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물한살 여자구요, 저희 언니는 스물여섯살입니다.
언니는 고등학교 때부터 유학가서 지금은 석사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있고,
전 언니 따라 유학가고 싶어서 죽어라 공부해서
어떻게 겨우겨우 언니가 석사하는 학교의 학부 다니고 있어요.
일단 음...
저희 집은 아버지랑 어머니가 같이 사업하시고,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서른두살)과 언니, 저, 이렇게 삼남매입니다.
오빠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석사 따고 군대 갔다가 결혼했고,
지금은 한국기업의 유럽지사에서 일하느라 한국에 없어요.
새언니랑 두살 조카는 부모님댁에서 같이 살지만 올해말에 합칠 준비 중이구요.
저랑 언니는 공부 때문에 거의 방학때도 못들어오는데,
이번 방학때는 언니 결혼 얘기 때문에 저도 슬쩍 껴서 따라들어왔습니다.
예비형부는 언니보다 한살이 많은데, 고등학교 때 무슨 토론대회인가 나갔다가 만나서,
지금 거의 십년 가까이 사귄 사이예요.
대학은 따로 갔지만 그래도 둘이 알콩달콩, 너무너무 사랑하면서 잘 사귀었대요.
제가 본 건 2년 정도 밖에 안되지만,
진짜 똑똑하고, 책도 많이 읽고, 언니한테 잘하고, 저한테도 동생~ 이러면서 귀여워해줘요.
부모님 미국 오실 때마다 인사 드렸고, 부모님도 많이는 못보셨지만 그럭저럭 맘에 들어하세요.
친오빠는 서부에서 학교 다니고 군대니 결혼이니 하느라 한번 밖에 못봤지만 별 말 없었고요.
학교도 언니보다 좋은 곳 다니구요, 졸업하면 전문직일거고,
시민권자라서 군대도 안가도 되고요.
솔직히 저는, 아 언니 석사 끝나면 당연히 이 오빠랑 결혼!이라고 생각했고,
다들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집안상황은 확실히 몰랐지만 그냥저냥 중산층 이상(대출 안받고 부모님이 학비 다 대주셨었음)이겠지,
그리구 좀 넉넉하지 않아도 오빠 자체가 사람이 너무너무 괜찮고 똑똑하고 착하고 능력있고,
솔직히 오빠가 좀 아까우면 아까웠지 언니가 아까운 결혼은 아니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근데 이번에 한국 들어올 준비를 하면서 언니가 좀 상태가 그런거예요.
그래서 언니 왜그러냐고 막 며칠을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하다가,
오빠가 언니 만나러 온 주말(오빠네 학교는 비행기로 세시간 정도 걸리는 곳입니다)이었어요.
데이트 하고 좀 일찍 왔더라구요.
오빠도 보통 주말에 오면 우리 아파트에서 자고 가는데 같이 오지도 않고...
그래서 좀 분위기 이상하네 싶었는데 언니가 막 울면서 얘길 하더라구요.
오빠네 어머니가 첩이었다구요.
헐.......
이게 웬 막장드라마 같은 소린가 싶었죠.
왜냐하면 제가 오빠네 부모님 한번 뵈었었거든요.
오빠네 학교에 놀러오셨었는데, 거기는 약간 시골이라 별로 볼 게 없어요.
그래서 언니 소개도 시킬 겸 우리 학교 동네로 오셨을 때 저도 저녁 사주셔서...
근데 그때 오빠네 부모님 전혀 뭐 어색하다거나 그렇지 않고,
두분 같이 멀쩡하게 여행오셨었고....
물론 그분들 입장에서는 이민자시니까 해외여행은 아니지만...
어머니도 되게 고상하시다 우아하시다 그런 느낌이었지
일반적으로 첩 같은;;; 막 천박한 그런 느낌 전혀 없었어요.
게다가 두분 나이도 별로 차이 안나보이셨구요.
보통 첩이라고 그러면 막 스무살 어리고 그렇잖아요...
근데 알고보니깐,
한 이십년 가까이 두집살림? 이런거 하신거였고,
첩이 맞으시대요... 이민오면서까지 데리고 온 첩....
근데 한 오년 전에 본처가 세상 떠나서 정식결혼한거구...
본처자식도 셋이나 있대요.
근데 따지자면 합쳐서 넷 중에 오빠가 둘째...
완전.... 전 머리가 꼬여서 첨에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언니는 옛날부터 알고 있었는데 말을 못한거죠.
아니 근데 문제는요....
솔직히 저는 오빠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구 생각하고, 오래 만났구...
이런 것 땜에 헤어지는 거 반대거든요.
근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솔직히... 싫으실거 아니에요.
그래서 "언니 걍 숨기고 결혼하면 안돼? 말 안하면 어떻게 알아, 어차피 미국사는 분들인데.."
이랬더니 언니도 그렇게 생각했대요. 재혼으로 말씀드리자구.
