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 글을 퍼온것입니다~
뒷좌석에 잠들어 있는 부녀를 보자 문득 병원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3일.. 4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아주 오래전의 겪은 일처럼 희미해져간다. 괴물로 변한 자식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 했던 창민 아저씨의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이 봉수 아저씨와 자꾸 겹쳐진다. 이번엔 두 부녀를 지켜주고 싶다. 두 번 다시 그런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다.
챙그랑.
상념에 잠기는 것도 잠시.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우리들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뒤다. 트렁크 쪽에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구멍이 나있었는데 그 충격으로 인해 뚫린 구멍 근처의 유리들이 금이 가있다.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돌멩이를 손에 쥐고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누구지? 누가 우리들을 공격한거지?
“제길, 백미러로 뭔가 희끗 보이는가 싶더니 이거였군.”
아저씨의 표정이 좋지 않다. 확실한건 누군가가 우리에게 적의를 갖고 있다는거다.
“온다..”
조용히 내뱉은 은혜의 말로 상황이 확실해졌다. 주위에 녀석들이 있고 우리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낮인데..? 녀석들이 잠들 시간이 아닌가? 우리가 아까.. 그래. 마트에서 고기를 굽는 것이 영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 그 냄새가 멀리 퍼져 녀석들을 깨운것일 수도 있다. 고기 몇 점의 대가가 이정도라니..
“제길..”
창문을 통해 주변을 살핀다. 좁고 어두운 골목길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 상가 건물들 사이사이 틈틈이 위치하고 있는 골목길. 낮이라도 녀석들이 수월하게는 아니더라도 힘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다.
“!!”
뭔가가 내 앞으로 날아온다. 주먹만한.. 딱딱해 보이는 것..
퍼억.
다행히 창문이 닫혀 있는 상태라 내게 타격을 주지 않았지만 이대로 충격을 계속 받는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 할 수 없다. 주욱 늘어진 상가 길이 유독 길게만 보인다. 그렇다면 후진으로..? 아니다. 이 상황에서 후진은 오히려 상황만 악화될 뿐이다. 골목 여기저기서 대기하고 있던 녀석들이 그대로 달라붙을지도 모른다.
“도구를 사용하다니.. 미치고 팔짝 뛰겠군.”
준우 아저씨 말에 번개처럼 뭔가가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남자가 했던말.. 녀석들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설마 그런게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는건가? 어서 빠져나가야 한다. 부우웅. 밴의 속도가 점차 올라간다. 길 앞에 폐차가 되어가는 것들만 제외하고는 한산한 편이다. 어떻게든 버티면 된다.
텅. 텅. 텅. 텅.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들의 공격이 거세져간다. 언제까지고 버틸 것 같던 창문도 서서히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큰일이다. 뭔가 대책을 취해야한다. 돌.. 받아낼만한게 없을까.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지이잉. 창문을 내리고 웃옷을 벗는다. 두툼하게 말아 돌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향한다.
쉬이익.
날아온다. 침착해. 받으면 되는거야.
텁.
생각보다 쉽게 잡힌다. 내 성공을 시작으로 모두가 웃옷을 벗고 그것을 따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녀석들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가끔 예상 궤도를 크게 벗어나거나 크기에 따라 다르게 날아오는 돌들을 완전히 막아내진 못했다.
퍼억.
“크윽..”
명치 아래 쪽에 전해지는 충격에 잠시 멍해진다. 정면으로 맞았더라면 충격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쿠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웃옷 덕분에 버틸만했다. 빌어먹을 놈들.. 두고보자고. 빠르게 좌석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을 꽈악 쥐고는 고개를 살짝 내민다. 다음 골목길까지 거리.. 3초 내외다.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망할 자식들.
휘익.
차 안이라 큰 동작으로 던지지 못하지만 돌멩이를 골목길 사이로 던지는 거로는 충분하다. 강하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어둠 속에서 방심하고 있는 녀석에게는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다.
“키엑!”
“오예!”
