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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교사 빨리 크는 만큼 작아지는 아이 성조숙증, 미리 알고 대비하자
"초등학교 1학년인데 벌써 초경을 시작했어요. 초경이 이르면 키가 안 자란다고 하는데, 어쩌죠?" 키 성장 전문병원 게시판에 흔히 올라오는 글이다. 과거에 부모들은 자녀가 또래보다 성장이 빠르면 반가워했다. 그러나 요즘엔 걱정부터 앞선다. 성조숙증이 아이의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 이런 성조숙증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아동은 2006년 6,400명에서 2010년 2만 8천 명으로 4.4배 늘었다. 성조숙증의 진단과 치료법 등을 자세히 알아본다.
성조숙증이란?
성조숙증은 여아에게서 만 8세 이전에 유방 발달이 시작된 경우, 남아에게서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경우 의심한다. 사춘기는 정상적으로 여아 만 9~13세, 남아 만 10~15세에 시작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가족력이다. 출생 전 태내 성장도 사춘기 발달에 영향을 미치므로 출생 체중도 변수이다. 출생 체중이 2.5kg 이하(저체중아)일 때 성조숙증이 생기기 쉬운 것으로 보고돼 있다. 비만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지방 속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leptin)이란 물질이 사춘기 발현을 앞당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여자 어린이는 살이 찌면 남성 호르몬을 여성 호르몬으로 바꾸는 아로마타제(aromatase)라는 효소까지 많이 나와 2차 성징이 더욱 일찍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성조숙증은 여아에게서 훨씬 많다.
성조숙증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이다. 성조숙증이 있으면 처음에는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사춘기가 빨리 나타나므로 '급성장'이 먼저 나타나 초기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크지만 성조숙증으로 인해 성장판 역시 빨리 닫혀 어른이 된 뒤의 최종 키는 또래보다 작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여아의 경우 초경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키가 빨리 자라지만 초경이 시작되면 키 성장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면서 2년 정도 내에 성장이 마무리된다. 초경을 빨리 시작하는 만큼 성장이 끝나는 시기도 빨라져 최종 키가 작아지는 것이다.
성조숙증 일찍 발견하는 것이 관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자녀의 성조숙증을 의심해 병원을 방문하는 사례 중 상당수가 이미 발병된 뒤에 찾아와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전문의들은 ▶자녀의 키가 한 달에 1cm 이상 계속 자랄 때 ▶자녀를 또래 아이들에 비해 두 살 이상 크게 볼 때 ▶저체중으로 출생한 아이가 어릴 적부터 신체적 발달이 빠를 때 ▶사춘기가 빨랐던 부모나 친척이 있는 자녀의 키가 일찍 클 때 ▶초등학교 2~3학년 이하의 여자아이가 유방이 발달할 때 ▶초등학교 3~4학년 이하의 남자아이가 2차 성징이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으라고 말한다.
성조숙증 10~30% 원인 질환 있어
여아 만 8세, 남아 만 9세 이전에 가슴몽우리가 생기거나 고환이 성인 엄지손가락 한 마디보다 커지면 성장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아 본다. 성장클리닉에 가면 혈액 검사와 엑스레이 촬영으로 성호르몬 농도와 뼈 나이 등을 확인해 간단하게 진단한다. 이때 증상이 의심되면 성호르몬 분비 촉진제를 투여하고 4~5회 피 검사를 실시해 성조숙의 진행 속도와 다른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성조숙증으로 의심돼 병원을 찾는 대다수가 특별한 질환 없이 사춘기가 빨리 시작된 경우지만 일부는 성호르몬 분비 증가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있을 수 있다. 성조숙증 증상을 보이는 여자 어린이의 10%, 남자 어린이의 30% 정도는 뇌나 난소∙고환∙부신 등의 종양이나 질환이 원인이다. 원인 질환이 없더라도 성조숙증으로 인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게 되어 최종 성인 키가 부모보다 많이 작을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도 치료가 필요하다.
사춘기 지연시키는 주사 맞아
성조숙증으로 확진되면 4주 간격으로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아 너무 빨리 시작된 사춘기를 지연시킨다. 성호르몬 억제 주사는 4주에 한번 근육 주사로 투여한다.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뼈 나이 검사를 통해 손실된 예측 키가 회복되었으면 치료를 마친다. 보통 여아의 경우 만 11세, 남아의 경우 만 12세가 넘으면 중지한다. 주사 부위의 국소 통증, 발진 등의 부작용이 간혹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투여를 중단하면 증상이 사라지면서 정상적으로 사춘기가 발달한다. 일부 부모들은 주사를 맞으면 어른이 된 뒤 불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데, 전문의들은 성조숙증 치료제가 처음 사용된 1981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사용되면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상태라고 말한다. 주사 효과는 6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평균 6~12cm, 6~8세에는 평균 3~7cm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만 8~9세 이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는 의사에 따라 치료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없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등 논란이 많다.
한편, 키를 크게 하려는 목적으로 정상인 자녀에게 성조숙증 치료제를 맞히려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경우 주사를 맞으면 키가 자랄 수 있는 시기를 무리하게 늘릴 순 있어도, 최종 키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자녀와 목욕하면서 신체 변화를 살펴라
여아는 사춘기가 되면 가슴이 커지고 가슴 통증이 흔해 발견이 쉽지만, 남아는 옷에 가려져 있어 고환의 성숙도를 미리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남아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아버지가 함께 목욕하면서 고환의 크기를 살피는 것이 좋다. 고환이 성인 엄지손가락 끝마디보다 크면 의심한다. 뚱뚱한 여자 아이도 성조숙증 발견이 늦다. 두꺼워진 피하지방 탓에 가슴 멍울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 성적 성숙이 이뤄지면 유두를 만졌을 때 통증이 생기거나 모양이 봉긋해지는 변화가 있으므로 주의해 살핀다.
성조숙증인 줄 알았더니 '조기 사춘기'
나이에 따라 성조숙증과 증상은 같지만 치료할 필요는 없는 조기 사춘기도 있다. 대부분의 여자 어린이는 만 10~11세에 가슴이 나오고, 남자 어린이는 만 12~13세에 고환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가 여자 만 8세 이전, 남자 만 9세 이전에 나타나면 성조숙증이다. 그러나 여자 만 9~10세, 남자 만 10~11세에 나타나면 조기 사춘기이다. 성조숙증이나 조기 사춘기는 소아청소년과에서 혈액 검사를 통해 성선 자극 호르몬 농도를 확인하고 엑스레이를 찍어 뼈 나이를 측정해 진단한다. 호르몬 농도가 정상 범위보다 짙고 골 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2세 이상 많은 경우에 증상이 나타난 나이에 따라 성조숙증이나 조기 사춘기로 진단하는 것이다. 성조숙증과 달리 조기 사춘기는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슴이나 고환의 발달이 조금 빨리 시작됐어도, 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아이가 정상적인 키까지 자랄 것으로 예측되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아이에게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놓으면 오히려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 하지만 조기 사춘기라도 초경이 일찍 나타날 것으로 진단되고 성장판 속도가 정상보다 빠르게 닫히면 성조숙증과 같은 치료를 받는다. 따라서 조기 사춘기 아동의 치료 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 결과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글 이금숙(헬스조선 기자) | 사진 그림스튜디오 | 모델 박세은 | 도움말 유한욱(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