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펌]밖.에.나.가.지.마.시.오 (58화)

레몬굿 |2012.05.28 23:32
조회 2,444 |추천 10

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 글을 퍼온것입니다~

 



 

[김모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번쩍. 눈이 떠진다. 딱히 누군가가 깨운 것도 아닌데 저절로 몸이 일으켜진다. 이상하게 정신이 맑다.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기 앞에 다가가 물을 마시고 시계를 봤다. 새벽 3시..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 남은 시각이다. 사람들이 잘 자고 있는지 좌석 하나하나를 둘러본다.

“드르렁.”

미약하게 코고는 소리와 잠꼬대 소리가 들린다. 잘 자고 있군.. 다시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뭔가가 허전한 느낌이다. 다시 일어나 좌석들을 둘러본다. 없다. 은혜와 남자가 없다. 어딜 간거야. 제길.. 소총을 들고 버스 창문 여기저기에 붙어 밖을 내다본다. 넓고 황량한 고속도로에 희미하게 빛나는 가로등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남자의 능력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10마리가 넘는 녀석들 상대로 은혜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시 앞 좌석으로 와 넓은 창문을 통해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아.”

저 멀리 30~4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꾸물거리는 두 개의 인영이 보인다. 느릿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인간의 걸음걸이.. 은혜와 남자다. 왜 항상 은혜는 밤마다 저렇게 돌아다니는걸까. 저럴려고 저녁시간에 그렇게 일찍 자는 건가. 이해할 수가 없다. 괜시리 걱정이 된 나는 버스 문을 수동으로 열고 밖으로 나왔다.

툭. 툭. 툭.

미약하게나마 내리는 비가 버스 천장을 때린다. 아직까지도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건가. 은혜가 감기에 걸리면 어쩌지? 주위를 둘러보며 은혜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움직일 배짱도 없었을텐데.. 이진성.. 정말 많이 발전했다.

내가 다가가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혜는 계속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내 마음을 애타게했다. 정말 물가에 어린아이를 풀어 놓은 부모의 심정보다 더 간이 떨린다.

“?”

착각일까. 은혜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인다. 빠르게 움직이며 폐차 뒤에 숨었다. 내 눈이 잘못되기를 바라며 반짝이는 곳을 가만히 주시했다. 불행히도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어두운 자연 속에서 미약하지만 확실하게 빛나는 두 개의 붉은 빛.

“한 놈인가..”

이상하게 녀석은 무리 생활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은혜와 일정 거리를 두고 그 자리에 굳은 듯이 서 있는게 전부다. 은혜는 모르고 있는 눈치지만 그 옆에 선 남자는 아니었다. 은혜에게 더 이상 접근하면 용서하지 않을거라는 포스를 흉흉히 내뿜고 있다. 폐차 옆으로 살살 돌아 넓은 평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욱 이대로 돌면 은혜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번뜩.

얼마 가지 않아 뭔가 석연찮은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은혜를 보고 있던 녀석의 시선이 내게로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멈칫. 반사적으로 몸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가만.. 저 녀석 설마 어제의 그 녀석인가? 몸을 제대로 피고 가만히 녀석들 바라보았다.

희미한 가로등의 빛 때문에 제대로 분간하지 힘들었지만 내 직감이 맞다면 분명 어제 그 녀석이 분명했다. 뭐야, 날 먹기라도 하겠다는거야? 너를 도와준 은인이라구. 다행히도 녀석이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이내 몸을 돌려 넓은 평지 너머로 사라졌다. 후우..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 내리는 비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은혜에게로 걸어간다.

“하여간 꼭 이렇게 사람을 걱정시키게 만든다니까..”

은혜는 쭈구려 앉은 상태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 보고 있었다. 남자는 나를 힐끗 보고는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은혜에게 다가가 옆에 쭈구려 앉았다.

“뭐 보고 있어?”
“....”

아무것도 읽을 수 없는 은혜의 눈. 투명한 은혜의 눈을 통해 미약하게 빛을 내는 자그마한 별들이 여러개 보이는 것 같다. 뽀얀 은혜 볼 위로 하나둘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서서히 턱 끝에 모여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진다. 은혜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일으킨다. 힘없이 몸을 일으킨 은혜는 여전히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은혜야 왜 자꾸 밤에 나오는거야. 위험하잖아..”
“....”
“보고 있는 겁니다.”

