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후기) 아내와 함께 보려합니다. 조언 부탁드려요.

그래도사랑... |2012.12.13 17:14
조회 41,986 |추천 58

안녕하세요

저는 원글의 아내입니다.

후기라기보단 그냥 제 입장도 써보고자 망설이다가 용기내어 이렇게 쓰게 되었네요

 

남편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본다고 할 때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11일 저녁 남편이 많은 댓글이 달렸다며 읽고 싶으면 주소를 알려주겠다하여 괜찮다 하고 말았는데,

어제 들어가서 보았더니 90,000건이 넘는 조회 수에 한 번 놀라고

남편이 쓴 글 읽으면서 놀라고...

글을 읽고 보니 100개가 넘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심어린 조언들,,

전부 천천히 다 읽으면서 놀라고 했네요...

 

남편이 함께 본다고 한 걸 일단 저 혼자 본다고 했구요

글을 읽으면서 울고 댓글 하나하나 보면서 또 울고...

손 발이 떨리면서... 가슴은 먹먹해지고 모니터는 보이지 않고

얼마동안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엄청 울었네요

나중에는 남편 부둥켜안고 둘이 펑펑 울고..

울고 또 울고 진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100%는 아니지만 남편이 자세히 적어 놓았더라구요

남편의 속마음도 조금은 더 알 수 있게 된 거 같기도 하구요

저는 어떤 분의 말씀처럼 현재진행형인 거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저를 가여워 하더라구요...

그 때 당시 1년 휴학으로 제 나이 24살이었네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어린 나이에 정말 많은 것을 경험했던 것 같네요

처음엔 양가 부모님께 환영받진 못할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저는 제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는 건 줄로만 알았거든요...

정말 단 한 번도 수술을 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 바보 같았죠...

 

저희 어머니가 아시고 난 후 남편에게 바로 이 사실을 알렸고 남편은 그 즉시 부모님께 알렸는데

그 자리에서 어머님 쓰러지시고 아버님한테 맞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더라구요.

1주일 정도 저희집과 왕래하면서 설득했었는데 정말 완강하셨어요

남편을 호적에서 파내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이 사람 앞 길 망친건가 하는 죄책감과 동시에 내 뱃속에 있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할지 참담했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과 위로 오빠에게 전화해가며 자식 교육 운운하면서 절대 안된다며 쓴소리도 많이 하셨는데 부모님 눈물흘리는 모습 볼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는지 몰라요...

아이를 지키지 못 할수도 있다는 죄책감과 두려움..

부모님께 죄송스런 마음...

남편과 남편 가족에 대한 원망....

그 때도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네요...

처음엔 넌 이제 다시 태어나는거라며 저런 집안에 시집 보낼 수 없다고 정말 미안하다면서 제 손 잡고 우시던 부모님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그래도 나중엔 식 올리자고 하셨었는데.....

똑같이 딸 가진 부모 입장인데 어떻게 그런 험한 말을 내뱉었던건지...

난 안중에도 없고 자기 아들 앞날만 걱정 됐었던 건지..

너무 무서웠었네요... 정말...

 

어머님이 주셨던 자필 편지 누나가 보냈던 컬러메일 ...

내용을  적을 수는 없지만 솔직히 제가 읽고 느낀 건..

너무 형식적으로밖에 안 보였다는 겁니다.. 그냥 싫었어요..

진심으로 보냈을진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왜? 이건 뭐지? 지금 어쩌란거지? 이런 생각 뿐...

물론 그 때보다야 지금은 가족이고 제가 선택한거니까 받아들이려고 정말 무던히도 노력중이긴 합니다.

 

연애 5년, 결혼생활 1년 남편 저에게 정말 잘하죠

그런 한결같은 모습에 결혼까지 하게 된거구요

어떤 분 말대로 그런 과거 숨기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싶지도 않았구 자신도 없었네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다 여기며 사람 하나 보고 결혼 결심한거구요

아 그리고 복수해야지하는 보상심리 같은 거 가지고 결혼 한 건 절대 아니에요

정말 잊을수만 있다면 다 잊고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결정한거였어요..

