한숨을 쉬고 봉수 아저씨에게 물었다.

“총 같은거 다룰 줄 아시오?”
“..모릅니다.”
“저 활 같은건 쏠 줄 알아요..”
“그.. 그래요. 해인이가 보기에는 이래도 양궁 선수에요.”

봉수 아저씨의 말에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밴에 안쓰던 석궁이 있으니 그걸로 감각을 익히도록 해. 그럼 빨리 먹고 일어납시다. 시간이 얼마 없소.”

봉수 아저씨는 눈물을 훔치면서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우리들은 다시 흩어져 서로 찾았던 물건들을 조금씩 보충하기로 했다. 인원수가 늘어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5분만에 다시 챙긴 우리들은 밴의 넓은 트렁크 쪽에 배낭을 차곡차곡 쌓았다. 봉수 아저씨와 해인이는 가장 뒷좌석에 앉아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감정을 모를리 없는 우리들은 차례대로 밴에 올랐다. 이내 서서히 출발하는 밴. 부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간 뜬눈으로 밤을 지새왔던 것 같다.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한 준우 아저씨가 아저씨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잘한걸까요.”
“생존자끼리 도와야하니.. 별 수 없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침묵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하루 빨리 부산으로 가서 유람선에 타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찼다. 그리고 아빠 엄마의 멀쩡한 모습도 보고 싶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만..
추천수5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