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죄송합니다.
전날 올라왔던 글에 이제서야 "답변"이라는 명목으로 글을 단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여 처음에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친구, 가해자 친구에게도 또다시 상처를 주는게 아닐까...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도 이번 사건에 대해 크게 분개한 바가 있고, 또 평상시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터져나와 글을 잡게 되었습니다.
저희 학교에 다니는 같은 학교 친구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의견을 감히 올리고자 합니다.
정말 솔직히 쓰는 만큼 가벼운 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이러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안 때는 6월 25일경이었습니다. 즉 이 사건과 관련된 자치위원회가 있기 얼마 전이었습니다.
제가 현직 전교회장을 맡고 있고, 또 차기 학생부 선거가 정기고사 후 있을 예정이어서 그때쯤 학생부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소나무반(저희 학교의 도움반 이름입니다)의 한 친구를 학기 초부터 반 전체가 따돌려왔으며, 이에 관련하여 선도 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는 서류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걸 보고서 저는 단순히 "나쁜 녀석들. 할 수만 있다면 선도 방법으로 우리 학교 자치법정에 올려도 되겠는데."하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말고사를 보았고요, 그 사건은 점점 제 뇌리에서 잊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7월 7일인 오늘 7월 6일에 올라온 피해자 친구의 친척분께서 써주신 글을 보았습니다.
당황스러웠고, 아니나다를까 이에 대한 수많은 비난글이 올라왔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한 친구를, 그것도 비정상적인 친구를 몰아갔다는 것에 분노하였고, 정말 1학년 후배들을, 특히 그 반 애들을 모조리 혼내주고 싶더군요. 그리고 1학년들이 개념이 없다고, 우리 3학년들은 안그러는데 1학년들이 왜 그러냐고, 걔네들이 학교 망신 다시킨다고, 하며 정말 화를 많이 냈습니다.
학교 점심시간이 끝나고, (토요일날 자습하니까요) 다시 자습을 하면서 1학년들을 어떻게 혼내줘야하나 씩씩거리던 찰나, 이 사건에 대해 같이 화를 낸 학생회 친구 두 명이 저를 조용히 불렀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번 선거에 나온 후보중에 이 일과 관련된 후보가 있다면 당장 잘라버리자고 하더군요. 흔쾌히 동의한 저희는 쭉 확인을 해보았지만, 다행히 연루된 학생은 없었습니다.
안심하며 반으로 올라가던 저희는 마침 복도를 지나가시는 교감선생님을 뵈었고, 자습 중에 왜 돌아다냐는 말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교감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시더니 저희를 교감실로 부르셨습니다.
거기서 저희는 이번 사건의 전말을 들었습니다.
네 학생 중 두세학생이 5일간 봉사활동을 받고, 나머지는 3일간 봉사활동을 조치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친구들은 여름방학 중 장애우 관련 복지센터에서 꽤 긴 시간동안 의무 봉사활동을 할 것을 조치받았습니다.
뿐만인가요.
위 네 학생들은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폭력 관련 사항으로 기소되어있어 곧있으면 재판을 받게됩니다.
전에 올라온 교감선생님은 매우 억울하시다며 이야기를 쭉 하셨습니다. 우리 학교가 유서있는 학교여서 명예를 정말 중시하는 것은 맞지만, 옳은 건 옳고 그른건 그른거라고. 말할 거는 다 말해야한다고. 지난번에 기자님들도 진짜로 직접 오셔서 그에 관련된 브리핑 역시 다 하셨다고.
길었지만 여기까지는 "사실적인 내용"이고요.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을 말씀드릴께요.
현실적으로 학교의 학교 봉사, 사회 봉사, 그리고 특수교육에 해당하는 일련의 선도 조치가 매우 약한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제가 선도 위원회 결정권을 갖고있고, 위와 같은 선도 조치 사항이 없다면, 저는 감정적으로 가해 학생들에게 끝까지 그 피해자 학생의 일생을 책임지고, 정신적인 보상을 모두 해내라고 하고 싶습니다. 당연하죠. 정신적인건 끝까지 가니까요. 죽을 때까지.
