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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괴담 괴물

최숙희 |2013.01.15 19:08
조회 17,772 |추천 21
" 술!! 술 가져와!! "

" 쨍그랑!! "

난 더이상 저 인간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술에 미쳐 날뛰는 한마리의 괴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금이 쩍쩍 가 있거나 빈 공간사이로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유리창, 찢어지거나 움푹 패어 있는 벽지 

전부다 저 괴물이 한 짓이다. 오늘도 나와 엄마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이 기나긴 밤을 보내야한다.

" 그,그만좀 하세요.!! "

미쳐 날뛰는 괴물에게 엄마는 항상 그만하라고 소리 치지만 저 괴물한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 뭐?? 이 여편네가 미쳤나!! 감히 하늘같은 남편한테!! "

" 꺄아아악!! "

시퍼런 멍 때문에 몸 어디하나 성한데가 없는 엄마는 또 오늘도 괴물에게 구타를 당한다. 

` 하아.. 그만.. 그만.. `

" 신발!! 그만좀 하라고!! "

더이상 화 가 참아지지 않았다. 괴물에게 다가가 괴물의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술에 취해서 인지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너무나도 쉽사리 넘어졌다. 

그리고 내 뺨을 향해 매서운 손바닥이 날라왔다.

" 짝!! "

본능적으로 뺨이 날라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것은 다름아닌 엄마였다. 순간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너..!! 아버지 한테 무슨 버릇이야!! "

" 왜? 왜!! 맞고만 있냐고!! 엄마는 무슨 바보야?!! "

" 그래도 너희 아버지야!! "

" 저게?? 그래 저런 괴물이랑 평생 이렇게 맞으면서 살아!! "

난 미친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그저 목적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덧 인적이 드문 공원으로 와 있었고, 그제서야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눈물이 흘러 내려 입가에 닿자 따뜻하고 또 짰다.

" 신발!!!! "

아무것도 없이 허공에 소리를 쳤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듯 답답했기 때문이다. 이제야 조금 가슴속에 있는 웅어리 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저 괴물이 미쳐 날뛰는 것도 어느덧 3개월째.. 하지만 저 괴물도 정상일때가 있었다.

4개월전 우리집은 조그마난 음식집을 차렸다. 생각의외로 장사가 잘 되기 시작했고, 우리집은 입소문과 입소문을 거쳐 이 일대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으로 알려졌다.

장사가 잘 되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다. 수도 없이 몰려드는 손님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 가족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를 하며 잘 견뎌냈고 화목함 또한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 화목 함도 잠시였다.

괴물의 오래된 친구가 어느날 찾아와서 보증을 서 달라는 것이였다. 물론 나와 엄마는 절때 안된다며 극구 말렸지만, 기어이 저 괴물은 보증을 섰고 역시나 괴물의 친구는 우리에게 산더미 같은 빛만 남기고 어디론가 잠적 해버렸다.

그 결과 우리집은 화목함을 잃고 암흑의 구덩이로 떨어졌다.

" 지이이잉.. "

` 아들 아버지 일 갔으니 지금 들어와.. 아깐 미안했어.. `

엄마의 문자였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고 나서야 집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어느덧 날은 밝았고 아침이 찾아왔다. 괴물은 아침마다 막노동 을 하러간다. 물론 자기 술값을 벌기 위함이다. 괴물이 집을 나가서야 우리집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화` 가 찾아온다. 

" 엄마.. "

밤새 괴물에게 시달렸을 우리 엄마.. 방 안에서 혼자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또 다시 눈물이 앞을 가렸다.

몸 어디하나 성한데가 없이 시퍼렇게 들어있는 멍.. 그리고 재때 치료를 하지 못해 생긴 흉터들.. 

볼때마다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 재대로 볼 수가 없었다.


" 띠리리링.. 띠리리링.. "

요란하게 집 전화가 울렸다.

" 여보세요..? "

" 네 제가 아들인데요..? "




잘 된것일까?.. 뜻 밖의 괴물의 죽음에 지금 망치로 강하게 머리라도 구타 당한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인은 돌연사.. 괴물이 사라지면 그저 좋을것만 같았지만 왠지 모를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버지 란 말인가?.. 서둘러 엄마를 깨워서 괴물의 죽음을 알려주었다.