고통스러워 하는 녀석의 신음 소리. 성공이다. 내 공격을 시작으로 모두가 돌멩이들을 골목길 사이사이로 던진다. 흡사 겨울에 하는 눈싸움을 보는 것 같아 이게 생사를 건 전투인지 착각이 든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다들 표정이 진지하다.
퍼억.
그러나 항상 상황이 좋게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우민이 형과 봉수 아저씨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줄줄줄. 양손을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제길.. 아직 멀은건가.
“조금만 버텨!”
아저씨의 말을 듣기라도 했는지 인간의 모습을 한 녀석들이 골목길에서 우르르 나와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대로 있으면 밴과 정면으로 출동한다. 녀석들은 무사하지 못하겠지만 잘못하면 밴이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거나 심하면 전복이 될 수가 있다. 최악의 사태를 막아야한다.
“빌어먹을 놈들이!”
어느새 소총을 장전한 준우 아저씨는 밴 천장을 가리고 있던 비닐을 걷고 내고서 상체를 완전히 내밀었다. 녀석들도 뜻밖의 행동에 당황했는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준우 아저씨의 총에는 자비가 없었다.
두두두두.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총알들이 녀석들의 몸을 그대로 꿰뚫는다. 한번에 즉사하는 놈은 거의 없었지만 대부분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녀석들은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지르며 다시 골목길로 들어가버린다. 녀석들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공격은 멈춘게 아니었다.
텅. 텅. 텅. 텅.
준우 아저씨는 골목길 사이사이에 총알 몇발을 녀석들에게 선물해주었다. 그러나 양 옆을 다 맡기엔 부족하다. 내가 거들어줘야 한다. 서둘러 소총을 준비하고 준우 아저씨 옆에 선다.
“넌 오른쪽! 난 왼쪽!”
두두. 두두. 두두.
골목길을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2~3발씩 총알을 날렸다. 제대로 공격다운 공격을 해보지도 못하고 픽픽 쓰러지는 녀석들. 이대로만 간다면 무사히 상가로를 벗어날 수 있겠다.
“크아아!”
“크우!”
괴물의 포효소리. 설마하는 심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역시나.. 정말 끈질기구만 제길.”
동료들의 시체를 뜯어먹는 녀석들이 괴물로 변해 우리 차 뒤를 맹렬히 쫓고 있는게 시야에 가득찬다. 정말 저놈의 집념 하나는 알아주어야 한다. 밴의 속도가 호락호락하지 않아 녀석들이 쫓는게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나중을 대비해 싹을 완전히 잘라둬야 한다.
철컥.
소총을 다시 녀석들에게 겨눈다. 방금전 동료들을 죽인 무기를 보고도 녀석들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공포보다 본능이 더 큰 탓이다. 나와 준우 아저씨를 먹이로 인식한 녀석들의 눈이 붉게 빛난다. 너희들에게 잡힐까보냐. 그럴 수 없지.
두두두두.
하나둘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녀석들. 한 번에 절명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녀석들은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골목길에서 수많은 녀석들이 뛰쳐나와 동료들의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과연 녀석들의 목적은 우리였을까 동료들이었을까.
“크아아아!”
고통스러워하며 동료들을 쳐내며 도망치려고 하는 녀석들. 그러나 사방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도망갈 수가 없었다. 이내 허공에 떠오르는 녀석들의 사지. 그리고 목. 비명 소리가 점차 줄어만 간다. 그나마 다행인건 녀석들이 먹을 것에 정신이 팔려 우리를 눈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아앙.
완전히 상가로를 벗어난 밴은 그대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10분.. 20분. 30분 정도를 달린 끝에 밴을 멈춰 세운 아저씨는 운전석에서 내려 우민이 형과 봉수 아저씨의 상태를 살폈다. 심하지는 않지만 살이 찢어진 것 같았다. 우민이 형은 워낙 경험이 많고 젊은 몸을 가져서인지 피가 서서히 멎기 시작했지만 봉수 아저씨는 그러지 못했다.
