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eb.humoruniv.com/main.html
< 웃대 : 로버트아바타 님 >
5. Death (죽음)
죽음은 지영과 전혀 낯설 지 않았다.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자신 역시 죽음에 문턱까지
다녀왔기에, 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담담할 수 있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가 몇 일 여행을 떠나 돌아온 뒤 민철이 그녀에게 건넨 말은 뜻밖이었다.
“죽었대 그 사람.”
그녀가 주방에서 여행다니는 동안 사온 음식 재료들을 꺼내며 물었다.
“누가요?”
“우리 옆집 이사 온 사람.”
민철이 대답했다. 의사 답게 그 역시 죽음에 대해 담담했었다.
“아… 어쩌다가요?”
그녀가 궁금한 척 하며 물었다. 사실 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심 잘 됐다고 생각 할 정도였으니.
“뉴스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아마 그 살인마의 8번째 타겟이었을 가능성이 높대.”
그녀가 멈칫했다. 살인마…
“그래요…?”
그녀가 고기를 꺼내 들며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지않아? 당신이 때마침 떠날때 일어나서… 안그럼 당신이 죽었을 지도
모르잖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지영의 착각이었을까, 민철의 그 말은 왠지 협박으로 들렸다.
그녀는 고기 덩어리들을 내려 놓으며 물었다.
“당신 내가 여행 갔다가 온 동안 계속 집에 있었어요?”
“응? 응. 그랬지. 근데 왜?”
민철이 되묻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당신 오늘 좋아하는 스테이크 해 드릴께요. 좋은 고기 사왔어요.”
민철이 지영을 잠시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맛있겠네.”
6. Aftermath (뒷 이야기)
“… 그렇게 해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 셋을 뽑아 왔습니다.”
강력반 형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중 반장으로 보이는 자는 회의실 가장 끄트머리에서 프로젝터에 나온 용의자들의
얼굴들을 유심히 살폈다.
“인상착의, 주 여행지, 나이, 그 외 여러가지 요소가 살인마와 정확히 들어 맞는 것으로
판정 났습니다.”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사내가 말했다.
불을 모두 끈 상태였기에 그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
“저번 처럼 허탕치면, 이번엔 네 모가지인거… 알지?”
반장이 물었다. 살인마의 4번째 살인 때 사내가 저지른 실수를 묻는 것이었다.
“네.”
사내가 의기소침해 대답했다.
“그럼 용의자들 한테 애들 붙여서 잠복근무 시켜. 이번이 마지막이다 김형사.”
그때 불들이 켜지고 프리젠테이션이 끝이 났다.
다른 형사들은 모두 숨죽이고 김형사의 얼굴을 살폈다.
덥수룩한 머리에 안깍은지 오래 된 수염.
게다가 이번에 터진 연쇄 살인범 케이스 때문에 목욕 한번 제대로 못한 상태였다.
더럽기 짝이 없는 그가 반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내가 맡는다. 그리고 종수, 강민 너희 둘은 이 사람 맡고, 지오하고
영민이가 남은 한 명 맡아.”
김형사가 지시했다. 그의 말은 곧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자신 혼자 맡겠다는 것이었다.
그 역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 지 알았다.
특히 이번 연쇄 살인범의 성격으로 보아, 거의 목숨을 내놓는 듯 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야만 했다.
자신이 살인범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연달아 3명이 더 죽은 것 이었기 때문이었다.
“호수 형. 그러지 말고 반장님한테 인원 한명만 더 붙여달라고 그러지. 혼자서는 무리야.
특히 잠복근무는…”
“됐어. 혼자 할 수 있어. 걱정말고 가서 일들 봐.”
그가 손을 휘휘 저으며 형사들을 해산시켰다.
그가 다리를 절둑 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살인범이 4번째 살인을 저지를 때, 그를 쫓던 중 차에 부딛혀 난 사고 휴유증이었다.
모두들 자리를 비우자 그가 용의자 파일을 들여다 보았다.
“오민철…”
용의자의 이름칸에 적혀있던 이름이었다.
호수는 운이 좋았다.
때마침 용의자의 옆집이 비어있었고, 집주인의 양해를 구해 이사오는 척 잠복근무를
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이사’ 오던 날, 그는 짐꾼들에게 지시를 하는 척 하며 용의자의 집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용의자 파일에서는 직업이 외과 의사였고, 의사 답게 집도 으리으리 했다.