남자의 말에 이해가 되지 않는 나는 은혜를 한 번 보고는 남자에게 물었다.

“뭐가..?”
“앞으로의 일들을 보고 있는 겁니다.”
“예언이라도 한단거야?”
“비슷하지만 아닙니다. 메시아께서는 자신의 남은 날들을 보고 계시는 겁니다.”

남은 날..? 은혜도 자신이 곧 죽을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은혜와 말이 통하는거야?”
“느낌입니다.”
“그래서.. 매일 이렇게 새벽녘쯤에 나와 하늘을 멍하니 보는거야. 은혜가?”
“메시아께서는 완전히 죽을 날을 선택하고 계십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남자의 표정에서 괴물과 비슷한 공포가 느껴졌다. 정말 저 남자의 모습이 우리 인류의 진화라고 할 수 있는걸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저런 허수아비 같은 태도가? 물론 은혜가 죽을거라는 말은 아저씨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그만큼 상황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는거다.

“언제.. 언제 죽는데?”
“그건 메시아께서 정하는겁니다.”
“..그럼 넌 은혜가 죽을 때 가만히 있을거야?”
“메시아의 뜻이라면..”

답답하다. 남자는 이제 공과 사를 완전히 구별하지 못하는건가?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은혜의 손을 잡고 버스로 이끌었다. 힘없이 딸려오는 은혜. 확실히.. 전과는 다르게 많이 수척해져 있다.

“은혜야.. 죽으면 안돼.”
“....”
“약속하자. 응?”

응해줄리 없겠지만 새끼 손가락을 은혜에게 내민다. 멍한 눈으로 내 손가락을 보던 은혜는 이내 작고 여린 손으로 내 검지 손가락을 잡았다. 그래, 어찌되었든 약속한거야. 괜시리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고개를 세차게 젓고 버스 쪽으로 걸어간다.

“크아아!”
“크우!”

저 멀리 녀석들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제길! 빠른 걸음으로 버스로 다가간다. 아까 녀석들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소리다. 포효소리가 점차 거세진다. 우리의 냄새를 맡기라도 한걸까. 버스 너머로 빠른 검은 물체 여러 마리가 이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갔을 때와는 달리 그 수가 반으로 줄어 있다. 뭐지? 아니다. 지금은 저런거에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빨리 은혜야.”

일단 은혜를 버스에 태워놔야 안심이 될 것 같다. 버스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치이익. 그 때 버스의 문이 열리며 아저씨와 준우 아저씨 동생이 내렸다. 잠결에 녀석들의 소리를 듣고 나와 은혜가 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내린 것 같았다. 내 모습을 보던 세 사람은 빨리 오라며 손짓을 했다.

“크아아아!”

녀석들에게도 절박한 상황이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잡아야 배가 골리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필사적이다. 소총의 커다란 소음 때문에 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전체적으로 비가 내리 있어서 빗소리와 섞여 그리 멀리 퍼지지는 못할 것 같다.

철컥.

장전을 마친 세 사람은 버스와 상당히 가까워진 녀석들에게 소총을 겨누고 2~3발씩 총알을 퍼부었다. 어둠 속에서 빠르게 목적으로 날아가는 총알을 피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총알이 몸에 박힌 녀석들은 달려오던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크에엑.”
“쿠엑.”

피를 토하며 비틀거리며 일어서려는 녀석. 순식간에 어두운 대지위로 붉은 피로 가득찬다. 몸 여기저기 뜯겨져 있는 상처.. 아무래도 녀석들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서로를 먹이로 인식하고 치열하게 싸운 것 같다. 그 중 살아남은 녀석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도중에 우리를 발견한 것이고, 배를 채울 수 있다는 희망으로 우리에게 달려든 것 같았다. 결과는 물론 참혹했지만..

“크으으.”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들에게 다가간 세 사람은 각자 들고 있던 단검으로 녀석들의 머릿통을 강하게 쑤셨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절명한 녀석들. 내리는 비에 단검을 대충 씻어낸 세 사람은 다시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어서 타.”