그러나 학교 조치가 현실적으로 그렇게 감정적인 대응으로 일어날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피해자 여러분께는 정말 죄송하고 할말이 없습니다. 정말 한 구절 한 구절 모두 변명밖에 안되는 말이고, 저도 학생이어서 그 선도 조치 규칙을 고치거나, 강력한 대응을 할 수도 없는 위치입니다.
학교에서는 2~3주에 걸쳐서 긴 시간동안 피해자와 가해자 학생에 대한 선도 과정을 모두 마쳤고요, 5일 및 3일 봉사활동 역시 2012년 3월에 타 지역의 OO중학교에서 있었던 판례를 그대로 인용한 것 뿐만 아니라, 거기다가 특수 교육 조항은 가중 처벌로 덧붙인 조항입니다. 이에 대해 학교에 실제인지 확인해보실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실제이지만.
문제는 선도 위원회가 할, 아니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 입니다.
전학으로 안된다고요? 봉사, 사회봉사로도 안되나요? 그럼 어떻게 하죠? 똑같이 가혹할 정도의 심한 폭행을 가해줘야 하나요? 귀를 멀게 할까요? 이게 학교가 할일은 아니겠죠?
아쉬울 따름이긴 합니다만..... ㅠㅠ
하지만, 정말 그 중에서라도 그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라. 피해 학생을 정말로, 완벽하게 치유해줄 수 있고, 더 이상 이와 같은 사건을 일어나지 못하게 할 해결책을 찾아라. 그럼 딱 두가지겠죠.
- 학생들의 윤리 의식을 바꾸거나,
-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야겠죠.
학생들의 윤리 의식을 바꾼다? 그 출발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학교? 사회? 특수교육?
아뇨. 절대 아닙니다.
바로 집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어른들도 계실꺼고, 학생들도 많으실 겁니다.
우리나라의 윤리의식이 정말 급속도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 훈계하는 집이 얼마나 있나요? 얼마나 없으면 우스갯소리로 "아버지한테도 맞아본 적이 없는데 당신이 날 때려!"라는 말을 할 정도입니까.
만약 때리는 게 야만적이고 보수적인 생각이다? 그럼, 잘못한거에 대하여 얼마나 훈계는 해 보셨나요? 글쎄요.
요지에서 벗어날 지 모르지만 매우 일부의 사소한 것부터 얘기해보겠습니다.
일단 부모님께 반말쓰는 애기들. 꼭 존댓말이 어른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커가면서 정도 들고 물론 안 쓸수도 있지만, 애기 때만큼의 존댓말이란 적어도 "저 사람이 나보다 어른이다. 높은 사람이다"라는 의식을 갖게 해줍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존댓말을 하는 아이에게 "저 아이는 참 착하네. 부모님께 존댓말도 할 줄 알고."라는 말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건데요.
먹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사 줘"라는 말부터 할 줄 알고, 참을 줄 모르고, 안 사주면 울고, 문제는 그런게 아득하게 애교로만 보이는 어른들은 다 사주죠. 그게 자기 주장만 할 줄 알고 자기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방법인 지 모르고.
간단한 차이입니다. 물론 고1까지 큰 아이들에게 이러한 교육을 시킬 수는 없지만, 여하튼 그런 기본적인 윤리의식을 갖고 자라지 않았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싸가지 없는 애들이 자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자란 애들을 버려둘 수는 없죠.
그렇다고 학교가 이를 교육하나요? 글쎄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실 자습시간이기는 하지만, 아까 이 글을 보면서 "우리나라 윤리의식이, 학교의 애들 의식이 잘못되었다"며 이야기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선생님들이 날리는 건 따가운 눈총.
그안엔 "얘들아 왜 언수외 공부 안하니. 너희들 대학가려면 그게 급한거 아니니?"라는 말이 담겨있겠죠.