그렇게 둘러보던 중, 대문에서 그를 바라보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한눈에 봐도 빼어난 미모를 갖춘 여인이었다.
호수의 기억으로 그녀의 이름은 하지영이었고, 오민철과 결혼한지 몇년 되지 않았었다.
그녀는 호수를 보고 놀란듯, 충격에 빠진 듯 했다.
그런 지영에게 호수는 손짓해 인사를 해 보였다. 그녀는 못 봤는지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호수는 의아했지만, 별 신경 쓰지 않으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호수는 하루종일 만원경으로 용의자의 집을 내다 보았다.
용의자는 7시경에 집에 들어왔고, 호수는 용의자의 차번호까지 정확히 적어 두었다.
그렇게 날이 저물었고, 호수는 슬슬 피곤에 지쳐있었다.
“역시 혼자는 무린가…?”
그가 혼자 중얼거리고 있을 때, 용의자의 집 안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보였다.
시각은 새벽 2시였고, 모두 잠든 줄 알았던 호수였기에 더욱 놀라 만원경을 집어들었다.
자세히 보니 지영이 그저 물을 마시러 나온 것이었다.
호수는 괜히 놀랐다는 듯 웃으며 만원경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는 책임이 있었고, 반드시 살인범을 체포해야 했다.
더이상 무의미한 살인은 보고 싶지 않았다.
호수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민철이 출근 하고 있었다.
민철을 미행하려고 했으나,
그것보다는 민철의 사는 집에서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심이 될 무렵 민철의 집으로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지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매우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그가 대답했다.
“저, 어제 옆집으로 이사온 사람입니다.”
잠시 인기척이 없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아름다운 지영의 모습이 눈이 부실 정도였다.
이런 사람의 남편이 연쇄 살인범이라… 만약 사실이었다면 너무나 안타까울 것이었다.
잡혀가는 민철의 모습을 보며 이 여인의 맑고 커다란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늦춰서는, 마음을 굳게 먹지 않을 수는 없었다.
호수의 목적은 살인범을 잡아 이유없이 죽은 영혼들을 달래주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그렇게 실례가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호수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찾으려 두리번 거렸다.
지영은 주스를 내놓겠다고 주방으로 갔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민철이 딴 골프 트로피들 몇 개였다.
이것을 계기로 민철에 관해 조금 더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에 호수는 대뜸 물었다.
“남편분이 골프를 잘 치시나봐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녀의 눈에서는 왠지 불쾌감이 느껴졌다.
불쾌감과 두려움… 형사 경력이 10년이 다되가는 호수에게 뻔히 보이는 표정이었다.
“아니예요. 대회 많이 나간거 치고는 몇 개 못 따온거예요.”
왠지 딱딱 들어 맞는 듯 했다. 골프를 나가는 척하며 아내 몰래 살인을 저지른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트로피가 몇개 없겠지. 사람 죽이기 바쁘니까.
그가 주스를 마시며 겉눈질로 주위를 다시 살펴보았다.
민철의 이름표가 달린 골프백은 보였으나 지영은 골프채가 없는 듯 했다.
아직 판정짓긴 일렀지만, 왠지 호수의 느낌에 와닿았다.
민철이 가장 유력했으니까.
“전 이만 가볼께요 그럼. 집을 참 잘 꾸미셨네요. 다음 번엔 제 집도 들려 주세요.”
호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수는 하루 종일 생각에 빠졌다.
지금 상황으로써 민철이 가장 유력했고, 때문에 그를 24시간 미행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민철이 7시에 정확히 귀가하는 것을 알았고,
때문에 7시 부터 그는 약간의 취침을 취할 수 있었다.
그는 잠에 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살인마, 넌 꼭 잡힌다.’
다음 날, 민철이 나가는 것을 따라 나가려던 호수는 만원경으로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지영이 왠일인지 배낭을 싸드는 것이었다. 마치 여행을 가는 듯이…
호수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곧 민철이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
그는 민철을 미행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민철이 ‘골프’를 치러 갈 때를 기다려, 범행 순간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호수는 이미 민철이 살인마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지영이 배낭을 싸메고 민철을 기다리는 듯 했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는지 지영이 전화를 받았고,
이내 수화기를 내려 놓더니 배낭을 메고 나가려는 눈치였다.