근데 오빠가..... 자기는 우리 부모님께 솔직히 말씀드릴거라는거예요.
아오.... 사람이 너무 정직해도 탈이라더니...
사랑하는 울 언니가 속이는 결혼 하는 거 싫고,
잘 말씀드리면 우리 부모님도 허락하실거라고....
아, 그리고 한인사회 진짜 좁아서.... 어떻게 어떻게 다 연결되어 있어서,
미국에 아는 사람 한둘만 있어도 언젠간 알게 되신다고도 했어요.
특히 어른들 사회는 더 그렇다고.
그리고 자기는 집안 환경이 그래서 부모님 사랑이나 화목한 가정 이런거 몰라서..
이제 결혼하면 너네 식구가 되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이런 자신의 속 얘기를 우리 부모님한테 다 하고 싶다고 했대요.
아니 이민온지도 완전 오래된 이 오빠가 왜 마인드가 이렇게....
보통 미국 사람들 안그러잖아요. 뭐 결혼이 집안끼리의 결합 이런 생각도 안갖고 있고.
결혼한다고 그 가족으로 편입된다 이런 마인드 없거든요.
근데, 더 웃긴거는... 이렇게 미국마인드도 아니면서,
이 오빠는 미국에서 어릴 때부터 자라서 진짜 한국 실정을 몰라요.
솔직히 그렇잖아요....
오빠 자체는 너무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부모님 입장에서... 우리 부모님은 자식 셋 다 유학시키고 울 언니 석사 따고...
그런데 첩의 자식... 모르면 몰라도... 알고는 좋게 결혼 허락 안하실거 뻔하죠.
게다가 상황도 진짜 이상하고... 첩 살림 하면서 또 본처랑 자식 낳고...
이십년이나 두집 살림 하면서 정리도 제대로 안하구...
한국처럼 시집살이하거나 모시거나 할 건 아니지만
시부모님들이 좀 그렇잖아요 보기에 안좋죠..
아 근데...오빠 진짜 답답한게 언니랑 결혼하고 싶으면...
지금 뭐 첩의 위치도 아니고 이제 결혼 제대로 하셨고...
그냥 정 찝찝하면 재혼하셨다 정도로 말하면 되지 그걸 굳이 첩의 자식이라고...
왜 그걸 곧이 곧대로 말을 한다고 고집을 부리냐고요.
아 진짜 언니는 그걸 몇달을 설득하다가 싸우고 울고 그랬던거죠.
근데 오빠는 계속 고집이고,
이제 같이 들어가서 결혼 허락 받을 건데.... 뻔히 보이는 상황이니깐요.
그래서 언니 막 울고 그랬던거죠.
암튼 결론적으로 오빠가 우리 부모님 앞에 무릎꿇고 다 얘길 한거예요.
난 이러이러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행복한 가정을 더더욱 꾸리고 싶고...
우리집의 한 일원이 되고 싶다... 화목한 가족 이야기가 늘 부러웠다....
받아달라.... 뭐 이런...
전 그자리에 없었지만 암튼 좀... 그랬나봐요.
울 엄마는 차라리 거짓말을 하지.... 이러고...
완고하신 아빠는 완전 절대 안된다고...
언니는 울고....
연락받은 친오빠는 절대 결혼 허락하지 마시라고,
허락하시면 자기가 유럽에서 날아와서 언니랑 그 오빠 둘다 가만 안둔다고..
언니가 나중에는 죽어도 결혼한다고 막 그랬는데
아빠가 너 이러면 다음학기 석사도 못마치고 들어 앉힌다고 그러고.
아빠 엄마가 그러시는 건 저도 이해해요.
저 같아도 싫죠.... 근데 친오빠까지 도와주진 못할망정 저러는 거 진짜...
언니를 본인이 공부시키고 본인이 키우고 본인이 먹여살릴것도 아니면서.
그나마 새언니는 조용히 입 없는 사람인 척 하고 있어서 고마워요, 진심으로.
진짜 다 된 결혼이었는데...
둘이 진짜 사랑하고 사이도 좋은데....
그 오빠는 계속 부모님 자기가 잘 설득해본다고 상황모르는 소리만 하고 있고요..
본인 훌륭해서 자신감 있는 건 좋은데 솔직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자기는 거짓말 하기 싫고 우리 부모님도 결혼하면 자기 부모인데
속이고 평생 안된다고
받아들여줄 때까지 기다린다는데
솔직히 하나도 안멋있고 그냥 답답해요.
언니도 그런 오빠가 원망스러운데 너무 좋으니까 어떻게 못하는 거 같아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되죠?
물론 제가 어떻게 손댈 수 있는 건 아닌데...
언니한테 포기하도록 설득해야할지...
부모님이나 친오빠는 제가 말한다고 들으실 분들도 아니구요...
이분들을 오빠가 설득할 수 있을까요?
아 정말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고....
우리집에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길 줄 정말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