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실에 들어간 시어머니 글 보고 예전 생각이 나서 잠시 웃다가 올케언니한테 미안해서 적어봅니다
오빠와 언니는 결혼해서 저희 집에서 합가해서 함께 살았어요
언니가 임신해서 읽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을 저도 흥미를 가지고 읽었죠
어느날, 저와 언니 둘이 집에 있는데 갑자기 진통이 온다고 병원에 가야 한다더군요
오빠는 지방에 있다면서 저녁에나 도착할 수 있다고 하고, 엄마는 원래 첫애는 늦게 나오니까 일마치고 온다면서 , 혹시 급하게 진행되면 전화하라더군요
임신과 출산 책에 보면 첫애는 10 몇시간 정도 진통을 한다고 해서 전 분만대기실에 누워있는 언니를 멀뚱히 바라보기도 그렇고 해서 당시 도서대여점에서 만화책을 한보따리 빌려가지고 옆에 앉아 읽었습니다
심심해서... 가끔 언니가 끙~ 하고 괴로워하며 몸을 틀어도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알수도 없고
언니가 사실 혼전임신으로 결혼한터라 서로 아직 어색한 사이고,,
엄마와 오빠가 옆에 있어줘라했으니 옆에 있긴했는데 사실 저도 어색하고 지루하고 그랬었죠
언니네 친정식구들은 애낳고 나서야 온다고했고...
게다가 간호사가 자궁문(?)이 열리면 연락하라고 지켜보라고 해서리....
언니는 점점 몸을 뒤틀며 아이고~ 소리까지 하고.. 난 뭘 어째야하는지 진땀만 삐질삐질.... 아무것도 못하고....
와,,,그런데 내가 언니 친 여동생인줄 알았는지 간호사가 들어와 언니 밑을 보더니 아직 다 안열렸다면서 나보고 '여기서 더 커지면 연락하세요' 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언니 밑을....
저 당시 처녀였고.. 어렸었고.... 저도 미치겠더라구요.
마침 자궁문 열렸대 하는 소리에 엄마가 일하다 말고 달려와 분만대기실에서 허리를 뒤트는 언니 손을 붙잡고 같이 용을 쓰는 거였어요. 배도 쓸어내리고.
언니는 아직도 어색하고 불편한 시어머니 손을 잡고 ' 아이고 어머니~~~' 소리를하고...
서로 되게 어색한 고부사이에 서로 땀을 흘리며 용을 쓰고..
결국 분만실 들어간지 얼마 안되어 우렁찬 애기 소리가 들리고 첫조카 아이가 태어났어요
당시 개인병원이라 아기는 분만대기실로 먼저와서 기다리던 엄마와 저를 첫대면했답니다.
그때의 신기함, 감동, 가슴벅참,,,
지금도 저는 첫조카가 꼭 제 딸같아요. 조카 어렸을때 장난감, 옷은 다 제용돈에서 조달했을정도로.
저는 올케 언니가 오빠보다 더 좋구요. 사이좋은 시누올케 지간이랍니다
그런데, 분만실에 들어온 시어머니 글을 읽으니
혹시 그때 언니도 저를 미워했을까요?
말을 하지 언니~~
난 그때 몰랐잖아요~
저도 시누이가 된지 얼마 안됐고 엄마도 시어머니가 된지 얼마 안되어 서로가 서툴때였답니다.
세월이 서로의 때를 서로 묻혀 배우고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둘째 세째 조카가 태어났을땐 저도 결혼하고 멀리 떠나 살때라 울 엄마가 분만 대기실에서 또 같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 조카 셋을 다 같은 병원에서 낳았거든요)
저는,, 사정상 애 둘을 다 수술해서 자연분만하는 상태를 몰라요
수술하고 찐빵같이 부푼 얼굴로 누워있는 내게 시집, 친정,엄마 친구들, 남편 직장 사람들까지 다 축하하러 찾아왔어도,, 고맙기만 했지 별로 불편하지는 않았답니다.
그들도 산모 힘든다고 잠시 머물고 인사만 하고 갔거든요.
아무튼, 서로 모를땐 서운해하지 말고 말을 하고 살았으면해요
이따 올케언니한테 전화 해봐야겠어요.
언니 그때 분만실에 있던 내가 불편하고 미웠어요?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