상견례 자리에서만 좀 어색해서 그렇지 양가 부모님 다 축복해주시고 정말 남부럽지 않게 식 올리고 신행도 다녀오고 ..

그 때까지만 해도 마냥 좋았었네요

근데 어느 순간 보니 저는 제자리에 있고...

남편은 시댁에 자주 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머님과 형님 저 이렇게 셋이서 종종 저녁도 함께 먹고 쇼핑도 하는데...

가까이 살고 하니까 잘 해주려고 챙겨주시려고 하는 건 알겠는데...

밥을 코로 먹는건지 입으로 먹는건지도 모르겠고..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며 옷이며 갖가지 선물도 주시고 챙겨도 주시는데

정이 가질 않아요...

얼굴은 웃고 있는데 마음은 싸늘한...

이중인격자가 되어가는 거 같고..

집에 오면 남편한테 짜증부리게 되고..

이런 제가 문득 한심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남편한테 함께 상담 받으러 가자구 했었어요

남편은 그 말 듣고 좀 의아해 했었구요

아마 한번씩 정신 나간 사람마냥 굴었지만 평소엔 남편 말대로 가정적인 평범한 아내였으니까요...

근데 결국은 상담받으러는 한 번도 가보질 못했네요

막상 가려니 두렵더라구요

일상생활 지장 없고 인간관계 원활하며 아픈 곳도 없는데 내가 왜...

내 감정 하나 제어하지 못하는 거 노력하면 되겠지 하며 항상 그런것도 아닌데

난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시간 보냈었네요

 

댓글 중에 어떤 분은 몸이 아닌 마음이 아픈 환자라며 상담치료 꼭 받아보라고 하셨던데..

다시 한 번 마음 굳게 먹어 보려 하고 있네요..

 

아 그리고 아이를 가지라고 하시는 분들.....

연애시절에는 수술 이후로는 관계 잘 갖지 않았었구요

그냥 다 싫었거든요...

결혼 하고 나서는 남편이 아이 갖길 간절히 원했었어요..

이제 그 때 떠나보냈던 아이 데리러 가야 하지 않겠냐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면서 우리를 기억에서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데리러 가자구요..

저도 처음엔 결혼도 했고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도 있으니..

이제는 아이를 갖어도 다들 축복해주겠지란 생각 때문에 노력 했었는데요

관계를 갖으려하면 자꾸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파서 그 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었네요 ㅠㅠ..

그래서 아마도 남편에게 본의 아니게 짜증도 많이 내고 화도 많이 냈던 거 같아요

 

친정에 보낸 용돈은 좀 오해가 있어요

친정에만 100만원씩 보내드린 건 맞아요

하지만 시댁에 보낼 용돈은 따로 계좌 개설해서 이체 해두었어요

처음엔 같이 50만원씩 보낼까 하다가 내키지가 않아서 친정에만 보내고,

시댁 껀 계좌 개설해서 그냥 이체만 해두었네요

기분 좀 풀리면?! 남편에게 말해서 여행이라도 보내드리자고 하려 했는데

남편이 우연히 알게 되어서 괜히 또 말도 안되는 소리로 가슴 아프게 했네요..

미리 말을 했어야 했는데 제가 잘 못한 부분은 인정해요..

지금은 잘 풀었구요 

 

아 그리고 남편이 이 번 주말에 여행 가자고 펜션 예약을 해뒀더라구요

예전 같으면 그 말 듣자마자 안가겠다 했겠지만 이번엔 다녀 오려구요

남편도 저도 월요일에 연차도 내놨구요 .. 좀 쉬고 오려해요 ㅎ...

처음 만났던 대학교도 같이 가보기러 했네요

처음으로 볼에 뽀뽀했던 기숙사 앞 벤치랑 함께 거닐었던 캠퍼스 백반집 등등..

바람도 쐬고 서로에게 솔직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한 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음 좋겠네요

 

 

음...

지울수는 없겠지만 잠시 제쳐두기러 했어요

너무 한자리에만 머물러 있었던 거 같아서요

과거도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도 중요한데 말이에요..

