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 글을 퍼온것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김모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누가 제 사물함에 이상한 평 써놨어요?! ㅠㅠ 누구냐... 정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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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밴의 마음을 타일러주기라도 하듯 하늘에서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낮고 멀리 퍼지는 소리에 우리들의 어깨가 절로 움츠려들었다. 날씨 예보를 보거나 들을 수가 없으니 대처를 완벽히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긴 하다만 차갑게 내리는 비 때문에 녀석들의 활동이 뜸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툭. 툭.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빗물이 버스 천장을 때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후두두둑 하면서 맹렬한 기세로 비가 내린다. 버스를 천천히 멈춰 세운 아저씨는 시동을 끄고는 창문을 통해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콰르릉.
엄청난 소음과 함께 하늘을 찢을 기세로 내리치는 천둥. 흰색의 빛이 저 멀리서 빛난다. 평소와 같은 밤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괜히 소총의 손잡이 부분을 꽈악 쥔다. 쉴새 없이 때려대는 빗방울들과 고막을 찢는 듯한 천둥의 소리. 아무래도 오늘 일찍 잠들기에는 틀린 것 같다.
비 덕분인지 해가 완전히 보이지 않는다. 19시가 조금 넘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우리는 초조한 마음을 달래며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드문드문 보이는 폐차들과 주위로 넓게 이어진 고속도로 그리고 평지. 어두운 밤 거리에 대항하듯 서서히 가로등의 불빛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무서운 얘기나 할까?”
준우 아저씨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무서운 얘기라니.. 그래도 상관없는지 준우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GOP에서 근무 할 때 얘기야.. 순찰식으로 경계를 교대하는 식이지. 총 10명의 교대 병사들이 있었고 그 앞에는 소대장이 인솔하고 있었지. 어두운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거야. 은근 걱정이 된 소대장은 뒤에 병사들이 잘 걷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30분 단위로 걸음을 멈추고 뒤로 번호를 하게 했지.”
“그래서요?”
어느새 흥미를 가진 동생이 준우 아저씨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딱히 시간을 보낼 것도 없는 우리들도 그 이야기에 점차 집중했다.
“처음엔 문제 없었어. 10번까지 그대로 이어졌지. 소대장은 안심하고 또 걸어갔어. 첫 번째 초소와 교대를 해줬지. 그리고 30분 정도를 걸어가서 번호를 시켰어. 역시 이번에도 이상이 없었어. 다시 30분을 걸어가고 교대를 해주고.. 다시 번호를 시켰지. 근데 번호가 9번까지만 하고 10번이 이어지지 않는거야. 소대장은 이상하게 여기고 9번을 외친 병사에게 물었지. 뒤에 오는 놈은 뭔데 대답 안하냐고. 그러니까 9번이 그러는거야. 그 병사가 지금 목이 다쳤다고. 소대장은 그런가부다 하고 다시 걸었어.”
“....”
“다시 30분.. 번호를 시켰지. 근데 이번에는 8번까지만 하는거야. 열받는거지. 병사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 소대장은 8번 병사에게 물었어. 마찬가지 대답이었지. 소대장은 이를 바득바득갈면서 돌아가서 얼차려를 주겠다고 결심했어. 다시 교대를 해주고 30분이 지난후.. 번호를 시켰어. 이번엔 5번까지 말하는거야. 소대장은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식으로 주욱 갔지. 주둔지에 거의 돌아갈 때 즈음 다시 번호를 시켰어. 3번. 그러는거야. 그때 소대장은 뭔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한거야. 아무리 목이 아파도 그렇지 7명이 넘게 대답을 못할 리가 없잖아?”
“그렇죠..”
“더군다나 병사들의 목소리가 익히 듣던 목소리가 아니었어. 소대장은 슬슬 걱정을 지나 겁이 나기 시작했어. 차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는거야. 다시 걷기 시작한 소대장은 번호를 외치라고 말했어. 1번. 그러는거야. 바로 뒤잖아? 이 가까이 있는 병사가 유독 소대장과 친하게 지냈었는데 그 녀석 목소리가 아닌거야. 덜컥 겁이난 소대장은 그대로 몸을 돌려 총을 닥치는대로 난사했지.”