동생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든 나는 은혜를 먼저 버스에 태웠다. 남자가 타는 것을 끝으로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 보고 버스에 올랐다. 사람들 모두 그 소리에 잠이 깼는지 일어나 있었다. 우민이 형이 내게 마른 수건을 내밀었다.

“고마워..”

수건으로 먼저 은혜의 얼굴과 촉촉이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 주었다.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꽤 오래 걸린다. 힘없이 고개를 숙인 은혜의 하얀 목덜미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과연..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주어야 할까. 은혜도 곧 자신이 죽을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그저 온전히 죽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크르르.”

작게 울리는 소리에 우리들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서로 간에 수신호를 보내며 다시 소총을 챙긴다. 다시 들리는 소리. 한 녀석이다. 각자 창문 쪽에 붙어 아래를 살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붉은 눈빛이 빛나는 것이 들어온다. 서서히 버스 쪽으로 다가오는 녀석.

“한 놈이야. 괜한 말썽일으키지 말자구.”

아저씨 말에 우리는 일단 대기하기로 했다. 만약에 사태에는 아낌 없이 녀석에게 총알 세례를 퍼붓겠지만 특별한 악의가 없다면 그대로 두자는 말이다. 가만히 녀석을 주시한다. 붉은 눈을 번뜩거리며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던 녀석은 몇 번 킁킁거리더니 버스 뒤쪽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녀석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크르르르.”

차가운 대지 위에 따스한 온기를 가진 시체 더미를 보자 녀석은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서서히 식사를 시작하는 녀석.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준우 아저씨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거 혹시 어제 그 놈아냐?”
“..맞아요.”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 같은데?”
“....”

준우 아저씨 옆에 있던 동생이 열심히 식사를 하는 녀석을 가만히 보며 말했다.

“우리를 따라다니면 배를 채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은데.. 봐봐. 우리가 지나온 곳을 보면 전부 녀석들의 시체로 가득했잖아. 그래서 저 놈은 멀리 떠돌아다닐 필요 없이 우리 뒤를 졸졸 쫓는거 같아.”
“죽여야할까.”
“..근데 저 놈 은혜를 봐도 전혀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더라구요. 다른 놈들 같았으면 은혜 냄새만 맡아도 광분하면서 달려들었잖아요. 저 놈은 뭔가 달라요.”

내 말에 둘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다른 녀석들과 분명 다른 태도를 가진 놈이지만 그 원본이 괴물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게걸스럽게 동료들의 고기를 먹어 치우는 녀석.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먹는 양이 엄청나다. 벌써 동료의 몸뚱아리 반을 뱃속에 넣은 녀석은 다른 부위에 손을 가져가기 시작한다.

“상부상조인가.”
“에?”
“그럴수도 있잖아. 저 녀석의 채취가 버스에 묻으면 다른 녀석들이 이 버스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거 아니야?”
“그런가..”
“우린 녀석에게 고기만 제공해주면 된다구. 어차피 한 놈이야. 총알 1~2개면 끝나는 놈이라구.”

꽤 설득력 있는 준우 아저씨의 말이다. 우리는 바보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녀석이 식사를 마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20분이 조금 넘어서 동료 하나를 완전히 먹어 치운 녀석은 해가 곧 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다른 동료들의 시체를 질질 끌고 넓은 평지 쪽으로 사라졌다.

다시 앞좌석으로 와 몸을 편하게 누웠다. 고개만 살짝 들어 시계를 보니 5시가 다 되어간다.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어 사방이 캄캄하다. 아저씨는 우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1~2시간만 더 자고 이동합시다. 이따 오후에 졸지 않으려면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는게 좋겠습니다.”

그 말에 다들 동의했는지 몸을 편하게 하고 눈을 감기 시작했다. 축축히 젖은 옷이 몸이 착 달라붙어 찝찝한 느낌이 자꾸 들었지만 방금 전의 일을 겪어서인지 금방 잠이 온다. 육체와 정신이 급격히 피로해진다. 서서히 눈을 감는다.
추천수1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