그 게 나를 비롯해 남편 우리 부모님 내 주변 몇몇 지인들에게는

너무나 가슴 아픈 기억과 상처로 남아있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전부는 아닌데 말이죠

세상 살면서 득이 되지 않은 것들인데 훌훌 털어버릴 수는 없겠지만 노력해보려고요

글은 이렇게 쓰고 있지만 또 언젠가 미친 사람처럼 팔짝팔짝 뛰면서

사랑하는 남편 제 자신을 괴롭게 할 수도 있겠지만 ..

그럴 날이 점점 줄어들길 바래야죠..

무언가 각인되어진 고통은 쉽게 지워지진 않겠지만 제자리에 있다고해서 해결 될 건 없으니까요...

전 제가 보고싶었던 것만 보고 듣고 싶었던 것만 들었던 거 같아요

기분 나쁜 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혀지기 마련인데 마음속에 두고 되새기면서 증폭시키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구 어떻게 보면 제 자신을 너무 괴롭힌 거 같기도 하네요 ㅎㅎ..

 

여러분들이 저에게 많은 힘을 주신 거 같습니다

남편이 글을 쓰길 잘 한 거 같아요

왠지 모르게 글을 읽고 이렇게 쓰고나니 한 결 마음이 가벼워진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일부러 가슴 아픈 이야기는 적지 않았어요

괜히 기분 안좋아질 거 같아서요 .. 

 

아무튼 소중한 시간 내어서 진심어린 충고와 함께 가슴 아파하며 적어주신 댓글들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모두모두 행복하세요 ^^

 

 

사랑하는 내 아가에게...

엄마와 아빠는 널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단다

끝까지 지켜주려 했지만 그렇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어떤 말로도 용서가 되지는 않겠지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니 우리 아가...

엄마 아빠가 많이 힘들어해도 우리 아가만큼 힘들었을까 싶구나

그래서 엄마는 예전같은 모습으로 살 수 없을 거 같아 극단적인 생각도 많이 했는데

아빠가 곁에서 많이 도와줘서 그래도 이렇게 버티면서 살아갈 수 있었던 거 같아

엄마 아빠가 얼른 준비해서 우리 아가 데리러 간다고 매일 이야기했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네

우리 아가 엄마랑 아빠 잊어버린 아니지?

아빠가 사다준 임신테스트기로 너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단다

그 뿐으로도 너무 미안하다...

아빠와 병원에 가서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처음으로 아빠의 눈물을 보았고

한 없이 행복할 줄만 알았던 미래를 그렸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우리 아가를 보내야 했었던 주변 여건과 내가 정말 원망스럽다..

한 번씩 병원에 갈 때마다 쑥쑥 자라주었던 우리 아가..

발차기 한 번 해준 거에 축구를 좋아하던 아빠는 자길 닮은 거 아니냐며

이 녀석 정말 기특하다며 했었는데..

그 때는 정말 한 없이 행복하고 미묘한 감정을 느꼈었는데...

임신테스트기, 친구가 사주었던 손싸개 발싸개 배냇저고리, 산모수첩, 널 생각하며 적었던 일기장...

다 가지고 있어 이 사실은 아마 아빠도 모를거야

내가 그 걸 가슴에 끌어안고 울 때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빠 때문에 몰래 몰래 보면서 눈물 흘렸었거든.... 엄마는 참 바보다..

내가 조금 더 성숙된 사람이었다면 널 그렇게 보내진 않았을텐데 ....

널 보내고나서 젖이 돌고 모유가 나와서 우리 아가가 먹었어야 할 모유였는데 하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꼭 우리 아가가 다시 엄마와 아빠에게 와주리라 믿어 기다릴게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

너무너무 사랑한다

 

추천수58
반대수14
베플아니요|2012.12.13 18:23
두 분의 일기장같았어요. 글이란것이 나를 알아가고 또 나를 보여주는것에 이렇게나 큰 힘을 갖는구나 다시한번 느낌니다. 저도 읽으며 버스정류자서 훌쩍훌쩍.. 근데 왠지 엔딩은 해피할것같아요^^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란 노래가 문득 떠오르는 겨울밤입니다...
베플나만|2012.12.13 20:06
나만 자작같은가?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