무언가가 잘못 된 눈치였다.
민철이 낌새를 챈건가…?
비록 다리를 저는 상황이었으나, 호수는 재빨리 지영의 집으로 달려가 초인종을 눌렀다.
무언가를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였다.
배낭을 메고 있는 모습의 지영을 보고 한마디 물어보면 되는 것이었다.
‘어디 가세요?’
그러나 문은 열리지가 않았다. 호수가 귀를 기울였지만 인기척조차 나지 않았다.
어째서 문을 열지 않는 거지? 그가 화가나 초인종을 주먹으로 쳐서 눌렀다.
하지만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
“분명히 집에 있었는데…”
호수는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왠지 무언가가 굉장히 잘못 돌아가는 듯했다.
민철이 낌새를 채고 지영에게 전화를 준 것이었나?
그래서 지영에게 무슨 말을 한 거지? 내가 위험한 사람이라고?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그렇게 다시 생각에 빠지던 중, 지영의 집 앞에서 그녀의 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를 들었다.
호수는 재빨리 일어나 지영의 차가 가는 쪽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집에서 나와 지영이 눈치 채지 못하게 차를 몰고 뒤쫓아 갔다.
지영이 차를 몰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듯 하더니,
이내 시내로 나가 어느 건물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호수는 차 안에서 지영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녀는 걷고 걸어서 어느 여관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여관…?’
호수는 의아했다.
어째서 집을 놔두고 여관으로 가는 건지… 호수는 뭐가 뭔지 몰랐다.
그때 호수가 떠올랐다.
그의 목적은 지영이 아니라 민철이었다는 것을.
그가 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민철은 이미 귀가한 듯 했고,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지영이 사라진데에도 별 대수가 아니었는지 그저 티비를 보고 자장면을 시켜 먹은 것 외에는
없었다.
호수는 헛다리를 짚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호수가 시계를 보니 밤 12시였고, 민철은 티비를 보다가 곯아 떨어진듯 했다.
호수의 주소를 아는 사람은 강력반 형사들 뿐.
그들이 여기에 어쩐 일로 왔는 지 그가 문구멍으로 내다 보았다.
뜻밖에도 문 밖에 서있던 것은 지영이었다.
아까의 옷차림 그대로였고, 호수는 놀라 문을 열어 제꼈다.
“무슨 일이세요, 지영씨?”
지영이 느닷없이 호수의 품에 안겼다.
때문에 호수는 뒤로 밀쳐저 몇 발 물러나게 되었다.
“왜, 왜 이러세요?”
비록 당황 했으나 지영은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포근함은 아니었다.
따뜻함은 잠시였고, 금세 호수의 배 주위가 얼음처럼 차가워 지는 듯 했다.
“지…지영씨…”
호수가 뒷걸음 치다 넘어졌다.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그의 배에 시퍼런 식칼이 꽂혀 있었다는 것을. 숨쉬기가 점점 가빠졌다.
그리고 지영이 문을 닫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가 속삭였다.
“네가 날 잡겠다고…?”
“충청도 공주?”
민철이 고기를 한입 먹으며 물었다. 그리고 와인을 한잔 들이켰다.
“네. 소문대로 고기가 참 맛있지요?”
“그렇네. 난 그것보다, 당신이 스트레스를 풀수 있어서 기뻐. 당신은 그나마 취미생활 하나
있어서 참 다행이야.”
지영이 솜씨있는 실력으로 고기를 자르며 미소를 가득 띈 채 대답했다.
“당신이 맛있으면 그걸로 됐어요.”
- 다른 이야기
http://pann.nate.com/b315723228
http://pann.nate.com/b315737692
http://pann.nate.com/b315738286
http://pann.nate.com/b315775792
http://pann.nate.com/b315775938
http://pann.nate.com/b315783901
http://pann.nate.com/b315806213
http://pann.nate.com/b315825660
http://pann.nate.com/b315839806
http://pann.nate.com/b315840325
http://pann.nate.com/b315849447
http://pann.nate.com/b315946845
http://pann.nate.com/b316006853
http://pann.nate.com/b316067176
http://pann.nate.com/b316227123
http://pann.nate.com/b316330745
http://pann.nate.com/b316527600
http://pann.nate.com/b316763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