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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여자를 택한답니다.

뭐야 |2012.08.17 13:58
조회 2,744 |추천 14

밑에 총각과 결혼하는 이혼녀라고 밝혀야 하는지 물으시던 분 글 읽고

그냥 생각나서 끄적거려봐요.

 

28살에 결혼을 했습니다. 5년 연애한  cc였구요.

둘다 임용 합격해서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서 직장생활 중이었습니다.

아주 다정다감한 성격은 아니지만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연애하는 동안 큰 트러블없이 지내왔습니다.

 

저희집 전혀 부유하지 않은 집안이었습니다. 아버지도 어렸을적에 돌아가셨구요. 어머니와 할머니께서 농사지으신 돈으로 저희 4남매 대학 뒷바라지 다 해주셨습니다. 농사짓는 집안이다보니 공무원이 최고라 생각하고 자랐습니다. 저랑 막내는 교사, 둘째와 셋째는 공무원이죠. 다행이 4남매 모두 말썽없이 자랐고, 시댁에서도 아버지 없는데 바르게 잘 자랐다고 이뻐해주셨습니다.

 

초겨울에 결혼식을 올렸어요. 이듬해 봄에 같은 곳으로 발령 받으려고 좀 서둘렀죠.

결혼식날 눈이 펑펑왔습니다. 어른들께서 눈 오면 잘산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지만 축복해주시는 말씀이라 생각했죠.

 

딱 일년 살았습니다. 6개월째부터 이 남자 변하더군요. 같은 지역으로 발령을 받긴 했지만 같은 학교는 아니었습니다. 같은 학교 처녀 선생님중에 아버지께서 그 지역 교육감인 선생님이 있었다네요. 그 여자가 좋은게 아니라 교육감이라는 명함을 가진 그 아버지를 너무 원했답니다.

 

3개월 정도는 그것도 모르고 외도라고만 생각해고 매일을 전쟁처럼 지냈습니다. 시댁에서도 알게 되셨고, 제게 많이 미안해하시고 사과하셨습니다.

"아가. 내가 더 미안하다. 저 미친놈이 지금 아홉수라 정신이 나갔나보다. 이번 해만 니가 좀 참고 기다려주면 안되겠냐. 내년되면 저 미친놈 정신 차리지 않겠냐."

 

2개월을 더 참았는데. 이 미친놈이 제 앞에서 무릎꿇고 울면서 비네요. 제발 자기 좀 놔달라구요. 우리집엔 그럴 빽이 없지 않냐구요. 자기는 꼭 교육감이 되어야겠답니다. 그 아버지 빽을 등에 업고.

 

12월에 결혼했는데 12월에 이혼했네요. 무릎까지 꿇고 울면서 비는 놈은 제가 잡을 이유가 없더군요.

혼수로 해 갔던 가전제품을 고스란히 본가로 가지고 왔습니다.

 

제가 입학했을때부터 절 봐왔던 선배가 다가왔습니다.  제 지난일들 소문으로 들어서 다 알고 있었다네요. 모진말로 내쳤지만 2년을 제게 한없는 사랑만 주더군요. 32살에 이 선배와 결혼했습니다. 지금 시댁 어른들 제 모든 지난 일들 다 아십니다. 많이 힘들었겠다고 따뜻하게 안아주시네요. "니 잘못이 아니지 않냐. 지금 내 아들과 앞으로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주는게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다." 하시네요.

 

저 울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시부모님께 정말 잘하겠다. 이를 악물고 다짐했습니다.

 

지금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사십니다. 말썽쟁이 7살 큰아들, 한창 손 많이 가는 2살 작은 아들. 손주들 보는 재미에 사신다고 탈 많은 손주 둘이나 봐주시네요.

 

전 지금 남편과 결혼하면서 절대 숨기지 않으리라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남편 역시 부모님을 너무 잘 알기에 말씀 드리는 것이 맞다고 했었습니다. 처음엔 시부모님도 적잖이 놀라는 눈치셨습니다만 전후사정 다 들으시고는 이해해주셨습니다. 말씀 드린 날 이후 절대 그 부분에 대해 말씀없으십니다. 제 잘못 아니라고 절 위로해주시는 분들인데 오죽 하시겠습니까.

 

그 미친놈 소식은 재작년에 한번 작년에 한번 들었습니다. 재작년에 들은 소식으로는 그 여자랑 결혼했다더군요. 한해동안은 저주하고 원망하고 미워했지만 한해가 지나고 나서부턴 그 미움도 아까웠습니다. 생각지 말자고 스스로 다잡았지요. 작년에 들은 소식이 정말 가관이네요. 그 여자의 아버지 교육감이라는 그분이 뇌물사건으로 아~~주 명예롭게 잘리셨다네요.

 

아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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