..........
결국은 뭐다?
가해자 학생들은 가해자 학생들 나름대로 자기 이름에 평생 빨간 줄 긋고 살아가야 되고, 피해자 학생들은 말할 필요 없을 정신적 고통을 안고가야하는 커다란 사건이 터졌음에도 기사를 본 저희 학교 친구들은 딱 여기에서 더이상 생각이 벗어나지 않습니다.
" 아, '얘네'들이 우리학교 이미지 다 망쳤어. " - 자신도 그럴 수 있다는 반성이 없는거죠.
" 야, 그냥 공부나하자. 우리가 이런거 말한다고 뭐가 바뀌어. " - .....
" 가해자 애들이 못됐네... 나쁜 놈들. 저런 애들이 우리 학교를 오다니." - .......똑같은 얘기죠...
단 한번도 "이건 큰 문제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선생님들과 애들이 함께 협력해야해. 피해자 학생한테 찾아가서 괜찮냐고 안부도 물어보고, 가해자 친구들도 다독여줘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다들 자기 일만 신경쓰고, 자기 공부만 신경쓰면 되니까요.
그렇게 교육받으면서 컸고, 그렇게 교육받고 있으며, 자기 자식들을 그렇게 가르칠테니까요.
친척분들. 그리고 가족 여러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저희 학교를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어떤 말로도 피해자 학생을 정말 치유할 수 없는 마음, 정말 잘 압니다. 저도, 그리고 이 글이 얼마나 여러분을 위로해드릴 수 있을까요. 이 글이 가식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죠.
그러나, 진심으로, 앞으로는 다른 친구들에게 이런일이 없도록 더욱 잘하겠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학생이 힘든만큼 가해자 학생도 많이 힘들어 할 겁니다. 그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이 평생 남기지 않을 수도 있는 "전과"를 어린 나이에 안고 갑니다. 그리고 그 "전과"가 꼬리표처럼 그 아이들을 뒤쫓아 다니겠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습니다. 잘 다독여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학교 친구들이 제일 공감갈 내용,
평택 사람들. 저희 학교 그만 공격하시죠? 정말 유치합니다. 주변의 무슨 여고, 그리고 일부 인문계 고등학교의 일부 극소수 학생들이 저희 학교를 공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눈물로 호소하면서 글을 쓴 피해자가 원하는게 "저희 학교 공격"입니까? 물론 그럴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공격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냐?
글의 99.99%를 차지하는 눈물로 쓰여진 우리 피해자 학생 가족분들의 편지를 읽고도 0.01%에 불과한 "평택에서 유명한 고등학교"라는 말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이죠. 막말로 당신들은 이 글을 보고 느끼는 게 있습니까? 뭐, 있겠네요.
"잘 됐다. 이 학교 까자. 평상시에 까고 싶었는데 ㅋㅋ" 같은거?
.....
전 인근의 다른 학교들 안 싫어하고, 특히 글 하나에 답변 달아준 학생들 한 두명이 그 학교의 전부일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흉해는 보이는군요.
학교 명예살릴라고 변명하지 말라고요? 네, 변명 맞아요 ㅎㅎ 근데 막말로 변명좀 하면 어떻습니까?
문제는 그러면서 그쪽도 자기 학교 명예 더럽히고 있는데? 어느 학교인지 뻔히 아는데? ^^.....
죄송합니다. 제가 순간적으로 흥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제가 하고픈 얘기를 한 것 같아 후련하긴 하군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인성교육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라는....
4일 있으면 고3들은 7월 모의고사가 있겠군요. 그럼 그 시험을 위해서 또 열심히 공부하겠죠. 언수외 공부요. 그리고 잊어가겠죠. 평택의 한 인문계에서 있던 정말 슬픈 이야기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피해자 학생 가족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cf) 아, 이외에도 하실 말씀 있으시면 네이버에 ksk1406으로 쪽지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