꾸물꾸물 나오는 핏물들을 손으로 받아내는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다. 일단 우리들은 밴의 옆문을 열고 우민이 형과 봉수 아저씨를 바닥에 눕게 했다. 아저씨와 준우 아저씨는 거즈에 알콜을 잔뜩 묻히고는 두 사람의 상처 부위에 그대로 갖다 댔다.
“끄으으윽.”
상당히 고통스러운지 신음 소리를 흘리는 봉수 아저씨. 그 반면에 우민이 형은 살짝 인상만 찡그릴 뿐이다.
“이 정도는 아픈 축에도 못끼죠.”
장난스레 던지는 우민이 형 말에 우리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농담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정신력을 가졌다라는 증거다. 반면 봉수 아저씨는 우민이 형과 다른 생활에서 자란 평범한 일반인이다. 이런 경험이 거의 전무할 것이다.
“대충 매면 되겠네.”
반창고 하나를 이마에 붙여주고 다른 거즈로 상처 부위를 중심적으로 둘둘 마는 것으로 우민이 형의 치료는 끝났다. 허나 봉수 아저씨의 상처는 바늘로 꼬매야 할 것 같았다. 상처 부위가 꽤 벌어져 피가 멎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벌떡 일어난 우민이 형은 봉수 아저씨의 상처를 유심히 살피더니 구급 상자에서 실과 바늘을 꺼냈다. 그제서야 자신에게 한팔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우민이 형은 허탈한 얼굴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안타깝지만 우민이 형을 위로해줄 시간이 없다. 녀석들이 피 냄새를 맡고 몰려올 수도 있으니 빨리 치료를 하고 여기를 떠야한다. 아저씨는 우민이 형에게서 실과 바늘을 낚아채듯 가져와 봉수 아저씨의 상처 부위를 서서히 봉합하기 시작했다.
“끄.. 끄윽.”
마취도 없이 이루어지는 시술이라 봉수 아저씨는 상당히 고통스러워했다. 곁에서 지켜보는 해인이는 아예 울기 시작했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저렇게 슬퍼할 이유가 있을까 했지만 이제 겨우 고등학생의 나이로 자신에게 닥친 일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딱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해.. 해인아. 아빠 괜찮으니까.. 차에 먼저 타있으렴.”
봉수 아저씨 말에 해인이는 고개를 저으며 그 자리를 지켰다. 우리도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앞으로를 살아가려면 이보다 더한 것들을 보고 느껴야만 하기 때문이다. 5분.. 10분 정도가 지나자 완전히 봉합을 마친 아저씨는 서둘러 구급 상자를 챙겼다.
“생수 가져와 손에 묻은 핏물들을 씻어야 돼.”
동생이 얼른 밴 안으로 뛰어가 생수 두통을 가져왔다. 아저씨는 그것을 아낌없이 봉수 아저씨 상처 부위에 쏟으며 손으로 살살 닦아 내었다. 완전히 핏기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아저씨는 자신의 손도 마저 닦았다. 그리고 바닥에 아직 마르지 않은 핏방울 위에 물을 끼얹어 그 흔적을 없애기 시작했다.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자 우리는 서둘러 밴에 올랐다. 창문 여기저기 균열이 가있어 걱정되긴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변변찮은 차를 구하는 것 역시 힘들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부우웅.
다시 출발하는 밴. 준우 아저씨는 밴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시트나 바닥에 피들이 너무 많이 묻어 있어. 차를 바꿔야겠는걸..”
이 인원을 모조리 수용할 수 있는 차가 있을까. 아니면 차를 나눠서 가야하는걸까. 고속도로에 널린게 차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전력을 분산하면 오히려 악화가 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아저씨는 묵묵히 밴을 몰았다. 준우 아저씨도 자신의 소총을 들고 묵묵히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흐으윽.”
여전히 들리는 해인이의 울음 소리. 봉수 아저씨는 계속 같은 말로 해인이를 안심시켜주는 말들을 했다. 나도 처음에 저랬을까. 괴물을 처음 발견하고 도망치던 날.. 동생과 나는 지금의 해인이처럼 허약했었나? 고개를 돌려 동생의 옆을 본다.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창문 밖을 바라보는 동생.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