솔직히 별로 슬퍼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불 속에서 머리를 박고 대성통곡을 하는 엄마를 보니 그저 의아함이 앞섰다. 도대체 왜..? 나와 자신에게 그렇게 모질게 굴었던 인간이 죽었는데 뭐가 그리 슬플까?.. 드디어 저 괴물에게 해방 되었다고 생각하니 살짝 기쁜 기분이 들어 엄마에게 드디어 괴물에게 해방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슬프게 우는 엄마 때문에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괴물의 영정 사진 앞에서 또 다시 대성통곡 하는 엄마.. 너무나도 울어 눈이 퉁퉁 부어있는 엄마..

난 그저 엄마 옆에서 무표정으로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난 절때로 괴물같은 아이의 아빠가 되지 말아야 겠다고.. 수십번 마음속으로 다짐 하고 또 다짐하던 나였다.



그로부터 20년후..











" 회사일을 그따구로 할꺼야?? 어!!? 몇번째야?? 사표써!! "

" 죄송합니다 사장님.. 이번 한번.. "

" 닥치고 사표 써!! 당장 "

회사에서 짤린 것이다. 이제 어떻게 아이와 아내 을 먹여살릴지.. 벌써부터 앞날이 캄캄한 어둠과도 같았다.

" 여보 나 왔어.. "

" 무슨 일 있어요?.. 왜 이리 힘이 없어요.. "

" 나.. 회사에서 짤렸어.. 미안해.. "

" 괘,괜찮아요.. 당신이 더 힘들탠데.. "

말은 괜찮다고 말하는 아내 였지만 아내의 표정은 전혀 괜찮은 것 같지가 않았다. 아내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 졌음을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난 다음날 부터 집에서 쉬게 되었다. 최대한 빨리 직장을 구하려고 노력 해 보았지만 쉽사리 직장은 구해지지가 않았고 하루,이틀, 점점 쉬는날은 길어졌다.

그리고 내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아들과 아내가 나에게 눈치를 주는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필요한게 있으면 내가 있을때 이상하게 큰 소리로 말하는것 같았다.

" 엄마 나 패딩 사줘!! "

" 엄마도 옷 사야되는데!! "

이런 말들을 들을때 마다 내 가슴에 비수가 꼽히는 듯 하였다. 서둘러 직장을 구해야하는데.. 능력은 없고.. 하아.. 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나에게 더 눈치를 주는것 같았다. 아니 이제는 아예 거이 대놓고 말했다. 뭐가 없냐는등 직장은 언제 구하냐는 등..

마치 가시방석 위에 앉아있는 듯 했다.

" 여보 잠시 나갔다 올게.. "

머리도 식힐겸 밖으로 나와서 간단하게 술 한잔을 했다. 식도를 넘어가는 강렬한 맛에 1병,2병 계속 마셔댔다. 술을 마시고 나니 가족들이 나에게 대한 태도에 대해 갑자기 화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 내가 일 벌레야?.. 내가 몇년을 일했는데.. 그거 좀 쉰다고 눈치를 줘?.. 신발.. `

` 내가 없으면 니들이 그렇게 호의호식 하며 살수 있을것 같아?.. 신발!! `

더 이상 분노가 억제가 되지 않았다. 난 곧장 집으로 향하여 자고 있는 아내와 아들을 깨웠다. 

" 신발 일어나!! 니들이 지금 누구덕에 먹고 자는건데?! 응?!! "

" 꺄아아악!! "

아내의 머리카락을 잡고 그대로 땅바닥에 내려 꽂았다.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온몸 구석구석 짓밣았다.

하지만 쉽사리 화는 풀리지 않았다. 이때까지 참고 참던 분노가 터져서 일까?? 내 자신이 통제가 되질 않았다.

" 여보.. 그만!! 그만해!! "

" 신발!! 내가 니들 일벌레냐고!! 신발 응?? "

" 꺄아아악!! "

그렇게 얼마나 때렸을까??.. 때리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지쳐버렸다. 땅에 널브러져 힘 없이 쓰러진 아내.. 구석에서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을 하고 지켜보고 있는 아들..

그리고 무심결에 전신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 보았다.







20년전 괴물의 모습과 점차 닮아가고 있음을 알 수있었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아내와 구석에서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선 지켜보고 있는 아들..

20년전 엄마와 나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추천수21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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