“....”
“5분정도 난사를 하자 후환이 두려운 소대장은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 근데 주둔지 쪽에서 총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막 뛰어오더래. 소대장은 거의 포기 심정으로 최소 죽인 녀석들 얼굴을 보려고 랜턴을 비췄지. 근데!”
우르릉.
타이밍이 절묘하게 번개 소리가 준우 아저씨를 도와주었다. 덕분에 우리들은 헛바람을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아저씨와 이 소위는 무덤덤하게 듣고 있을 뿐이다. 은혜와 남자는 말할 것도 없다.
“그게 전부 북한군이었던거야. 차례차례 한명씩 병사들의 목을 따면서 소대장의 뒤를 따랐던거지. 소름 돋지 않냐? 으으으.”
몸을 부르르 떨며 정수기의 물을 한 번에 들이키는 준우 아저씨. 뭔가 맥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툭. 툭. 툭. 오히려 버스 위를 때리는 빗소리가 더 무서웠다. 그 시작으로 봉수 아저씨도 장난기가 섞인 얼굴로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열심히 경청하던 중에 아저씨가 봉수 아저씨를 중지 시켰다. 검지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키며 버스 앞 창문 쪽에 시선을 주었다. 일렁거리는 붉은 불빛들. 녀석들이다. 다행히 저번처럼 대규모의 수가 아닌 꽤 소규모에 속하는 불빛들이다. 어제와 비슷한 형식이다. 10마리? 조금 넘나? 그 정도의 불빛이 고속도로의 끝 부분부터 반짝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조용히 있으면 될거야..”
알고 있지만 초조해 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소총을 더 꽈악 쥐고 앞을 노려본다. 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뒤를 살핀다. 봉수 아저씨는 덜덜 떠는 해인이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작은 목소리로 ‘괜찮아.’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서서히 다가오는 녀석들. 10미터 안팎이다. 아저씨는 봉수 아저씨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봉수 아저씨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꿀꺽. 긴장되는 순간이다. 안타깝게도 녀석들의 행동은 날씨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 하다. 굵은 빗줄기를 뚫으며 걸어다니는 녀석들의 모습은 정말 지옥에서나 볼 법한 악귀들과 하등 다를게 없어 보인다.
“크르르.”
녀석들의 특유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버스 옆을 지나쳐간다. 그 중 한 마리가 유독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버스의 앞을 이리저리 훑어 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몸을 최대한 뒤로 빼 녀석이 조금이라도 눈치 챌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우르르릉.
하늘에서 다시 번개소리가 크게 울린다. 녀석은 킁킁대며 버스 여기저기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설마 우리들의 채취를 발견한 건가? 이렇게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미약하게 남은 우리들의 흔적을 추적하는건가?
“크르르.”
그 녀석의 행동이 너무 눈에 띈 탓인지 다른 녀석들도 서서히 버스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놈들이 킁킁대는 소리와 낮게 울부짖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제길.. 지나가라 제발.
번쩍.
환한 천둥이 녀석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비춘다. 검은 털들 끝에 수없이 달려 있는 물방울들. 붉고 진한 눈동자는 먹이를 찾기 위해 번뜩거리고 있었다. 숨이 점차 가빠온다. 입술이 미약하게 떨려오기 시작한다.
“크르르.”
이내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녀석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른 녀석들도 천천히 버스를 지나쳐가기 시작했다. 후우.. 다행이다. 마지막 의심을 품고 있던 녀석도 서서히 옆을 지나쳐간다. 우리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식은 땀을 닦아 내었다.
“에취!”
“!!”
해인이의 재채기 소리. 급하게 손을 막아 소리가 최대한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는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 소리가 너무나 컸다.
“크르르?”
덕분에 제 갈길을 가던 마지막 녀석이 슬그머니 돌아와 해인이가 있던 자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두워서 버스의 안이 보이지는 않겠지만 희미하게나마 녀석이 눈치챈 것 같다. 큰일이다.. 어쩌지? 녀석들의 수가 우리보다 많다. 확률적으로 우리가 불리하다.
“크르르르.”
다시 킁킁대며 해인이가 앉은 창가에 코를 대고 맡기 시작하는 녀석. 해인이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어깨를 들썩였다. 너무 놀라 울고 있는 것이다. 봉수 아저씨는 그런 해인이를 꽉 안고 킁킁대는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사파리 동물원에서 먹이를 더 달라고 보채는 사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러나 저 녀석이 노리는 것은 우리들이다. 방심해서는 안된다.
“크아아아!”
콰앙.
녀석은 열이 받는지 버스 아래쪽을 강하게 내리쳤다. 흠칫. 놀란 우리들은 헛바람을 들이삼켰다. 씩씩거리며 버스 여기저기를 다시 훑어 보는 녀석. 정말 저 집념 하나에 소름이 돋는다. 절대 쉽게 포기하는 법이 없다. 빌어먹을..
“크아아!”
저 멀리 다른 녀석의 소리가 들린다. 뒤쪽이다. 그 소리를 들은 녀석은 버스를 다시 유심히 보고는 소리가 난 곳으로 뛰어가 버렸다. 녀석들과 싸우지도 않았는데 녹초가 된 기분이다. 깊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털썩 기댔다.
“죄송해요.. 흐윽.”
울음을 삼키며 말하는 해인이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가 없다. 생리적인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그 작은 실수 때문에 모두가 위험에 빠질뻔 했다. 물론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같이 민감한 상황에서 작은 것 하나하나에 생사가 오고갈 수 있다.
콰르릉.
“크아아아!”
녀석들의 분노 섞인 포효 소리. 나와 동생 그리고 준우 아저씨가 슬금슬금 이동해 버스 뒷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저 멀리 녀석들이 각자 손에 무언가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풍경에 우리들은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 버렸던 시체 중 일부가 분명하다. 가로등 사이를 누비며 서로 먹겠다며 아웅다웅 다투는 녀석들의 꼴이란..
“쓰레기 자식들.. 저게 진화의 모습인가?”
“....”
입은 많으나 고기가 한정적이여서 자연히 서로 다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라면 동료를 짓밟고서라도 배를 채우는 것이 녀석들의 생존 방식이다.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빗줄기 속에서 하나의 춤을 추는 것처럼 검은 색과 붉은 색의 물결들이 빠르게 움직여댄다.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지만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완전히 식사를 마친 녀석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쭉 가라.
투두두두둑.
버스 위를 때리는 굵은 빗줄기가 유독 귀에 거슬린다. 별거 아닌 상황인데도 괜시리 마음이 다급해진다. 빌어먹을 날씨. 우리를 놀리기라도 하듯 하늘에 내리는 비는 그칠 생각이 없다.
“저 자식 설마..”
동생의 말에 앞을 가만히 보니 아까 마지막에 남아 있던 녀석이 계속 이 쪽을 주시하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오싹. 소름이 돋았다. 마치 우리가 안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붉은 빛이 맹렬하게 빛난다. 제발.. 제발.
휙.
그대로 고개를 돌려 동료들과 합류하는 녀석. 하아.. 하아.
“아, 진짜 제 명에 못살겠네.. 이거 원.”
준우 아저씨가 몸을 추욱 늘어트리며 땀을 닦았다. 갈증이 난다. 버스 앞까지 걸어가 종이컵을 들어 물을 가득 담아 단숨에 비웠다. 후우.. 이제 겨우 숨이 트인다. 모두 극도의 긴장이 일순간에 풀려서인지 저마다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다. 차례대로 물을 한 모금씩 마신 우리들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뉘었다.
“고생했습니다. 오늘 하루..”
우민이 형의 목소리를 끝으로 서서히 잠이 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